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생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내 손으로 벌어서 떳떳하게 살고 싶습니다. 내 입 덜어 우리 가정의 웃음을 찾고 싶습니다. 자신감과 활력을 얻고 싶습니다. 밝은 빛을 주신다니 고맙습니다. 취업이 되든 안 되든 희망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습니다.’인천시에서 취업을 원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버취업박람회장에 오신 어
길은 하늘로 닿아 있었다. 터널을 이룬 나뭇가지들 틈으로 하늘이 잠깐씩 보인다. 한 차례 바람이 비를 몰고 지나간다. 며칠을 연이어 내리고 있는 비는 이 숲의 수목들을 농밀한 운무로 감싸고 그들의 숨소리를 집음기처럼 모아서 숲에다 풀어 놓는다. 가깝게 나무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숲길이다. 내처 위로만 오르던 길이 한 굽이를 돌아 끝나는 곳에 선원이 보인다.
내가 속한 문학단체에서 문학기행 코스로 법주사를 갔다. 절 구경으로 끝나는 답사가 아니라 마음의 탐방을 해 보자며 스님의 설법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법주사 총무국장으로 계시는 스님께서 흔쾌히 우리의 뜻을 받아 주셨다. 스님의 설법 중에서 특히 내 마음을 움직인 부분이 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세상이다 보니 사람들이 돈을 얻기 위해서라면
갈매기 몇 마리 선회하며 작별인사를 고한다. 썰물이 에둘러 먼 바다로 길을 재촉한다. 나가는 물은 허둥거리며 뻘을 게워 놓고 고르지 못한 발걸음으로 달음박질친다. 배가 몇 척 떠 있다 슬금슬금 모래펄에 주저앉는다. 물길 위로 이곳까지 온 배는 모래펄에 얹혀 휴식을 취한다. 물길에 삭은 상처를 다듬고 치료하며 배는 휴식에 들어간다. 사람들이 갈고리로 뻘을 헤
해외 여행지에서 만난 그녀들. 유쾌하고 솔직해서 보기 좋았다. 그녀들은 사십대에서 육십대까지 연령대가 20년의 간격이 있었다. “세상에 나 보고 시어머니 심술 그대로라네. 젊은 지들 비위 맞춰 줘. 입에 착 감기는 맛난 음식 해다 날라. 물렁이 호박죽같이 사는 날 보고 시어머니 심술 그대로 받았다니 이런 억울할 데가 어디 있담?”&ld
“한국 와서 가장 좋았던 거요? 엄마 집에 와서 같이 지낸 거요.” “왜지? 관광도 하고 청와대에서 대통령도 만나고 기억나는 일이 많을 텐데.” “아니요. 나는 엄마네 집에서 머물렀던 시간이 가장 소중해요.”아키코는 딸애가 가입한 청소년단체에서 한일청소년 교류를 가지면서 우리 집에서 홈스테이를
따뜻하다 못해 조금씩 땀이 배어나오는 날씨다. 이상기온이라 한다. 고속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내달리는 토요일 오후. 연둣빛 물기가 나뭇가지를 에워싸듯 아른아른 연한 푸른기가 느껴지는 봄날이다. 고속버스 창가 자리에서 내다보이는 야외 풍경이 나른하게 졸고 있다. 봄볕 샤워에 까무룩 졸음처럼 어지럼증이 온다. 대구에 도착한 시간은 여덟 시가 가까운 밤이다. 택
“법은 교화가 목적입니다.” 인생살이의 신산스런 골을 알기엔 짧은 연륜의 박 검사. 눈빛이 맑은 그의 인상은 신념이 들어있어 당차 보였다. 부정적인 사건 사고로 얼룩진 뉴스 시간에, 인간미 가득한 한 검사를 봤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젊은이다.초라한 입성의 할아버지가 쓰레기를 뒤져 재활용품을 모아서 힘들게 들고 가는 모습을 카메라 앵글이
몹시 언짢거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누구나 성이 난다. 못마땅한 꼴을 보면 노염을 타 화가 불끈 솟고 시원하게 풀지 못하면 속을 끓이게 된다. 살면서 수시로 부딪치는 성정이 화다. 화(火)를 잘 다스리면 화(和)가 되지만 잘못 다스리면 화(禍)가 돼 돌아온다. 자각은 하는데 조절하기가 쉽지 않아 늘 문제다. 홍채의 신축으로 동공의 수축과 확대가 일어나 안구에
얼마 전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3일간의 날씨가 매일 달라 봄인가 싶다가 매서운 한풍이다가 비가 내렸다가 종잡을 수 없는 사흘을 보내고 왔다. 그래도 수목원엔 봄맞이 준비로 사뭇 분주해 보였다. 한껏 부풀린 몽우리가 곧 꽃잎을 열 것 같은 목련 앞에서 추위를 이겨낸 긴장이 기특해 사진 한 장 찍고 팽팽한 개화를 미리 축하했다. 우수도 경칩도 지났다.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