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파랄거예요." 파란 하늘을 그리는 아이들의 바람을 시샘하듯 봄철 각 학교에서 진행하는 운동회가 번번히 무산되고 있다. 미세먼지가 올 4월 들어 ‘보통’ 이상이 16회나 나타났고 특히 5월 초에는 더 많은 양으로 뒤덮였던 탓이다. 실시간 공기오염 상태를 공개하는 ‘에어코리아’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2일에는 대기질 지수 ‘나쁨’이 2일 연속 공표됐다. 도심의 시야가 몇십 m에도 못 미치는 시뿌연 상태로 초등학교의 운동회가 연기되거나 무산됐다. 이런 대기 속에서 운동회를 강행했던 학교에서는 부모...
역사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개인이나 국가는 그 역사를 다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왜 우리는 역사의 교훈을 배우지 못할까?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인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은 역사학이 핵물리학만큼 위험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모든 역사가는 예기치 않게 정치가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역사는 해석하는 자들의 목적을 위해 왜곡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역사로부터 참된 교훈을 찾기가 어려움을 우리는 ‘해방전후사의 인식 및 재인식’ 논란에서 미루어 알 수 있다. 이러한 역사의 순환론처럼, 오늘날 한반...
인천은 해방 후 첫 공립박물관을 세운 도시이다. 박물관에 대한 인식조차 흐리던 시절에 공립박물관을 세울 정도의 문화 역량을 갖췄던 인천이었지만, 이를 지속시킬 만한 역량은 부족했다. 서울에 인접한 지리적 여건으로 박물관을 포함한 문화기반시설 구축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인천시민은 문화 여가활동 여건이 우수한 서울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밖에 없었다. 문화적 종속성 탈피와 인천의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1990년대 후반 무렵부터 많은 박물관이 세워졌지만 아직도 문화기반은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사실은 문화체육관...
흔히 역사문화유산이라 하면 오래된 건축물, 고문서, 왕릉 등 현재까지 남아 있어 눈으로 보고 만지고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역사적 기록으로만 전해질 뿐 그 장소와 공간은 변모되고 흔적조차 사라져 버린 문화유산들도 많다. 예를 들면 고려 후기 몽골의 침입으로 강화도가 제2의 수도 역할을 하면서 궁궐이나 성곽 등 당시에 조성됐던 문화유산들은 남아 있지 않지만 그 역사적 사실은 기록으로 남아 700여 년 전 일어났던 사실들을 복원하고 추론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이 역사문화유산의 또 다른 형태인 ‘장소의...
봄이 점점 완연해진다. 각 급 학교는 수학여행을 준비할 텐데, 수학여행을 일탈의 기회로 생각하는 학생들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나이 든 교사들은 요즘은 다르다고 말한다. 관광버스로 출발할 때부터 돌아올 때까지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니 쥐죽은 듯 고요하다고 말한다. 말썽 피우는 학생이 거의 없다는 건데, 긍정적 신호일까? 어릴 적 어른들은 모르는 사람이 과자를 주며 따라오라고 꾈 때 절대 따라가면 안 된다고 다짐을 했다. 이따금 보도되는 유괴사건 때문이었지만, 작은 동네에서 과자로 유혹하는 사람을 본 경험이 없다. 대부분 잘 ...
1950년대 임신부들의 입덧 해소, 불면을 해결하기 위해 독일에서 탈리도마이드를 만들어서 시판하기 시작하고 난 후 유럽에서 많은 기형아가 나타났던 유명한 사건이 있다. 탈리도마이드는 다른 약품들과 마찬가지로 동물실험을 거치고 임상실험을 거쳐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판명돼 시중에 나오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약이 시중에 나오고 나서 몇 년 사이에 유럽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팔이나 다리가 없는 기형아 출산이 1만 명이 넘어 역학조사를 시행하고 나서 원인이 탈리도마이드라는 것을 밝히고 전 세계에서 판매가 금지됐다. 임신부에게 나...
꼬박 1천73일이 걸렸다. 미처 눈물 흘릴 틈도 없이 도둑처럼 찾아든 죽음, 속수무책이었던 매정한 물결 너머로 부표(浮漂)처럼 떠다니던 죽은 이들의 마지막 웃음소리, 멈춰진 시계와 함께 수장된 그들의 꿈, 그들의 노래, 그들의 환한 인사들이 견고한 모멸과 분노의 시간을 뚫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까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세월호 참사 당시 제대로 된 초기 대응을 하지 못한 무능한 대통령이 탄핵돼 삼성동 사저로 돌아간 지 십여 일만의 일이었다. 한 시대의 권력이 종언을 고하는 순간 감춰진 진실을 가득 품고서 비극의 ‘세월호’는 ...
월미도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장대한 치맥파티가 열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오늘의 인천항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으로 썰렁한 기운이 감돌고, 인천국제공항 역시 탑승을 기다리는 중국 관광객이 급감해 한산하다고 한다. 국가 외교라는 것이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현재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 열강들이 담합이라도 한 듯 우리에게 지나치게 강압적인 모양새이다. 가뜩이나 꼬여 있는 상태에서 미, 중, 일, 러 등이 모두 자국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 국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
연간 평균 284㎜의 강우가 내리던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주변의 사바나 초원에 122㎜가 내린 것은 1968년의 일이다. 1972년에는 단지 54㎜가 내렸다. 6년간의 지독한 가뭄은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챠드호수의 물을 30% 정도만 남겼고, 하천은 물론 목초지와 관목지가 황폐해져 사막화됐다. 1974년 강우가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인근지역의 25만 명이 기근과 가뭄과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수백만의 소, 염소, 양 등 가축이 사라졌다. 이를 계기로 1974년 12월 유엔총회는 사막화 방지를 위한 국제행동을 결의,...
일찍이 대항해 시대를 열어 합스부르크 제국을 구가했던 스페인의 국가 쇠퇴 원인은 무엇일까? 아스텍과 잉카제국의 문명을 파괴하고 살상과 약탈을 자행했던 스페인이 이들 사회의 멸망을 대가로 자국으로 가져간 금의 양이 1503∼1510년 사이에 19t에 달했다고 한다. 이 엄청난 양의 금 유입은 스페인의 통화팽창을 초래했고, 이러한 풍부한 자금은 식민지교역을 뒷받침할 금융발전의 필요성을 없애버린 독이 됐다. 그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귀족세력들이 산업화를 막은 것이다. 이들은 식민지교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 신흥세력들에게 정치적 ...
감리서는 개항장 최고의 공공기관이었다. 최근에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세관도 감리서의 관할하에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지방행정 관청이 담당했던 업무는 물론 외국과의 통상, 비자발급, 조계지관할, 치안유지와 행형, 외국인과 조선인 사이에 일어나는 각종 쟁송 등 감리서가 담당한 업무는 실로 방대했다. 매립지의 측량업무와 불용물품 매각도 감리서의 업무에 속했을 정도다. 감리서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제도와 외국문물의 충돌과 타협이 이뤄지던 곳이다. 문화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공간인 감리서는 개항 이후 근대화를 이룩하기 위해 ...
최근 혼란스럽고 불편한 국내 정국(政局)은 세계 각국의 정치적 변동과 한중일의 정치, 경제, 군사문제, 여기에 과거사의 영역 갈등까지 맞물려 사회적으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23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중하위권이고, 사회갈등지수는 29개국 중 7위라고 한다. 그렇다 보니 불안한 사회에 대한 심리적 방어기제((防禦機制)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불신이 팽배하니 근거 없는 소문이 나돌고 심지어 사회에 대한 원망이 불특정인에 대한 보복성 범죄로 표출되거나...
수달은 일본에 없다. 호랑이처럼 원래 없었던 건 아니다. 지독한 사냥으로 자취를 감췄지만 그보다 대부분의 강변을 인공으로 바꿨던 이유가 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최근 일본에 강변을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자는 목소리가 생기고 그런 공사가 일부에서 시도되지만 사라진 수달은 돌아오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몇 마리 도입할 수 있을 텐데, 수달이 편안한 생태계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지 도입한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자연에서 늘어나는 수달을 살펴보고자 작년 봄 일본 여러 지역에서 생태해설가모임 회원이 모여 시화호 일원을 방문한...
2018년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인구의 14%가 넘어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관계로 매우 빠른 속도로 노인인구가 증가한다. 2026년에는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차지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전체 인구의 중위연령은 2017년, 2018년 42세이며 2040년에 52.6세로 증가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2017년, 2018년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42세 이상이며 절반 이하가 42세 미만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지표는 우리 사회의 많은 인구가 점점 ...
집을 나설 때부터 추적추적 날리기 시작한 눈발을 보면서 오늘 하루도 예사롭지 않을 거라는 짐작은 했다. 문화예술회관 근처를 지날 때쯤 선배의 전화를 받았다. 점심이나 같이 하자는 것이었지만 나는 점심만 먹게 되리라고는 애초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선배는 최근 뭔가 만만찮은 결심을 하게 된 것 같았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선배 스스로 그 ‘모종의 결심’에 대해 이야기를 해올 터였다. 아무리 우리가 눈과 술을 좋아한다고는 해도 평일 점심 때 업무를 팽개쳐두고 낮술을 마실 형편은 아니라는 걸 선배도 알고 나도 알고 있었다. 우리...
인천은 우리 민족의 역사가 동틀 무렵, 이미 한반도 서해안 지역의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단군의 유향(遺香)이 강화도 곳곳에 전하고 이들의 사회·문화적 유산은 신석기·청동기시대를 거치는 동안 날로 새롭게 축적·확장돼 기원전 1세기경 ‘비류백제’를 건설케 하는 기반을 이뤘다. 인천의 지리적인 조건은 수도(首都)와 인접한 바닷가에 위치해 대한민국을 반석에 올려놓는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이민족의 침입에도 최전선에 서야만 했다. 인천이 호국의 도시로 부각되는 것은 고려시대부터다. 백령도, 대청도에 진(鎭)을 설치해 해상 방비 업...
흔히 ‘죽을 고비를 넘겼다’라고 말한다. ‘일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가장 긴요한 기회나 막다른 때의 상황’을 고비라고 하며 고비사막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고비사막을 가운데 두고 북쪽에는 몽골, 남쪽에는 내몽고로 갈라져 있다. 우리가 몽골이라고 하는 나라는 몽골리아(Mongolia)로 시베리아 바이칼호수 남쪽 일대 약156만 ㎢로 우리나라 16배의 크기이다. 내몽고는 약 116만 ㎢이며 중국 최초의 자치주로 중국 내이멍구를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다. 중국의 내이멍구는 대부분 몽골과 국경을 맞닿아 있으나 동쪽으로는 러시아와도 국경을...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 시 닉슨은 주은래 수상에게 1789년의 프랑스혁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 당시 통역이 제대로 전달했는지 모르지만 주은래 수상은 "지금 프랑스혁명을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다"라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이는 중국인들의 역사에 대한 해석과 역사적 사건의 평가가 단기적인 안목에서 이뤄지지 않고 역사의 큰 흐름에서 신중하게 판단하는 대륙적인 기질을 암시하고 있는 명언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대통령 하야 촛불집회는 탄핵 가결을 넘어 탄핵 인용...
1915년 9월 11일부터 50일간 조선총독부 주최로 ‘시정 5주년 조선물산공진회’가 열렸다. 일제의 조선 강점을 미화하고 저들의 업적을 자랑하기 위해 만든 대표적인 관제행사였다. 주행사장은 경복궁이었지만, 외부에도 별관이라는 이름으로 박람회장이 만들어졌다. 매일신보사 사옥에서는 가정박람회가 열렸고 인천 사동 일대에도 조선물산공진회 별관으로 인천수족관이 개설됐다. 설계는 나카무라 요시헤이(中村資平)가 맡았다. 당시 유행하던 세제션 양식의 본관이 357㎡ 규모로 세워졌고, 부대시설을 포함한 전체면적은 1만4천여㎡ 정도였다. 이곳...
최근 쿠바혁명의 상징인 피델 카스트로가 90살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기사와 대학 연구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쿠바 이민 후손들이 인천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쿠바의 코레아노를 생각하게 된다. 인천항은 1902년 12월 하와이 이민선이 첫 출항한 이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박탈당해 1905년 4월 초에 금지되기까지 65편의 선편으로 7천226명 내외가 하와이로 노동이민을 떠났던 현장이다. 이민이 금지되는 즈음, 1905년 4월 4일 인천항에서는 또 다른 이민선이 출항했는데, 도착지는 멕시코였다. 당시로서는 국교도 인적도 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