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야가 단풍으로 물드는 철이건만 이즈음 가을은 가을이 아니다. 온통 최순실 난국이 색단풍을 흐리고 있다. 하늘도 착잡한지 음산한 날씨에다 늦비마저 추적추적 내리는 일이 잦다. 이 해괴망측한 일들이 규명돼 진통을 딛고 이 나라 이 사회가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여름 그 짙푸르던 잎사귀도 늘 푸를 수만은 없다. 시절 따라 단풍이 들어 낙엽이 되고 고엽으로 나뒹굴며 언 땅을 덮을 것이다. 잎은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제 역할을 다하지만 말이 없다. 이에 ‘고엽(枯葉)’이라는 단시조 한 편을 지어보았다. ― ...
승정원일기 1631년 4월 5일자는 인조(仁祖)가 완평부원군(完平府院君) 이원익(李元翼 1547∼1634)을 인견하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강하게 인상에 남는 것이 이원익이 84세의 고령에 신병으로 매우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입궐하는 장면이다. 왕과 노재상(老宰相) 간의 예(禮)와 정(情)이 감탄스러울 정도다. 먼저 도승지 이성구가 "완평부원군이 말하기를, ‘지난번 입시 때는 방석에 앉아 들려서 들어갔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을 뿐 아니라 몸도 불편하였습니다. 오늘 입시에는 그렇게 하지 말고 젊은 환관으로 하여금 부축하게 하여 들어...
다음 달 3∼4일 인천 송도 홀리데인 인에서 2016 아시아 경제공동체포럼(Asia Economic Community Forum; AECF)이 개최된다. 지난 2009년 미래 아시아공동체의 본부를 유치해 ‘인천을 아시아의 브뤼셀’로 만들자는 슬로건하에 제1회 포럼을 개최한 이래 올해가 8회째이다. 올해 주제는 ‘통일과 아시아공동체’로서 모두가 원하는 바람직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시아 특히 동북아 지역에 협력과 통합의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는 문제의식하에 한반도 통일과 아시아 지역통합과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게 된다. 올...
가을이 오면서 전국적으로 축제가 한마당이다. 인천에서도 지난달 24일부터 1회 애인(愛仁)페스티벌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부평의 풍물축제는 벌써 20회를 넘었으며 성공한 축제로 평가되고, 중앙정부에서 관심을 두는 대표 축제의 하나이다. 서구(西區) 야생화의 향연, 드림파크 가을나들이는 도심 속의 가을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한다. 그 지역 축제의 성공은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자부심으로 살기 좋은 마을로 인식돼 좋은 이미지로 이어진다. 인천시가 인구 300만 명을 넘어서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시도된 메인 행사 11개, 32개의...
대한민국의 안보 위기가 정점의 위험 수위를 향해 치닫고 있다. 조만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와 6차 핵실험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한민국의 안보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번영은 평화를 토대로 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목표이다. 그런데 그동안 평화의 달성 방식에 있어서는 남한과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의 진보세력과 보수세력 간에도 입장의 차이가 있어 왔다. 한쪽에서는 미국을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로 간주하고 남북한의 민족 공...
대인관계의 성패는 주로 호응하며 공감하는 소통의 기술과 능력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인간관계의 관점에서 효율적인 소통만큼 본질적인 측면은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소통의 단절이나 부재를 자주 거론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례는 특히 국내 또는 국제 간의 갈등문제, 정치인들의 이념 또는 이슈논쟁, 노동쟁의, 노소 간의 세대갈등, 가정불화나 이혼, 사제 간의 견해차이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소통은 사람들 간에 감정, 태도, 사실, 신념, 생각 등을 전달하는 과정이다. 언어가 소통의 일차적인 수단이지만 결코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올해 들어와 법조비리 변호사부터 시작해 부정한 일에 연루된 판사, 검사들의 이름이 신문, 방송, 인터넷 등에 계속 오르내리고 있어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도 변호사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나는 가끔 인천과 인근 도시에 소재한 중·고등학교에 전문직업인 특강 강사로 초대돼 변호사, 판사, 검사 등에 대한 강의를 하곤 한다. 물론 재능기부다. 그럴 때마다 우리 사회에서 전문직으로서 변호사, 사법부의 구성원으로서 판사와 고위직 공무원인 검사의 역할과 임무에 대해 얘기하면서 이들은 돈보다는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직업이라고...
시조(時調)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통의 으뜸 시가다. 자유시처럼 이미지로 읽고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리로 읊조리거나 창으로도 부를 수 있다. 요즈음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글을 배우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자랑스러운 한글로 지은 우리 시조도 세계화될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가 있을진대, 우리 고유의 문학인 시조가 외국인들의 관심 밖에 있을 리 없다. 그럼 우선 본인의 졸작 ‘노을’이란 단시조 한 편을 살펴보자. - 하룻날의 압화(壓花)란 게 / 저리 붉게 배이다니 // ...
지난 8월 하순에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히트를 다녀왔다. 1991년 유럽연합을 출범시킨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체결된 바로 그 도시이다. 네덜란드의 남쪽 끝에 꼬리처럼 내려와 있는 림뷔르흐주의 주도이기도 하며 주청사에 가면 당시 협정을 기리는 조그만 표지판이 남아 있다. 마스트리히트가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고 주변국에서 관광객이 모여드는 관광도시이기는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마스트리히트 협정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벨기에 국경까지는 서쪽으로 차로 5분 거리이고 남쪽으로 30분 가면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 대제의 무덤이 ...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메이저리그의 강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미국 마이애미 말린스 외야수)을 너무 잘 알고 좋아한다. 올해 메이저 리그 올스타전에서 홈런 더비 우승을 차지했고, 배트가 부러지면서도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치는 대단한 선수다. 그동안 언론이나 기자들은 이 선수의 이름을 지안카를로라고 읽고 쓰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공식 한국어 표기가 ‘장칼로’라고 바뀌었다. 국립국어원이 현지 발음과 최대한 비슷하게 표기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장칼로로 바꾸어 규정한 것이다. 수년간 아무 탈 없이 그를 지안카를로로 호명하던 언...
한국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심상치 않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아직은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한 겁주기에 머무르고 있지만 조만간 구체적인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특히 한류를 비롯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한국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수천 년간 일본만큼이나 우리를 고통스럽고 힘겹게 한 민족이었다. 한민족의 역사는 국력과 문화적 역량을 무기로 한 중국의 압박에 대한 시달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는 한족과의 전쟁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고 삼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당나라를 완...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김소월의 ‘산유화’라는 잘 알려진 시(詩)이다. 흔히 위 산유화를 가리켜 김소월의 철학적 면모를 보여준 시라고 말하기도 한다. 산에서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외롭게 피어 있고, 이는 마치 작가 김소월의 모습이기도 하고, 우리 존재의 한 모습, 실존(實存)이기도 하다. 이렇듯 시는 우리...
인천시와 경기도의 초·중·고교만 보더라도 총 2천700개가 넘는 학교에서 290만여 명의 학생들이 12만5천여 명의 교원들로부터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는 언제나 교육의 변화와 개혁을 위한 공식 무대인 것이다. 최근에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학교 교육은 여전히 교육의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교육의 성패는 기본적으로 학교 교육에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학교들이 교육청의 지시에 따라 획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돼 왔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그 많은 학교들이 똑같...
지금은 21세기 초반이다. 태평양의 온도 변화에 따라 엘니뇨다, 라니냐다 하면서 또 올 여름 중복 더위를 맞는다. 참 무덥다. 한반도의 중원인 충주 수안보는 땅속에 뜨거운 온천수가 끓고 있음에도 서울보다 덜 덥다. 이에 폭염도 식힐 겸 수안보 관련 여름 시조 한 수를 읊어본다. < 여름 - 綠(록)> - 산 뽕잎 푸르다 못해 마냥 반짝이누나/소쩍새 우는 밤에 잠겨설랑 어디 보라/속 깊이 끓지 않으면 나올 색이 아니다.- 이는 본인의 졸작 시조 ‘수안보 사계’ 중의 일부다. ‘시조(時調)’는 이름 그대로 그 시대 상황을 반영해 ...
영국의 EU탈퇴가 국민투표로 가결되면서 후폭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부결을 예상하다가 결과가 반대로 나오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문제는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로까지 그 여파가 파급이 될 때 가뜩이나 저성장과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렉시트의 원인은 무엇인가? 브렉시트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그리고 아시아의 지역통합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선 브렉시트는 미국의 트럼프 현상과 마찬가지로 서구 문명과 자...
문화재는 개인의 자산이 아니다. 후손에게 물려주고 가꿔야 할 우리의 자산이다. 그런데 이기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자신만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삼국유사는 고려 후기 승려인 일연이 쓴 고조선 이후부터 통일신라 시대까지의 일들을 기록해 놓은 역사서다. 삼국사기와 더불어 삼국유사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삼국유사는 현재 남아 있는 역사서들 중 단군 신화가 수록된 최초의 책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며, 신라인의 노래라 할 수 있는 14수의 향가와 묻힐 뻔했던 가야 역사를 기록한 점에서 큰 의미...
사전에서 관행이란 ‘그 전부터 관례가 돼 행함’, ‘한 가지 일을 자주 행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관행이란 결국 법적·도덕적 테두리를 위험하게 넘나들며 사회적 합의를 빌미로 동일한 행위를 지속적으로 일삼는 행태를 의미한다. 한국에서도 관행은 이미 정치, 경제, 사회, 예술, 교육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은 형국이다. 일례로 국민의당은 당규를 어기고 30세의 무명 인사를 뜬금없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무심사 공천한 것이 아무 문제가 없는 정치적 관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수 임용에서 특정 국립대학 출신의 학위 ...
지난 8일 오전 11시 인천시청 앞 현관 계단에 수십 명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인천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기 위한 추진위원회 발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위해서였습니다. ‘과거는 기억하지 않으면 되풀이된다’는 말을 신조로 모형 소녀상을 옆에 세우고 47개 참여 단체의 대표들이 나와 왜 이 시점에 소녀상을 건립해야 하는지 열변을 토했습니다. 사실 작년 12월 28일 박근혜정부가 한국과 일본의 외교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합의’했다고 발표했을 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물론 대다수의 국민들은 갑자...
정부는 선 취업 후 진학의 활성화를 위한 평생교육단과대학 지원사업 선정 평가 결과를 지난 5월 발표했다. 이는 선 취업 후 진학 제도를 더욱 발전시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을 하더라도,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학업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에 따라 올해 처음 시작한 것으로, 바람직한 시책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특히 평생교육 활성화를 위해 성인 학습자의 눈높이에 맞는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을 선발해야 한다는 관점을 고려해 운영 의지와 역량 및 발전 가능성이 높은 6개 대학을 전국에서 선정했다고...
올해 오월 중순은 뜨거웠다. 서울은 80여 년 만의 폭염에다가 맨부커상 수상 소식이 이 땅을 달궜다. 충주 수안보는 희한하게도 서울만큼 뜨겁지 않았다. 수승화강(水昇火降), 서울보다 남쪽임에도 기온이 더 낮다. 그러나 그 땅속은 섭씨 53도의 온천수가 끓고 있으니 참 축복받은 곳이라 하겠다. 또한 한강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은 한국 문단의 큰 경사다. 그의 소설작품 「채식주의자」가 시상 당국인 영국에서 그 나라 출신의 훌륭한 영어번역가와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개인의 기쁨을 넘어서 문학의 한류로서 세계화되는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