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판에 자주 소환되는 개념 중 대표적인 것이 시대정신이다. 시대정신에 올라타려는 후보들의 노력은 가상하기보다 시대를 거스르려는 욕심이 더 커 보인다. 사실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시대정신이란 말조차 없었다. 헤겔은 시대마다 고유한 가치가 있고, 모든 가치는 변화 속에서 보편성을 축적한다고 여겼다. 그는 19세기 초 유럽 문제를 분열로 파악해 이 분열을 통합하는 힘으로서 ‘자유의식의 확장’을 시대정신으로 삼았다. 오늘날 헤겔 철학을 자유의 철학으로 보는 배경이고, 시대정신이란 말이 출현한 것이다.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10여 년 전 중국에서 ‘영어 보급’ 정책은 가히 선풍적이었다. 베이징 하계올림픽을 세계 무대에 우뚝 서는 중국으로 이끄는 신호탄이자 세계인을 품으려는 역동적 자세로 높이 평가됐다. 거리의 표지판이 영어로 바뀌고, 잘못된 영어 표현은 대대적으로 수정됐다. 영어교육도 강화됐다. 당시 중국 언론 매체들은 일제히 "대중적으로 올림픽의 인지도를 크게 향상시키고, 베이징의 영어 수준과 문명화를 보여 주는 대규모 운동"이라고 보도하면서 찬사와 격려를 서슴지 않았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찬가가 울려 퍼졌던 것이다. 그랬던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가을 20차 당대회에서 ‘10년 임기’ 관례를 깨고 당 총서기를 세 번 연임할 예정이라는 건 분명하다. 다양한 경기 부양 정책은 거의 확실시 되고, 미국과의 심화되는 갈등에서는 공격적이고 민족주의적 성향을 최대한 발휘해 응수할 것이며, 최근 인도와의 국경지대에서 보이고 있는 과감한 조치에 비춰 볼 때 대외적으로도 물러서지 않고 밀어붙이는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면에서 시진핑 3기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은 이런 추세가 예측보다 훨씬 더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강화시킨다. 지난해 4분기(10~
역사는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 국면이 변했고, 정치가 변했고, 시대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선거가 왜 낯설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이유다.지금 대통령선거를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코로나19의 폭풍이 3년째고, 올해는 팬데믹이 끝날 건가, 대선은 어떨까, 정권 교체의 구도만 변화가 있을 뿐 리더십과 전략 등 다른 것들은 낯설기만 하다. 다만, 몇 가지 진단서는 나와 있다.우선 유력 거대 정당의 두 후보는 모두 국회의원 경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두 사람이 국무총리를 역임한 유력 후보와 정치 경
"모 대통령 후보 부인의 주가 조작은 작전 세력의 손털기를 한 것뿐이다"라고 말하는 이가 꽤 많다. "여당과 제1야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은 과연 민심을 반영하고 있는 걸까?" 이런 의문을 가져본 이도 꽤 많을 것이다. 미래·민생 토론은 뒷전이고 ‘사과밭’이 된 대선판 아닌가 말이다. 조작의 위험은 더 커졌다. ‘조작’은 이미 사회 도처에서 전방위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최근 중국에서 일어난 ‘시청률 조작 사건’은 상징적인 예가 될 법하려니와 우리의 처지에서도 곱씹어 볼 만한 의미가 있다. 내용은 이렇다. 중국에서 방영된 드라마의
중국의 공업정보부는 지난달 ‘빅데이터 산업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4년간 빅데이터 산업 규모를 약 555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로 키워 관련 서비스 및 제품 개발에서 획기적 성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연구원장 위햐오후는 "빅데이터 혁신은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전체 산업 사슬의 융합, 혁신, 자체 제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빅데이터 자체 역량을 강화해 지적 자원, 산업 자원 등을 폭 넓게 모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선에 따가운 눈총이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서 빅데이터로 인한 프라이
미국이 동맹 강화를 통해 대중국 포위망을 견고히 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움직임과 타이완 문제가 상징적인 신호이다. 중국은 좁아지는 입지를 만회하기 위해 러시아와 군사협력 강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어 한반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의 경우 얼마 전 차이나타운에서 있었던 청천백일기 등장에 대해 중국 유학생들이 보였던 적대감 역시 작은 일이었으나 ‘친중국’과 ‘친타이완’의 의미를 곱씹어 보는 계기로 삼을 만한 터에 남태평양 솔로몬제도
중국 공산당이 ‘역사결의’ 세 번째를 채택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반열을 마오쩌둥·덩샤오핑의 대를 잇는 중국 3대 지도자 위상을 갖게 해줬다.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6중 전회)는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당대 중국 마르크스주의, 21세기 마르크스주의, 중국 문화와 중국 정신의 시대적 정수로 마르크스주의 중국화의 새 도약을 이뤄냈는데 시진핑 주석의 영도가 있었다"고 자화자찬하며 "중화의 우수한 전통문화와 마르크스의 기본 원리가 잘 결합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역사 추진에 결정적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중국 당국이 자국 내 연예계에 칼을 빼든 지 6개월. 한 차례 한한령으로 몸을 사려야 했던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중국의 조치에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116만 명에 달하는 멤버 지민의 팬클럽 웨이보 계정이 정지되자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조치가 바람직하지도 않고 중국 시장에서 한국 연예인들의 위상과 관련 있기 때문에 브랜드 모델 기용 같은 연예사업 외의 분야에서 닥칠 여러 문제들과 함께 고려해 보면 안타까운 점들이 한둘이 아니다.하지만 중국의 이번 조치가 내려진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7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지미 카터(대통령에 당선됐다)는 맨앞에 두 가지를 내세웠다. "나는 법률가가 아닙니다. 나는 워싱턴 정가(政街) 출신이 아닙니다."카터의 출마 변에서 ‘법률가가 아니다’라는 이유는 당시로서 충분한 배경이 있었다. 앞서 워터게이트라는 사건이 발생해 미국 전체가 떠들썩할 때 백악관 회의에서 법률가 출신 대통령이 다음과 같이 말한 내용이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아니라고 버텨.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우리 계획을 탈 없이 지키려면 뭐가 됐든
중국에서 해괴한 대규모 의료보험 조작사건이 일어나 코로나19로 가뜩이나 뒤숭숭한 의료계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가 전국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배후에 숨겨진 공직자들과 엄청난 보험금을 빼돌려 축재한 의료계 종사자들에 대한 비난은 이미 사회를 뒤흔들 정도의 대형 스캔들로 발전했다.시작은 산둥성의 단현 췌이커우에 사는 천스융이란 사람이 지난 7월 맹장염 수술을 받고 퇴원 후 마을 보건소에서 수액 치료를 받고자 했는데 의료보험 계좌에 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아연실색한 데서 비롯됐다. 그는 최근 2년여 동안 지역 의료보험을 단 한 차례도
지난 10월 10일은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 우창에서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중화민국이 세워진 신해혁명의 시작일로, 타이완에서는 국경일이고 중화인민공화국에서도 의미 있는 기념일이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해혁명 110주년 대회’에서 "중국 공산당은 쑨원 혁명사업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이자 가장 충성스러운 협력자이자 후계자들"이라며 신해혁명의 위대한 정신과 쑨원의 발자취 및 포부를 이어받겠다고 다짐했다.중중인(본토나 타이완은 물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화교)들에게 쌍십절은 건국일보다 더 의미 있는 날이자 길이 빛내야 하는 기념일로 깊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이 울리고 있다. 사용 자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중독 현상이 간단치 않은 것이다. 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최근 중국에서 ‘디지털 미니멀’ 유행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코로나19 발원지(?)로 알려진 우한의 한 미디어 계통 회사에 다니는 30대 중반 남성은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잡는다. 회사로부터 온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취침 전에 보다가 중단했던 문서를 계속 읽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제는 날씨는 물론 각종
한국 정치의 본질은 투쟁이며 대화와 타협, 성찰은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후배 정치부 기자의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실감되고 있다. 요즘 같은 난장판 대통령선거를 보면서 말이다. 여야 유력 주자와 연관된 대형 스캔들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고, 서로 상대방을 향해 "내가 당선된다면 너는 감옥행", "봉고파직, 위리안치하겠다"는 살벌한 위협이 도를 더했다. 답답한 건 앞으로 5개월 동안 스캔들이 진상 규명되지 못하고 이대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것이다.이런 아수라장이 된 까닭이 뭘까? 전문가들은 선거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한다. 여
화천대유, 헝다그룹이라는 익숙지 않은 회사 둘에서 발생한 부동산 태풍이 동북아시아를 휘몰아치고 있다. 배당금 액수도 일반 서민의 입장에서는 천문학적 수치인데다, 정치적 리더십과 연결돼 있어 귀추가 주목돼 처리 결과에 따라 어떤 피해를 남길지 모른다는 점에서 가히 메가톤급이다.중국의 경우, 헝다그룹은 1997년 설립돼 때마침 불어닥친 부동산 광풍에 힘입어 세계 500대 기업 중 122위까지 올랐고, 창업자 쉬자인은 중국 부자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6년부터는 재벌 기업들이 앞다퉈 하는 문어발식 기업 확장으로 사업체를 늘려 갔다
이웃이란 한 동네에 사는 관계만이 아니다. 이웃 나라도 그 범주 안에 들어 있다. 국제정치의 엄혹한 환경 속에서도 이웃은 우리 옆집의 구성원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금 일본에서는 새 총리를 선출하는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 우리의 관심을 끈다. 특히 당내 주요 파벌 수장들이 담합을 통해 사실상 특정인을 추대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젊은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각 파벌 또한 서로 다른 파의 후보를 지지하는 등 결과 예측이 쉽지 않기에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구나 아베 신조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내세우며 경천동지의 정책 전환으로 중국 대륙의 미래를 그릴 때 내세운 것이 선부론(先富論)이었다. 일부가 먼저 부유해지면 나중에 다른 사람을 도와 부유하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심지어 1억 명만 부유해지면 나머지는 그들이 먹여살릴 수도 있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금껏 여기에 이론이 없었다. 소득격차가 엄청나게 커지고 불평등 구조에 대한 온갖 시비가 일어날 때도 이 기본은 흔들림 없이 지켜졌다. 경제성장과 과실의 분배라는 두 마리 도끼를 언젠가는 잡을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었을 테지만 그 방식은 철저히 공산
한반도의 양쪽에 자리한 중국과 일본은 역사적으로 앙숙 관계일까? 지난해 타계한 동아시아 연구자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두 나라의 협력과 갈등의 역사를 1천5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추적했다. 타계 직전에 출간한 「중국과 일본」에서 그는 일본이 중국의 문명을 받아들였던 7~8세기, 중국이 일본에서 배운 1895~1937년과 1972~1992년 세 시기를 주목했다.야마토정권이 600년 중국에 첫 외교사절단을 파견한 이후 838년까지가 첫 번째 단계다. 이때 불교와 유교, 율령과 통치 시스템, 문학과 음악, 건축술 등을 중국
‘써 볼 수 있는 대책은 다 써 봤다’고 한다. 2017년 첫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처방전은 무려 26차례. 그런데도 부동산시장은 식을 줄 모르고 천정부지 치솟기만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웃나라 중국은 주요 도시의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에 있고 거래량도 크게 줄어들면서 당국은 ‘땅값 안정, 집값 안정’ 기조를 더욱 강화하겠다 해 중국이라 통한 것이냐 아니면 우리 처방전에 문제가 있느냐 등 설왕설래다. 중국의 경우 올 4월 이후 부동산 관련 대출 액수가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 전체 대출에서 부동산이 차지
지난 7월 1일은 중국 공산당이 창립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전국적으로 오성홍기가 나부끼고 축하하는 붉은 현수막이 내걸렸다. 베이징에 문을 연 ‘공산당 역사전시관’을 찾은 시진핑 국가 주석은 "개혁, 발전, 안전을 조화롭게 완성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고 했다.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정당을 가졌고 많은 굴곡 속에서 세계를 향해 ‘중국몽’을 자신 있게 외치는 것을 보면 이율적 감정을 어쩔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중국몽은 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