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관측 111년 만의 폭염은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소득주도성장의 그늘 아래 힘든 영세사업자에게 폭염은 끓는 물이 됐다. "미국, 일본, 여기서도 태풍이나 호우 예측을 잘못해서 정말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했거든요. 그걸 보면서 지구 온난화와 심각한 기후변화가 이제는 우리가 예측하기 힘든 기상현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해서 기상청에서도 이런 기후변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예보 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되지 않느냐고 생각한 것이지요." 지난달 31일 40년간...
최근 북한에서는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경제제재의 숨통을 트기 위해, 남쪽을 향해 ‘우리민족끼리’의 ‘민족공조’를 띄우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민족은 무엇이며, 민족공조로 무엇을 하자는 것일까? 민족이란 말은 18세기 후반 ‘국민국가’(Nation State)성립 이후 나왔다. 근대적 의미의 민족주의는 계몽주의 사상인 공동체의 자결원칙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기본으로 하는 자유주의사상이 한 축이 됐고, 프랑스혁명 이후 평등한 시민중심의 시민적 민족주의가 다른 축이 돼 태동하게 됐다. 이에 반해 수많은 소국가로 분할된 후발 국...
최장 기간 지속된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 최고기온과 가장 높은 여름철 최저기온 등 올 여름 무더위는 여러 기상관측기록을 갈아치웠다. 정말 더운 여름이다. 그런데 역대 최고의 폭염이라는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인용되는 ‘근대기상관측 111년 이래’라는 표현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이는 1907년을 기점으로 한 것이다. 그해 농상공부 소관 측후소 관제 공포가 있었고, 서울 등지에 관측소가 설치됐지만, 근대기상관측의 시작은 이보다 훨씬 앞선 1883년의 일이다. 인천, 부산, 원산해관에서는 통관물품에 대한 징세업무 외에도...
안희정 전 지사의 판결은 많은 국민들에게 아직도 남성중심의 사회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만들었다. 이번 정권에서 힘들여서 국민적 문화를 재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느낀 것은 권력을 사칭한 갑질에 대한 타도라고 느끼고 있었다. 이번에는 사회적 인식이나 공감능력이 좀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모처럼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은 비단 내 주변만은 아닐 것으로 본다. 미투운동으로 인한 폭로로 사회 전반에서 많은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전과는 다르게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변화를 ...
인천광역시는 민선 7기 시작을 ‘새로운 인천’ ‘인천특별시대’를 표방했다. 이미 인구 300만의 대한민국 제3대 도시로, 면적에서도 1천62㎢에 이르러 7대 특·광역시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B.C 18년 비류의 미추홀 정착으로부터 인천광역시에 이르기까지 2030여 년의 역사적 흔적과 사료(史料), 그리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기록들은 인천 발전의 바탕이자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광복 후의 혼란과 경제개발이라는 과제 속에 문화의 개념조차 정립하기 어려웠던 시절, 일제강점기 일본인의 도시로 성장했던 인천...
가공할 폭염입니다. 한낮의 최고기온은 매일매일 경신되고 있고 도시의 거리는 한증막 속같이 뜨겁게 달구어져 식을 줄을 모릅니다. 혹시 올 여름 더위가 인간에게 살의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이러한 예사롭지 않은 더위가 사실 인간의 욕망 때문이고 그 욕망으로 인한 환경파괴의 소산이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그걸 모르겠어요? 말하면 새삼 짜증이 날 뿐 현재로선 결코 반성모드가 돼 환경의 소중함을 되새길 겨를이 없습니다. 그만큼 맹렬하니까요. 그만큼 혹독하니까요. 하지만 절대자의 의도적 심판이거나 외...
덥다. 요즘 사람과 만나 나누는 이야기가 단순해졌다. 북미관계도 소상공인의 어려움도 뒷전이다. 덥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언론은 1994년 이후 최고의 폭염이라고 자료를 제시하지만 지나간 경험이다. 작년 여름도 끔찍하더니 올해는 작년을 찜 쪄 먹을 태세다. 대기권의 온실가스 농도가 점점 심각해진다는데, 이 폭염이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면 내년은 얼마나 두렵게 다가올까? 환경활동가는 지구 평균 기온이 100년 전에 비해 섭씨 1도 정도 올랐다는 걸 상기한다. 겨우? 하지만 10여 년 전, 0.7도 정도 평균 기온이 상승했을 때,...
"나는 소 치는 목동이나 말을 모는 사람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음식을 먹고 있소. 우리는 똑같이 희생을 하고 똑같이 부를 나누고 있소. 나는 사치를 싫어하고 절제를 하고 있소." 전 세계의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 칭기즈칸은 자식들에게 물질적인 천박함이나 허튼 쾌락을 추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세계 정복을 꿈꿨던 그는 자식들에게 나라를 정복하는 것은 군대를 정복하는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가장 중요한 교훈으로 꼽으며 나라 정복은 민심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도 명령을 내리는데 익숙했지 자녀들을 교육시키거나 설명하...
인류역사에서 개인의 자기 발견과 자아에 대한 인식은 그리 오래지 않다. 중세시대가 막을 내리고, 인간중심의 시대적 정신운동인 르네상스가 유럽을 근세시대로 전환시키면서 개인발견의 발아가 시작됐다. 그 후 루터의 종교개혁을 거쳐 19세기에 와서야 계몽주의에 의해 ‘스스로 생각하고, 교육하며, 결정하는’ 근대적 개인의식이 확립됐다. 특히 개인의 양심이 교회의 권위를 반대할 수 있다는 루터의 주장으로, 단독자로서의 개인이 절대자에게 직접 대면할 수 있다는 개혁사상이 인정받게 됐다. 그러나 그 대가는 값비싼 것으로, 유럽이 30년간 신...
목조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일본의 근세도시는 작은 불씨 하나로 도시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곤 했다. 1657년 도쿄에서 발생한 화재는 10만7천4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초대형 화재였다. 도쿠가와 막부는 이를 계기로 소방체제를 정비하고 도시 곳곳에 방화시설을 설치했다. 화재감시탑 설치가 의무화 된 것도 이때부터이다. 적군의 침입을 감시하던 망루를 본 딴 화재감시탑은 목재로 만들기 시작해 철탑으로 바뀌고, 나중에는 소방서 건물의 일부로 세워지면서 철근 콘크리트조도 등장한다. 탑 꼭대기에는 감시자가 머무는 공간과 경보용 종이 달려...
영화 터미네이터가 처음 나왔을 때가 1984년이다. 이때는 정말 공상과학영화로 생각되면서 이런 미래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우려 섞어서 이야기 주제로 삼았다. 도입부 배경은 2029년 인간이 기계의 지배를 받으면서 인간은 기계의 노예로 전락하고 비참한 생활을 한다. 터미네이터는 그 당시 인기를 끌면서 시리즈로 나왔다. 현대 과학으로 만들 수 있는 재료로 만든 로봇과 인공지능이 가미된 사이보그의 출현은 그 당시에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지금 인공지능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고 있고 터미네이터가 영화로 나왔을 때보다 우리들은 더 현...
5월 26일 오후 세 시, 남북 정상들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첩보작전처럼 은밀하고도 전격적인 만남을 가졌다. 지난 4월의 1차 정상회담 이후 꼭 한 달 만의 일이다. 미국이 북미회담을 돌연 거부함으로써, 모처럼 불붙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희망의 불꽃이 사위는 것이 아닌지 모두가 아쉬움과 불안함에 맘이 편치 않을 때 이뤄진 뜻밖의 회담이었다. 주말을 맞아 다소 이완된 기분으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던, 혹은 야외에서, 술집에서, 야구장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주말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많은 국민들은 다시 한 번 ‘이 뜻밖의...
어릴 적 살던 주안 일원을 최근 걸었다. 첫 기억이 어린 지역은 오래 전에 사라져 지금은 다세대주택이 빼곡한 골목으로 특징 없게 변했는데, 주민들의 숙원이던 재개발이 하나둘 시작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웃의 왕래로 살가웠던 예전의 마을로 되돌아갈까? 전혀 기대하기 어렵다. 옆집과 머쓱한 눈인사를 나눴던 다세대주택을 헐어낸 자리를 한결같은 초고층 아파트로 채울 예정이라고 한다. 송도와 청라 신도시의 초고층 아파트단지가 그렇듯, 낯모를 주민들이 스쳐지나갈 따름이겠지. 연수구 기존 주거지와 송도신도시 사이를 가로지르는 제3경인고속도...
‘판문점선언’은 우리 민족에게 큰 기대를 갖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도 신선함을 안겨 줬다. 북미회담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하더라도 분단의 상징을 평화공존의 장으로 만들려는 양 정상의 노력은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북의 젊은 지도자가 과거와 마찬가지로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 한 이번 선언은 세계사에서 이정표를 찍게 될 것이다. 국민 90%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음에도 일부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 의미가 없는 종잇장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동안 속아왔고 이번에도 또다시 우리를 속일 것이란 확신...
다수의 생각은 항상 선이고 옳은 것일까? 그러하다면 그들이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올랐을 때, ‘다수의 횡포’를 행사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누구나 가지게 된다. 존 스튜어트 밀은 150년 전 그의 「자유론」에서 이러한 횡포를 경고하고 있다. 왜 그는 이런 두려움을 느꼈을까? 이는 곧 정치체제와 제도로서 구가되던 그 당시의 민주주의에 대한 실망이었다. 민주주의란 ‘개인(인민)의 자기지배’가 돼야하나, ‘각자가 스스로를 지배하기’보다는 ‘반대편의 나머지 사람들에 의해 지배’받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횡포로부터 진정한 민주주...
등짐을 진 부두노동자와 구걸하는 어린이, 초가집과 토막집, 부패하고 무능한 관리. 제국주의자의 눈에 비친 개항장 인천의 모습이다. 조선의 품격은 간 데 없고, 망해가는 나라의 비루한 모습뿐이다. 그들의 시각은 외국인이 세운 건물에 초점이 맞춰 있고, 그들의 잣대로 우리의 문화를 재단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료를 들춰 개항기 인천의 모습을 찾다 보면 국가가 있기는 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인천 개항장에 있었던 조선관아도 외국인이 남긴 자료에 의존하지 않으면 연구가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다. 인천감리서에 이어 지금은 화도...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2017년에 전체인구의 14%를 넘어서 고령사회로 이행했다. 0세에서 14세까지 어린이보다 65세 인구가 더 많아져서 그 비율이 약 1: 1.1 정도에 달한다. 노인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해 앞으로는 거리에서나 외부에서 어린이보다 더 많은 노인들을 보게 될 것이다. 예상으로는 2026년에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어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아마도 이 예상도 더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전체 구성원 중 노인인구가 1/7을 차지하고 있는데 2030년에는 전체인구의 약 25%가 65세 이상이어서 1/4를 초과한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국립문화기관 유치가 그 지역 문화지수의 척도가 됐다. 그동안 국립문화기관의 불모지였던 인천에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자리했고 국립문자박물관이 조성되고 있으며 국립해양박물관 유치가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300만 인천시민의 문화생활 향유와 지수 확장을 위해서는 여전히 설립돼야 할 국립문화기관들이 많다. 무엇보다 2030여 년 유구한 인천 역사의 흔적을 되새겨보면 정작 설립돼야 할 중요한 기관이 자리하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시대 사서(史書)를 보관했던 ‘정족산사고(史庫)’와 왕실도서관인 ‘외규장각...
4월이 되면 많은 이들이 습관처럼 인용하는 시 구절이 있습니다. T.S 엘리엇의 ‘황무지’ 중의 한 구절인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기억과 욕망을 뒤섞고/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가 바로 그것이지요. 사실 ‘황무지’라는 시는 그리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가 결코 아닌데도 불구하고 시어들이 환기하는 묘한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시가 겨냥하는 주제나 시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 시를 읊조리곤 합니다. 그 중에서도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란 구절이 가장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고 할 수 있...
흑두루미가 돌아가는 계절인가 보다. 약속시간을 한 시간 이상 남기고 일부러 걷는데 하늘에서 한 무리의 커다란 새들이 ‘두룩두룩’ 선회한다. 순천만 일원에서 겨울을 난 흑두루미들이 여름을 지낼 시베리아 아무르 지역으로 떠나는 도중에 연수구를 지나치는 모양인데, 왠지 어수선하다. 하늘 저 높은 곳에서 영어 알파벳 브이를 넓게 펼치며 북녘하늘로 날아야하거늘 대오가 흐트러진 모습으로 희뿌연 하늘을 맴돈다. 먼 길 떠나기 전에 허기진 걸까? 순천만 일원에서 두둑하게 먹었을 텐데, 혹 숨이 답답해 그러는 건 아닐까? 수명이 긴 두루미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