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영화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최신 개봉작이 아닌 과거의 명작들 위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감상 중입니다. 제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 ‘원기범의 별빛 라디오 (경인방송 FM 90.7 MHz 매일 밤 10:00-12:00)’ 토요일과 일요일 1부에 편성돼 있는 코너 ‘별빛 시네마’ 덕분입니다. 많은 인기를 끌었던 작품,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작 위주로 소개하고 줄거리뿐만 아니라 영화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 주옥 같은 영화음악들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이 코너는 벌써부터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을 많이 확보하고 있습니...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후략). 윤동주 시인의 ‘별헤는 밤’의 일부입니다. 이 시에서 ‘별’은 현재와 과거를 잇는 매개체가 된다고 합니다. 시공간을 초월해 동시에 존재하는 별의 상징성과 구원의 이미지를 통해 현재와 비교해 과거를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 사이...
며칠 전에 뜻깊은 토크콘서트가 인천에서 열렸습니다. ‘자신만만 행복육아 토크콘서트,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가 그 주인공입니다. 영광스럽게도 저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사회를 맡았는데 인천뿐 아니라 전국 5개 지역에서의 토크콘서트에서도 메인 MC로 마이크를 잡게 되었습니다. 아나운서로서 뿐 아니라 제 졸저인 「부모의 말이 바뀌면 자녀의 인생이 바뀐다」의 저자라는 점도 작용한 듯합니다. 이번 행사는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국가 육아정책 전문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소장 우남희)가 주최하고 여성가족부와 ㈜신세계가 ...
지난주에 자율형 사립고인 상산고등학교의 졸업식에 다녀왔습니다. 「수학의 정석」 저자로 유명한 홍성대 박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홍 이사장은 미증유의 베스트셀러인 「수학의 정석」 수익금으로 1980년에 학교법인 상산학원을, 그리고 그 이듬해에 상산고등학교를 세웠습니다. 학교 설립의 이유는 독자들이 ‘수학의 정석’에 보여준 사랑과 성원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그의 일념 때문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투철한 건학정신과 교육신념으로 지금까지 37년간을 한결같이, 학교 이름(象山)마냥 코끼리처럼 묵묵히 걸어 왔던 것입니다. 그동...
중학교 2학년 즈음 겨울방학이었다고 기억됩니다. 한 친구가 열심히 읽고 있는 책이 있어서 살펴보니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이었습니다. 때마침 텔레비전 방송의 명화극장에서 ‘오리엔트특급 살인사건’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면서 원작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습니다. 결국 저는 방학기간 내내 하룻밤에 한 권씩의 속도로 시리즈를 섭렵하기 시작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는 도저히 중단할 수 없을 만큼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인 탐정 포와로와 미스 마플은 각각의 시리즈에서, 전혀 실마리가 없는 미궁의 사건...
지난 금요일에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렸습니다. 그 전날부터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가 돼 있던 터라, 금요일 새벽방송 진행을 위해 일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창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도로에는 눈이 꽤 많이 쌓여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30분 먼저 출발했지만 역시 도로 상황은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고민 끝에 고속도로는 제설 상황이 좀 더 나을 듯싶어서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출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막상 고속도로에 진입해보니 일반 도로보다는 상황이 나았지만 쉽사리 속도를 내기가...
새해 첫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소위 요즘 가장 ‘핫’하다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이자 무대인 이곳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입니다. 두 남녀 주인공, 재즈 피아니스트와 배우 지망생은 미완성인 서로의 무대를 만들어 가게 됩니다. 그들의 사랑과 희망, 열정이 있어 볼 만한 영화였습니다. 뮤지컬 영화답게 음악도 무척 좋았고 특히나 영화 전반에 흐르는 재즈 피아노의 선율 역시 감미로웠습니다. 재즈(jazz)의 탄생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하나의 지역에 두 개의 언어 집단이 공존할 경우, 의사...
어린 시절 인천 수봉공원이나 송도유원지에 놀러 가면 친구들과 전자오락(?), 게임을 즐겼던 추억이 있습니다. 평소에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 제가 최근에 발견한 스마트폰 게임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스와이프 벽돌 깨기’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야 알게 되었지만 무려 100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한 인기 게임입니다. 스와이프(swipe)란 우리말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조작법의 하나로 터치스크린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것’을 뜻합니다. ‘벽돌 깨기’라는 게임은 거의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스...
얼마 전에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우리나라 성인 남녀의 절반은 평소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조사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에서의 정서경험과 콘텐츠 소비의 관계’에 관해 설문조사를 해보았더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한국사회는 감정표현에 상당히 인색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성(40.8%)보다는 남성 (57.2%)이 평소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답했고, 연령대로는 50대, 40대, ...
얼마 전에 백령도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맡았던 프로그램에서 통신원을 연결해 백령도의 소식도 듣고 뉴스 방송을 통해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5도 섬들과 관련된 뉴스를 여러 차례 전하기도 했던 터라 심정적으로는 가깝게 생각했던 섬이었지만 직접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입도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항로 특성 때문입니다. 제가 들어가려던 날 아침 일찍, 시간에 맞춰 연안부두에 도착했더니 풍랑주의보로 인해 1시간가량을 기다려본 뒤에 출항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전...
"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여태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입니다. 어떻게 내 마음을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이 프로그램을 통하면 될 것 같아 이렇게 문자를 보냅니다. 오늘 오전 6시 20분께 다음과 같은 제 사연과 신청곡을 방송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후략)" 얼마 전에 어느 애청자께서 제가 진행하고 있는 경인방송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 (월∼금 06:00-07:00)’에 보내주신 문자의 일부분입니다. 부탁하신 대로 정확히 그 시간에 그 분의 사연과 신청곡을 정성껏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 다음 날 방송...
우연한 기회에 러시아에서 오신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러시아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표트르 대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표트르 대제는 1682년에서 1725년까지 러시아 제국 로마노프 왕조의 황제였습니다. 그는 서구를 모델로 한 강력한 개혁 정책으로 러시아의 근대화를 가속화했습니다. 오스만 제국,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승리해서 영토를 확장한 것도 그의 업적입니다. 하지만 그가 왕위에 오르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여의고 극도의 정치적 혼란 속에 유혈 사...
바야흐로 SNS의 시대입니다. 웬만한 사람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 SNS 계정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습니다. SNS의 장점이야 굳이 논하지 않아도 인식하고들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단점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누구나 개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때로는 원치 않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여기고 단순히 자기 생각을 밝혔지만 경우에 따라 일파만파로 퍼져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뭇사람의 질타를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 않아도 좋을 말을 던져 놓아서 공연히 욕먹는 사...
며칠 전에 아마추어 합창인을 만났습니다. 알고 지낸 지 20년이 넘은 지인입니다. 여러 차례 함께 합창 공연도 하면서 가까이 지냈었습니다. 피차 바쁘다는 핑계로 몇 년 만에야 조우하는 자리였습니다. 공통의 취미와 화젯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엊그제까지 본 사람 같은 편안함이 있었고 두 시간 남짓한 식사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습니다. 그 분은 지금까지도 아마추어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오는 10월에는 정기연주회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열심히 일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저녁 시간에 짬을 내...
여러분은 행복하게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80년 동안이나 동고동락한 미국의 어느 90대 노부부는 그 비결로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을 꼽았습니다. 99살 짐 할아버지와 97살 노니 할머니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 노부부는 올해로 결혼 80주년을 맞았습니다. 강산이 여덟 번이나 변한, 실로 긴 세월입니다. 짐 할아버지는 80년 전 소개팅에서 노니 할머니의 아름다운 금발과 춤 솜씨에 반해서 결혼을 결심했다고 말합니다.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약속이, 말 그대로 검은 머리 파뿌리가 ...
얼마 전 제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주제는 스트레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흔히 접하는 스트레스라는 단어는 ‘팽팽하게 조이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온 말입니다. 의학적으로 정의하면, 우리 몸에 가해지는 여러 가지 자극에 대해 체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을 뜻합니다. 그 전문의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측이 가능하고 이해할 수 있으면서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면 자신의 발전과 인격적 성장을 돕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자가 진단법은...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를 일컬어서 판소리 다섯 마당이라고 합니다. 판소리는 소리꾼과 고수(북치는 사람)가 음악적으로 이야기를 엮어가며 풀어가는 장르인데 노래와 아니리, 너름새(몸짓), 고수의 추임새 등으로 구성됩니다. 구전으로 전해온 소중한 우리 민족 문화의 자산으로 인정받아 2003년에 유네스코 세계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판소리 다섯 마당 중에 ‘흥보가’는 조선시대에 지어진 한글 소설 ‘흥부전’ 덕에 내용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판소리 ‘흥보가’ 중에는 놀부의 악행을 묘사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소설가 한승원은 단편소설 「목선」으로 데뷔한 이후 수많은 작품을 통해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한 대작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학창시절,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에서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영향인지 그의 자녀들 중에는 문학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이가 많습니다. 장남과 장녀는 등단한 소설가이며, 사위는 문학평론가라고 합니다. 2007년 출간된 「채식주의자」라는 소설로 올해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교수가 바로 그의 딸입니다. 부전여전(父傳女傳)입니다. 맨부커상(The Man Bo...
지난 9일부터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FM 90.7㎒)’ 프로그램을 다시 진행하게 됐습니다. 작년 7월까지 7년 넘게 맡았던 프로그램이지만 약 8개월 동안 오전 8시 방송(뉴스 플러스)을 하다가 재투입되는 것이라서 몸이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합니다. 이번에는 음악 프로그램입니다. 제 개인으로서는 정말 오랜만에 음악 프로그램 DJ를 맡게 된 것입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그대로이지만 맡은 프로그램에 따라 호칭은 달라지기도 합니다. 일례로 시사프로그램이나 뉴스를 맡았을 때는 ‘앵커’로, 스포츠 등 중계를 담당하면 ‘...
지난 주말 KTX 상행선 객차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봄날을 만끽하려는 듯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특히나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앉았던 뒤쪽 대각선 자리에 네댓 살쯤으로 돼 보이는 남자아이와 엄마가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열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소음이 들리기에 쳐다봤더니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만화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이 없었는지 볼륨을 너무 크게 해 놓았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주위에 앉아 있던 다른 승객들뿐 아니라 비교적 멀리 앉아 있던 사람들까지도 일제히 쳐다볼 정도의 소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