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금리가 상당히 떨어지고 있다. 9월중 금융기관들의 평균 금리가 연 3.98%로 떨어져 지난해 물가상승률인 4.1% 보다도 낮은 수준이 됐다. 일본이 90년대 초반부터 제로 금리 수준의 초 저금리 수준으로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디플레이션 상태이기 때문에 여전히 예금이 최소한 물가상승분은 커버하는 효과는 가져오고 있다.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밑돌게 된 우리의 경우가 일본보다 더욱 왜곡된 예금 금리구조를 안게 된 것이다. 예금 금리의 지나친 하락은 몇 년사이 급증한 퇴직자들을 비롯, 이자소득 생활자들에게 어려움을 줄 뿐 아니라 경제성장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관련대책이 긴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명예퇴직 등의 이유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직장을 잃은 이들이 그동안 푼푼이 모아둔 돈이나 퇴직금의 많은 부분은 직장생활만 해온 사람들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관한 특별한 노하우를 갖기도 어렵고 또 자신감도 없기 때문이다. 또 전혀 안정감 없는 현재의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의 상황도 투자를 더욱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결국, 가장 무난한 방식인 예금을 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는데 예금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밑돌게 됐으니 원금을 까먹으며 노후 대책이 막연해지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금융기관의 수익기반인 예금·대출 금리 차이는 9월에 3.57%포인트로 7, 8월에 이어 계속 벌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예금생활자의 희생 위에 당장은 수지를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금융기관들로서도 마냥 좋아할 일만은 못돼 보인다. 앞서 지적한 대로 일본이 초금리에도 불구하고 예금 사정이 나빠지는 것은 아직까지는 물가상승분을 커버해주기 때문이며 또 일본 국민의 전통적인 저축 습성도 한 몫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예금 금리가 지금처럼 물가상승률을 밑도는 추세가 장기화하게 되면 당연히 예금이 금융기관을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 그 돈들이 건전한 투자처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엉뚱하게 투기성 자금화할 경우에는 당사자와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금융기관들이 적정이율을 보장해줘야 하는 이유다. 저금리가 반영하는 이런 현상이 사실은 당장 특단의 대책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기업들을 활발하게 움직이게 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되찾는 일을 현재 우리 경제가 요구받는 가장 큰 과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