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서.jpg
▲ 허은서<수동면 송천분교 학부모회장>
최근 남양주시가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내심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개발행위 허가 기준을 강화해 무분별한 개발과 경관 훼손을 예방하는데 초점을 두고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도모한다는 핵심 목표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을 보면 경사도 22도 이상 토지에 대한 개발행위 제한 규정을 18도 이상으로 강화한다고 한다. 기준 지반 고도 역시 50m에서 30m 미만으로 기준을 변경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본인이 학부모 회장을 맡고 있는 수동면 송천리 송천분교는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땅을 기증해 학교의 터를 잡았다. 운동장 나무마다 기증자가 있을 만큼 대를 이은 시민들의 사랑 속에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몸으로 겪고 새롭게 자라는 아이들’이라는 교육철학에 걸맞은 학교 운영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매우 높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마을 한가운데 공장이 우후죽순 들어서는가 하면, 마구잡이식 허가로 학교 바로 옆까지 공장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기형적 모습으로 지역민들의 안타까움이 커져만 가고 있다. 토지 소유주들의 재산권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보호받아야 할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침해하면서까지 개발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선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동에서 아이들 키우는 학부모로서 난개발을 차단하려는 ‘도시계획 조례 개정’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조례개정이 최소한의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동골은 축령산, 철마산, 은둔산 등 이름 있는 큰 산과 작은 산봉우리들이 어우러져 굽이굽이 길을 만들고, 그 자연의 정기 속에 사람들이 살아왔다.

조상 대대로 살아오신 토착 지역민도 계시고, 서울과 가까운 위치에 강원도의 풍광과 공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며 이사 온 이주민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하지만 근래 들어 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컨설팅 업체와 투기꾼들이 넘쳐나고, 근접 지역 노동자들의 차량 출퇴근으로 교통 정체는 나날이 극심해져 가고 있다. 학교는 공장에 둘러싸였고, 운동장 개울 건너로는 고속도로 인터체인지가 들어선다고 한다. 아이들이 숲 놀이를 하고 즐거운 자연공부를 했던 추억이 많아 ‘거북산’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 학교 앞 산도 개발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3년 이상 싸워왔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매우 단순했다. 아이들의 안전과 학습권 보장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원했던 것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건, 열악해져만 가는 생활 환경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례 개정이 경사도에 대한 개발행위 제한 규정을 강화하는 점에서 늦은 감은 있지만, 참으로 환영할 일이다. 사람 살 만한 동네, 이웃들과 소박한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아름다운 수동을 지켜내는데 이번 조례 개정이 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비단 수동뿐만 아니라 남양주시민 모두를 위해, 콘크리트 일색인 도심지역 시민들이 숨쉴 수 있는 휴식처로서의 산림에 대한 무차별적 개발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으로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동안 우리 선조들이 살아오면서 가꾸고 지켜온 산림은 ‘개발이익’의 논리에서 파헤쳐져선 안 된다. 산림의 소유는 우리가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치밀한 도시계획을 전제로 한, 자연과 함께 숨쉬고 성장하고, 평온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공공재로서의 산지 개발을 염원해 본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