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북미회담이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초반에 결렬됐다. 첫 번째 싱가포르 회담에 이은 두 번째 회담에서는 상호 실무진들의 방문과 서신으로 기다렸던 결과물이 구체화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두 정상이 만나 협상을 한 것이 아닌 상호 입장 차이를 확인한 셈이다. 실무진들이 준비한 것과는 다른 내용으로 미국이 회담의 진행을 거부했고 북한은 다시 66시간 걸리는 기차로 돌아가야 했다. 톱다운 방식의 협상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여러 가지 방향의 가능성들이 시도될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으로 돌아간 트럼프 대통령은 꾸준히 ...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시대를 초월하는 잠언이라 할 만하다. 예나 이제나 인사 문제는 늘 시사의 관심거리다. 각 나라의 대통령으로부터 중소기업 평직원에 이르기까지 이에 대상이 안 되는 사람이 없다. ‘인사’는 여느 조직에서 사람의 채용, 배치, 평가, 보상 등 여러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선출·임면·기용의 뜻으로 좁혀본다. 바람직한 인사는 흔히 적재적소 배치라고 일컬어진다. 그 일을 신나게 잘하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한데, 현실은 그러지 못해 세사에 상당히 회자된다. 자유민주국가의 대통령을 국민 투...
1991년 남북한은 핵무기 제조와 보유, 사용 금지, 우라늄 농축 금지, 비핵화 사찰을 골자로 하는 비핵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그 결과 미군의 전술 핵무기는 남한에서 완전히 철수했지만 북한은 남한을 비롯해 미국과 국제사회를 속이고 은밀히 핵무기 개발을 진행했다. 파키스탄의 핵 개발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북한에서 핵무기로 보이는 핵 장치 3개를 목격했다고 밝힌 것이 1999년 무렵이었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그 당시에 미국 정보 당국은 이미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보유하고 있었을 것으로 관측했다. 200...
세월의 흔적을 오롯이 지켜오고 간직한 곳을 노포(老鋪)라 한다. 50년 이상을 그 자리에서 그 맛을 지켜온 가게, 또한 노포라고 부른다. 누군가에는 추억이고 누군가에는 어머니의 맛이고 누군가에는 고향의 맛이 노포에서 느끼는 맛이다. 최근에는 지자체마다 역사와 문화에 초점을 두면서 ‘100년 가게’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100년 가게, 그 맛을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천에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에서 2년 동안 발품을 파는 노력과 열정이 합해져서 ‘오래된 가게, 인천 노포(老鋪)전’을 열고...
새해 아침 일출을 보러 귀임봉에 오른 지 엊그제 같은데 소한 대한이 지났다. 또 한 해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1월도 다 지나간다. 매년 초순이면 그해 띠에 대한 기사가 저널리즘을 장식한다. 기해년 올해는 황금돼지띠라 한다. 양력 위주로 생활하는 요즘은 띠 계산도 그런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입춘을 기준으로 띠가 바뀐다고 하니 아직은 돼지해가 아니다. 돼지는 재복과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예전 여느 시골집 돼지우리에 음식찌꺼기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던 토종 흑돼지가 생각난다. 여러 마리의 새끼들에게 올망졸망 젖을 물리던 모습이 ...
며칠 전 인천지역 관광분야에 종사하는 지인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어 참석하게 됐다. 이 자리에서 호텔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2018년 1월에 들어서서 호텔 매출액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그리고 스타우드 호텔그룹에서 근무하는 모 이사는 한국에 진출해 있는 그룹 계열의 12개 호텔이 작년 동월과 비교할 때, 매출이 감소했고 1인당 생산성도 중국에 뒤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호텔 매출감소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으나, 단편적인 면에서는 한국 경제의 어려움과 한국의 사드 도입으...
말을 주고 받는 대화와 달리 소통은 마음을 주고 받는 논리적이고 감성적인 언어 행위이다. 따라서 소통은 자신의 의견이나 의사가 상대에게 잘 통하도록 하는 것 이상으로 상대방의 입장이나 생각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통 정부, 소통 대통령을 자처한다. 또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역사에서 가장 닮고 싶은 리더십의 인물로 세종대왕을 꼽기도 했다. 세종 치세에 국가는 부국강병과 국리민복을 적극적으로 지향했고 이 목표 의식은 세종 집권 기간 확고하고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왕...
초등학생들과 중고등학생들이 대학생보다 늦게 방학을 한다. 봄방학이 없는 관계로 방학이 늦었다고 한다. 대학생들은 방학을 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고3 수험생들은 아직 정시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수능 이후 학교 생활은 교실에서 시간보내기의 일상이 됐다. 수시 결과로 합격한 학생들. 정시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단다. 초등학생들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이 되고 싶니?", "대학생이오", "왜?" 억울함이 배어 있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우리보다 방학도 빨리하고 개학도 늦어서요." 2012년부터 시...
산은 오르는 길도 많지만 내려오는 길도 많다. 산의 높낮이에 따라 그 길은 천차만별이다. 쉬이 찾곤 하는 생활 주거지 근처의 산길이라도 늘 같지는 않다. 세월 따라 새 길이 생기기도 하고, 일부러 잘 가지 않던 샛길을 가기도 한다. 그리 많이 다닌 산길은 아니지만, 백두산과 한라산을 비롯해 다녀본 산길은 정녕 우리네 인생길과 무어 다를 바 없다. 때로는 바이칼호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웅장한 산악들의 기나긴 능선길이나, 파미르고원 주변의 천산이나 알타이 같은 거대한 산맥 길을 무한정 오르내리는 환상에 젖기도 한다. 생각만으로도...
인천관광공사가 새롭게 출범한 지 이제 4년 정도가 됐다. 당시 시민단체에서는 인천관광공사 출범에 대해 시민의 세금을 낭비한다는 이유로 반대가 심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인천관광공사는 새로운 기대 속에 출범했다. 그런데 며칠 전 인천관광공사에 대한 칼럼의 마지막 글에서 ‘혈세를 낭비하는 인천관광공사의 지속성을 위해 시가 보유한 수익시설에 대한 운영권과 유휴자산을 넘겨 줘 자립기반을 조성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보았고, 그리고 한편으로는 ‘인천관광공사는 방법이 없다. 재단화 해야 한다’는 수준의 말을 시중에서 듣기도 했...
유사 이래 인간 사회에 경쟁이 없는 곳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생태계에도 약자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심은 발 붙일 수 없으며 먹고 먹히는 거친 약육강식과 격렬한 생존경쟁만 횡횡할 뿐이다. 식물도 자신이 살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종류가 다양한 에이즈 바이러스조차도 서로 경쟁하며 치열하게 생존을 도모한다. 동물뿐만 아니라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는 인간에게도 경쟁은 필연적이고 숙명적이다. 그런데 이 경쟁에 이념적·집단적 평등주의가 개입하면 공정성은 조작되고 공평성은 훼손...
수능 이후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학교에 학사운영 내실화를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각 교실에는 스승도 없고 선생님도 없는 학사일정을 소화하기 버겁기만 하다. 교육청의 지시니 무시할 수도 없지만 교실 현장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고3들만 있다. 수능 이후 프로그램으로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인성에 관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라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마음은 벌써 대학에 가 있다. 아니 정확히는 아직도 눈치로 논술고사, 정시시험을 준비해야 하고, 미술전공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하루 14시간의 연습을 하고 있다. 수능이 끝났다고 다 끝난...
온누리 단풍낙엽에 가을이 묻힌다. 길거리 은행 나목들이 허허롭다. 만추와 초겨울이 함께하는 이즘은 수확과 갈무리가 한창이다. 문단도 다를 바 없다. 각종 문학축전이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지명이나 저명 문인의 이름을 딴 축제가 상당하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해당 문학상 시상식이다. 나는 얼마 전 수상이나 축사하러 안동과 제천을 다녀온 바 있다. 안동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제1회 역동시조문예축전이 열렸고, 여기에는 제6회 역동시조문학상 시상식, 학술세미나 및 시조 낭송회 따위 행사가 있었다. 역동은 고려 말 성리학자 우탁 선생의 ...
지난 11월 1∼2일 인천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개최됐던 제10회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Asia Economic Community Forum)이 성황리에 종료됐다. 올해의 주제는 ‘북한 비핵화와 아시아공동체: 통일, 통합 및 융합’으로 급변하는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하에 추진되는 북한 비핵화 협상이 아시아공동체 담론에 어떤 함의가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포럼의 주 어젠다였다. 올해에는 미국비교경제학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을 비롯해 18개 국내외 기관과 학회 등이 공동 주관기관으로 참여했으며 외교부, 통일부, 인천시 및 한중일 ...
가짜는 사람들을 속이고 세상을 선동하는 수단으로 진실의 가면을 이용한다. 분장한 가짜는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여겨지기 십상이다. 우리 주변에는 지금도 여전히 진실을 흉내 내며 진짜처럼 행세하는 사이비들이 넘실댄다. 변조된 조화가 생화보다 더 진짜 꽃같이 여겨지는 이유는 겉모습에 조작을 가했기 때문이다. 화장한 얼굴이 맨 얼굴보다 더 예쁘고 드라마가 현실보다 더 실감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영화에서 각색과 연출은 결국 가상을 실제처럼 만들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상태로 꾸미기 위함이다. 소설에서 추구하는 허구의 세계는 진짜보다...
어느덧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을 지난다. 산들산들한 색바람은 곡식을 여물게 한다. 텃밭 김장용 배추는 속고갱이가 맺히기 시작하고, 무는 흙두둑 밖으로 허연 몸통을 드내밀고 있다. 아침저녁 일교차가 제법 나니 결실의 계절에 스산한 마음도 일어난다. 불현듯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이 가을, 노란 국화꽃 화분이라도 준비해 어머니 산소에 가봐야겠다. 가까운 경기도 사설 수목장에 모신 지 어언 4년이 지났다. 생전의 불효를 종종 거길 찾아 뵙는 것으로 위안 삼곤 한다. 어머니 살아계실 때 화장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놓고, 화장...
원도심이라는 이름으로 힘없는 거리가 되면서 동인천은 노인들과 추억을 찾는 사람들의 추억의 거리가 돼 가고 있다. 북광장을 나오면 반쯤 사라진 순대골목이 노동자의 배를 채우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건너편에는 송현시장이 야시장도 겸하고 있어 볼거리도 채워주고 먹을 것도 채워주는 추억의 거리로 손색이 없다. 동인천이 쇠락한 것은 80년대 중반부터다. 인천시청이 현재 구월동으로 이전하고, 신도심이 형성되면서 중고등학교 이전과 맞물리는 시기였던 것 같다. 동인천의 전성기는 중고등학교가 밀집하고 인천백화점이 있던 시...
제10회 아시아 경제공동체포럼(Asia Economic Community Forum)이 11월 1∼2일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된다. 금년의 주제는 ‘북한 비핵화와 아시아공동체: 통일, 통합 및 융합’이다. 아시아 경제공동체포럼은 ‘인천을 아시아의 브뤼셀’이라는 표어하에 지난 2009년부터 인천에서 개최돼 온 국제포럼이다. 금년도 주제가 북한 비핵화와 아시아공동체인 것은 올해 들어 급변하는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를 고려해 현재 진행 중인 비핵화 논의가 아시아공동체에 어떤 함의가 있는가를 살펴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
적도 지역보다 더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올 가을을 맞는다. 스무 해째 발코니를 지키는 구아버 나무는 아열대 식물임에도 열매가 작년에 비해 잘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마다 발코니 외곽 화분에 피던 까마중 열매는 맺지도 못한 채 겨우 줄기만 빳빳이 살아 있다. 그래 살아있는 것도 다행이지만 씨를 맺지 못했으니 1년생 잡초가 내년에 다시 연명할 수나 있을지 안타깝다. 씨받을 필요도 없이 절로 맺어 자라나곤 했던 까마중 푸나무. 그간 잡초라고 하여 죽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아니 관심을 가질 여건이 안 되었다고 해야겠다. 해가 바뀌면...
현진건은 소설 ‘술 권하는 사회’를 통해 경제적으로 어렵고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1920년대의 시대 상황을 제목 그대로 그려낸 바 있다. 이 작품은 당시에 자조적인 태도에 함몰돼 있던 지식인들의 무기력함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 빙허의 수작이다. 지금 한국은 독설 권하는 사회로 치닫고 있다. 상대 진영에 대한 적대감으로 무장한 정치권에서는 독한 말이 난무하고 SNS에는 격한 막말이 빈번하며 인터넷 댓글에는 정부에 대한 비난과 이 비난에 대한 욕설과 야유가 빗발친다. 말은 자신에게 유용한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상대에게 치명적인 흉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