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사무실 팀장들과 추석을 맞아 동사무소에서 추천받은 홀몸노인 다섯 분을 방문했다. 준비해 간 한과세트와 김세트를 드리고 호구조사 아닌 호구조사를 하며 애끓는 심정의 하소연들을 한없이 들어드렸다. 사연도 너무나 기구하다. 첫째 분은 다른 홀몸노인 분들이 명절에 물품 받는 것이 부러우셨던 모양이다. 형편은 넉넉하신데 외로움에 지치신 분 같아 준비해 간 선물만 드리고 바로 나왔다. 둘째 분은 정말 어려운 분이셨다. 지하 단칸방에 사는 조카에게 얹혀 사는데 전기요금 아까워 현관 전등도 못 켜신다. 팀장 한 분이 보다 못해 30...
흑인마을 청년들이 아침 일찍 일터로 가는 길에 물살이 빠른 여울목을 건너야 했다. 이때 강둑에 던져진 검은 돌을 하나씩 안고 가는 게 아닌가. 그 이유가 궁금했던 선교사들이 묻자 청년들은 체중을 늘려 물살을 이겨내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물살을 견디기 위해 체중을 늘려야 하는데, 마침 주변에 둥근 돌이 많아 잘 활용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청년들이 가슴에 안고 가는 돌은 그 사람의 체중에 반비례했다. 즉, 체중이 가벼운 청년은 무거운 돌을 들어야 하고, 체중이 좀 나가는 경우에는 가벼운 돌을 선택하는 것이다. 선교사들이 살펴본...
지난달 28일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각종 논란이 뜨겁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간단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고 공직사회 등 사회 전반에 투명성을 제고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법 시행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쪽이 있는 반면, ‘경제 위축이다, 미풍양속을 해친다, 고유 직무 제약이다’ 하면서 강력한 반대 의견을 내는 쪽도 있다. 물론, 규제 대상이 광범위하거나 모호한 면이 있고, 자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해결해...
겸재 정선의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 1741∼1742년) 그림 중, 척재제시(?齋題詩)에는 ‘웅어(葦漁)’라는 물고기가 그려져 있다. 웅어는 조선시대 행주 사옹원(司饔院) 위어소(葦漁所)에서 임금님께 진상하던 물고기이다. 웅어는 강화 앞바다에서 기수역(汽水域)을 거처 한강하구까지 올라가 산란하는 회유성 물고기로서 행주웅어회로 뼈째 먹던 봄철의 진미였다고 한다. 근래에도 강화 앞바다에서 조금씩 잡혀 운 좋은 봄날이면 그림으로만 보던 웅어를 북성부두에서 맛볼 수 있다. 강화도는 예성강, 임진강, 한강이 한 곳으로 모여 민물과 짠물...
수도권매립지는 국민 전체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에서 나오는 336만t(2014년 기준)의 각종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로 약 1천500만㎡로 세계 최대 규모다. 그런데 이 수도권매립지의 면허권이 환경부와 서울시에 있고, 매립지관리공사 또한 환경부 산하 국가공사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인천시는 수십 년 간 수질오염, 악취, 먼지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으면서도 매립지관리 정책에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여기에 대체매립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존 제2매립장이 2016년에 종료된다고 가정했을 때 서울시와 경...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송도 펜타포트 공원 일원에서는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인천 펜타포트 락(rock)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 페스티벌은 2012년부터 5년 연속 문화관광체육부가 선정하는 유망축제로 선정 될 만큼 이젠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영국의 엔터테인먼트 전문 잡지인 ‘타임 아웃(Time Out)‘이 세계 최고의 뮤직 페스티벌 베스트 50으로 꼽는 등 국제적으로도 그 명성과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인천의 성공으로 몇몇 아류 축제가 열리고는 있지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선도자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사...
섬은, 적어도 내게는, 환상(幻想)과 환멸(幻滅)이 함께 작동하는 상징이고 기호다. 이때의 환상이 부드럽고 완만한 모래톱과 끝 모를 수평선, 그 사이에 넘실대는 파도와 거기에 몸을 맡긴 작은 고깃배 같은 천계(天界)의 것이라면, 이때의 환멸이란 떠나올 때 차츰 멀어지다가 부지불식간에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버리고 마는 섬의 자취 꼭 그것처럼 내 마음속에서 금세 지워 버리고 마는 하계(下界)의 고단하고 따분한 인고의 섬 살이에 대한 것이다. 부딪혀오는 파도가 거칠수록 섬은 날카로운 벼랑으로 곧추선다. 이작도도 이와 다르지 않아 사나...
아마도 우물 안 개구리를 연상시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자리’에서 매몰되는 삶을 사는 것은 무언가 부족한 혹은 너무 넘치는 삶을 이야기한다. 항아리에 속하면서도, 항아리와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항아리는 모르는 답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왜 일까? 자기의 항아리를 알기 위한 방법은 그 항아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는 알에서 자기를 세상에 내어놓듯 알을 깨는 것이다. 위대한 영웅이었던 길가메시도 자기로부터의 여행을 결행하지 않았다면, 그 위대한 힘은 폭력이 됐을 것이고, 가장 참혹...
새마을운동 시절 시골집 전원주택 이야기다. 농촌에서 열심히 농사를 지어 소득이 좋아진 부부가 살던 집을 철거하고 밭 가운데 전원 양옥주택을 지었다. 자기 밭 산기슭에 자리한 전원주택은 빨간 벽돌에 보라색 담장으로 멋지게 꾸몄다. 아내는 집을 완성하자 자랑을 하고 싶어 서울 사는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 "새 집이 완성됐으니 한번 놀러와"라고 말했다. 서울 친척은 옛날 집을 알기에 버스를 타고 친척집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쉽게 찾은 옛집은 사라지고 새로운 집이 밭 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것을 발견한 친척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마르지 않는다.’ 고전 용비어천가에 수록된 구절을 자주 되새겨 본다. 역사의 정통성 전승과 탄탄한 계승 의지를 강조하는 말이다. 이 구절의 의미에 딱 맞아 떨어지는 우리 계양은 소중한 역사의 자산을 바탕으로 무한한 미래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 어떠한 역경과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요, 웅숭깊은 샘이다. 지방자치 민선 5기를 완수하고 6기 반환점을 돌면서 지난 6년간 계양의 흔들리지 않는 뿌리와 마르지 않는 샘을 위해 계양 역사의 가치 구현과 자족도시로...
하수처리장, 하수관거 등 공공하수처리시설은 도시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의 주거생활 환경을 개선하고 공공수역의 수질보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환경기초시설이다. 우리나라 공공하수처리시설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늦게 시작됐다. 이웃나라인 일본만 하더라도 하수도의 중요성을 조기에 인식해 1900년대 ‘하수도법’을 제정하고 서구의 하수도 기술을 도입하는 등 수자원 보전을 위한 기본적인 토대를 마련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반세기 이상 늦은 1966년 8월 ‘하수도법’이 제정되면서 공공하수도의 건설 및 운영을 위한 기본적인 토대가 마련됐다. 그...
지난 7월 1일은 민선6기 취임 2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지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시민 여러분의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지난 봄과 여름 사이 정부의 일방적인 지방재정개편 문제로 뜨거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지난 4월 22일 행정자치부는 수원시를 비롯한 6개 불교부단체의 조정교부금 우선배분 특례 폐지와 법인지방소득세 절반을 공동세로 바꾸는 방안을 골자로 한 지방재정개혁안 추진을 밝혔습니다. 정부안대로 추진될 경우 1년에 1천800억 원이 떼여 수원시 살림살이가 깊이 주름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108년간 우리의 농어촌과 삶을 같이 해왔다. 농어촌의 경제·사회적 발전과 국토의 환경 보전에 기여함을 목표로 설립된 준정부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 쉽게 말씀드리면 농어촌의 행복과 농어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공사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사업은 농가경영 경쟁력 강화와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으로 영농 규모화, 농지연금, 농가경영 회생지원, 농지매입 비축, 직접지불 등의 농지은행사업이 있다. 또 영농 활동의 편의를 도모하고 식량 안정화를 위한 것으로 다목적 농어촌 용수개발...
대나무 가운데 으뜸으로 손꼽히는 ‘모죽’이라는 것이 있다. 모죽은 최초 5년까지는 아무리 물을 주고 정성으로 돌보아도 조금도 자라지 않지만, 그렇게 5년이 지나고 봄이 오면 작은 죽순 하나가 돋아나는 것을 시작으로, 6주 동안 무려 30m가 한꺼번에 자란다. 괄목상대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모죽이 처음 보낸 5년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놀고 있었던 시간이 아니라, 성장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내실을 다진 시간이었음을 알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멈춰 있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월 13일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 혁신 방안’ 정책을 발표했다. 바로 ‘뉴스테이’로 브랜드 로고화한 정책이 그것이다. 집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거주’로 변화하면서 자가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임대주택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임대주택 공급은 저금리, 집값 상승 기대감 등으로 인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월세시대에 진입하면서 주거비 부담 증가와 잦은 이사로 인한 서민 및 중산층의 주거불안이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넝쿨식물 터널이 아름다운 풍광으로 일상의 행복을 선물한다. 컬러 호박과 수세미 줄기가 나무나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면서 잎을 피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넝쿨식물. 아침 출근길에 처음 발견했을 당시엔 나무상자 묘판에서 하늘거리는 정도였다. 보름 정도 지나니 양쪽에서 넝쿨이 올라오고, 이제는 둥근 터널 위에서 서로 손을 마주잡았다. 연약한 풀줄기가 둥근 터널을 타고 오르는 힘은 ‘넝쿨손’에 있다. 호박 줄기를 예로 들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잎새와 잎새 사이에서 넝쿨손이라는 세 손가락 줄기가 함께 나온다. 그리고 주변의 다른 풀이...
청운의 꿈을 안고 공직을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5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공직생활 끝자락에서 일단 국가와 국민들께 근로 기회와 자아성장, 행정적 나눔과 봉사를 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심에 깊이 감사하며, 나의 꾸준한 노력도 있었지만 다양한 행정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방향을 이끌어 준 선배·동료·후배들께도 머리 숙여 고마움을 전한다. 공직생활을 뒤돌아보니 크게 자랑할 만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크게 잘못한 것도 없어 아쉬움이 크다. 다만, 나름대로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창의적인 일에...
2015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한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부패인식도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국민들은 57.8%가 공직사회가 부패했다고 응답한 반면, 공직자는 3.4%만이 부패하다고 응답함으로써 공무원과 일반국민 간에 커다란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부패 발생의 원인에 대해 일반국민은 36.3%, 공무원은 46.1%, 그리고 기업인은 42.3%가 ‘부패 유발적 사회문화’를 한국사회 부패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공직사회의 부패 인식 정도에 대해 공무원과 일반국민 간 왜 이런 현저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일...
올해는 다행히도 비가 적당히 내리고 있다. 지난 2년간 지독한 가뭄과 싸우던 중부지방, 특히 곡창지대 강화도의 들녘에도 모내기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저수지의 저수량도 예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근래 들어 왜 가뭄이 자주 발생하고 물이 부족할까. 사실 지구상에 있는 물의 총량은 지구가 태어날 때부터 현재까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이 마시고 쓸 수 있는 물의 양은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물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인구의 증가 때문이다. 100여 년 전보다 인구와 물 사용량이 약 4배 이상 늘어났다. 인구가 늘어나...
최근 몇 달 사이 나라 곳곳에서 잇달아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며 전 국민을 분노케 했다. 피해자의 연령대도 다양한 이 사건들이 더 끔찍한 것은 가해자가 남도 아닌 대부분 부모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가르치지 부모를 조심하라고는 가르치지 않는다. 사랑으로 가득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생활하는 아이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근래 들어 종종 발견되는 만큼 이러한 것에 대비해 정부 차원의 대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여러 사건들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을 진정시키고자 부천시는 아동학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