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에 일본과 한국, 중국 세 나라를 차례로 방문하는 것을 두고 일본과 중국은 2박3일, 한국에서는 1박2일을 체류한다고 해서 ‘코리아 패싱’이라는 논란이 있다. 사실 미국 대통령이 일본보다 한국에서 하룻밤을 덜 묵는다는 데 그냥 무시해도 좋을 사안은 아닐 것이고, 이를 두고 코리아 패싱 운운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요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중·일 삼국 순방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이냐에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발 빠르게 트럼프와 북한 납치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 부모의 면담에 공을 들...
지도자가 뛰어난 인재를 어떻게 불러내어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지 좋은 사례로 인구에 회자되는 것이 삼국지의 유비와 제갈량의 모습이다. 제갈량이 없는 유비는 무력한 존재였다는 점에서 이 얘기는 더욱 빛을 발한다. 중국에서 역사의 인물 유비를 평가하는데 이 대목은 단연 압권이기도 하다. 일본 메이지유신의 성공을 말할 때 료마와 같은 선구자의 예를 들지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에노모토다. 그는 원래 도쿠가와 막부의 해군사령관으로 끝까지 천황파에 저항한 조적(朝敵 : 조정의 역적)이었다. 홋카이도 하코다테에 성을 쌓고 최후의 항전을 ...
북한의 6차 핵 실험으로 세상은 또다시 발칵 뒤집혔다. 유엔안보리는 결의안 2375로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불러낼 수 있는 효과적인 압박과 관여의 첫걸음을 떼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당초 원안에서 크게 후퇴한 내용이기에 ‘절반의 제재’,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과연 그럴까? 북핵 문제가 되면 매번 미국과 중국의 책임 공방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일어난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옥죄기는커녕 뒷구멍으로 도와주는 책임론을 제기하고, 중국은 북핵이란 방울은 미국과 북한이 달았으니 방울 단 쪽이 책임이라고 응수한다. 그리...
사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와 생각은 몹시 혼란스럽다. 과연 중국은 한국에 무엇이고 한국은 중국에 어떤 나라인가? 흔히 한국은 중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나침반이며, 중국과 높은 보완적 관계에 있으므로 중국은 관습적 복속의식을 버리고 한국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한편,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중국에서 박 대통령의 인기가 높다거나, 최상급 국빈 대우를 받았다거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가입,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이고 천안문 망루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전승...
서울 시내버스에 소녀상이 등장해 일반인들의 역사인식 변화에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어 화제다. 물론 이 소녀상은 일제강점기 일본군에게 성노예 생활을 감수해야 했던 불행한 운명의 할머니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상징한다. 우리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소녀상으로 싸우는 이유는 일본에 지배당한 민족적 울분을 씻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있으나 본질은 짓밟혔던 영혼을 위로하고 그 신산했던 고통을 보상받도록 하는 데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10년 전 미국 의회가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 왜 박수를 보냈던가? 그 휴머니즘적 울림에 공감...
시진핑의 중국은 군사 대국의 위용을 과시하려고 하고 있다. 장차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강국이 되리라는 주장과 인구 문제, 경제 불균형 등 내부의 한계 탓에 붕괴하지는 않겠으나 주저앉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교차하는 가운데 주변 국가에 힘을 통한 ‘중국의 꿈’을 실현하려고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마치 국유기업으로부터 걷은 세금 등을 기반으로 농민공(農民工 : 농촌 출신 노동자)에게 다시 후커우와 복지제도, 주택 등을 보급해 경제 발전을 추구한다는 이른바 ‘충칭 모델’을 중국 전체의 발전 모델로 받아들이면서도 충칭의 지...
류사오보의 죽음을 계기로 중국 사회의 인권 문제가 국제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인도주의적 고려를 해서 화장을 했다"고 밝히지만 부인과 친족들은 화장에 반대했고, 그의 묘지를 비롯해 기억할 만한 모든 것을 공산당이 지워버렸다는 비난도 거세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류사오보는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사"였다고 추모하면서 비판에 가세했고, 유럽연합의 융커 집행위원장 등은 "중국 정부가 양심수 석방과 소수 민족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류사오보의 죽음에 대해 세계의...
이혜훈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 공세 선봉에 섰던 ‘핵심 친박’이었다. 이후 그녀는 ‘왜 경제민주화를 실천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이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멀어졌다. 그 결과 2012년 총선에서 공천 탈락했다. 그때 그녀는 무대 뒤로 사라질 듯했다. 하지만 2017년 6월 그녀는 바른정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가 되어 화려하게 부활해 "보수의 본진이 돼 집권의 대안이 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꽃길’이 아닌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여성 정치인의 성공적 모델이 됐다고...
문재인 정부가 하는 걸 보고 많은 이들이 나랏일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한다. 걱정할 나랏일이 왜 없을까마는 최소한 박근혜 정부 때의 국정 농단, 국정교과서, 블랙리스트, 불통 같은 일에 분노해 촛불을 밝힐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기대다. 기대 이상의 모습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인사였다. 특히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성, 민정수석 조국, 공정위원장 김상조의 발탁은 신선하기도 하지만 의미심장하다. 한마디로 대통령이 ‘나는 이런 일을 하겠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메시지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이들...
일본은 지금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장기 집권이 확실하게 전망되는 아베 총리는 지난번 요미우리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은 일본이 새롭게 태어나 바뀌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때를 새로운 헌법이 실행되는 해로 하고 싶다"는 구체적 일정을 밝혔다. 개헌 찬성파가 개헌한 발의 요건인 중의원과 참의원 의석 ⅔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국회 사정을 보면 아베 총리의 기대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일본 국내 여론은 북핵·미사일로 인한 동북아 ...
서울특별시장 이명박은 2006년 야심찬 계획을 하나 발표했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다. 남한에 2천99㎞, 북한에 1천35㎞의 물길을 이어 한반도 전역에 3천134㎞에 이르는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553㎞의 경부운하를 시발로 하는 이 구상은 17대 대선에서 단연 핫이슈였다. 광고의 내용을 보면 그럴만했다. 한반도 동서남북에 3천㎞ 운하를 건설해 분열된 국론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하천 정비로 환경이 좋아지며…… 홍수 대비는 물론 가뭄 해소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건설비용 15조 원은 ...
드디어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낮은 자세와 겸손한 모습의 파격 행보(?)가 시작됐다. 지난 18대 대선 직후의 모습과 판이하다. 새로운 분위기가 싹트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시민의 촛불혁명’이 성공하고 ‘태극기·성조기 대열의 반대’가 좌절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국민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전복시키기도 한다는 ‘민수(民水)론’의 관점에서 보면 대통령을 탄핵으로 갈아치운 ‘국민의 집단 기억’이 이번 선거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하겠으나 한편으로는 이 기억이 새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데 활용되면 어쩌나 걱...
유비와 조조가 천하의 영웅이 누구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누가 영웅인가?" "내가 육안이라 어찌 영웅을 알아 볼 수 있겠소(備肉眼安識英雄)?" 유비의 대답은 흔히 식견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육안불식태산(肉眼不識泰山)이라 하듯이 눈앞에 있어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의미였다. 결국 조조가 당시의 유명 인사들에 대해 촌평했다. 원술은 총중고골(塚中枯骨 : 무덤 속의 앙상한 뼈다귀), 원소는 호모무단(好謨無斷 : 꾀를 좋아하나 결단력이 없음), 유표는 허명무실(虛名無實 : 명성은 있으나 알맹이가 없다), 유장은 수호지견(守戶之犬...
동북아시아 국제정치는 정글의 법칙이 적나라하게 적용되는 대표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상대국을 원망하고 비난하는 것은 쓸모 없는 분풀이에 불과하다. 그런 현상 가운데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있고, 우리 정부의 미세먼지 ‘중국 탓’이 있고, 일본의 웃음이 있다. 미세먼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며칠 전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모 후보는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 책임을 거론하며 상대 후보에게 국가 안보 시각에서 중국에 따져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요즘처럼 미세먼지를 마시느니 차라리 방사능을 쐬는 것이 낫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우리 정부가...
현재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대선 후보들의 안보 공약을 보면 미사여구나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이 많고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입장 변화를 보면 미덥지 않다. 안철수 후보는 "국가 간 합의는 존중해야 한다"면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회 비준과 국민투표까지 제안했던 입장을 180도 바꿨다. 중도·보수표를 얻기 위한 방편일 것이다. 문재인 후보 역시 "북한이 계속 핵 도발을 하고 핵 개발을 고도화한다면 사드 배치가 강행될 수 있다"고 했다. 사드 배치를 현실적으로 인정한 쪽으로 바뀐 게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촛불혁명, 그리고 대선 정국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이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부끄러운 서울대라는 말이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서울 법대 70주년 행사하면서 각계각층 유명한 서울 법대 출신 인사들 이름 학번별로 모아둔 전시물이 있는데 대한민국 망친 사람들 다 나옴"이라고 했다. 사실 올해 서울대 재학생·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끄러운 서울대 동문상’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 헌정사에 해악을 끼친 인물을 가리는 ‘멍에의 전당’ 분야에서 98%가 넘는 압도적 비율로 ‘법꾸라지’ 김...
탄핵이 인용되면서, 우리 정부 수립 이후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열한 분의 대통령이 물러나는 모습은 왜 이럴까 하고 착잡해하는 사람이 꽤 많다. 박수는 아닐지라도 국민의 마음속에 아쉬움을 남기고 떠난 대통령이 하나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주변 인물 탓일 수도 있고, 본인의 잘못일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정상적인 퇴임 모습은 기대하는 만큼 일어나지 않았다. 지도자의 자질 탓이냐, 지도자를 키우지 않는 풍토 탓이냐 하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사실 인간 세상에는 어디든 지도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국가나 정당은 물론 직장,...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 탄핵 열차가 종착역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적으로 여러 난제가 속출하고 있다. 국내적으로 정부 정책은 동력을 잃었고, 국정 공백의 장기화에 따른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국론 분열도 심각한 상태다. 막장 드라마 수준의 궤변과 몽니가 판치고, 정치적 공황에 빠진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내란 선동 발언까지 재생산되고 있다. 탄핵 찬반을 둘러싼 갈등이 급기야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파탄을 초래하고 있다. 국외적으로는 중국과 일본, 이웃 나라들과 갈등이 심상치 않다. 특히 사드 배치로 ‘한반...
촛불과 탄핵 반대 맞불을 보고 있으면 과연 사실이 뭘까 하는 의문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진실이 맥을 못 추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당연하다고만 해야 할 것인가. 관계자의 입을 봉(封)하려고 ‘국가 기밀 누설’, ‘국기(國紀) 문란 내지는 위반’, ‘대통령을 음해하는 기획 범죄’라는 단어가 출동해 겁을 주는 것은 물론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세무 사찰과 전화 및 이메일 도청을 서슴지 않고 청와대와 국정원, 검찰과 경찰 내의 검은 패거리들이 작당해 비판자를 공격한다는 일부터가 그렇다. 과연 그럴까?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가...
시진핑 중국 주석은 근래 들어 부쩍 자신과 남에 대한 잣대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지적에 눈감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는 자신의 가훈(家訓)이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마라)’라고 했었다. 나의 잣대로 남을 재단하거나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강요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의미 아닌가. 그랬는데 작년에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당(黨)의 핵심(核心)’이라는 칭호를 정식으로 부여받고 나서 핵심 보직에 시진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