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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시인
의원님! 난세 중의 난세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일자리와 경제전략 등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정립하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습니까? 저는 화성시 궁평항 인근에 고향을 둔 민초입니다.

 아울러 의원님께서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 등 우리나라의 명재상으로서 TV 등 언론매체에 노출될 때마다 경기도민, 그리고 수원의 한 시민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원님께서 지난 8월 17일 수원시청에서 열린 ‘새 정부 국정운영 정책설명회’에서 "화성시에서 군 공항 이전을 수용할 경우" 라는 조건을 붙이며 ‘향남∼동탄 철도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제안 기사를 본 순간, 그러한 발언은 관련 지역의 국회의원은 물론 화성시민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으로 생각돼 무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이천자 상서를 올립니다.

 의원님! 혹시 쿠니사격장이라는 곳을 알고 계시는지요?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에 소재한 쿠니사격장은 한국전쟁이 한참이었던 1951년부터 미 공군 사격훈련장으로 징발된 이후 2005년까지 54년간 전투기 소음과 폭격음이 하루도 빠짐없이 천지해(天地海)를 진동한 또 하나의 전쟁터였습니다.

 우리나라는 1953년 7월 27일,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북한군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과 체결한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에 따라 휴전에 들어갔지만 이곳은 종전의 기쁨을 맛보지 못한 곳입니다.

 그것은 사격장이 폐쇄 될 때까지 매년 250일간 퍼붓는 폭탄 투하로 매향리와 궁평리 주민들은 폭음과 오폭의 희생자가 되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김진표 의원님!

 지금 화성시는 정치적으로나 행정적으로 궁박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군 공항 이전에 따른 간악한 이이제이(以夷制夷)전략에 휘말리며 같은 시민들끼리 서로 편을 가르면서 싸우는 형국이 됐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곳 화성시장께서 정치적인 눈치를 안 보고 고군분투하며 소신껏 주민 위주의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송산그린시티 개발사업과 에코팜랜드, 서해안 관광벨트 구축, 매향리 평화 생태공원 조성, 당성 종합 정비 복원사업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시민들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미래 세대에 남겨줄 찬란한 유산이 될 사업이라고 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세간에 들리는 소문대로 군 공항이 이곳 화성호 매립지로 이전하게 된다면 이 모든 사업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며 우리 시민을 매향리 미공군 사격 훈련장에 이어 두 번 죽이는 행위입니다.

 존경하는 김진표 의원님!

 수원시와 화성시의 뿌리는 하나입니다. 수원읍이 1949년 8월, 수원시로 승격되면서 분리됐지만 늘 한 형제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수원시 인구 중 높은 비율이 화성시에 본적 또는 고향을 두고 있습니다. 화성을 모태로 하는 수십 개가 넘는 자생단체인 ‘재수원 화성’ 모임에서도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상식적 입장에서 보아도 이전 대상지는 전투비행장으로서의 여건이 전혀 안 되는 곳이라고 분개합니다.

 첫 번째로 개펄층으로 이뤄진 연약지반으로서 침하현상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두 번째로는 적으로부터 공격이 용이한 곳으로 방파제 파괴 시 대책이 속수무책인 곳입니다. 세 번째로는 안개 다발 지역과 염분으로 인한 전투기 수명이 단축되는 곳입니다. 이 밖에도 인천국제공항이 이웃해 있어 여객기들의 착륙 시간 조정을 위한 대기 회항 장소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비행장 이전사업은 국가적 차원에서 검토한 사업이 아니라 개발에 눈이 먼 특정 지역 사람들의 건의에 의한 졸속행정이라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대한민국의 넓고 넓은 땅 중에 군 공항 이전 대상지가 왜 하필 화성시입니까?

 우리 화성시민은 분명, 화성시로의 군 공항 이전을 반대합니다. 이곳 서해안은 경기도의 유일한 바다이며 생명과 치유, 그리고 평화의 숨터입니다. 의원님께서는 수원시의 국회의원이 아닌 경기도의 큰 어른이십니다. 68만 화성시민의 이름으로 애절하게 도움을 요청하오니 한번만 도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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