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는 탈북인 B씨의 꿈을 송두리째 무너트렸다. B씨는 만나자 마자 눈시울이 젖었다. 1년여간 A사에게 당한 수탈이 북한에서 겪은 것보다 더 힘들었다고 했다.

B씨는 A사 간부들 강요 때문에 지난해 3월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에서 4시간 동안 거짓 진술을 했다. A사 간부들은 부천소사경찰서의 압수수색 등 수사 과정에서 강압적인 조사가 이뤄졌다고 경찰을 고소했다. B씨는 공포증 때문에 A사 간부들에게 검찰 조사를 못한다고 했지만 탈북인 대표로 출석을 강요받은 것이다.

당시 A사 대표 등은 사기와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A사는 이를 빠져 나가기 위해 동업자들을 동원한 것이다. 동업자 수백여 명은 소사서에 들어가 항의했고, 이 때 소사서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B씨는 A사를 위해 정말 열심히 뛰었다.

2017년 12월 A사를 알았고, 처음 거래(화장품 1세트 구매)를 튼 이후 15번의 신규 거래를 성공시켰다. 1회 구매당 2천270만 원이니 총 3억4천50만 원이다.

처음 거래를 트고 A사는 주급으로 150만 원씩 준다고 약속했다. B씨는 대출을 받아 1세트를 구매했다. 월 600만 원씩 받으면 1년이면 빚을 모두 갚을 것으로 예상했다. 남편까지 끌어 들였고, 돈이 없다는 남편 친구에게 B씨는 자신 명의로 대출을 받아 거래를 터줬다. 자식을 고령의 어머니에게 맡긴 남편 친구가 안타까워서였다.

B씨와 남편은 오전 5시30분 출근해 밤 늦게 퇴근했다. 청소 등 잡일까지 도맡았다. A사에서 내 집 마련의 꿈까지 꿨다.

B씨는 "북쪽 아버지를 생각해 남편과 잘 사는 것이 효도라 생각해 A사가 제시한 아파트 프로모션(3억 원)에 참여해 집을 사려고 했다"며 "돈이 모자라 자동차를 맡기고 대출까지 받아 4천500만 원을 넣었는데, 정착지원금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부터 수차례 지급하던 주급도 나오지 않아 B씨는 쥐약을 먹고 죽으려고도 했다.

B씨를 원망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B씨가 거래를 터준 10여 명의 사람들은 주급 등이 나오지 않자 B씨를 욕했고, 돈까지 내놓으라고 했다.

A사 간부들의 폭언과 욕설도 나날이 심해졌다. 그래도 북에 있는 가족 때문에 나머지 돈을 받아야 해 버텼다. 이런데도 B씨를 A사가 블랙리스트에 올리자, 지난 2월 결국 그만뒀다.

A사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동업자를 횡령 등 범죄자로 낙인 찍어 동업자들에게 소문을 낸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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