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공연계가 관객 기근에 허덕이고 있다. 공연계의 관객 부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다른 때 같으면 매진됐을 대형 공연조차 기대 이하의 흥행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99년 첫 내한 때 거의 매진됐던 네덜란드 단스 테아터(NDT)의 최근 두번째 내한공연은 70% 정도 표를 팔았다. 나쁜 매표율은 아니지만 주최자인 예술의 전당의 예상에는 못 미쳤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이스라엘 퍼포먼스 「마유마나」 역시 절반 가량의 객석을 채운 채 끝났고 세종문화회관 델라구아다홀에서 인기리에 공연되던 「델라구아다」 역시 최근 관객이 40% 가량 줄었다.

LG아트센터에서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도 50-60%의 낮은 객석 점유율로 끝났고 정통 아르헨티나 탱고 공연 「패시네이팅 탱고」도 유료관객 40%의 성적에 머물렀다.

그나마 음악계의 경우 고정 관객층이 탄탄한 덕에 이같은 '기근 한파'에서 벗어났다.

이런 상황 때문에 최근 공연기획자들은 하나 같이 "공연장에 관객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왜 그럴까. 공연계의 진단은 다양하다.

예술의 전당 박민호 공연홍보팀장은 "공연계 전반적으로 관객이 줄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첫 내한 때와 비교했을 때 이번 NDT의 공연에 관객의 열기가 준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월드컵, 아시안 게임 등 대형행사와 뮤지컬 열풍이 타장르 관객의 발길을 줄인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일반인의 관심을 끌만한 대형 체육행사가 많았던데다 「오페라의 유령」「레 미제라블」을 비롯, 대형 뮤지컬이 많이 올라가면서 관객들을 흡수한 것같다"고 덧붙였다.

「오페라의 유령」이나 「레 미제라블」은 타장르 관객을 끌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았던데다 관객의 숫자나 문화비용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작품에 관객이 몰리다보니 다른 작품들에는 상대적으로 줄게 됐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 공연기획사 책임자는 최근 해외 유수 단체들의 공연이 잇따르면서 외국공연물의 희소성이 낮아져 관객의 발길이 준 것 아니냐는 설명도 내놓고 있다.

또 세종문화회관 박인건 공연기획팀장은 "전반적으로 공연계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시안 게임의 영향과 경기불황이라는 요소 외에도 우리 나라 문화인구가 한정된 상황에서 「오페라의 유령」이나 「레 미제라블」 등이 관객을 빼앗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예술의 전당 박 팀장은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공연기획자들도 공연 시기에 좀더 신경쓰는 한편 외국의 경우처럼 여름.가을에는 축제, 겨울.봄에는 오페라와 연극 등으로 시즌에 따라 공연을 안배, 관객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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