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jpg
▲ 김용식 (사)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6·13 동시지방선거가 끝나고 7월부터 새로운 시장과 군수, 구청장들의 임기가 시작됐다. 통상 새로운 지도자가 임기를 시작하게 되면 지역에서는 기대와 희망의 시선을 보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난 선거가 지역의 새로운 일꾼을 뽑는 선거라기보다는 특정 정당을 심판하는 선거가 되다보니 임기 시작에 즈음해 곳곳에서 선거후유증이 일고 있다.

 다수의 지역주민들이 지역 이슈를 다루는 인터넷 카페와 SNS에는 벌써부터 한숨과 탄식에 이어 특정인에게 표를 던진 자신을 자책하는 목소리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일차적인 책임은 유권자인 지역주민에게 있다. 지방자치 선거는 지역의 일꾼을 선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후보자의 됨됨이나 공약을 자세히 살피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후보자가 어떤 입장과 계획이 있는지를 확인해 투표를 해야 한다.

 그야말로 옥석을 잘 가려 지역을 위해 헌신할 최적의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중앙정치에 휘말려 바람에 따라 권리를 행사했다고 봐진다. 설사 전국의 유권자들이 지역과 세대를 불문하고 동일한 투표 성향을 보이고 그 결과 일방의 승리로 나타났다 하더라도 일단 당선됐다면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시정을 펼쳐야 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의의임은 불문가지다.

 그런 면에서 보면 더 근본적인 책임은 지방자치제의 의의를 망각하고 권한부터 행사하겠다는 신임 당선인에게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인천의 경우 박남춘 시장은 전임 유 정복 시장이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해 철회 또는 재검토 발표로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 인수위원회는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사업과 신청사 건립, 루원시티 제2청사 건립, 문학 공단 고속화도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 시설, 서울도시철도 7호선 청라 연장, 서울도시철도 1호선 검단 연장, 인천 뮤지엄파크 건립, 송도국제도시 워터프런트 조성 등 9개 사업 (10조7천449억 원)을 재검토 및 정책 결정 대상사업으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재검토 대상 9개 사업 중 무려 4개가 서구지역에 집중돼 있다. 물론 인수위에서 재검토는 인천시의 재정 여건과 지역사정을 볼 때 우선순위에 넣어 추진할 사업인가에 대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이제 이륙을 준비하는 비행기의 동력을 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쯤 되면 8년 전 기억이 떠오르면서 불안감을 억제할 수가 없다. 2010년 송 영길 시장은 취임과 함께 서구에 건설하기로 한 루원시티 개발과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설계획 취소를 발표한 바 있다. 선수촌과 미디어촌 서구 건립, 검단-장수 간 도로계획도 백지화했다.

 뿐만 아니라 서구의 각종 현안사업이 뭐하나 제대로 추진하고자 하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서구 주민에게는 이후 4년간 암흑기를 지낸 것이다.

 지난 수년간 계획수립-재검토 및 취소-재추진으로 이어지는 질곡의 시간을 보내온 인천시 서구 주민들에게 시장취임과 함께 다시 재검토의 선물을 안기는 것은 높은 지지를 보낸 서구 주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지 않는가?

 시장이 바뀔 때마다 사업 순위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취소되고 보류되면서 시민들에게 희망보다는 절망을, 인천시에 부가가치보다는 기회비용을 안기는 지방자치제라면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지방자치를 폐하는 것이 맞다.

 인천시민과의 약속은 어느 한 개인의 약속이 아닌 시장이라는 공적인 지위로서의 약속임을 명심해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