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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작가는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는 선배 작가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진득하게 창작에 몰입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화가 나곤 했다. 헐렁하게 보낸 시간이 아쉬워 속을 끓이며 흘려버린 긴 세월 뭐 했었나 반성만 열심이다. 부여받은 소질이나 천재성은 애당초 내 것이 아니고 평범에서 조금 감성적일 뿐인 능력을 연마하는 데는 게을렀다. 오늘은 이래서 시간을 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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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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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는 사람들이 다니는 공원길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길의 모퉁이를 돌아서 공원길 바깥쪽으로 눈을 돌리면 작은 나무가 서 있는 경사면 아래 놓여있는 벤치가 보인다. 어느 날 그 벤치가 눈에 들어왔다. 으슥한 장소라고 볼 수는 없어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어 벤치는 원래의 쓰임대로 역할을 못하는 편이다. 가끔 남녀가 앉아 농도 짙은 스킨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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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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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간을 비행기로 날아가서 도착한 스페인 여행에서 만난 카를로스는 매력 있는 젊은이였다. 4살 때 스페인으로 이민 와 30년을 살았다는데 우리말을 정확하게 구사한다. 단어에 막혀 가끔 웃음을 자아내게는 하지만 그것이 여행 중인 우리를 도리어 즐겁게 했다. 지난밤에 피 빨아 먹는 파리한테 물려서 가렵다는 말을 듣고 스페인에는 피를 빨아 먹는 파리도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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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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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 마음을 전하는 것이니 복용하시고 건강하세요.”독서지도를 해주었던 한 학생의 어머니가 한의사이다. 갱년기 증상인지 올해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환절기를 심하게 앓았다. 감기도 달고살고 몸 여기저기가 편하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 학생 어머니와 가끔 전화 통화를 하면 건강하시냐고 안부를 묻곤 했다. 그러더니 어제 한약을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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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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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이 시작되는 새벽에 집을 나섰다. 삼목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첫 배를 타기 위해서다. 청보라빛 어둠이 옅어져가는 인천대교를 달리면서 사람의 능력이 이렇게 대단하구나, 바다를 가로지른 거대한 구조물이 새삼 경이로웠다. 어제 밤까지 몰아치던 바람과 시야를 온통 누렇게 만들었던 답답한 황사장막은 물러갔지만 바람의 기세는 녹록치 않아 첫 배가 출항할 수 있을지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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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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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1910년에 독일의 노동운동가였던 클라라 제트킨이 남성에 비해 차별적 대우를 받는 여성을 위해 코펜하겐에서 열린 여성운동가대회에서 제창해 세계여성의 날을 만들었다. 3월 8일을 세계여성의 날로 지정한 이유는 여성의 정치적 지위나 사회적 지위뿐만 아니라 임금을 포함한 노동조건에서도 차별이 심했던 당시 미국 여성들이 의연히 일어나 자연인으로서의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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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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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이런저런 계획으로 긴장하고 각오를 다진다. 2010년에는 열정으로 글을 쓰고 등산으로 체력을 다져 건강한 몸을 만들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다. 그 새해가 슬그머니 한 달 지나고 또다시 보름이 훌렁 지나갔다. 긴장이 풀어지면서 슬슬 타협을 하게 되고 핑계를 만들면서 연초 계획은 허물어져 갔다. 새해 첫 날과 설 사이 한 달 보름. 그리 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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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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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났다 무작정. 계획도 없고 목적지도 없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용기가 나지 않아 수십 년 마음 속에 그리기만 하다가 일을 냈다. 예측불가능한 위험은 어디에나 일어날 수 있는데 굳이 여행 중이 더 위험하다는 확증이 있어? 혼자 묻고 답하며 나를 부추겼다. 그런데도 막상 혼자는 조심스러웠다. 어색한 낙관론은 집중이 되지 않았고 신기루마냥 아득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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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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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이 꽤 넓었던 개울에는 띄엄띄엄 디딤돌들이 놓인 징검다리가 있었다. 디딤돌들은 높고 편편해서 딛기가 편해 보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위로 삐죽이 솟아 조심스러운 것도 있고, 또 물이끼가 끼어 딛기가 망설여지는 것도 있고, 옆으로 기울 것 같아 조마조마한 것도 있어 성큼성큼 건널 수 있는 만만한 징검다리가 아니었다. 나는 지금도 징검다리 앞에 서면 아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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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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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커서 대학생이 되고부터는 각자의 생활 사이클이 달라져 가족 모두가 식탁에 들러 앉아 여유 있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곤 휴일밖에 없다. 한 주를 자기 시간에 쫓겨 바쁘게 보낸 우리 가족이 모두 모여 느긋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휴일 점심이면 나는 비빔밥으로 점심상 차리기를 즐긴다. 가끔은 가스 불에 달군 옥돌 그릇에 여러 가지 나물과 날치 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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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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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와서 가장 좋았던 거요, 엄마 집에 와서 같이 지낸 거요.”“왜지? 관광도 하고 청와대에서 대통령도 만나고 기억나는 일이 많을 텐데.”“아니요. 나는 엄마네 집에서 머물렀던 시간이 가장 행복해요.”아키코는 딸애가 가입한 청소년단체에서 한일청소년 교류를 가지면서 우리 집에서 홈스테이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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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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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수술 안 한다. 그리 알고 부산스럽게 하지 마라. 인명은 재천이라 했다. 이 세상 와서 내 책임 다 끝냈으면 아쉬울 것도 없다. 이만하면 살 만큼 살았다.”아버지는 여전히 단호하시다. “이제 갈 때 되면 조용히 부름에 따를 것이다. 수술 후에 항암치료 받고 그 힘든 수발 자식들에게 떠넘기고 싶지 않으니 더 이상 성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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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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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는 활력의 에너지와 이별이 주는 아린 사연이 함께 하는 곳이다. 인천항 역시 역동과 애수가 공존하는 항구였지만 지금은 세계를 연결하는 항구로 크게 이름을 떨치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의 중심무대 역할을 해온 인천항은 우리나라 개항기부터의 부침과 영광의 세월을 기억하고 있다. 열강의 통상 요구로 개항을 하게 되고 일제 강점기의 수탈을 직접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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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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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입구에 걸려있는 현수막. ‘만 40세, 만 66세 생애 전환기 건강진단을 받으세요.’ ‘생애 전환기’란 말이 신선해 걸음을 멈추고 현수막을 올려다봤다. 40세는 중년기의 시작이고 66세는 노년기에 접어든 나이인지라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시점이다. 이후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점검이 꼭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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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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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내면을 향해 내려오는 시간이다. 스며들고 깊어지는 계절이다. 사위어 가는 것이 안쓰러워 모성애로 보듬고 싶어진다. 생명 가진 것들의 유한성, 애잔하다. 어느 시인의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빈 곳이 많아지면 가을이 온 것이고 그 빈 곳은 가을의 거처다. 성글어진 가슴이 외로운 가을은 우묵한 눈을 하고 우리 곁을 타박타박 지나간다고 표현했다. 바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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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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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진 안개로 새벽의 시계(視界)는 이 삼 미터 앞도 흐릿하다. 전조등을 켠 차들이 한가한 대로를 조심스럽게 서행한다. 가로수에 초록 생기 잃은 잎들이 매달려 웅크리고 있다.가라앉은 무채색이 무겁다. 나무의 팔이 피곤해 보인다.조금씩 기울면서 눕고 싶어 한다.눈꺼풀이 무겁다.풀어진 눈동자에 힘을 주어 본다.부스스 한 얼굴이 차창에 보인다. 푸석해서 지쳐 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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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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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도 지나고 이제 작열하는 태양도 조금씩 순해져가는 계절의 길목이다. 여름은 열기로 달아올라 과도한 열정이 때로는 광기로 변질되기도 하는 계절이다. 하루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드는 해운대 여름바다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을 봤다. 원색의 옷차림과 원초적인 본능이 얽혀서 용광로 같은 여름 해변엔 각가지 사연이 넘친다. 해운대 해수욕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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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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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에게 후천적으로 개발된 재능은 그 사람의 아이에겐 선천적 재능이 된다.’ 글을 모르는 비문해자들의 한을 풀어주고 그분들의 설움을 공감하면서 절절하게 와 닿는 말이다. 초등 수준의 읽기·쓰기·셈하기가 전혀 불가능한 완전비문해자가 성인 인구의 8.4%이고, 조금 복잡한 읽기·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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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