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최신 작품 ‘푸른 눈의 사무라이’에서 집중(deep think)과 그에 따른 정신력의 힘을 느끼는 장면들이 뇌리에 남는다. 분명하고 실효적 목표 설정과 스탠스가 주변과의 일상적 조화로움을 유지하는데, 좀 더 큰 의미로 이야기하자면 지속가능한 목표관리에 중요한 자산이 된다는 뜻이다. 웹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보는 일본판 복수 이야기고, 칼잡이 사무라이와 칼(刀) 도정에 관한 대목에서다. 에도시대 일본인 어머니와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의 주인공은 복수를 위해 칼을 잡고 당대 일본 최고의 도공을 찾아 스승으로 모신다. 칼을 만
"악마는 보통 평범한 모습이다. 우리와 함께 잠을 자며, 우리와 함께 밥을 먹는다. 항상 사람이 악마다." 영국 태생의 시인 W.H. 오든의 이 한마디는 인간이 가진 악마성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인간의 존엄성을 난도질하듯 잔혹한 범죄가 세상을 뒤흔들 때마다 우리는 인간의 무서움을 지적하며 그들을 비난하지만, 그들 역시 우리가 흔히 볼 법한 이웃이란 사실은 소름 돋는 진실이다. 결국 악마란 새롭게 창조된 존재가 아닌 인간 그 자체다.최근 벌어진 일련의 묻지마 범죄들은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고 할 만큼 일상을 공포로 물들인다. 오피스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한국의 사회갈등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얘기를 듣곤 한다.3년 전 6월 영국 킹스칼리지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갈등항목 12개 중 7개 항목에서 한국의 갈등은 ‘심각’ 수준이었고, 영국 BBC에서 발표한 조사(2018년)를 봐도 한국은 세대갈등 2위, 남녀갈등 1위를 차지했다.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발표한 자료(2021년)에서는 OECD 회원 30개 국가 중 갈등을 치유하려는 노력, 즉 갈등관리 능력이 27위에 그쳤다.이 정도라면 한국은 갈등공화국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더욱이 갈등이 정치진영 간 정
1. 주어진 환경에서 답을 찾자 첫 커리어를 도예가로 시작하는 조금 특별한 경험을 했다. 물론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디자인 학부로 입학해 세부 전공이 도예임을 조금 나중에 알게 됐다. 신중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고 당황스러웠으나 선택에 책임지려 부딪혀 보니 생각했던 점과 달랐다. 유학 기회가 생겨 교토에서 1년간 생활하기도 했고, 더 공부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 석사과정을 밟았다. 졸업 후에는 이천이나 여주에나 있을 만한 규모가 작지 않은 도자기 직업 체험관이 집 근처에 있음을 알게 돼 합류했다.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직업
네이처가 지난해 말 ‘2023년을 빛낸 과학계 인물’에 처음으로 비인간을 지명했다.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을 몰고 온 OpenAI가 그 주인공으로, 과학 발전과 진보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꿨다는 게 선정 이유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 가운데 하나인 챗GPT가 교육현장에 끼친 영향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인간의 언어정보를 대량 학습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출현은 인간만이 리터러시 주체가 아님을 물리적으로 증명한 선언이자, 사고와 표현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인간의 고유한 언어능력을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교육의 무효성을 제기한 도전적 사건이
문학산 우물에 관한 기록은 설화와 조사보고서 그리고 역사서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국구비문학대계」(1984)라는 설화집에는 "그 우물이 몇 길이나 되는지 모르지. 깊지, 아주 그런데 물맛이 가을에 가 먹어 봐두 그것이 물맛이 좋구 내년 봄에 가서 먹어 봐두 그 물맛이 좋다 이런 얘기야… 그 전에 그 물이 짰다 이 말이여"라는 진술이 있다.이경성이 주도했던 「학익동 문학산 방면 고적조사보고서」(1949)에는 현장 답사 기록과 논평이 실렸다. 우물의 위치와 현재 상태 그리고 동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우물과 관
대부분 사람은 지식의 유효기간이 지난 후에도 그것에 매달리고, 자신의 지식에 옭매여 새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지식에는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변화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변하는 지식은 항상 진실일 수 없다. 오늘은 진실이지만 내일은 거짓이 되기도 한다.사람은 신체의 힘과 지식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신체적 힘의 원천은 식품이다. 식품은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 섭취해야 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신선도가 떨어져 맛이 없고 배탈이 나기 쉽다. 마찬가지로 유효기한이 지나 쓸모없는 지식도 폐기해
철학은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누군가가 본질을 말하면 혹자는 "교과서 같은 말만 하네", "그렇게 살면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겠나?", "세상 물정 모르고 답답한 말만 하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개인이든 단체든 자신의 존재 이유에 해당하는 본질을 잊어버리는 순간 ‘배가 산으로 가는’ 혼란을 피할 수 없습니다.「엉뚱한 수다」(앤소니 드 멜로)에서 2개 사례를 찾았습니다.#1. 어느 죄인이 파문을 당하고 사원 출입이 불허되자 그는 신에게 기도했습니다. "신이시여, 제가 죄인이기 때문에 저들이 저를 제지합니다.
우리는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새해가 되면 많은 것이 새로워집니다. 집에 새 달력을 걸어 두는 것부터 새로운 교훈, 새로운 기구 편성 등 여러 가지를 새롭게 정비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새로워지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환경을 새것으로 했다고 우리가 새 사람이 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우리의 마음이, 우리의 속, 삶이 새로워져야만 우리가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새해 문턱에서 "악을 버리고 도(道)를 받으라"는 성경 말씀을 상고해 봅니다. "버리고 받으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한국 법제는 일본 법제의 지대한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해방 직후 독립국가 체제를 갖추기 위해 신속히 법제를 마련하는 일은 간절한 과제였다.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에는 서구의 근대 법제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춘 법률전문가 내지 지식인이 부족했기에 급한 대로 일본 법제를 본떠 신속히 입법을 진행해 국가체제를 형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헌법·민법·형법 등 다수 법들을 일본법 내용과 동일 또는 유사하게 입법했다.이처럼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왜 일본 법제를 본떠 한국 법제를 마련했느냐"고 무작정 비판하기는 어렵다. 생각
최근 전북 행사장에서 야당 국회의원이 입장하는 대통령과 악수한 후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고성으로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라고 외친 말이 전국에 방송을 타면서 정치적 논란이 가열된다. 이는 그 다음 벌어진 볼썽사나운 사건의 기폭제가 됐다. 그는 경호원들에 의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입이 막히고 사지가 들려 짐승처럼 행사장 밖으로 쫓겨났다. 이를 두고 여야는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확연하게 내세워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변함없는 이 나라의 저급한 정치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지방 행사를 도우러 온 대통
2020년 대한민국은 부캐 열풍이 일었다. 부캐란 부캐릭터의 준말로,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개그맨 유재석 씨가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활동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그런 부캐가 인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도로명주소법을 보면 ‘명예도로명’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이미 도로명이 부여된 도로의 전부 또는 일부 구간에 기업 유치 또는 국제 교류를 목적으로 군수·구청장이 도로명을 추가 부여하는 것을 명예도로명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법정도로명과 병기해 사용하는 명예도로명을 부캐라 볼 수 있겠다.지난해 12월 기준
얼마 전 영화 ‘코다’를 봤다. 배우 윤여정의 수어 수상 발표로 화제가 됐던, 그뿐 아니라 각종 영화제 상을 휩쓸었던 그 영화. 나 역시 코다를 안 지 꽤 됐지만 최근 수어와 관련한 전시를 보고 문득 생각이 나 보게 됐다. ‘Coda’는 청각장애인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일컫는 말이다. 청인인 자녀와 농인인 자녀 모두를 아우르지만 보통 청인인 자녀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목에서 알듯이 영화 주인공은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 ‘루비’다.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청인인 루비는 당연하듯 가족의 곤란한 일을 해
2023년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국정 운영 방향에 맞춰 ‘공공기관 혁신’이 사회 이슈로 대두됐다. 새 정부는 비대화된 공공기관 효율화와 대국민 서비스 질 제고를 위해 ‘공공기관 혁신’을 국정과제로 선정·추진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공공기관 혁신’을 위해 기획재정부는 같은 해 7월 전국 공공기관 350개를 대상으로 ‘생산성·효율성 제고를 위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2022년 7월 29일)’을 배포했다.또 2022년 6월 실시된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 17개 시도에서는 민선8기 정부가
정치는 정치권력 획득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직업이며, 정치인은 정치권력을 바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정치인은 그 누구보다 행동이 똑바르고 정의롭고 정직함은 물론 매사에 근면·성실해야 한다. 그런 자세가 아닌 사람은 정치해서는 안 된다.정치인에는 국회의원을 포함한 각급 의회 의원, 대통령, 시도지사, 시장·군수 등 법에 따라 국민이 선거를 통해 뽑는 공직자가 있다. 그 직을 속칭 벼슬이라고도 한다.국민 중에는 그런 벼슬 한번쯤 해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벼슬이라서 하고
수도권매립지 종료 시한 1년을 남겨 둔 2015년, 대체부지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4자 협의를 통해 3-1공구를 추가 사용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환경부 소유 토지 1천586만㎡를 인천시로 이양하고, 수도권매립지 관리공사를 인천시에 이관하기로 협의했다. 하지만 인천시 이관 약속은 그동안 논란만 가중되고 진척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15년 당시 환경부 장관은 언론과 국회에서 지방공사화는 지방자치단체 간 의견 대립으로 과거 이루지 못한 일을 4자 협의를 통해 협의한 것이고 수도권매립지 지방공사화는 지방자치법에 부합하며, 폐기물관리
1960∼1970년대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는 산아 제한 정책을 홍보하는 포스터가 거리마다 나붙었고, 1980년 초반 출산율은 2.1명으로 떨어졌지만 산아 제한 정책은 지속됐다. 1990년대 초반까지도 예비군 훈련장에서 정관수술을 권했고, 아내를 사랑하는 기준점이 됐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대한민국은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면서 ‘엄마 저도 동생이 갖고 싶어요’라는 공익광고가 나왔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는 인구절벽, 인구재앙, 대한민국 소멸이라는 섬뜩
삶은 관계의 상호작용이다. 서로 믿는 신(信)은 삶의 중심이자 뿌리고,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삶을 선(善)하고 조화(和)롭게 끌어가는 네 방위(方位)다. 인의예지신은 우리 사회의 공기와 같기에 맑은 공기 속에서 열고 달고 맺고 닫도록 과정을 살펴야 한다.근래 우리 사회에는 공정(公正)을 다투는 논의가 많았다. 청년들은 기회의 문제였기에 특히 민감했다. 사회 전체적으로 공정과 관련한 논의는 번영의 열매나 고난의 짐을 어떻게 분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눈앞의 이익에 멀어 근간이 흔들리고, 또한 원만하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새로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고 사회적·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 방식을 의미한다. 협력업체 관리는 공급망에서 파트너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ESG 원칙을 전파하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생태계 형성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기업은 환경친화적 경영 방식을 채택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는 탄소 배출 감소, 재생에너지 도입, 자원효율성 향상을 포함한다. 협력업체와의 환경적 책임 공유는 공급망에서 친환경 관행을 촉진하고, 지속가능한 제품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회적 책임은 노동 조건, 인권
2023년 12월 미래차 특별법(미래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촉진 및 생태계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이 통과해 자동차산업에 숨통이 트였다. 이 법은 미래차 시대를 위한 제작사와 협력사의 연계 강화와 지원은 물론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관련 지원을 강화하는 중요한 진보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률 27조 원을 넘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넘버3를 유지하며 최고의 실적을 냈다. 미래차 특별법은 반년의 유예기간과 준비기간을 거쳐 후반기부터 본격 시행한다. 문제는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