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9일은 ‘제573돌 한글날’이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와 해외에서까지 다채로운 한글날 행사가 열렸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 세상을 열다’를 주제로 한글날 전야제와 전시, 공연, 체험, 학술대회 등을 다양하게 개최했다.각 시도에서도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다채로운 문화제를 열었고, 전국의 국어문화원과 재외 한국문화원, 그리고 해외 세종학당 여러 곳에서도 우리말 겨루기, 손글씨 쓰기, 태극기 그리기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있었다는 소식이다. 매년 한글날마다 반짝 열리는 연례행사라서 그런지 시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 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전라도 쪽 사람들은 나룻배 타고, 경상도 쪽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경상도 사투리에 전라도 사투리가 오순도순 왁자지껄 장을 펼치네." 섬진강과 화개장터를 배경으로 한 가사에 곡을 붙여 가수 조영남이 부른 대중가요 ‘화개장터’의 가사 내용 중 일부다.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에 있는 화개장은 조선 시대부터 중요한 시장 중의 하나로, 주로 지리산 일대 산간 마을들을 이어주는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하던 곳이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주변과 어울리다 보면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이 심해지면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마치 옹이처럼 풀기 어려운 매듭이 자리하게 된다. 마음속에 생겨난 매듭은 원망의 대상이나 정도에 따라 꼬여진 강도가 달라서 어떤 매듭은 살아생전 끝내 풀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풀기 어려운 매듭이 생겼을 때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알렉산더 대왕의 ‘고르디온의 매듭’을 떠올리게 된다. 지중해에서 인도에 이르는 광대한 제국을 건설했고, 그리스와 페르시아 문명을 융합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자 노력했던 알렉산더 대왕에
인어 공주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덴마크의 동화 작가 안데르센(Andersen, Hans Christian. 1805~1875)의 창작동화 「인어 공주」의 주인공이다. 코펜하겐의 한 해변에서 덴마크 여행의 필수 코스라고 하는 ‘인어 공주 동상’을 설레는 마음으로 마주한 적이 있다. 동화 속의 그 인어 공주를 처음 보는지라 큰 감동이 밀려올 것 같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동화 속의 인어처럼 하반신이 비늘로 덮인 물고기 형상이 아닌 점도 그랬고, 인어 공주가 앉아 있는 곳이 실제로 인어 공주가 등장할 듯한 아름다운 바닷가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 생산돼 장거리 운송과정을 거치지 않은 농수산물이나 먹을거리’를 일컬어 보통 로컬 푸드(local food)라고 한다. 로컬 푸드라는 이름은 애초 지역에서 재배되고 가공된 농수산물이나 먹을거리의 이동 거리를 줄이고, 생산자가 누구인지도 밝혀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신뢰를 쌓아 먹거리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로컬 푸드 운동에서 비롯됐다. 로컬 푸드의 가장 좋은 점은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안전한 먹거리를 유통단계를 최소화해 신선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현대시(詩) 100년사(史)에서 우리나라가 처해있던 가장 불행했던 시대를 살다 간 시인 중의 한 사람인 신동엽(1930~1969) 시인의 시(詩) ‘껍데기는 가라’ 전문이다. 이 시는
내 어릴 적 기억의 중심에는 외가(外家)가 있다. 방학이 시작되면 나는 으레 20리도 족히 넘을 신작로(新作路) 자갈길을 내달려 외가로 가곤 했다. 특히 여름철에는 방학 한 달 내내 외가에서 지냈다. 외할머니의 특별한 사랑 탓도 컸지만 가장 큰 이유는 뒷동산만 넘어서면 넓은 바다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다는 정말 신나는 놀이터였다. 개헤엄 수준의 수영 실력이었던지라 나에게는 당연히 밀물 때보다는 물이 빠져나가 갯벌이 넓게 열렸을 때가 훨씬 놀기에 좋았다. 밀물 때나 썰물 때에도 어김없이 가장 먼저 물이 드나드는 물길 갯고랑에서는 동무
지난달 초 서울 대학로에 ‘차 없는 거리’가 부활했다. 혜화동로터리에서 이화사거리까지 960m의 거리에서 ‘대학로 차 없는 거리’가 시범 운영됐는데, 넓은 대학로의 차도가 보행자 천국이 돼 사람들로 가득했다. 주말이지만 대학로에서 차량이 통제된 것은 30년 만이라고 한다. 서울시는 대학로 차 없는 거리의 주제를 ‘오다, 가다, 쉬다’로 정했다. 승용차를 피해 다녔던 두 발이 자유로운, 사람이 주인이 되는 도심 속 쉼터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또한,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고, 저
‘1970년대 초 한 어린이신문에 처음으로 연재되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숨은그림찾기’를 기억하고 있는 독자들이 아직도 적지 않을 것이다. 재미있는 줄거리까지 곁들여진 그림 속에 알 듯 모를 듯 숨겨진 것들을 찾아가는 ‘숨은그림찾기’는 곧 각 신문이나 잡지들까지 앞다퉈 게재했고, 한때는 ‘국민 퀴즈’로까지 대접받은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순식간에 모두 찾아버릴 것처럼 호기(豪氣) 넘치게 잘 찾아가다가도 마지막 한두 가지는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아 으레 애를 먹이곤 하던 ‘숨은그림찾기’. 그러나 어디에 숨어있는지 전혀
학생이 교사를 때리고, 성희롱까지 저지르는 ‘악성 교권침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5년간 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된 교권 침해 건수는 전국적으로 5천500여 건에서 2천400여 건으로 절반이 줄기는 했지만 교사가 위협받는 악성 사례는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학생에 의한 성희롱 피해가 3배 이상 늘었을 뿐만 아니라 학생에게 매 맞는 교사도 165건이나 일어났다고 한다. 물론 이 숫자는 겉으로 드러난 경우고 드러나지 않은 사건도 많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막을 방법이 딱히 없을 뿐만 아니
서울 지하철 5호선 강동역 4번 출구를 나서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성안마을 강풀만화거리’가 있다.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순정만화인 ‘그대를 사랑합니다.’ ‘바보’, ‘당신의 모든 순간’ 등 유명 작품들을 50여 개의 벽화와 조형물로 꾸며놓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낙후되고 오래된 이 마을에서 실제로 거주했었다고 알려진 강풀 작가의 작품 중 주요 내용으로 골목길을 아름답게 꾸며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 매우 특별해 보이고 이색적이기까지 하다. 성안마을 강풀만화거리는 앞으로 ‘웹툰 비엔날레’ 운영까지 계획하고 있을 만
최근 핀란드의 한 대학 연구팀이 2004~2018년 사이에 여러 나라에서 발표된 10대들의 운동량에 관한 27개 연구 논문을 분석해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10대들은 초등학교 초기부터 신체활동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몸을 움직이는 일을 싫어하게 되면서 게으른 습관이 점점 몸에 익숙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행동이나 일 처리가 느리고 일하기 싫어하는 버릇이나 성미를 게으르다고 한다.게으름과 관련이 있는 속담이 많은 것을 보면 우리 선조들은 특히 게으른 것을 싫어했던 것 같다."게으른 선비 책장 넘기기, 게으른 놈 밭고랑 세
신라 고승 원효의 깨달음과 관련된 이야기로 잘 알려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everything depends on the mind)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겪는 모든 행복과 불행의 원인을 밖에서 찾으려 하지만 생각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하고 눈도 보이지 않았던 헬렌 켈러는 죽음을 앞두고 "내 인생에서 행복하지 않은 날은 하루도 없었다. 나는 정말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복자이자 그 시대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