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전쟁에 참여한 아가멤논 장군은 여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자신의 장녀를 산 제물로 바친다. 비극의 한가운데 서 있는 아버지 아가멤논도, 죄 없이 끌려가는 딸 이피게네이아에게도 선택권이 없었다. 이들은 여신 아르테미스의 요청을 따라야만 했다. 무력감은 자신의 삶이 타인에 의해 결정되고 통제될 때 극대화된다. 장기판의 말처럼 끌려다니는 인생은 희망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과 같다. 영화 ‘유전’은 가족을 지배하는 유전자의 비극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을 선택할 수 없듯 출산을 통해 전해지는 유전자 또한 막을 길이 없다...
한 가정을 이끄는 대표이자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의 역할은 전통적으로 우리네 아버지들이 맡아 왔다. 어머니가 안사람으로 집안 살림을 보살폈다면 아버지는 바깥사람답게 직장에 터를 잡고 회사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가족 부양의 책임을 짊어져 왔다. 아버지의 시간은 집안보다는 주로 사회생활에 할애되다 보니 어느새 가족들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되며 이내 불편해지게 된다. 게다가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달려야 하는 아버지들은 피곤하다. 때문에 집에 오면 쉬고 싶다. 그러나 보니 자연히 가족과 대화가 적어지고 이해와 공감의...
할리우드 황금기를 대표하는 여신들을 꼽으라면 오드리 헵번, 그레이스 켈리, 엘리자베스 테일러, 비비안 리와 같은 전설적인 배우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는 배우는 상당히 차별화된 분위기와 독보적인 아우라를 발산하는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미국 영화연구소가 선정한 위대한 여배우 1위에 선정된 바 있는 지성미와 독립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배우 ‘캐서린 헵번’은 20세기 미국 여성들의 인식의 변화에도 영향을 준 신화적인 인물이다. 그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12번이나 올라 4회 수상한 전무후무한 기...
문자보다 영상의 힘이 강력해진 포스트 역사 시대에 우리는 미디어가 구축한 스펙터클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본연의 모습과 실재가 갖는 진정성의 힘은 사라지고, 피상적인 이미지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가령 아름다움이나 행복에 대한 기준이 김태희나 전지현, 부가티와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를 모는 인생으로 간략하게 정의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다양한 가치는 사라지고 미디어가 이상화한 형상이 새로운 기준이 돼 채울 수 없는 욕망을 자극한다. 영화가 주는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활용된 이야기는 대중을 강하게 ...
트로이전쟁이 한창이던 때, 그리스의 장군 아가멤논은 과거의 실수로 여신의 노여움을 사 섬에 발이 묶여 출전하지 못한다. 그의 죄는 아르테미스 여신이 아끼던 사슴을 사냥한 것이었다. 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자녀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신탁을 듣게 된 그는 가족과 국가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첫째 딸인 이피게네이아를 공물로 바친다. 아비의 죄 때문에 이피게네이아는 억울한 죽음에 내몰리지만 이내 기꺼이 희생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전쟁에 참전한 아가멤논은 트로이를 상대로 승리한다.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아가멤논 가문의 이야기는 이...
감정을 감추는 것도 어렵지만, 없는 마음을 꾸며내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사랑하는 마음을 숨기는 것과 사랑하는 척하는 것 중에 무엇이 더 괴로울까? 둘 다 상당한 고역이겠지만 감정을 가장해 잇속을 챙길 수 있다면 정도의 차이일 뿐 사랑하는 척, 존경하는 척, 감사하는 척하는 거짓 가면을 쓸 수도 있는 것이 인간이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는 사랑과 욕망과 권력의 상관관계를 흥미롭게 다룬 작품이다. 18세기 영국에 실존했던 여인들인 사라 제닝스와 애비게일 힐은 더 많은 권세를 얻기 위해 앤 여왕의 환심을...
그리스 출신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전 세계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인물이다. 그의 최신작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는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요르고스 감독의 작품은 평범하지 않다. 그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투영하기보다는 새롭게 재창조한다. 그 세계는 기이하고, 이상하며, 종잡을 수 없다. 하지만 한 번 발을 들이면 떨쳐내기 힘든 매력으로 가득하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더 랍스터’ 또한 기괴한 매력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한 남성의 이별 통보 장면을 비춘...
3월이다. 봄이 왔다. 3월은 또 다른 의미로 한 해의 시작을 알린다. 연두색 새싹이 돋고 분홍빛 꽃망울도 터진다. 새 학기의 시작은 언제나 시끌벅적 활기차고, 신입생의 얼굴엔 발그레한 설렘이 감돈다. 그렇게 3월은 양력이나 음력 설의 첫날과는 다른 의미로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만물이 기지개를 켜며 도약을 준비하는 봄이 왔기에 오늘 소개하는 영화는 새로움과 도전이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작품을 선정했다. 영화 ‘스타 이즈 본’은 익숙함을 발판으로 하여 변화구에 성공한 작품이라 하겠다. 컨트리음악 아티스트 잭슨은 여전히 인기 있...
뮤지컬영화는 사운드 기술의 도입으로 본격화됐다. 1927년 워너브라더스사에서 ‘재즈 싱어’라는 음악영화를 선보인 후 소리의 특징을 극대화한 뮤지컬영화는 가장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잡는다. 1929년 한 해 동안 50여 편이 넘는 뮤지컬영화가 등장할 만큼 그 인기는 절대적이었다.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할리우드의 황금기는 뮤지컬의 전성기와도 일치한다.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안무와 함께 뛰어난 노래실력을 선보이는 몇몇 배우들은 스타덤에 오르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 켈리다. 1930∼40년대는...
운세, 사주팔자, 연애 궁합, 토정비결, 관상 등과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의 이용자 수가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궁금증이 운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운세와 관련된 학문은 일종의 통계학으로 볼 수도 있는데, 오랜 시간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특정 인상이나 태어난 년, 월, 일, 시를 조합해 운명을 유추하기 때문이다. 이들 학문은 중국 당나라 시기나 신라시대에 시작됐다고 하나 관상 등을 통해 운수를 유추했던 것은 동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관상학」이...
영화 역사상 한 획을 그은 감독들을 살펴보면 특정 장르에 특화된 경우가 많다. 서부극의 대명사는 존 웨인이고, 스릴러의 대부는 히치콕으로 통한다. 우디 앨런은 블랙코미디에 탁월하며, 찰리 채플린은 슬랩스틱 코미디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감독 스탠리 큐브릭은 다양한 장르에서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낸 인물이다. 완벽주의자적인 성향으로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도 유명한 이 감독은 60여 년간 활동했음에도 공개된 작품이 15편 안팎이다. 그 중 영화...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와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은 뮤지컬영화이자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대표작으로 통한다. 오늘 소개하는 ‘지구가 멈추는 날(1951)’도 와이즈 감독의 숨겨진 걸작이다. 이 영화는 미지의 외계인이 등장하는 SF물로 뮤지컬과 비교하면 낯선 장르적 실험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와이즈 감독의 대표작이 공교롭게도 뮤지컬영화일 뿐, 그는 공포·전쟁·판타지·로맨스·SF 등 다양한 장르에서 기량을 선보여 왔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 우주 모험을 소재로 한 극장판 ‘스타트랙’을 떠올려 보면 사이...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다름아닌 ‘정치’다. 비단 국회에서 나랏일을 보는 것만이 정치가 아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이 정치는 가족 간, 학생들 사이에서, 마을 반상회 등에서도 두루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민들을 위한다는 현실정치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 우리 손으로 뽑은 국민의 대표가 지역의 대변인이 돼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길 바라는 기대와는 달리 선거철에 보여 준 지역민들과의 잦은 소통과 지역의 일꾼이 되겠다던 공약...
2019년 새해를 맞아 각계각층의 의미 있는 신년인사들이 들리는 가운데 교황은 ‘모성’ 메시지를 내놓았다. 갈수록 각박해지고 단절된 자기만의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과 현대사회를 치료할 수 있는 해독제로 모성을 꼽으며, "우리는 영웅적 행위가 자기희생이라는 형태로, 강함은 연민, 지혜는 유순함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어머니들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전했다. 새해를 맞이해 누구나 한 가지씩 품게 되는 신년 계획에 ‘나를 아끼고 사랑하자’는 목표와 함께 주변을 포용하는 따뜻한 배려 한 스푼도 첨가한다면 좀 더 따뜻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연말연시, 각종 기념일과 명절을 맞이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는 손 글씨로 쓴 편지가 아닌 문자나 이메일 혹은 SNS로 대체된 지 오래다. 빠르고 신속하게 인사를 전할 수 있는 각종 매체들이 갖는 장점과 이미 변화의 흐름 속에 정착된 온라인 감성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때론 우편함을 살펴보며 집배원 아저씨가 가져올 편지 한 장을 기다리던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편지지를 고르고, 썼다 지웠다 적절한 문구를 고민하고, 책에 있는 좋은 글귀들을 인용하기도 하며, 말린 꽃이나 낙엽들을 소중히 첨부해 빨간 ...
가장 미국적인 장르라 할 수 있는 뮤지컬 영화는 흥겨운 춤과 노래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유성영화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이 장르영화는 1930년대를 시작으로 1950년대에는 전성기를 맞이한다. ‘브로드웨이 멜로디’나 ‘42번가’ 등의 초창기 뮤지컬 작품들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연 무대를 중심으로 극이 펼쳐지는 백스테이지 뮤지컬이 주류를 이뤘다. 이에 변화를 준 감독으로 빈센트 미넬리를 꼽을 수 있는데, 그의 작품들은 공연예술인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내세워 자연스럽게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뮤지컬을 ...
2018년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오늘, 한 해를 돌아보며 열심히 살았노라고 스스로를 토닥거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대단한 성과나 성공도 좋겠지만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소확행이 있다면 그곳이 낙원일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카이로의 붉은 장미’는 영화 관람이 인생의 낙인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1930년대 대공황기 뉴저지. 웨이트리스로 근무하는 세실리아는 술과 노름에 빠진 남편 때문에 삶이 더욱 고단하다. 그녀가 현실의 고통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극...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에는 시간을 초월한 힘이 있다. 후대에도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생각에 깊이를 더해 주는 작품들은 고전이 된다.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은 1879년 초연 당시 남편과 아이들을 뒤로하고 자아를 찾기 위해 가출하는 여성을 그렸다는 점에서 논쟁이 됐다. 하지만 그러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주인공 노라가 겪어야 했던 가정과 사회의 위선과 보이지 않는 폭력은 관객들에게 개인의 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며 보수적이던 당시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는 동명 연극...
1973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연극 ‘에쿠우스’는 이듬해 브로드웨이에서의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전 세계로 확산됐다. 이후 45년간 꾸준히 사랑받아 온 이 작품은 신선한 충격과 강렬한 메시지로 여전히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1977년 제작된 동명 영화 ‘에쿠우스’는 원작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영화적 구성이 가미됐다. 한 소년이 저지른 범죄가 지역사회를 뒤흔든다. 여섯 마리 말의 눈을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이 끔찍한 사건의 중심에는 알란이라는 소년이 있었다. 그는 사건과는 어울리지 않는 작고 가냘픈 아이였다. 판사의 ...
세계의 인식을 바꾼 혁명적인 물리학 이론이 있다. 우선 천체가 도는 것이 아닌 지구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낸 갈릴레이의 ‘지동설’은 기존의 관념을 깨부수는 일대 혁신이었다. 낙하하는 사과를 통해 지구 및 물체 간 당기는 힘을 발견한 뉴턴은 ‘만유 인력의 법칙’을 통해 태양계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행성 운동을 설명했다. 20세기 과학의 아이콘인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통해 시공의 휘어짐을 설명하며 우주에 블랙홀이 있음을 증명해 냈다. 이처럼 위대한 과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동시대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