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바혁명의 상징인 피델 카스트로가 90살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기사와 대학 연구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쿠바 이민 후손들이 인천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쿠바의 코레아노를 생각하게 된다. 인천항은 1902년 12월 하와이 이민선이 첫 출항한 이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박탈당해 1905년 4월 초에 금지되기까지 65편의 선편으로 7천226명 내외가 하와이로 노동이민을 떠났던 현장이다. 이민이 금지되는 즈음, 1905년 4월 4일 인천항에서는 또 다른 이민선이 출항했는데, 도착지는 멕시코였다. 당시로서는 국교도 인적도 왕래...
정유년(丁酉年)은 어떻게 다가올까? 연말이면 다사다난했던 해를 아쉬움 속에 보내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유난하다. 주권자에 대한 참기 어려운 모독이 이어지면서 병신년(丙申年)이 어서 물러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유년에 부담을 주지 않는 마무리를 부탁하면서. 그런데, 아닌가? 벌써부터 닭들이 죽어간다. 조류독감 때문이다. 고병원성이므로 발생 장소에서 반경 3㎞ 이내의 닭들이 불문곡직 살처분될 텐데, 그렇게 죽는 닭 중에 조류독감에 감염된 개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철새의 배설물이나 사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이유로 부화...
얼마 전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스트레스와 노화와의 관계를 알려주는 것이었는지 정확한 주제는 모르겠는데 미국 대통령들의 취임 전과 후를 비교하면서 노화가 빠르게 진행된 것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유난히 대통령이 취임 전에 비해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막중한 책임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노화를 급속히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는 정말 그 화면으로 보았을 때 취임 전에 비해서 빠르게 노화가 진행됐다. 미국의 대통령 이외에도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는데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얼굴이 노화되는 것을 보면서...
고대 역사를 되새기다 보면 우선적으로 자료의 부족을 실감하게 된다. 2000년대 들어 그동안 백제 건국 신화에서 가끔 그 이름이 언급되는 것에 그쳤던 ‘소서노(召西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그리고 이로부터 기인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2005년 충북 음성에 있는 조각공원이 ‘소서노 영정’을 그려낸데 이어 9개월 만에 동상 제막식을 가졌다. "소서노는 난세에 여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고구려와 백제 건립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선덕여왕 등 우리나라를 대표해온 여성들과 구분된다"는 설명이었다. 2006년 5월부터 ‘주몽’이...
일찍이 최인훈은 소설 「광장」을 통해 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삶의 양상을 ‘광장’의 유형과 ‘밀실’의 유형으로 나눠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바가 있다. 광장의 삶이란 다중과 함께 하는 삶이고 그런 점에서 사회적 삶이다. 반면 밀실의 삶이란 지극히 주관적이고 내밀한 개인적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은 최인훈이 소설 속에서 형상화 해 놓았던 광장과 밀실의 의미를 자꾸만 되새기게 만들고 있다. 엊그제 시청 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촛불문화제에는 백만 명이 넘은 인파가 참석해 대통령 퇴진을 요...
미국의 국가브랜드를 추락시켰다는 대통령 선거가 트럼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미국의 리더십 부재와 비호감 후보자들의 나쁜 평판은 국민들에게 환멸과 실망을 안겨주었을 뿐 아니라, 미국이 과연 이러한 지도자와 더불어 세계를 선도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던져주었다. 아마도 유권자들은 미국을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초강대국에서 자국이익을 우선하는 ‘보통국가’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는지도 모른다. 대통령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많...
에스키모인들은 늑대를 잡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고안해서 사용한다. 먼저 짐승을 죽이면서 피를 모으고 살코기를 날카로운 긴 칼 끝에 매단다. 매단 살코기의 표면에 피를 묻혀서 얼린다. 꽁꽁 얼면 다시 한 번 피를 묻혀 얼린다. 몇 차례 반복하면 돌보다 굳어지게 되고 손잡이를 아래로 곧추세운다. 얼어붙은 짐승에서 나는 피 냄새가 한겨울 배고픔에 헤매는 늑대에게 유혹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배고픔에 딱딱하게 굳은 살코기를 입으로 물어보지만 얼어버린 살점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은 혀로 핥는 방법뿐이다. 핥다가 혀가 마비돼도 생고기에 대한...
인천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박물관을 세운 도시임에도 박물관과 미술관에 있어 자랑거리가 적다. 시립미술관 건립은 10년 넘게 논의만 무성했고, 박물관도 최초라는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시설과 규모, 소장자료 등에서 다른 대도시에 비해 나은 편이 아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15년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의 국공립박물관 수는 11개로 국내 대도시 가운데 서울 26개에 이어 두 번째다. 부산과 대구가 각각 6개 관에 불과한 반면 인천은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여기에 대학박물...
최근 경주지역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이나 태풍 차바로 인한 남부지역의 연속적 피해는 우리의 일상을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한편으로는 한 달 전 느꼈던 그 두려움의 기억이 벌써 바쁜 일상사에 묻혀버렸는지도 모르겠다는 우려도 든다. 역사적으로 지진을 포함한 자연변이 현상은 시대마다 있어 왔는데 선조들은 이를 과학적인 기준보다 도덕적인 기준으로 평가했다. 천재지변을 하늘의 경고로 해석해 정치적인 변화를 모색하거나 죄수의 사면, 백성들의 구휼 등 사회적 안정을 위한 여러 방면의 해결책을 강구했다. 더구나 자연변이를 무심히 ...
아직도 인천을 서울과 수도권의 관문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을까? 그럴지 모른다. 대부분의 언론은 여태 서울, 부산 다음에 대구, 광주, 대전을 습관처럼 읊조린다. 인천은 그저 관문이라는 투다. 인천이 대구보다 50만 이상 인구가 많건만 두 도시의 국회의원 수가 같다는 사실을 모르는 인천시민이 많다. 알아도 의아해 하는 경우는 드물다. 머지않아 300만에 이를 인천시민 중 인천시에 거주한다는 사실에 가슴 벅차하는 시민은 더욱 드물다. 송도신도시의 멋진 건물은 최첨단을 자랑한다. 외국인들이 많이 와서 견학한다지만 심화되는 지구온난...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성질환 문제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 노인성질환 중에는 경제적인 부담과 신체 사회적 부담이 모두 함께 존재해 본인은 물론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질환들이 있는데 치매를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자료에서는 노인성질환 중에서 치매에 대한 1인당 진료비가 가장 높은 비율로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치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치매를 무섭게 여기는 이유 중에는 아직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조기 발견해 진행을 조금 늦춤으로서 일상생...
최근 인천의 각종 경제 지표가 소비, 생산, 고용 등에서 완만하게 좋아지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지표라는 것은 항상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것이라서 한때의 현상으로 미래를 예측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그간 인천의 부진, 부채라는 이미지에 익숙해 있던 터라 그 수치가 크든 작든 오랫동안 학수고대하던 소식이라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실업률은 전국 수치보다 높고 소비자물가는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으며 생산과 판매도 여전히 부진하다 하니, 하루빨리 과거의 영예를 되찾기를 바랄 뿐이다. 인천은 개항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이래 한...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 시 마오쩌둥에게, 마오 주석이 세계를 바꾸었다는 덕담에 그는 매우 겸손하게 북경 외곽 주변의 몇 가지 일만 바꾸었을 뿐이라고 대응한 일화가 있다. 그러나 40년 후 시진핑은 세계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질서는 2차대전 이후 미국과 서구를 중심으로 하여 구축됐다. 즉 UN을 중심으로 한 세계 정치체제와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과 GATT로 대표되는 이른바 브레턴우즈체제의 국제경제 질서를 일컫는다. 마오쩌둥은 이러한 국제질서를 제국주의자들과 식민주의자들을 위한 ...
원도심 활성화가 화두다. 경제성장기 도시발전을 이끌던 원도심이 도시문제로 전락하고 있지만, 이곳에는 사람과 시간 그리고 도시공간이 함께 만들어낸 유·무형의 자원이 살아있는 소중한 장소이다. 원도심이 간직한 문화적 자원은 활력을 잃은 공간을 되살릴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에 많은 도시는 이를 이용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관광진흥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천에서도 인천의 대표적 원도심인 개항장의 부활을 위해 추진한 관광진흥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방문객이 늘어나고 관광객 대상의 점포도 증가해 활기를 잃어가던 원도심에 생기가...
8월 중순, 투명해서 더 차게 느껴지는 호수의 물은 백두산 천지에 비해 덜 차가웠다. 무릎까지만 적시면서 가슴이 저리도록 찰 것으로 기대했던 것은 아마도 우리 민족의 시원에 접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우리 민족의 출발점이라는 흔적을 확인해 보고 싶었던 마음에 비해 사전 준비가 부족했고 일부 종교단체에서 강조하고 있어 그다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 더 큰 이유였다. 우리의 전통인 서낭당과 솟대 개념의 상징시설인 하알가(나무기둥에 다섯 가지 색상의 끈을 둘러댄 것으로 몽골에서는 ‘어워’라고 한다)가 있는 것 ...
현재 인천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인천을 재발견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각 군·구 구명(區名) 변경의 문제가 대두됐다. 인천은 광복 후 1949년 8월 15일 지방자치법의 시행에 따라 인천부에서 인천시로 바뀌었고 1968년에 그동안 시행되던 출장소 제도가 폐지되면서 중구, 동구, 남구, 북구의 4개 구를 설치한 구제(區制)를 실시했다. 오늘날 남아 있는 중구, 동구, 남구의 구명(區名)은 이때 만들어진 것인데 당시 전국적으로 이러한 방위 개념의 명칭들이 사용됐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도시 ...
올 6월 30일 오전 창원시 도심은 흰뺨검둥오리 가족의 이동으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창원시 주변 생태연못에서 1㎞ 떨어진 창원천으로 새끼 11마리가 포함된 흰뺨검둥오리 12마리는 공무원과 경찰 그리고 시민들의 도움으로 아스팔트와 맨홀에서 1시간 가까이 뒤뚱거리며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흰뺨검둥오리는 우리나라 전국에 흔한 텃새다. 그런 오리 때문에 창원 도심의 도로가 한 시간 마비됐지만 이동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은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다. 마음 졸이며 안전하게 건너가기를 성원했다. 호주와 미국의 해변에 거북이 나타나면 ...
성경 창세기에 에덴동산에서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으라는 사탄의 유혹을 받고 결국 유혹에 넘어가고 이브는 아담에게 선악과를 권해 함께 결국 죄를 짓게 된다. 이브에게 사탄은 선악과는 금단의 열매가 아니라고 달콤하게 유혹한다. 이브는 아담에게 권할 때 혼자서 선악과를 따먹고 불안해서 아담을 유혹했는지 혹은 선악과를 먹는 것이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아담을 신으로 만들고 싶어서 권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선악과를 먹고 난 다음의 달라진 현상은 부끄러움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 창세기 이야기는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이들까지도 누구나 알고 ...
9·15 인천상륙작전과 관련해서는 여러 무용담이 전해내려 오지만, 지금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주 테마인 ‘X-Ray 작전’에 대해서는 실제의 기록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간 ‘인천상륙=맥아더’에 묻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이 세인의 관심을 갖게 된 것이기에 그 의미가 더 클 수밖에 없다. 거대한 함선이 서해로부터 인천으로 접어들기까지에는 크고 작은 섬들과 암초 그리고 해저에 산재해 있는 모래톱과 갯벌 때문에, 덕적도와 영흥도 사이의 좁고 굴곡이 심한 2개 수로...
셰익스피어는 유명한 18번째 소네트(14행시)에서 연인의 아름다움을 여름날에 비유하며 그녀의 아름다움이 시와 함께 영원의 시간에 머물 수 있다고 노래했다. 즉 시의 영원성에 대한 선언이다. 또한 셰익스피어는 그 자신의 에스프리도 영원한 시간에 머물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그가 생각한 최선의 방법은 결혼을 통해 자기 존재의 형상과 형질을 후세에게 유지하고 보존하는 일이라고 여겼다. 진화론자들의 용어로는 유전자를 잇게 하는 자기복제 작업이다. 이는 신이 되기 위해 생명나무를 찾아 모험했던 고대 수메르의 길가메시왕의 헛된 노력의 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