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중국을 방문한 서양학자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시진핑은 중국의 굴기는 평화롭게 일어서는 것(和平屈起)이므로 다른 국가들, 특히 미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고대 그리스 역사가인 투키디데스가 그의 저서 「펠로폰네소스전쟁사」에서, 신흥강국인 아테네의 부상에 위협을 느낀 스파르타가 이를 제압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설명에서 나온 말이다. 이런 ‘함정의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하버드대의 그레이엄 엘리슨 교수는 「예정된 전쟁(Des...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입학하는 대학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이러한 편견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이다. 인식변화는 박람회장을 찾는 방문객 수와 일반대학을 졸업하거나 중퇴한 뒤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유턴 입학생 수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9년 유턴 입학자는 1천526명이며, 지난 6월 1일 인천시교육청이 인천재능대학교에서 개최한 ‘2020 전문대학 입학박람회’를 찾은 방문객은 3천500명 정도에 달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각 대학에서 마련한 부...
300만 시대 인천은 대한민국 제3대 도시이자 7대 특·광역시 중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지역이다. 그러나 단순히 숫자의 증가만 갖고 대한민국 제3대 도시라 할 수 있을까? 과연 명실상부한가? 한때 인천의 지향점이 막연히 명품도시였던 적도 있었지만, 오늘의 인천을 어떻게 특징지어 볼 수 있을까? 인천적인 것, 인천다움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의 근원적인 실마리는 2030여 년 인천의 역사와 문화유산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2030여 년 유구한 역사와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도 오늘날 광역시 300만의 도시로 거듭 ...
뉴스를 듣고 있으면 따뜻한 이야기보다는 험악한 이야기가 더 많아서 불안하게 만들고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느끼게 한다. 청년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뉴스, 경제가 좋지 않다는 소식 등 별 반가운 소식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반가운 소식이든 반갑지 않은 뉴스든 요즘은 모든 것을 수량화해서 나온 결과치를 비교한다. 경제적인 수준이나 취업률 등은 물론이고 세상의 좋은 감정과 좋지 않은 감정까지도 모두 질문해 얼마나 삶에 만족하는지, 우울해 하는지 혹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
1.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은 소리 없이 불쑥 찾아왔습니다. 늦봄의 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미처 다 뽐내보기도 전에 도둑처럼 그렇게 불쑥 찾아와 당당한 표정으로 내 앞에 있습니다. 며칠 전 하루 종일 비가 내렸고 빗물의 집요한 닦달을 이겨낸 최후의 꽃들마저 이튿날 부는 바람에 한 잎 두 잎 속무무책으로 떨어져갔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꽃들을 안쓰러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꽃들은 이미 봄 햇살 속에서 자기의 소임을 다하고 물러나는 것이기에, 그리고 지척에 다가와 미소 짓는 계절, 여름에게 선선히 자리를 내주고 떠나는 것이기에 ...
백령도 물개바위를 찾은 점박이물범들은 편안할까? 겨울이면 발해만의 유빙에 새끼를 낳는 점박이물범의 서식환경은 예전 같지 않다. 다채로운 어패류가 가득했던 발해만은 천혜의 어장이었지만 요즘은 아니다. 온난화로 유빙 형성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공장 폐수가 걷잡을 수 없게 쏟아지면서 물고기가 괴멸돼 점박이물범은 다음 세대를 잇기 힘겹다. 그래도 잊지 않고 이맘때면 백령도를 찾아오니 고맙기 그지없다. 인당수에 물고기가 많은 덕분이라는데, 작년보다 많이 찾아온 점박이물범은 물개바위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안타까웠는지, ...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발표한 환경성과지수(EPI) 2016 연구에서 한국의 공기질은 미세먼지 180개국 중 173위라고 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와 우리나라 환경부의 기준치를 초과한 날이 연중 60일을 넘겼다는 것이다.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은 좋지 않은 공기 속에 살아가는 도시들 가운데 더 심한 지역에 속한다. 지역별 대책을 보면 인천지역의 특수성이 있음은 분명하다. 서울시는 초미세먼지 오염물질배출 기여도가 도로 이동으로 44.9%, 비도로 이동원이 19.2%, 비산업연소가 32.9% 등으로 보고 지난 ...
고전이 가치를 갖는 것은 그 속에 녹아있는 세상의 이치와 인간관계의 지혜가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의 삶의 지혜가 압축된 고사성어도 그러하다. 앞선 세대의 삶의 경험들이 반면교사로 혹은 타산지석의 거울이 될 수 있고, 길을 잃은 ‘환상의 나라’에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고사성어를 통해 이 나라가 처한 몇몇 문제점을 살펴보겠다. 먼저 춘추전국시대 한비자에 나오는 정(鄭)나라 어떤 사람의 신발 사는 이야기인 정인매리(鄭人買履)의 고사는 이 정권에서도 유효하다. 그는 신발을 사려고 자기의 발 치수를 재...
도시재생이 화두다. 지난주에는 그동안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한 도시재생사업 성과를 한곳에 모은 ‘2019 도시재생 산업박람회’가 열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인천항 8부두에 위치한 상상플랫폼(옛 곡물창고)에서 개최된 이 행사에 참여한 네덜란드 건축가 뤼르트 히테마는 강연을 통해 "지역에 내재해 있는 자산을 바탕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할 때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이 말이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그동안 진행된 도시개발사업이 지역특성을 간과한 채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도시재생 사업이 도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라고 올해 신문과 방송에서 연일 보도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임신할 수 있는 여성이 평생 얼마나 많은 아이를 출산하는가를 통계로 생산한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2.0이 넘어야 인구가 증가하든지 최소한 정지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2019년 2월의 합계출산율이 0.98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최저를 향하고 있었고 최저를 기록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하고 있었던 일이다. 엄청난 비용이 저출산 대책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었으나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것을 결과로 보고 있...
2019년도 벌써 4월로 접어들었다.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고 봄 향기를 고양이 같다고도 했다. 겨울을 막 지난 뒤라 아직은 황무지 같은 대지에 서면 얇아진 속옷에 스며드는 봄바람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고양이 털처럼 부드러운 햇살에 만물이 소생하니 그 생명력을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를 통해 공감한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雪)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생명을 길러주었다…....
혹시 당신은 봄날의 기적을 경험한 적 있습니까. 오래 전 어느 봄날, 나는 1차 등록 기간을 지나친 채 추가 등록 마감을 하릴없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감 하루 전까지도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나는 비통한 마음으로 노천극장 계단에 한참 동안 앉아 있다 과사무실에 들러 휴학 신청서를 받아 책가방에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온갖 고뇌를 홀로 감당해야 하는 비극의 주인공 같은 표정을 하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한동안 찾을 일이 없을 교내 식당에 들렀습니다. 당시 나는 현실의 무게와는 별개로 집요하게 찾아들던 천연덕스러운 허기를 생각...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은 뱃놀이나 하자는 게 아니다. 6·8공구 유수지 조성에 따른 홍수 조절이 주요 목적이다." 재난 방지보다 경제성을 위한 사업으로 변질하려는 징후에 개탄하는 목소리를 최근 한 언론이 전했다. 송도신도시 외곽을 4각으로 연결한 수로에 바닷물이 순환하도록 조성하는 워터프런트 사업은 애초 집중호우 대비를 계획했지만 취지에서 벗어난 변경이 기도되는 모양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해안 매립지는 유수지를 필요로 한다. 남동산업단지 유수지도 같은 이유로 조성됐다. 저지대로 흐르는 빗물을 임시로 모았다 바다로 내보내는 유...
지난 6일 글로벌 대기오염 기관인 ‘에어비쥬얼’에서 발표한 도시별 대기질 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공기가 탁한 도시로 서울과 인천을 꼽았다. 방글라데시 다카와 인도 델리보다 더 짙은 오염을 기록했다. 가뜩이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속에서 숨을 헐떡이며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세계적 위험도시가 되고 있어 해외로 이민을 가거나 잠시 출국했다가 돌아오는 가정들도 있다. ‘극성맞은 엄마’들에 의한 여행이 가능한 세대는 그렇다 하더라도 하루벌이로 살아가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더 큰 상실감으로 돌아오고 있다. 공기청정기 설치는 물론 매일 바꿔줘...
목련과 매화가지에 서둘러 피는 꽃들은 벌써 봄을 알리는 신호이다. 이 소식들이 북녘까지 전해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영변 약산의 진달래’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소월의 시가 있던 그곳은 이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북한의 대표적 핵시설이 돼 버렸다. 지난달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양쪽의 주장이 양립할 수 없는 난해한 제로섬 협상이었다. 북한은 김 씨 왕조의 생존권이 걸린 핵과 미사일을 폐기할 수 없으며, 미국 또한 북한의 핵과 대량학살무기를 그대로 둘 수가 없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동아시아 전체가 ...
일제강점기 군수물자 생산의 전진기지였던 인천에는 지금도 당시에 세워진 공장과 근로자를 수용하기 위해 만든 사택이 남아 있다. 그 중에서도 부평 미쓰비시 사택은 국내 강제징용의 역사를 간직한 대표적인 유산이다. ‘삼능줄사택’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이곳은 작년 11월 대법원이 확정한 미쓰비시 강제징용배상 판결과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상징성이 큰 역사의 현장은 보존돼야 마땅하지만, 부평 미쓰비시 사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첨예한 대립구도는 쉽사리 결론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다수의...
많은 간호사들이 병원 취업 초기에 순조롭게 적응하지 못하고 이직을 한다. 단순하게 적응을 하지 못해서 나오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의 왕따 문화 때문에 나오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졸업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소식을 들으면 매우 걱정하면서도 동시에 기쁨을 느낀다. 불분명한 자신의 미래가 취업이라는 사건 하나로 분명해지는 순간이라서 큰 걱정을 덜게 되는 생애 큰 사건이다. 졸업생 입장에서는 사회생활을 하게 되는 첫발을 내딛게 되는 순간이라서 잘 해나갈 수 있을지가 염려스러운데 확실하게 염려를 해야 하는 상황이 여기저기...
현재 문화재청에 등록된 각 지자체의 문화재 중 ‘공원’이란 명칭으로 지정된 사례는 셋이 있다. 1989년 지정된 ‘서울 효창공원’(사적 제330호)과 1991년 지정된 ‘서울 탑골공원’(사적 제354호), 그리고 비교적 근래인 2007년 지정된 ‘부산 재한유엔기념공원’(등록문화재 제359호)이다. 이들 중 조선시대 왕실의 능이 있던 효창원에서 기원한 ‘서울 효창공원’은 김구, 이봉창, 윤봉길, 안중근 등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바친 애국지사들의 유해를 모시는 공간이고, ‘부산 재한유엔기념공원’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군 전사자가...
세상의 색깔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낍니다. 새로운 계절,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말이겠지요. 변하는 계절에 대해 내 몸도 이전과는 다르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새벽녘에 이불을 끌어당겨 덮으면서도 낮이면 자주 창문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창밖의 풍경들을 말 없이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확실히, 그리고 언제나 계절은 저 혼자만 스리슬쩍 옷을 갈아입는 게 아니고 하늘과 땅, 나무와 바람,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변하게 하는군요. 사소해 보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이러한 변화는 또 얼마나 정교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
최근 인천시 동구의회 의원들이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해 송림동에 건립하려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과 관련한 면담을 가졌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의원들은 허가 심의 기구인 전기위원회 측에 주민 반발을 설명하고 백지화 요구 주민탄원서를 전했다고 언론은 밝혔다. 지난달 26일 동인천 북광장에서 궐기대회를 가진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주민 의견 수렴 없는 인허가 절차를 졸속으로 은밀하게 진행한 과정에 분노했다. 송도신도시에 세우려다 2017년 3월 주민 반대로 무산되자 그해 6월 극비리에 부지를 동구로 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