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어릴 때 알게 된 일은 사실로 믿고 지낸다. 요즘 문제적 고위 공직 후보자의 자기변명 투의 이기적 편향은 도를 넘었지만,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근대까지 수수천년 우리 국문자의 자리를 지켜온 한자는 누가 만든 문자인가. 오래된 문자일수록 단독 창제설은 납득이 잘 안 된다. 외려 여러 사람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게 더 수긍이 가지 않나 싶다. "누구는 어느 분야 처음이요 무엇은 어느 부문 최초라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처음 아닌 게 없다. 중국 창힐의 갑골문자보다 천년이나 앞선 신지의 골각문자가...
앞선 기호포럼에서 어떻게 한자라는 타국 문자를 한 자도 빠짐없이 한국말로 발음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과거 중국 왕조에서 만든 주요 옥편 「설문해자」와 「강희자전」에 표기된 반절법(反切法)에 따른 정확한 발음과 한자의 3요소(모양·뜻·소리)에 잘 어우러지는 발음은 한국말임을 밝혔다. 따라서 보통 알고 있는 상식과 달리, 한자는 중국문자라기보다 한국문자라는 게 더 타당하다고 말한 바 있다. 문자의 속성이나 기원을 살필 때는 현재 국가 간 강역에 한정해서는 안 된다. 그 문자가 발생했던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고대에 중...
이제는 매사 그대로 받아들일 때가 많다. 그럼에도 이것은 아닌데 하는 일이 상당한 세월 내 속을 툭툭 건드렸다. 한자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다. 일반적으로 한자는 중국문자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남의 나라 문자인 그 수만 개 한자마다 이른바 중국말이 아닌 한국말 발음이 가능한지 의아했다. 틈나는 대로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자전(字典)에 한자의 발음방법을 한자로 표기한 것을 ‘반절법’(反切法)이라 한다. 우선 자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허신의 『설문해자』와 4만9천여 자의 한자를 집대성한 『강희자전』에 대해 알아본다. 앞엣것은...
평화란 전쟁이나 분쟁 등 일체의 갈등 없이 평온한 상태를 말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전쟁이나 분쟁이 없이 평온한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주력 수출품이 예년처럼 팔리지 않고 있고 생산량마저 감소한 상태인데 일본이 주력 수출품 소재의 수출 규제와 화이트 리스트 제외로 우리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증시는 사이드카를 발동하고 환율은 오르고 있고 투자자들은 불안감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평온이 아니라 전시상황이다. 세계 증시와 달리 우리 증시만 폭락을 겪고 있고 주력 수출품은 물론 제조업 전반의 기업들이 기업 운영에 제동이 ...
세계적인 명문 영재 교육기관에는 이튼스쿨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그랑제콜, 미국의 토머스제퍼슨과학고 등도 있다.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고자 하는 수월성 교육은 입시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며 귀족 교육도 아니다. 발전적인 국가의 미래는 창의적 인재에 의해서 좌우된다. 그 창의적 인재를 길러 내는데 전국 2천358개 고교 가운데 외고 30개, 자사고 42개가 있다. 이 3%밖에 안 되는 고교가 다양한 교육 실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입시 교육을 부추기는 이들 학교 때문에 일반고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도 현실이다...
개여울에 두 발을 담그고 앉는다. 곁에는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꽃으로 온천지가 새하얗다. 청록 산뽕나무 그늘 아래 마파람이 땀 배인 옷섶을 파고든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소서 무렵에는 제철 과일 수박과 참외가 보양식이다. 밀짚모자를 눌러쓴 채, 짐실이 자전거 페달을 슬금슬금 밟으며 하오 느지막이 찾아온 개천은 한가하다. 조손과 모자 두 쌍이 여울 안 바위나 돌다리를 벗 삼아 노니는 모습이 자애롭다. 썰어온 과일 한 점을 입에 문다. 달차근한 맛이 혀에 닿기도 전에, 건너 편 둔치 물억새 사이 주저앉아 있는 장년이 클로즈업된다. 생...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못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는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만남의 중요함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며 상대의 안색을 보고 이야기의 진위는 물론 의중을 가늠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의 마지막 날 우리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느닷없는 트위터에 북한의 김정은이 DMZ에 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 중에 DMZ에서 만나 악수하며 인사하고 싶다는 트럼프의 트위터에 움직인 것이다. 오늘날 세상에서 가...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은 건축자산의 보전과 개발 논의처럼 다양한 시각과 다양한 의견이 맞서는 부분이다. 인천에는 개항과 더불어 오래된 건축물이 현존하거나 소멸되고 있다. 두 해 전 애경사의 건물이 졸지에 주차장으로 바뀌면서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있는 듯하다 소강상태에 놓여 있다. 그 당시 문화유산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다’, ‘건축물대장을 관리하고 유지한다’ 등의 다양한 관심이 쏟아졌다.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건축물대장 관리가 유지되고 있을 거라 믿고 싶다. 문화유산을 보전만 하는 것은 관리나 보수, 심지어 청소도 소홀하...
건강한 사회는 없는 자가 분노를 느끼거나 낮은 자가 혁명을 꿈꾸지 않는다. 아울러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회는 있는 자가 교만을 떨거나 높은 자가 책무를 회피하지 않을 때 도모할 수 있다. 결국 건전한 사회는 권리에 대한 주장보다 양보가, 이익을 위한 투쟁보다 협력이 우선적으로 담보돼야 실현된다. 물론 양보와 협력은 차별이 아닌 차이에 대한 긍정과 수용을 통해서 가능하다. 차이는 언제 어디에서나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차이의 발생에는 자연적인 측면도 있지만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이러한 차이를 확인...
지난 3회에 걸쳐 경인아라뱃길의 태동과 현황 및 활성화의 어려움과 관련해 칼럼을 연재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칼럼으로 경인아라뱃길의 기능 재정립을 위한 기본적 사고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현재 환경부에서는 경인아라뱃길의 기능 전환 또는 재정립을 위한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과거 경인아라뱃길이 개통된 후, 지금까지 경인아라뱃길의 역할과 기능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그리고 지금의 경인아라뱃길과 관련한 심각한 고민과 해결을 위한 노력은 매우 시의적절한 활동이라고...
평소 가까이하던 강물이며 다리같이 느껴진다. 부다페스트 두나(다뉴브)강 마르기트 다리, 지난주 그 위에서 수백 명의 헝가리 사람들이 아리랑을 합창했다. 싯누런 물살 위로 그들이 던진 추모의 꽃송이들이 일제히 꽃비가 돼 쏟아졌다. 지난 5월 29일 밤,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침몰사건. 멀리 동유럽의 내륙 국가 헝가리에서 이런 비극이 일어나다니 애색하다. 다리 곳곳에 추모의 촛불, 꽃, 쪽지가 쌓이고, 부다페스트 시청에서는 검은 조기를 게양했다. 특히 흰 한복을 입고 애도하는 헝가리 여인의 모습에서는 새삼 우리...
수출을 주도하던 주력산업의 수출품들이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벌어들이는 수입도 줄어들어 재정수지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동안 떨어지는 수출 규모에도 서비스 수지가 받쳐줘 경상수지 흑자가 만들어졌지만 수출 규모가 줄어들고 생산 규모마저 흔들리니 마침내 적나라한 민낯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이후 경상수지까지 흔들리는데 우리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가. 기적이라고까지 불리며 전쟁의 폐허에서 오늘의 발전을 이끌어온 우리의 성장스토리는 산업분야별로 들려오는 마이너스 소식에 한 시대의 ...
지난 두 번째 칼럼에서 경인아라뱃길의 현상적인 측면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다. 주지의 사실과 같이 경인아라뱃길은 해상물류 기능과 관광기능이 예측에 비해 매우 열악한 수준의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당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및 관련 공공단체와 시민단체에서 숙의를 거듭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변화 혹은 관심의 변화, 경인아라뱃길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상황과 입장, 이해 당사자간 대안 설정에 대한 숙의 실패, 때로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책임 소재 문제 등 다양한 문제로 개선 혹은 올바른 방향 제시에 ...
최근 슈테판 츠바이크의 「에라스무스 평전」을 읽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소설가이자 전기작가로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브라질 망명 생활 중 부인과 동반 자살한 비운의 문학가이다. 영국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Economist지에서 2016년 이후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부상하는 신고립주의와 국가주의, 인종주의의 흐름을 걱정하는 서방의 지식인들이 츠바이크의 마지막 저서 「어제의 세계」를 많이 읽는다는 기사를 보고 처음으로 접한 작가이기도 하다. 「어제의 세계」는 1, 2차 세계대전으로 무너진 이성...
지난번 칼럼에서 밝힌 바와 같이 경인아라뱃길은 2011년에 건설이 완료돼 2012년에 개통되면서 해상물류 기능 확충과 관광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경인아라뱃길은 건설 타당성 분석에서 예측된 것처럼 해상물류 기능과 관광활성화 부문의 실적은 기대 이하인 것으로 조사되면서 건설의 과정적 타당성과 결과적 타당성에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해상물류 기능과 관련해 국감자료에 의하면 개통 5년 차인 2016년에 김포터미널은 예측치의 1%, 인천터미널은 예측치의 8.9% 수준에 불과해 전체적으로 예측치의 4...
인천의 같은 장소를 놓고 다른 생각들이 넘쳐난다.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인천의 곳곳이 개발과 재건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원도심을 바꾸기 위해 계획도 많고 생각도 많다. 도시재생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동유럽의 국가 중에서 신시가지는 신시가지로의 모습이, 구시가지는 구시가지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이끈다. 이상한 곳을 만들지 말고.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모습이 조화를 이루는 곳을 벤치마킹하고 계획에 반영했음 한다. 도시재생은 말 그대로 도시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느릿하게 걸으며 볼 곳도 있어야 하고, 먹을...
지난 4일 미국은 아는데 우리나라는 모르는 정체불명의 발사체가 북한으로부터 발사됐다.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으로 수발이 발사됐는데 세계는 미사일이라 부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확한 분석이 나오지 않아 발사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우리나라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말이다. 장거리도 아니고 중거리도 아니고 동해안을 날다 떨어진 발사체는 분명 미사일이다. 장거리가 아니니 미국을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으로 날아든 것도 아니니 가까운 일본에서도 아무런 코멘트가 없다. 그런데 정작 대치국가인 우리나라...
텃밭에서 문득 일손을 멈출 때가 있다. 도회지 산자락 어디선가 적막을 깨며 들려오는 새소리에 젖을 때가 그렇다. 낮에는 뻐꾸기 울음소리로 그리움에 잠기고, 밤에는 소쩍새 울음소리로 애달픔에 빠진다. ‘뻐꾹 뻐꾹’ 두 소리마디로 울어대는 뻐꾸기 울음 속에는 향수가 풍겨난다. 주마등처럼 고향산천이 묻어나고 어릴 적 함께 살던 이들의 모습들이 다가온다. 아련하다. ‘소쩍(다) 소쩍(다)’ 두세 소리마디로 울어대는 소쩍새 울음 속에는 핏빛 정한이 들어 있다. 연이어 듣다 보면 무슨 한 맺힌 응어리가 풀어지는 것 같다. 서러움을 삭여주...
신상필벌은 혼란했던 저 먼 춘추전국시대에 법가가 채택했던 강력한 집단 질서 유지의 원리였다. 이 원리는 인간의 양심과 도덕성을 의심하고 자율성과 자발성을 불신한다. 그래서 억압과 타율적 강제가 비인간적이듯이 이 교설은 지나치게 각박하다는 혐의를 짙게 받는다. 춘추전국시대 열국을 통일했던 진나라는 열국의 중심국도 아니고 패권국은 더더구나 아니었다. 그런 북서 변방국에 지나지 않았던 진의 중국 통일에는 그 바탕에 상앙의 부국강병책이 자리하고 있었다. 후일 법가라고 지칭되는 그 부국강병책은 진나라가 강력한 법치로 중국을 통일할 수 ...
경인아라뱃길은 인천과 김포에 걸쳐 한강과 서해를 뱃길로 잇는 총길이 18㎞에 달하는 운하다. 2012년 경인운하가 개통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와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종국에는 2018년 10월 환경부에서 경인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경인아라뱃길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고, 공론화위원회는 아라뱃길의 항만, 물류, 관광 기능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공론화를 통한 기능 재정립 혹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만 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상황적 배경으로 오늘부터 경인아라뱃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논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