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하다가 까마득한 낭떠러지 밑을 바라보면서 문득 자유가 아주 가깝다는 엉뚱한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현실 도피일 수도 있지만 본향에 대한 무의식적 향수일 수도 있을 것이다.술, 마약, 게임은 현실 도피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정 시간 현실에서 동떨어진 세계에서 사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이 장기화되면 육체와 영혼은 피폐화된다. 영혼이 육체와는 다른 세계에서 장시간 머물기 때문이다. 인생의 고뇌에서 도피할 것이 아니라 극복할 일이다.우리 눈에 미래가 훤히 보인다면 오늘 분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늘 어떠한 노력을 하더라도 미래
지난 2월 7일 오후 10시 KBS 1TV에서는 100분간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를 방송했다. 이는 3일 전 사전 녹화한 대통령의 국민과의 신년대담이다. 여기엔 많은 문제점이 있다. 늦은 시간대에 국민과의 소통이란 명분으로 3일 전 녹화한 내용을 방송한 것은 현대 정치사에 희한한 의미를 남겼다. 매년 초 대통령과 국민과의 만남인 신년대담은 큰 의미가 있다. 국정 운영에 대해 최고 책임자는 정책을 이해시키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순간이다. 국민 대부분은 궁금한 현안과 대통령의 국정 철학, 다양한 정책, 애로사항 등등을 묻
이번 겨울, 인천 사랑의열매 임직원들은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 지난해 12월 1일 시작한 ‘희망2024 나눔캠페인’이 1월 31일로 62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다행히 인천시민 여러분의 도움에 힘입어 비록 예년보다 조금 늦긴 했지만 이번 캠페인도 나눔온도 100℃를 달성했다.돌이켜보면 이번 캠페인은 준비 단계부터 국내외 정세 불안, 경제위기,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 모금을 하기엔 만만치 않은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을 알기에 오히려 그 어느 해보다 캠페인을 촘촘하게 준비하고 시작했지만 결코 쉽지 않은 레이스였다. 시작부터 다른
친구에게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바로 감정을 털어놓지 못했다. ‘내가 화내도 되는 상황일까’, ‘내 감정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이것저것 따지는 사이 시간이 흘렀고, 이야기를 꺼내기엔 너무 늦어 버렸다. 집에서 잔소리하는 부모님께는 쉽게 짜증을 내면서도 밖에서는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자신이 실망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분노를 표출하는 일은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순간의 감정에 못 이겨 큰소리를 내거나 날카로운 말로 타인을 공격하는 사람은 비이성적인 사람으로 통한다. 나 역시 화를 억누르고 차분하게, 좋은
최근 국내 경제연구단체들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1%대에서 2%대로 낮은 전망치를 내놓았다. 이를 두고 정부나 각 언론은 경제 진단과 대응 방안에 대해 갑론을박하나, 경제전문가들의 우려는 국내 어두운 경제상황에 비춰 이웃 일본처럼 자칫 L자형 장기 저성장 터널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데 모아진다.저성장을 피할 수 없다면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코로나 사태처럼 극복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게 옳은 길이다.저성장이란 용어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한다. 저성장은 글자 그대로 국민 생산량(GNP) 감소로 인해 실업이 증가하고 가계소득이 주는 현상
누구나 힘들다. 다만, 다들 아닌 척하며 살아갈 뿐이다. 그러나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멋진 사람과 멋진 곳에서 최고의 순간을 남기며 누가 더 행복한가를 경쟁하는 듯하다.이러한 행복의 과잉 이면에는 역설적으로 고통 또한 많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과도한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며, 이는 고통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철학자 플라톤의 말처럼 모든 사람은 그들의 삶에서 가장 힘겨운 싸움을 하는지도 모른다.요즘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로 많은 사회문제가 야기된다. 특히 올해 트렌드는 돌봄 경제
올해 국가예산은 656조9천억 원으로, 그중 122조 원을 복지예산으로 편성해 국민과 복지 대상자의 복지를 지원하기로 했다.저출산 대응, 초고령사회 진입 대비, 소득 보장 강화, 돌봄정책 확대 요구, 사회적 고립 문제 등 새로운 사회문제 출현으로 국민들의 복지욕구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복지 대상자의 사회복지서비스와 지역사회통합 돌봄, 통합사례관리,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아동학대 공공성 사업과 같이 공공영역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영역 확대와 역할 강화가 요구된다.이처럼 국민과 복지 대상자의 복지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수년 전 필자가 구청을 방문해 목격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당시 취득세 신고를 위해 구청 세무과를 찾아 번호표를 발급받고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먼저 온 민원인이 세무과 담당공무원과 언쟁에 한창이었다. 그 민원인은 그날까지 취득세 신고·납부를 하면 된다고 알고 왔으나 담당공무원은 신고·납부기한이 하루 지났으므로 가산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30일은 한 달인가? 또는 60일은 두 달인가? 필자가 의뢰인들과 상담해 보면 의뢰인들은 30일과 한 달 또는 60일과 두 달을 같은 기간으로 생각하는 것을 자주 접한다.가령
최근 한국 사회는 ‘가치’ 아닌 철 지난 ‘이념’ 논쟁에 휩쓸렸고, 그것은 사회 전체 붕괴를 야기시킬 정도로 각종 분야에 영향을 끼친다. 식민지 생활 35년, 남북 분단과 사상자만 300여만 명이 발생한 ‘민족자살(nation suicide)’, 세계 최빈국 삶을 경험한 집단으로서는 불가사의할 정도의 현상이다. 인간사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가능하고, 또 그동안 만들어 온 민족성의 장점이면서 단점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래도 이 현상을 분석해 원인을 찾고 해결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대부분의 이해관계와 갈등 경험에서
자동차는 지난 130여 년 동안 이동수단으로 가장 중요한 일상생활 용품으로 성장했다. 긴 기간 자동차의 안전성을 보강하면서 각종 안전장치를 의무 장착했고, 각종 사고로 인한 사상자를 줄이는 확실한 정책이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자동차에 탑승하고 이동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사상자 발생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사고 이후보다는 이전에 선제 조치해 예방한다면 확실한 방법이 되는 만큼 사고 전후를 고려한 융합적 안전조치가 중요하다. 이 중 자동차 화재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특히 내연기관차와 전기
넷플릭스 최신 작품 ‘푸른 눈의 사무라이’에서 집중(deep think)과 그에 따른 정신력의 힘을 느끼는 장면들이 뇌리에 남는다. 분명하고 실효적 목표 설정과 스탠스가 주변과의 일상적 조화로움을 유지하는데, 좀 더 큰 의미로 이야기하자면 지속가능한 목표관리에 중요한 자산이 된다는 뜻이다. 웹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보는 일본판 복수 이야기고, 칼잡이 사무라이와 칼(刀) 도정에 관한 대목에서다. 에도시대 일본인 어머니와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의 주인공은 복수를 위해 칼을 잡고 당대 일본 최고의 도공을 찾아 스승으로 모신다. 칼을 만
"악마는 보통 평범한 모습이다. 우리와 함께 잠을 자며, 우리와 함께 밥을 먹는다. 항상 사람이 악마다." 영국 태생의 시인 W.H. 오든의 이 한마디는 인간이 가진 악마성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인간의 존엄성을 난도질하듯 잔혹한 범죄가 세상을 뒤흔들 때마다 우리는 인간의 무서움을 지적하며 그들을 비난하지만, 그들 역시 우리가 흔히 볼 법한 이웃이란 사실은 소름 돋는 진실이다. 결국 악마란 새롭게 창조된 존재가 아닌 인간 그 자체다.최근 벌어진 일련의 묻지마 범죄들은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고 할 만큼 일상을 공포로 물들인다. 오피스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한국의 사회갈등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얘기를 듣곤 한다.3년 전 6월 영국 킹스칼리지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갈등항목 12개 중 7개 항목에서 한국의 갈등은 ‘심각’ 수준이었고, 영국 BBC에서 발표한 조사(2018년)를 봐도 한국은 세대갈등 2위, 남녀갈등 1위를 차지했다.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발표한 자료(2021년)에서는 OECD 회원 30개 국가 중 갈등을 치유하려는 노력, 즉 갈등관리 능력이 27위에 그쳤다.이 정도라면 한국은 갈등공화국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더욱이 갈등이 정치진영 간 정
1. 주어진 환경에서 답을 찾자 첫 커리어를 도예가로 시작하는 조금 특별한 경험을 했다. 물론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디자인 학부로 입학해 세부 전공이 도예임을 조금 나중에 알게 됐다. 신중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고 당황스러웠으나 선택에 책임지려 부딪혀 보니 생각했던 점과 달랐다. 유학 기회가 생겨 교토에서 1년간 생활하기도 했고, 더 공부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 석사과정을 밟았다. 졸업 후에는 이천이나 여주에나 있을 만한 규모가 작지 않은 도자기 직업 체험관이 집 근처에 있음을 알게 돼 합류했다.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직업
네이처가 지난해 말 ‘2023년을 빛낸 과학계 인물’에 처음으로 비인간을 지명했다.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을 몰고 온 OpenAI가 그 주인공으로, 과학 발전과 진보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꿨다는 게 선정 이유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 가운데 하나인 챗GPT가 교육현장에 끼친 영향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인간의 언어정보를 대량 학습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출현은 인간만이 리터러시 주체가 아님을 물리적으로 증명한 선언이자, 사고와 표현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인간의 고유한 언어능력을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교육의 무효성을 제기한 도전적 사건이
문학산 우물에 관한 기록은 설화와 조사보고서 그리고 역사서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국구비문학대계」(1984)라는 설화집에는 "그 우물이 몇 길이나 되는지 모르지. 깊지, 아주 그런데 물맛이 가을에 가 먹어 봐두 그것이 물맛이 좋구 내년 봄에 가서 먹어 봐두 그 물맛이 좋다 이런 얘기야… 그 전에 그 물이 짰다 이 말이여"라는 진술이 있다.이경성이 주도했던 「학익동 문학산 방면 고적조사보고서」(1949)에는 현장 답사 기록과 논평이 실렸다. 우물의 위치와 현재 상태 그리고 동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우물과 관
대부분 사람은 지식의 유효기간이 지난 후에도 그것에 매달리고, 자신의 지식에 옭매여 새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지식에는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변화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변하는 지식은 항상 진실일 수 없다. 오늘은 진실이지만 내일은 거짓이 되기도 한다.사람은 신체의 힘과 지식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신체적 힘의 원천은 식품이다. 식품은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 섭취해야 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신선도가 떨어져 맛이 없고 배탈이 나기 쉽다. 마찬가지로 유효기한이 지나 쓸모없는 지식도 폐기해
철학은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누군가가 본질을 말하면 혹자는 "교과서 같은 말만 하네", "그렇게 살면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겠나?", "세상 물정 모르고 답답한 말만 하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개인이든 단체든 자신의 존재 이유에 해당하는 본질을 잊어버리는 순간 ‘배가 산으로 가는’ 혼란을 피할 수 없습니다.「엉뚱한 수다」(앤소니 드 멜로)에서 2개 사례를 찾았습니다.#1. 어느 죄인이 파문을 당하고 사원 출입이 불허되자 그는 신에게 기도했습니다. "신이시여, 제가 죄인이기 때문에 저들이 저를 제지합니다.
우리는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새해가 되면 많은 것이 새로워집니다. 집에 새 달력을 걸어 두는 것부터 새로운 교훈, 새로운 기구 편성 등 여러 가지를 새롭게 정비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새로워지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환경을 새것으로 했다고 우리가 새 사람이 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우리의 마음이, 우리의 속, 삶이 새로워져야만 우리가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새해 문턱에서 "악을 버리고 도(道)를 받으라"는 성경 말씀을 상고해 봅니다. "버리고 받으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한국 법제는 일본 법제의 지대한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해방 직후 독립국가 체제를 갖추기 위해 신속히 법제를 마련하는 일은 간절한 과제였다.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에는 서구의 근대 법제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춘 법률전문가 내지 지식인이 부족했기에 급한 대로 일본 법제를 본떠 신속히 입법을 진행해 국가체제를 형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헌법·민법·형법 등 다수 법들을 일본법 내용과 동일 또는 유사하게 입법했다.이처럼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왜 일본 법제를 본떠 한국 법제를 마련했느냐"고 무작정 비판하기는 어렵다.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