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힘차게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인천도시철도 ‘톱콘’ 이동건(41)기관사다. 그는 ‘2016년 인천지하철 톱콘(Top-Con:Top Master Controller)’으로 선발됐다. 2000년부터 시작된 톱콘 선발대회는 인천교통공사가 근무성적과 전동차 운전 기량, 차량 고장 응급조치, 연구 발표, 이론 심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매년 1명씩 최고의 기관사를 뽑는 제도다. 이 기관사는 2009년 입사한 9년 차 기관사로 무사고 운전 20만㎞를 달성했으며, 지난해 첫 도전에서 최우수 기관사의 영광을 차지했다.
이 기관사는 민간기업에서 3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다 인천교통공사에 입사했다. 33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 것이다.
"반도체 테스트 장비인 핸들러를 만드는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교통공사에 입사했습니다. 동기가 20명이었는데 두 번째로 나이가 많았죠. 첫 번째가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하하하." 그때를 추억하며 지금은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당시에는 나이 많은 후배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사실 선배들한테는 나이 많은 후배가 얼마나 불편했겠어요. 거의 30대 중반이었으니. 그래서 신입사원이지만 제가 용기를 내 먼저 다가갔죠. 무조건 열심히 인사하고 모든 행사에, 이를 테면 봉사나 등산, 야구까지 휴무일에도 쉬지 않고 다 참석했습니다. 제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친해질 수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기관사들의 업무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특히 시간 압박이 심하다. 전동차가 예상시간보다 단 2∼3분이라도 늦게 도착하면 수많은 민원이 쏟아져 기관사들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것이다. "출근부터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오전 근무가 있는 날에는 잠도 편히 못 자죠. 기관사들은 귀를 열고 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늘 시간 맞추기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런 탓에 비상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재빠른 조치를 취해야 해 늘 긴장 속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또 근무 패턴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주말이나 명절 근무를 안 할 수가 없어 가족들 보기 미안할 때가 많다. "고향이 대전인데 자주 내려가지 못합니다. 죄송한 마음이 들죠. 또 아내와 딸아이에게도 미안하고요. 그래서 가족들을 생각하면 더 애틋한 마음이 듭니다.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지난해 우리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했던 것처럼 올해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딱 2016년보다 두 배 더 건강하고 행복하길. 그리고 올해는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깨끗한 나라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는 소원도 빌어 봅니다. 우리 모두가 다 행복한 세상, 그거면 되지 않을까요."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사진=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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