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그 사람을 대표한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풍모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한국문학의 얼굴은 어느 분야일까. 한국문학의 대표 장르를 그 얼굴이라 할 수 있다. 문학의 장르에는 시조, 시, 소설, 희곡, 평론, 동화 등등 분류 방법에 따라 여러 갈래가 있다. 시조에 대해서 살펴본다. 첫째, 시조는 우리 겨레만의 고유한 시가다. 이는 중국의 한시, 이탈리아의 소네트, 일본의 하이쿠 따위가 그 나라에만 있는 거와 같다. 세계 여러 나라에 다 있는 여타 장르와는 다르다. 시조는 시라 할 수 있으나, 시가 곧 시조는 아니다. 흔...
동계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우선 유치 단계부터 개최까지, 준비한 관계기관의 엄청난 수고(?)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겠지만 평창지역 주민들이 감수했던 불편함, 그것에 이르기까지 다 표현할 수 없는 노력이 성공적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강원도 한적한 지역으로만 알려져 있고, 사람이 없는 추운 겨울을 보내던 지역, 이제는 세계 사람들의 가슴에 새기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강원도의 문화와 눈이 오면 신던 설피도, 강원도 먹거리도, 강원도의 넉넉한 인심도 소개됐다. 평창올림픽 감동의 시작은 송승환 감독의 한국 전통을 이...
"황장(皇庄) 제64호라는 약 1m 높이의 표석이 내동 노상(내리예배당 목사 사택 후면)에 서 있다. 황장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신고(新古) 사전과 백과사전을 두루 들추어도 발견할 수는 없다. 표석이 서 있는 북편에 의장지(義葬地, 전 청국인 공동묘지, 내동 6번지 일대)가 있었더니만치 그와의 관련 여부를 알기 위하여 중국인 혹은 한학에 능통한 인사들에게 두루 문의하여도 허사였다. 황장 64호라고 새겼은즉, 이것 이외에도 많은 표석이 있음직하건마는 그도 발견할 수 없다." 고 최성연(崔聖淵) 선생의 「개항과 양관 역정」에...
한반도 정세가 종전 65년을 맞이하며 요동치고 있다. 대한민국이 비로소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항구적인 평화에 직면할지 아니면 이 기대가 일순간의 물거품으로 꺼지고 말지 기로에 선 채 새봄이 찾아왔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폐막 이후 남한 측과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더불어 북미 간 대화를 적극적으로 원하면서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전략적 도발 행위를 유예하겠다고 선언했다. 다음 달 열리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담보할 수 있다면 이는 대한민...
대불(大佛)호텔에 관련해서는 윤치호(尹致昊)의 영문 일기를 비롯해 몇 가지 흥미를 끄는 이야기들이 있다. 특히 인천에 있던 일본영사관이 이 호텔에 드나드는 인물들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내용도 있다. 일본영사관은 1900년 6월 법부(法部), 내부(內部), 농상공부(農商工部)의 주사 3명과 인천감리(仁川監理)가 대불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거나 영국군 육전대(陸戰隊) 150명이 5∼6일분 식량을 이 호텔에 주문했다거나 하는 내용을 낱낱이 탐문했던 것이다. 1897년 3월 25일자 윤치호의 일기는 상하이에 가기 위해 오...
21세기 들어와 전 세계적으로 대학의 위기가 많이 논의돼 왔지만 우리나라처럼 위기가 심각한 나라는 없는 것 같다. 우리의 경우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근저에 있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가 국무회의에 보고한 ‘2016∼2026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2016년 61만 명 수준인 고등학교 졸업생이 2026년에는 지금보다 16만 명이 적은 45만 명 수준으로 크게 감소할 것이며 특히 2024년은 고등학교 졸업생(40만 명)이 가장 적은 해로, 2016년 대학 정원(52만 명) 대비 12만 명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기 위한 하늘의 섭리라 여겼다. 다행히 잘 치러졌고 이어서 패럴림픽이 열린다. 정월대보름도 지났다. 예년 같으면 벌써 꽃망울을 내보일 텐데 우리 집 앵두나무는 이제야 눈을 비비고 있다. 함께한 지 한 세대가 지나도록 늘 곁에서 울고 웃었다. 이사도 했건만, 서울 끄트머리에서 용케도 목숨을 부지해왔다. 가지에는 하나둘 순꽃눈을 틔운다. 열악한 발코니 한 구석에서 저 바깥세상의 매화보다 늘 미리 피어 새봄을 안겨주었다. 연초록 꽃받침 사이로 터져 오르는 발그레한 꽃봉오리! 왠지...
고일(高逸) 선생의 「인천석금(仁川昔今)」에는 특이한 인물 이야기가 몇 편 실려 있다. 그 중에는 1920∼30년대 인천에 거주했던 것으로 보이는 김형관(金亨寬)이라는 대식가의 이야기도 있다. 앉은 자리에서 떡장수 목판의 인절미 쉰다섯 개를 몽땅 먹어 치웠다거나, 어느 결혼식 피로연에서는 교자상에 놓인 근 100명분의 음식을 혼자서 다 처치했다는 내용 등으로 다소 과장스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김형관의 대식 일화는 참으로 놀랍다.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는 그는 다른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곁에서 서 말이나 되는 밥을 거의 혼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같은 다양한 이벤트(Event)에서 관광은 빠질 수 없는 소재이고, 관광정책 또한 각종 이벤트 행사에서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라는 관점에서 이번에는 관광정책에 대한 소고(小考)를 언급하고자 한다. 정책이란 ‘정치적 혹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하는 방침이나 수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 중에서 어떠한 것은 갑자기 중단되는 현상이 나타나 사회적 비용 낭비와 기회비용 상실 등과 같은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관광정책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그동안 갈팡질팡하는 사례를 많...
한국인이 국내에서 최초로 스케이트를 탄 시기는 1904년이다. 주인공은 인천에 거주했던 현동순(玄東淳)이다. 서울 삼청동 개천에서 스케이트를 처음 탔다고 하는데, 애초에는 그것이 스케이트인지도 모른 채 손에 넣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케이트와 관련해 또 한 명의 인천 인물로는 율목동에 거주했던 김용경(金龍卿)을 들 수 있다. 그는 당시 16세로 인천우편국 소년 전보배달부이기도 했는데, 1933년 ‘수뢰정형(水雷艇形) 스케이트’라는 수상(水上), 빙상(氷上) 겸용의 진기한 발명품을 고안해 내 도하 신문 지상을 장식했다. 이 ...
호주오픈 세계 테니스대회에서 보인 정현 선수의 쾌거가 문득 우리나라와 인천의 테니스 역사, 그 시초를 살펴보게 한다. 테니스가 우리나라에 선보인 것은 대략 1920년대 중반 무렵부터로 알려져 있다. 「한국민족문화백과」는 우리나라에 테니스가 소개된 것이 미국인 선교사 뱅커와 제중원(濟衆院)의 앤더슨에 의해서였다고 기록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테니스보다 일본인들에 의해 소개된 연식정구가 주로 행해졌으며, 정식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 의하여 테니스가 시작되기는 1926년 당시 경성제국대학 정구부장이었던 강성태가 연식정구부를 테니...
새해가 된 지 벌써 한 달이 다 돼 간다. 1월 1일 새벽 해맞이행사로 가족이 만난 것도 엊그제 같다. 올해는 등산을 하던 예년과 달리 강변을 택했다. 원단의 찬란한 해를 품고서 조조 영화를 보며 가족애를 함께했다. 가족이라 해봐야 아내와 자식들이 모인 것이지만, 이렇게라도 만나지 않으면 함께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21세기 스마트시티 사회, 오늘의 지식이 내일 바로 버려지는 시대라 할지라도 그리운 것은 가족애 같은 사람들의 행복숭어리다. 행복이란 나이나 지역 등 개별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주관...
깍정이는 ‘밤나무, 떡갈나무 따위의 열매를 싸고 있는 술잔 모양의 받침’ 곧 ‘각두(殼斗)’를 의미한다고 사전에 나와 있다. 그런데 과거에는 뱀을 잡는 사람을 땅꾼 외에 깍정이라고도 불렀던 모양이다. 깍정이는 후에 깍쟁이로 발음이 전화(轉化)된다. 아무튼 뱀 잡는 사람들에게 어떤 연유로 이런 낮춤말 칭호가 붙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서울시사편찬위원회가 펴낸 「서울 토박이의 사대문 안 기억」에 깍정이, 곧 깍쟁이에 관련한 기록이 나온다. "본래 깍쟁이는 서울의 땅꾼과 뱀장수를 일컫는 말이었는데, 그들이 청계천 다리 밑이나 개울가...
소방관을 응원하자.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사건으로 소방당국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소방관을 질타하는 여론이 넘쳐났다. 냉정하게 여건과 지원시스템을 살펴보고 난 다음, 야단을 쳐도 쳤어야 하지 않을까. 국민들은 방송이나 신문을 보고 그 사건을 이해한다. 그렇다면 정직한 언론의 취재와 사실에 근거한 정론(正論)을 펼치기 부탁한다. 사진 한 장의 효과는 한 면의 글보다 강한 전달력이 있다. 사진과 함께 사실에 근거한 사진이 게재돼야 한다. 소방관의 체력은 특공대를 넘어서야 하며 야근은 필수, 여름과 겨울뿐만 아니라 사계절마다 화재와 다...
과거 인천에 발명가가 많았다는 사실은 일제강점기 인천 사정에 정통하셨던 고일(高逸) 선생이나 신태범(愼兌範) 박사의 저서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이분들조차 기록하지 않아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또 하나의 발명 기록이 1933년 1월 19일자 동아일보에 실려 있다. 이름만 들어서는 얼른 이해가 되지 않지만, 불과 16세의 소년이 ‘수뢰정형(水雷艇形) 스케이트’라는 묘한 발명품을 고안해 냈다는 내용이다. "이 스케이트는 수뇌정(水雷艇) 모양으로 되엇는데 고무제의 주머니가 안으로도 잇고 밧갓흐로도 잇스며 꼬리에도 역시 고무로 맨든 비...
외교란 상대국과 겉으로 웃으면서 속으로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다. 국제 정세가 국가의 이해관계와 심각하게 맞물려 있을 때일수록 이 총성 없는 전쟁의 위력은 더욱 커지고 그 영향력은 한층 극대화된다. 국가 간의 외교적 태도는 서로 간의 힘과 의도와 목적에 따라 그 양상을 달리한다. 역사적으로 한·중 관계는 15∼16세기 조선과 명나라 간에 우호적이고 안정적인 시기도 있었지만 대부분 약소국과 강대국의 입장에서 형성되고 유지됐다. 게다가 조선은 후금과 시대 착오적인 외교 관계로 말미암아 끔찍한 참화에 ...
정유년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가고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사상 유례가 없는 대통령 탄핵과 구속, 장미대선을 통한 새 정부 탄생, 북한의 미 대륙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ICBM 개발 추진에 따른 한반도에서 핵전쟁 가능성 고조 등 그야말로 국내외적으로 핵폭탄급 사건이 줄 이은 한 해였다. 오죽하면 평창 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지 않을 수 있다는 프랑스 정부 담당자의 이야기가 나왔겠는가. 지난 11월 초 오래전에 미국으로 이민 가서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무슨 일로 나왔냐고 물으니 미국에 있...
올 섣달은 무척 추운 편이다. 한강이 일찍 얼기로는 71년 만이란다. 게다가 눈까지 많이 내린다. 하얀 눈송이가 하염없이 흩날릴 때는 한순간 꿈속에 잠기기도 한다. 메마른 세상살이 잠시 잊고 포근한 행복을 맛본다. 밤새 추위에 저 눈이 얼면 빙판길의 애로며, 한데서 일하는 분들의 아픔은 더할 수 있다. 무정물인 백설의 양면성이다. 밤하늘 그토록 아름답게 빛나며 사라지는 별똥별도 가까이하면 비수가 되어 꽂히는 운석파편인 거와 다름없다. 아름다운 것은 그대로 둘 때 빛이 난다. 길거리 맹추위 속에 누군가 일당벌이로 나눠주는 전단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3월의 시식(時食)으로 기록돼 있지만, 과거 인천의 미식가이시자 ‘우리 맛’ 탐구에 저명하신 고 신태범(愼兌範) 박사의 저서 「먹는 재미 사는 재미」 에는 12월 어류로 분류돼 있다. 인천 근해에서는 이 무렵부터 복어가 많이 났기 때문에 그리하신 것으로 생각된다. 신 박사께서는 이 책에서 "호식(好食)의 요결(要訣)은 그 고장의 토산(土産)이 한창 흔하게 나도는 제철에 먹어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 복어 요리에 대한 아주 구수하고도 맛깔스러운 내용의 글을 남기셨다. "요즘 대중식사로 잔 복으로 끓인 매...
지난번 칼럼에서 ‘관광의 사회·문화적인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관광이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의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이어서 관광이 사회·문화적인 측면의 부정적인 영향을 언급하고자 한다. 첫 번째 얘기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관광객의 관광 활동은 육체만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고,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사회적인 배경(Background)과 문화적인 배경과 같은 관광객의 정신적인 측면도 관광지의 주민과 교류하게 된다. 따라서 관광객과 지역주민 간에는 직·간접적인 접촉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관광지역에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