당 태종이 중신들에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황제 정도되면 다른 사람에게 비굴하지도 않고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항상 하늘을 두려워하며 신하의 비판에 귀기울이면서 애써 겸허하게 행동해왔다. 황제인 자가 겸허함을 잊고 존귀한 태도를 취하면 가령 정도를 벗어났다고 해도 그 잘못을 지적해 주는 자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 한마디 하려 할 때마다 또한 행동으로 옮길 때마다 반드시 하늘의 의지에 맞는지, 그리고 신하의 의향에 따른 것인지를 스스로 물어보고 항상 신중함을 기한다. 왜냐하면 하늘은 저렇게 높이 있지만 밑바닥과 서로 통해 있으며 신하인 자는 또한 끊임없이 군주가 하는 일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애써 겸허하게 행동하면서 내가 하는 말, 행하는 것이 하늘의 의지와 백성의 의향에 합치되는지 반성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옆에 있던 위징이 말을 덧붙였다. “옛날 사람들도 `처음에는 모두 좋았던 것이 끝은 왜 좋지 않은가'라고 합니다. 어떻게든 폐하께서는 하늘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두려워하며 항상 겸허하게 행동하셔서 엄격한 반성을 게을리 하지 않으시도록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번영할 것이며 멸망의 비운에 우는 일도 없을 것이옵니다.” 하늘을 두려워하며 겸허하게 행동하겠다는 임금에게 그것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충정어린 신하와의 대화는 가히 명군으로서의 그릇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어 태종은 “다른 사람과 말한다는 것은 무척 어렵소. 일반 서민이라도 다른 사람과 말을 할 때에는 조금이라도 상대의 기분을 거스르는 말을 하면 상대는 그것을 기억하고 언젠가는 반드시 보복을 하네. 하물며 만승의 군주라면 신하와 말할 때에 조그마한 실언도 허락되지 않거늘. 가령 사소한 실언이라도 그 영향이 크므로 서민의 실언과는 비교가 되지 않소. 나는 이점을 항상 명심하고 있다오.” 태종이 가장 깊이 자각한 좌우명은 겸허한 행동뿐아니라 한마디 말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입씨름이 한창이다. 백성은 헐뜯는 입담보다 정강정책을 듣고 싶어한다.
(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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