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딸기 끝물이다. 그렇다고 저렴하지 않다. 작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데, 참외도 비슷하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므로 제철 잊은 과채소는 석유로 가열하고 지하수를 끌어와야 한다. 이번 농사는 일조량으로 망쳤다는데, 올겨울부터 이어진 강우 탓이란다. 농토에서 재배한 딸기와 참외는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았으니 더 기다리면 저렴한 딸기와 참외를 만날 수 있을까? 어림없다. 농토에 심는 과채소의 씨앗은 인기가 없다.요즘 농촌은 도시 못지않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일손 부족으로 농기계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돈벌이를 위해, 제철
이제 총선이 끝났다. 선거 때마다 혹은 정치적 격변기에 나라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국가라는 통치 체제 속에 산다. 그런데 국가는 왜 있어야 하는가? 타인들의 침해에서 자유와 재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발견하고 집행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다. 이러한 보호 시스템에서 제외된 민족이 중동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쿠르드족이다. 이들은 대부분 수니파 이슬람교도로 고유 정서·문화·언어를 가졌지만 단 한 번도 자신들의 국가를 세운 적이 없다. 보호받을 수 없는 그들은 이라크, 터키와 시리아 정부
2024년 인천항에 들어오는 크루즈선이 3월을 시작으로 현재 20여 척이 예약됐다. 코로나19로 중단된 게 다시 시작했는지, 아니면 올해 전격적으로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력한 결과인지는 모르겠다.예전과 달라진 점은 인천에 입항하는 관광객이 중국인 위주에서 지금은 세계 각국 사람이라는 것이다.보통 바다를 항해하는 크루즈는 규모가 엄청나게 커서 매우 많은 관광객이 입항한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경로라면 최소 하루 이상은 한국에서 머무르면서 관광을 먼저 하고 배에 타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관광객이 인천을 방문한다고 봐야 한다. 인천이 경유
봄을 맞이하는 3월은 싱그러운 신입생들을 면담하는 시간으로 대학 캠퍼스가 분주하다. 대학의 낭만보다는 진로 선택에 관한 고민과 질문으로 면담을 채운다. 부전공, 교양과목, 동아리 활동, 인턴, 취업 등 학교생활과 진로에 관한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공감의 시간을 갖는다.흥미로운 사실은 선택 장애로 자신감을 상실하는 학생들이 매년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비대면 온라인 교육을 수강한 24학번 학생들은 자신감 결핍과 선택의 두려움에 고통받는다.선택 장애에 노출된 학생들은 중요한 갈림길에서 결정을 미루고, 실패의 두려움으로 다
겨울비가 내린다. 전에 없던 일이다. 며칠 따뜻하다 이내 쌀쌀해지는 날씨에 어리둥절하며 출근하는 시민 발아래 명함이 무수히 떨어진다. 국회의원선거가 50일도 채 남지 않자 후보들은 조바심이 커진다. 새벽같이 나온 선량 후보들이 방긋 웃으며 발길 바쁜 시민에게 저마다 명함을 내미는데, 거드름 피우던 사람인데 비 맞으며 굽실거리는 모습이 어색하다. "언제 봤다고 반가운 척하나?" 날씨까지 변덕스럽다. 기후위기 때문일까? 4년 후 모습은 이맘때와 비슷할까?작은 명함으로 자신을 제대로 알릴 방법은 없다. 시민들은 후보가 몸담은 정당을 옷으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아플 때 빈곤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모든 질병을 치료하도록 만들어졌지만 간병은 포함되지 않아 오래 요양을 하면서 간병이 필요할 때에는 순식간에 빈곤으로 떨어지기 쉽다.비슷한 제도로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있다. 고령이나 노인성질환으로 신체 기능이 떨어진 노인들에게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 경우는 의사의 진단서와 등급판정을 받아야 혜택을 본다.간병 문제나 요양보험은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더욱더 실감하지만, 간병은 노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젊은 사람들도 갑작스럽게 입원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발생할
얼마 전 새 휴대전화를 구입했다. 각종 개통 기능 점검 중 ‘통화 중 대기’라는 무료 부가서비스가 있었다. 통화 중 제삼자의 전화가 오면 뚜뚜 소리와 함께 문자로 알려 주는 기능이다. 지난 6년간 써 온 옛 휴대전화에서는 이를 전혀 모르고 지냈다. 평소 그리 많은 통화를 하지 않은 데다가, 당시 구입처에서 개통해 준 대로 별 불편 없이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AI통역이라는 신기능이 탑재된 새것으로 교체하면서 이처럼 활용하지 못한 기능들이 상당했을 옛 휴대전화를 폐기하기에 아쉬움이 더 남았다. 한데, 정작 문제는 다른 데 있어서 적이
얼마 전 야당 대표가 60대 남성에게 흉기 공격을 받아 온 사회가 충격에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여당의 한 여성 정치인이 중학생에게 머리를 공격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피습 사건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혐오와 적대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 주는 구체적 사례라 하겠다. 물론 사회구성원들 모두가 이심전심으로 서로를 걱정하며 챙겨 주는 세상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한 사회 안에서 대립과 갈등 없이 조화로운 삶을 영위한 적은 많지도 않았고 그 기간이 길지도
누구나 한번은 주어진 상황에 적합한 말의 선택으로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부적절한 단어를 선택했거나, 상황에 따른 논리적 설명을 하지 못해 난처했을 것이다. 가벼운 대화로 세련된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유창한 토론과 발표를 하는 사람을 신기하게 바라본 적도 있을 것이다. 평생을 사용하고 길들인 말이지만, 타인의 호감과 설득을 유도하는 세련된 언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어쩌면 1988년 출간해 170개국 82개 언어로 번역된 파울로 코엘료의 저서 「연금술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인
새해 즈음, 다소 겨울 같지 않은 날씨에 비해 눈이 자주 내렸다. 세상 모든 어두움을 황급히 덮어 버리려는 듯 함박눈이 서설(瑞雪)이 되곤 했다. 온 땅이 눈으로 덮일 때 길은 사라진다. 그러할 때, "차마 내 발이 더럽혀 놓을까 봐 지나지 않고 그냥 두고 보았다"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조선조 후기 시대 시인이며 문신(文臣)이었던 이양연(李亮淵, 1771∼1853)은 "눈을 뚫고 들길을 가노니/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말자/ 오늘 내가 밟고 간, 이 발자국이/ 뒷사람이 밟고 간 길이 될 테니"라는 시를 지었다. 이 시는 백범 김구
황금시간에 유명 연기자를 내세운 아파트단지 광고가 한창이다. ‘리조트’를 생뚱맞게 앞세우는 인천 외곽의 아파트단지인데, 리조트가 필요한 지역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얼마나 분양이 저조하면 저런 광고에 치중하는 걸까? 광고 덕분에 모두 분양되면 도로는 무척 좁아질 게 틀림없다. 도로에서 시간을 빼앗기는 주민은 퇴근 후 리조트처럼 꾸민 아파트단지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을 듯하다.주안 일대는 재개발이 한창이다. 초고층 아파트로 일관하는데, 지금도 막히는 교통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려고 할까? 그 아파트에 입주할 주민 중 직장이 주변에 있는
나이가 들면서 나에겐 없을 듯했던 신체 문제들이 예외 없이 나타나는 현상 앞에서 세월 앞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신체에서 불편한 부분을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만 발전된 현대기술은 많은 것을 가능케 한다. 많은 자료를 입력해 개발되는 진단기술이나 영상판독기술은 진단을 정확하게 내려주고, 영상을 판독해 주며, 처방도 해 주는 수준까지 왔다.관절이 문제가 되면 인공관절로 대신해 기능을 하게 해 준다. 청각 기능이 저하되면 보청기가 기능을 대신해 준다.많은 의료기기가 개발됐음에도 모든 세세한 문제까지 해결하진 못하기
인천문화재단 이종구 대표이사가 얼마 전 사의를 표명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지역 언론과의 각종 인터뷰를 통해 문화도시 인천에 관한 다양한 비전을 제시하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여서 많은 이들은 그 배경에 의혹의 눈길을 보낸 바 있다.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지난 12월 14일 경인일보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그는 시 정부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밝혔다. 공공기관 대표이기도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이기도 한 그의 작가적 자존심이 민선8기 시 정부 공무원 서너 명과 그에 뇌동한 몇몇 의회
미국의 주간 잡지 피플(people)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옷을 가장 잘 입는 사람, 가장 매력적인 사람을 선정하는 평가 항목을 제시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2023년 세상에서 가장 섹시하고 매력적인 남자로 57세 영화배우 패트릭 뎀프시가 선정됐다.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서글서글한 미소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중년의 매력이 무엇인지 잘 보여 준 배우라는 평가다. 나이의 흔적인 흰 머리와 눈가의 주름이 편안한 미소와 잘 어우러져 중년의 매력을 발산하는 배우다.피플지는 2023년 매력지수를 평가하는
요르단 서안(西岸)과 동지중해 사이를 팔레스타인 지역이라고 부른다. 이 명칭은 기원전 12세기 지중해 동부 연안을 침입해 그곳에 정주했던 해양민족 블레셋을 가리키는 히브리어에서 유래했다. 여기에 히브리인들이 이집트 노예 생활에서 조상의 땅인 가나안으로 돌아와 블레셋을 포함한 그 지역 정착민과 땅 전쟁을 일으키면서 이스라엘 왕국을 건설했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생존을 위한 분쟁과 갈등 관계는 수천 년을 이어온 역사에서 점철된 땅과 종교전쟁의 산물이어서 쉽사리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2020년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핑크뮬리 시즌이 지나 노란 은행 낙엽의 계절이 지나간다. 핑크뮬리가 왜 우리 가을의 정취를 차지했는지 모르는데, 파란 가을하늘 아래 핑크 물결은 아름답긴 하다. 하지만 사진 찍기에 여념 없는 시민 중 핑크뮬리가 우리 생태계의 위해 식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 몇이나 될까? 우체국 옆에 무수히 떨어진 은행잎들이 노랗지 않고 대부분 우중충한 녹색이라는 사실에 걱정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2019년 환경부는 핑크뮬리를 생태계 위해 2등급으로 지정했다. 자리 잡으면 여간해서 다른 식물에 자리를 내주지 않기에 공원에 심지 말 것을 권고했지만 올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SNS나 모바일과 그다지 친근하지 않지만 유튜브는 전 연령에 걸쳐 누구나 사랑한다. 유튜브에 궁금한 단어를 치면 모든 것을 알려 준다. 어떤 내용들은 네이버보다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영상으로 보여 주고 말로 알려 주기 때문에 이해가 더 잘 되는 듯하다. 심지어 재미도 있다. 유튜브만 종일 돌려봐도 지루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무릎 통증을 검색했더니 의사와 물리치료자, 운동처방사가 각각 자기 분야에서 왜 발생하는지와 어떤 근육을 강화하는 게 좋은지를 아주 잘 설명해 준다. 무릎 통증에 적합한 운동
과연 인류에게 지속가능한 발전은 가능할까요?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해서, 과연 인류는 지구별에서 영속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그 임계적 시점은 언제쯤일까요?자원은 고갈되고 인구는 늘고, 생존을 위한 갈등은 더욱 증폭될 터인데, 안 그래도 인간이란 종을 영 마뜩잖게 생각해 온 가이아는 도대체 언제까지 제집도 아닌 지구에서 주인 행세하는 인간의 월권을 참아 줄까요?연구가 깊어질수록 많은 환경학자가 환경 비관론에 빠지게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문제의 실상을 알게 된 연구자의 두려움과 인간들의 희박한 개선 의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의 동의어를 ‘개처럼 살아라’라고 한다면 억지스러울까. 개는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으며, 지금 존재하는 이 순간만 집중한다. 무엇을 하든 현재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니 ‘카르페 디엠’의 고수다. 개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하지 않는다. 인간처럼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는다.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으면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듯해 밥 먹으면서 유튜브를 보고, 통화하면서 SNS를 확인하고, 티브이를 보면서 휴대전화로 숏폼을 보는 등 한가지 일
역사는 해석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이는 역사가 곧 진실만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왜냐하면 역사 해석이 당파성과 다양한 관점에 따라, 각자의 사관(史觀)에 의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어떻게 써야 하느냐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으로 남게 될 것이다.이런 예를 프랑스 사회의 잔 다르크(1412∼1431)에 대한 상반된 평가에서 볼 수 있다. 프랑스와 잉글랜드 사이 프랑스 왕위 계승권 분쟁으로 시작된 백년전쟁 당시 16세 소녀 잔 다르크는 신의 계시를 받아 프랑스를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