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덕.jpg
▲ 오광덕 <경기도의회 의원>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조, 피, 수수, 기장, 보리, 콩, 벼 등을 재배하는 농경사회 속에서 곡물을 주식으로 하고 부족한 단백질은 농경을 위해 기른 가축과 사냥을 통해 섭취하고 비타민과 미네랄은 채소를 많이 섭취해 보충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추운 겨울철에는 채소가 나지 않아 영양소 섭취에 어려움을 겪었고 동절기 섬유질과 비타민 결핍 해소를 위해 채소 보관법을 개발해야 했으며 결국 염장의 전통적 보관 기술을 접목한 김치라는 최고의 전통식품이 탄생했다.

 집집마다 김치 맛의 독창성은 젓갈과 고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젓갈은 소금과 함께 김치의 간을 맞추는데 대표 젓갈은 새우를 많이 쓰고 조기, 멸치, 황석어, 까나리젓 등을 입맛에 맞게 사용한다.

 그러다 조선 중기 대변혁기에 직면하게 되는데 바로 고추의 등장이다. 고추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자극적인 매운맛이나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지금과 비슷한 김치가 탄생했다.

 지금도 김치의 진화적 발전은 계속되고 있는데 생태를 넣는다거나, 아예 주연배우인 배추와 무를 쉬게하고 고들빼기, 깻잎, 무청, 파, 부추, 오이, 고구마 줄기, 고춧잎 등 신인 김치도 끝도 없이 출연시키고 있다.

 입동도 지나고 조석으로 날씨가 쌀쌀해지고 초겨울 입구에 다다르면 집집마다 김치를 담그는 ‘김장’을 하느라 분주해지고 우리 집도 일년지대계(一年之大計)인 김장을 준비한다.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우리 가족과 이웃사촌들이 모여 서로 간의 관심사를 이야기하며 김장을 담그곤 했다. 3남 6녀의 대가족인 우리집은 200포기 정도 담갔는데 나의 역할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지게에 배추를 나르고 김치 꽁지를 따고 배추를 소금물에 절여주는 일이다. 그리고 김장 당일 태양과 바람의 선물인 천일염으로 기운을 뺀 배추를 깨끗하게 씻겨주고 김장 양념소를 버무리는 것으로 내 역할을 수행했다.

 우리나라 집안의 연례행사인 김장은 세계적으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으며 2013년 유네스코에서는 우리나라의 김장문화를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김장이 한국인 삶의 일부가 돼 있고 우리나라 과거부터 현대를 이어가며 상부상조의 전통문화를 잘 나타내고 있으며 그 속에서 연대감, 소속감, 정체성 증대와 천연재료를 독창적이고 특색있게 사용하는 음식문화를 가진 점 등을 이유로 설명했다.

 입동인 지난 11월 7일 광명지역 새마을 부녀회원을 포함한 자원봉사자 460여 분이 ‘따뜻한 겨울나기 사랑의 대행진’이라는 부제 아래 ‘사랑의 김장 나누기’라는 행사를 경기도청 잔디광장에서 펼쳤는데 이 행사는 경기도 관내 홀몸노인 및 차상위 계층 등 어려운 이웃에게 김장김치를 전달해 훈훈한 정을 나눔으로써 사회적 약자와 이웃을 배려하고,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경기도 새마을부녀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도내 홀몸노인, 차상위계층, 다문화 가정 등 어려운 이웃들의 겨울나기를 돕고자 매년 행사를 열고 있으며 46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노란 속을 빨갛게 물들이며 한 포기, 두 포기 김장통을 담아갔다. 오후에 접어들어 12L들이 총 1천450박스의 김장통이 채워지고 교통봉사대의 협조 속에 도내 곳곳의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됐다.

 이처럼 ‘사랑의 김장 나누기’는 우리만의 전통적이며 독창적인 문화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을 나누는 한국인의 정서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았고 나아가 ‘김장’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마음을 나누는 문화로도 정착돼 가고 있다.

 사랑과 즐거움, 나눔이 있는 김장문화가 이웃과 더불어 벽을 허무는 한민족 공동체 문화로 그리고 대한민국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