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에 타계한 한국 오페라의 대모 김자경씨는 `예술가는 줄을 때까지 현역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평소 말대로 숨을 거두기 두 달전까지 공연에 참여했다. 공연작품은 베르디의 가곡 `춘희'로 이 작품은 그녀가 1948년에 초연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딴 김자경오페라단 창단 첫 작품으로도 공연됐다. 오페라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해방후 얼마 안돼 국내 첫 오페라 공연작품으로 춘희를 초연했으니 그 장소가 지금은 사라진 서울 명동의 옛 국립극장이었다. 춘희 뿐만 아니라 세익스피어의 `햄릿', `오셀로' 등 수많은 작품들이 이 무대에 올려져 청춘남녀들을 울고 웃겼다. 얼마전 작고한 가수 현인씨는 이 곳에서 `신라의 달밤'을 앵콜송으로 10차례 가까지 부른 일화로 유명하고 `눈물젖은 두만강'의 김정구씨를 비롯한 원로 가수들과 김희갑, 구봉서씨 등 코미디언들이 대중의 인기를 얻기 시작한 곳이 바로 옛 국립국장에서다. 또 지금도 활동이 활발한 최불암, 김혜자씨 등 유명 배우들이 데뷔한 곳도 여기다. 명동 국립국장은 개화기 이후 70년대까지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메카였다. 공연장이 흔치 않던 시절에 수많은 문화 예술인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공간이었으며 예술과 낭만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언제나 활기찬 명동거리가 만들어졌다.

그러다 73년에 새 국립극장이 장충동에 지어지고 2년 뒤에는 명동 국립극장 건물이 투자금융회사에 매각되면서 더 이상 명동에는 문화 예술인들이 모이지 않았다. 정겹던 음악다방이며 선술집도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그저 번잡한 상업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95년부터 이 곳의 상인들이 명동의 옛 국립극장을 되살리자고 나선데 이어 2000년부터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며칠 전 명동 옛 국립극장 건물을 되사들이기로 했다는 정부 방침이 있었다. 예전처럼 정통연극 중심으로 운영할지,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사용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고는 하나 잊혀져간 예술의 향기를 다시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복원작업이 됐으면 한다.
(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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