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기나긴 대선(大選) 유세(遊說) 기간이었다. 유권자들의 마음도 착잡하리라 사료된다. 선거 때만 되면 우리를 허탈하게 하는 것이 있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아니면 타 당 후보와 그 지지자들 모두는 적이 된다는 것이다. 우려되는 것도 있다. 말로만 외치는 국민 통합이다.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라 할 수 있는 다수결의 원리에 승복할 줄 모르는, 성숙되지 못한 일부 시민의 그릇된 자세도 문제다. 누차 대통령선거를 치른 우리다. 하지만 외신의 시각에서는, 대한민국에서의 완전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이 목전에 다가왔다. 하지만 여전히 후보 진영 간에는 상대 후보와 가족들의 과거 약점과 비리만을 들추고 캐내는 인신공격성 네거티브 공방만을 주고받는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국민들은 내일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실의에 잠겼다. 어느 후보 하나 국가 미래비전을 담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연설문 하나 작성·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각 진영에서 내놓는 정책들마다 예산을 염두에 두지 않은 황당한 공약들이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무게가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
우리도 이제 다양한 민족의 문화가 섞여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가 됐다. 하지만 곳곳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충돌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곤 한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 땅에 이주해 발붙이고 살아가면 한국인이다. 이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동방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불리던 조선이었다. 19세기에 와서도 우리는 흥선대원군의 통상수교거부정책으로 인해 서양 세계가 있는 것조차 모르는, 말 그대로 국제 정세에는 깜깜한 나라였다. 때는 이미 서세동점(西勢東漸) 시기로, 유럽 열강(列强
국정농단 사건으로 22년 징역형을 받고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特別赦免) 단행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된 지 4년 8개월 만인 31일 0시를 기해 풀려난다. 특사(特赦)가 발표된 지 수일이 지났지만 여야, 시민단체 등에서 긍·부정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면(赦免), 그것은 대통령의 권한이다. 헌법 제79조는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일반사면을 명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라고 명문화하고 있다. 이어 사면법 제2조에 "사면은 일반사면과 특별
묘서동처(猫鼠同處), 고양이와 쥐가 함께 기거한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 패거리가 됨을 일컫는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2021년 ‘올해의 사자성어’다. 이 신문은 해마다 12월이면 전국 대학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한 해 동안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사자성어로 압축, 공표한다. 고양이 묘(猫), 쥐 서(鼠), 한가지 동(同), 곳 처(處) 이 네 글자 성어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는 "공직자가 위아래 혹은 민간과 짜고 공사 구분 없이 범법을 도모하는 것은 국가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 …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
"남북한이 각각 다른 의석으로 UN에 가입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며 불완전한 것입니다. 그것은 통일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중간 단계입니다. 우리 UN대표단의 자리가 옵서버석에서 회원석으로 불과 수십m 옮겨 오는 데 40년이 걸렸고, 동·서독의 두 의석이 하나로 합쳐지는 데는 17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남북한의 두 의석이 하나로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상기 문장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남북한이 UN에 동시 가입한 해인 1991년 9월 24일 대한민국 노태우 대통령이 제46차 UN총회장에서 행한
우리는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천명(闡明)하고 있다. 이어 동법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고,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대통령에게 지우고 있다(제66조).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해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사마양저(司馬穰저)는 진(晉)과 연(燕)나라와의 전쟁 중에 병사들의 막사와 우물, 아궁이, 먹거리를 비롯해 병이 든 병사가 있으면 찾아 문병을 하고 약도 챙겨 주는 등 장군의 신분으로 몸소 보살폈다. 게다가 장군에게 지급되는 재물과 양식을 모두 병사들에게 풀고, 자신은 병사들 중에서도 몸이 가장 허약한 병사의 몫과 똑같이 양식을 나눴다. 이로부터 사흘 뒤에 병사들을 다시 순시하자 병든 병사들까지도 모두 앞다투어 싸움터로 나갔다. 진나라 군사들은 이 소문을 듣고 물러가고, 연나라 군사들도 이 소문을 듣고
"농부가 나에게 찾아와 봄이 왔다고 알려주니, 장차 서쪽 논밭에 농사 지을 일이 생겨 났구나(農人告余以春及 將有事於西疇)." 널리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중국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대표작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나오는 한 문구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여섯 번째로 봄의 마지막 절기에 해당하는 곡우(穀雨)다. 농촌에서는 이날을 전후해 농사 짓기에 알맞은 비가 내려 농부들의 일손이 바빠지기 시작한다.갈수록 논밭이 사라져가고 있어 걱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일부 직원들과 국회의원, 지방의원, 정부 고위층들의 토지에 대한 무한
예나 이제나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거짓을 놓고도 진영 논리(陣營論理)를 펴고 있는 우리 정치권이다. 불신(不信)은 거짓에서 비롯된다. 신뢰야말로 법관(法官)의 생명이다. 법관이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사법부(司法府) 수장(首長)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이 사법부를 넘어 정치권으로 비화, 정쟁(政爭)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나는 본란(2019년 11월 13일자)을 통해 「사법부(司法府) 너마저 !」라는 제하(題下)에,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세상의 모든 부류가 불의와
우리나라 사면(赦免)의 역사는 오래됐다. 고대 중국의 제도에서 도입된 것이지만 문헌에 ‘용서한다’는 뜻의 ‘사(赦)’자가 보이는 것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三國史記)」 기록을 보면 세 나라가 공히 사면제도를 시행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삼국의 사면 사례를 보면 신라의 경우, 선덕왕(善德王) 2년 봄 정월 친히 신궁에 제사하고 대사령을 내렸다. 모든 주·군의 1년간 잡세를 면제했다. 고구려는, 산상왕(山上王) 2년 여름 4월 국내의 두 가지 죄 이하 죄수를 특사했다. 백제의 경우도 다루왕(多婁王) 28년 봄·여름
파우스트가 열쇠 한 꾸러미와 등불을 들고 감옥의 철문을 열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파우스트 ; 여기 이런 습기 찬 담 벽 뒤에 그녀가 살다니. / 마르가레테 ; (그 자리에서 몸을 숨기면서) 아아! 이걸 어쩌나! 사람들이 오는구나, 나는 참혹한 죽음을 당하는구나! / 파우스트 ; (나지막이) 조용히! 조용히! 내가 왔어요, 그대를 살리러 왔어요! / 마르가레테 ; (그의 앞에서 뒹굴면서) "당신도 인간이라면 저의 고통을 생각해 주세요! / 파우스트 ;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간수가 잠을 깨리다! / 마르가레테 ; (파우스트를 사형집행인
지금 나라가 어렵다. 지난 여름 50여 일간 이어진 긴 장마와 폭우로 인해 수해농민들은 살길이 막막하다. 저수지가 무너지고 강둑이 터지면서 논밭이 물에 잠겨 올해 농사를 망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이은 태풍을 맞아 국민들은 기진맥진 탈진 상태다. 그러잖아도 코로나19라는 가공할 바이러스 창궐로 국민 생활이 말이 아니다. 오늘도 여야 정치권은 서로가 옳다 하며 한 치 양보 없는 정치공방으로 구태(舊態)를 재연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휴가 특혜 의혹을 놓고 진영(陳營) 간 진실 공방이 치열하다. 참과 거
아주 위대한 랍비가 시찰관 두 사람을 북쪽 고장에 파견했다. 시찰관들은 그 고장을 지키고 있는 매우 중요한 사람들을 만나 지역 현황을 알아보려고 하는데 그 고장의 경찰서장이 나타났다. 시찰관들은 "아니오. 우리는 이 마을을 지키는 사람을 만나려고 하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마을의 수비대장이 찾아 왔다. 파견된 두 랍비는 또 말했다. "우리가 만나고자 하는 사람은 경찰서장이나 수비대장이 아니오. 학교 교사요. 경찰관이나 군인은 마을을 파괴하지만 교사야말로 그 마을을 지키는 사람이니까 말이오."「탈무드」 교육편에 나오는 얘기다
제(齊)나라 왕이 조(趙)나라의 위후(威后)에게 사신을 보내 문안 인사를 전하도록 했다. 위후는 왕의 서신을 개봉하지도 않고 제나라 사자에게 물었다. "해(歲)는 무양(無恙)한가? 백성(百姓)도 무양한가? 왕(王)도 무양하신가?(歲亦無恙耶, 民亦無恙耶, 王亦無恙耶)"사신이 기분이 상해서 말했다. "신은 왕의 명을 받들어 위후께 문후를 드리는 것입니다. 지금 위후께서는 왕의 안부를 먼저 묻지 않으시고 농사 형편과 백성을 물으시니, 이것은 비천한 것을 앞세우시고, 존귀한 것을 뒤로 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하였다. 위후가 대답하여 말했
恥? ‘부끄러울 치’자(字)다. 파자(破字)하면 耳(귀 이)+心(마음 심)이다. 사람은 마음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면 얼굴 중 먼저 귀가 붉어진다. 참으로 절묘하게 만들어진 글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많은 글자들 가운데 하필이면 서울대학교는 왜 ‘2020 달력’을 제작, 배포하면서 ‘부끄럽다’는 의미의 ‘恥’라는 글자를 한 해 달력의 표지문자로 선택했을까?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태도나 행동을 스스로 반성한다는 뜻의 ‘自省(자성)’이라는 조그마한 글씨와 함께.달력 표지에는 ‘효제문자도(孝悌文字圖)’ 중 ‘치(恥)’라고
이리(李離)는 진(晉)나라 문공(文公)의 고위 사법관(司法官), 옥관(獄官)이었다. 그는 법을 다룸에 있어 공평무사하고 엄정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지나간 재판의 기록을 다시 한 번 검토하던 중 판결을 잘못해 사람을 죽게 한 일이 있었음을 발견했다. 그는 곧 법복을 벗고 죄인의 형상으로 문공 앞에 나아가 자기를 사형에 처해 달라고 자청했다. 문공이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 "벼슬에는 귀하고 천함이 있고, 벌에는 가볍고 무거움이 있소. 하급 관리에게 잘못이 있다고 하여 그것이 그대가 책임질 일은 아니오."이리가 말했다. "저는 수장
이제 웬만한 뉴스는 충격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하기야 전직 대통령들뿐만 아니라 총리와 장관급에 해당하는 고위층 인사들이 줄줄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거나 임명 전 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드러나 사퇴하곤 하는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일 게다. 이들을 통해 병든 우리 사회 단면도를 보는 것 같아 자괴감을 감출 수가 없다. 건전한 사회로의 길은 멀어만 보인다. 이러한 와중에 김명수 대법원장의 관사 호화 리모델링 공사 문제가 커다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김 대법원장이 춘천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중 대법원장 후보로
우리는 대통령이 정부의 요직에 고위 공직자를 임명하고자 할 때, 국회가 행하는 인사에 관한 청문회(聽聞會)제도를 두고 있다. 청문회에서는 그 후보자가 공직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검증한다. 개각에 앞서 대통령이 임명한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 절차가 시작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하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국민들은 또다시 지켜보게 됐다. 뒤질세라 한 치 양보 없는 막말을 쏟아내는 여야(與野) 양 진영이다. 국민들이 예견한 바와 같이 여야 간 진흙탕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지나간 청문회마다 당...
강화도의 한 사찰에 걸려있는 ‘바늘귀’라는 제하에 쓰여진 불교 경전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옮겨 적어 본다. "어떤 사람이 평지에 바늘을 꽂아놓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에 올라 실오라기 하나를 던집니다. 이때 실오라기가 그 바늘 귀에 꿰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 바른 진리를 만나는 것은 바람에 날린 실오라기가 바늘귀에 꿰이는 정도로 희유하고 귀하며 소중한 인연입니다"라는 내용이다. 본란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맹구우목(盲龜遇木)이야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디넓은 바닷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