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복(飜覆)이란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말이다. 당(唐)의 대표적 시인 두보(杜甫)는 ‘빈교행(貧交行)’이란 시에서 ‘손바닥 뒤집으면 구름이요 엎으면 비가 되니(飜手作雲覆手雨) 이처럼 변덕스러운 무리들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대 보지 못했는가. 관중과 포숙아의 가난했던 시절의 사귐을. 요즈음 사람들은 이 도리를 흙같이 버리고 만다네’라고 읊었다. 번수(飜手)는 손바닥을 위로 펴는 것, 복수(覆手)는 그 반대로 손바닥을 아래로 뒤집는 것을 말한다. 변덕스러운 소인배들의 우정을 일컫는 ‘복우번운(覆雨飜雲)’과 번복...
지난주 베이징에서 한·중·일 3국 기자들의 세미나가 있었다. 3국의 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마련한 행사였다. 이날의 주제는 ‘미디어 변화와 3국의 언론’이었는데 현장에서 주 이슈는 한반도 문제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세미나에 참가한 각국 기자들의 토론 태도에 대한 분석이 관심을 끈다. 중국 기자들은 이념적이고, 일본 기자들은 실용적이었는데 한국 기자들은 격정이었다고 한다. 물론 문제도 문제였으니까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하나 한·중·일 3국의 교육 현실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에 비춰 볼 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4차 산업혁명 ...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서 북미정상회담(6월 12일 싱가포르)의 성공을 위한 공동 노력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반갑다. 동시에 세 정상이 각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협력 ▶감염병·만성질환 등 보건 협력·고령화 정책 협력 ▶액화천연가스(LNG)·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협력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하면서 삼국 간 인적 교류 3천만 명 이상의 목표 달성을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이고, 캠퍼스아시아 사업 등 각...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렸고 이달 말쯤에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의 가시적 성과를 거둔다면…. 우선은 영국의 대표적 도박 사이트인 래드브록스의 올 노벨평화상 1, 2위 순위부터 바뀔 것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타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했으니 그렇게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북한 관련 주식 동향을 말하고, 파주 등 접경 지역으로 돈 보따리를 든 부동산 투기업자나 복부인들이 쏠릴 것이다. 이미 파주 땅값이 꽤 올랐다는 보도다. 남북경협이 성사되면 이...
딱 1년 전, 한반도는 전쟁 위기설에 휩싸였다. 북한의 핵 실험과 미국의 강경 대응 등으로 위기감은 공포 수준이었다. 정작 우리보다 중국과 일본이 더 난리였다. 중국에서는 한국에 유학하고 있는 자녀들에게 전화해 귀국을 종용하는가 하면 사드 문제도 있었지만 한국 여행이 기피 대상이 됐다. 일본은 의도적인 부풀리기로 추락하는 아베 총리의 인기를 되살리느라 앙까님(?)을 썼다.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책,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이런 분위기를 일거 바꿔 놓았다. 앙앙불락하...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댓글 정책이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심각한 범죄로 나타나고 있다. ‘드루킹’ 등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으로 알려진 네티즌들이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동안 믿기 어렵다는 인식은 있었으나 그래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의견 표명과 정치적 판단을 돕는다는 기대감이 철저한 조작과 왜곡에 농락(?)당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디지털 정치 브로커의 해악이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는 불신을 만연시켰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10%까지 가볍게(?) 떨어뜨렸다는 보도는 섬뜩...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는 견고하다. 국민 여론도 대단히 우호적이다. 지난 1년 동안 대통령의 지지율이 70%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전례 없다는 중론이다. 국회를 비롯해 제정당들이 자기 몫을 제대로 하지 못하려니와 칭찬 받을 만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주장까지 나온다. 이렇게 되다 보니 이번 지방선거의 후보자 경력란에 ‘문재인’ 이름 석 자가 들어가면 지지율이 10% 정도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까지 있다. 여당 지도부는 청와대와 대통령 핵심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하고, 내각의 상당수는 임무도 모...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북핵 문제 해결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의 시진핑과 일본의 아베가 각기 묘수(?)를 찾기 시작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대북 제재의 김을 적당히 빼면서 북한의 노동자들을 받아들이는 한편 우군을 확보하려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고, 일본의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북일 정상회담 등을 제안하면서 ‘저팬 패싱’에 대처하려 하고 있다. 묘수가 될지 꼼수가 될지 모르겠으나 저마다 한반도를 둘러싼 새로운 변화에서 한몫하려는 것...
중국 병법을 집대성한 ‘36계(計)’에서 여섯 번째 계책이 성동격서(聲東擊西)다. 풀이하면 소리는 동쪽에서 지르고 정작 공격은 서쪽에서 한다는 것이지만 핵심은 협상 테이블에서 2차적인 문제로 밀고 당기다가 양보하고 1차적인 목적을 성사시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회남자」 에 "따라서 용병의 바른 방법은 겉으로 부드러운 모습을 드러냈다가 상대가 오면 굳센 힘으로 맞이하고,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 강력한 공세를 취하는가 하면 움츠린 듯하다가 돌연 나아가는 것이다. 서쪽을 취할 생각이 있으면 먼저 동쪽을 공격할 듯이 해...
동북아가 격동기에 들어섰다.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무르익어 한반도 안정화의 틀이 만들어지기 직전이고, 중국에서는 절대 권력을 거머쥔 시진핑 시대의 제2막이 올라가고 있다. 일본의 아베는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런 모습이 어떤 결말을 낳을지는 불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표현처럼 아직도 살얼음 위를 걷는 조심스러운 행보이지만 분명 청신호임에는 틀림없겠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이번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되지 못한 중국과 일본. 그들이 다국 간의 틀이 만들어지면 어떻게든 한풀이(?)하려고 덤빌 터. 시진핑 주석은 강력한 1인 ...
동북아의 한·중·일 3국은 경제력이나 군사력 규모에서 세계의 상위권에 있다. 하지만 세 나라 공히 정치가 지향해야 할 바를 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민주주의의 탁월한 지도력을 찾아보기 어렵거니와 도덕적 권위로 존경받는 사랑받는 정당이 눈에 띄지 않는다. 중국은 최근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 개헌안에 대해 ‘여론이 일치해 지지하고 있다’는 선언을 하지만 과연 민심이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며, 베이징사범대 탕런우 정부관리연구원장의 말처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는지 그 대표성이...
몇 년 전 중국 외교부의 류젠차오(劉建超) 부장조리(우리의 차관보급)가 한국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건가?"라는 질문에 ‘짜오완(早晩)’이라고 답변했다. 통역은 이를 "조만간 방문할 것"으로 옮겼고 기자들은 이 뉴스에 흥분했으나 확인 결과 ‘츠짜오(遲早)’라고 했다. 풀면 ‘시간이 문제지 언젠가는 오지 않겠느냐’가 된다는 정도의 대답이었다. 이처럼 옮기는 과정에서 종종 한중 양국이 한자를 공통적으로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미세하게 뉘앙스가 다르거나 용법이 달라도 마치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처...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으로 중국이라는 급행열차에 올라타려 하고, 군사적으로는 미국에 의존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분열증을 겪고 있다"는 중국의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논평이 여전히 유효한가? 사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나라가 경제적으로 중국과 협력하면서 정치·군사적으로는 미국과 손잡고 있는 건 분명하다. 결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지 한국과 일본만의 현상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왜 환구시보는 두 나라를 꼭 집어 ‘전략적 분열증’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며, 우리 국민으로...
올해 22살의 청년이 테니스 대회에서 보여준 기량과 매너와 진심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1등이나 승리만을 목표로 아등바등 달려온 삶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는 너무나 생경했고, 마치 유전자가 완전히 달라진 듯한 새로운 세대를 보고 있는 것이다. 요즘 들어 단연 주목받는 이슈 가운데 청년세대가 있다. 그 대표적 개념으로 ‘밀레니얼 세대’와 ‘사토리 세대’가 운위된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출생한 연령대로 이들의 특징은 정보통신기술에 익숙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소통한다는...
세계 최대 첨단기술 경연장인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8)에서 한·중·일 기술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국의 굴기, 일본의 귀환, 한국의 답보’라는 인식이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라는 보도다. 이 전시회의 장소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컨벤션센터(LVCC)인데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드나들고,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업체들만 자리 잡는 곳이 센트럴홀. 여기에 부스를 차린 중국 업체는 가전업체 창훙과 TCL 하이센스 등을 비롯해 통신업체 화웨이, 세계 1위 드론업체 DJI 등이고, 중국의 최...
북한이 화성 15형 미사일 발사와 함께 선언한 ‘핵무력 완성’이 어느 정도의 핵무력 수준인지 계속 확인을 해봐야겠으나 확실한 것은 북한이 이제 미국의 군사적 옵션까지 억지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가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일단 외부 세력에 대해서 정권의 생존 보장을 ‘거의 확실하게’ 달성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오래전 냉전시대에 미국과 옛소련이 가공할 수효의 핵무기로 상호 확증파괴라는 억지력을 달성하는 모습에 익숙해졌고, 근래에 미국과 중국 사이의 최소 억지전략과 한일이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전략에 직면해 있음을...
문재인 대통령의 첫 중국 국빈 방문에 대한 성과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있지만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미 문 대통령은 출발하기 전에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역지사지하면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시간을 두면서 해결해나가는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사드 문제와는 다른 별개로 양국 간의 경제·문화 또는 정치·안보·인적 교류·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간을 두고 해결해나가는 지혜’는 일찍이 중국 개혁·개방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덩샤오핑이 40년 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어릴 때부터 시험을 많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건 조선시대도 그랬다. 다수의 양반들 거의가 평생 시험에 매달렸다. 엘리트의 충원이 여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시험에서 요구된 건 한문에 대한 숙련과 뛰어난 문장력이었다. 그 시대 중국은 상대적으로 오늘날의 미국 이상의 선진국이었으니 중국의 선진 문물을 흡수하기 위해서도 그랬고, 중국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도 그랬다. 다만 100여 년이 지나자 어느 정도 변화가 있었다. 과거시험에 합격한 사람과 떨어진 사람을 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사드 보복에서 한발 물러섰다. 국내에서는 물론 환영이다. 하지만 지난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서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실현하겠다면서 아편전쟁 이후의 능욕을 언급하며 "어떤 나라도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 보복 철회가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고, 그 흔한 유감 표명도 없었으니 일시적인 간보기 정도로 보면 될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한미일 군사동맹은 하지 않겠다는 우리 문 대통령의 방침에 일단 호의를 보...
우선 반가운 소식이 틀림없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한중 관계를 조속히 정상화하길 양국이 합의했다는 외교부 홈페이지의 내용은 기대를 불러 일으킨다. 이번 합의가 사드 갈등의 실용적 접근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서로의 입장이 다른 점을 인정하되, 이로 갈등하기보다는 이른바 구동존이(求同存異) 전략을 택했다는 점에서 한층 현실적이며 양국 관계 개선의 청신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 개막 보고에서 밝힌 것처럼 상호 존중과 협력, 상생에 기초한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