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극단 선택을 한 뒤 교사 사기가 말이 아니다.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말이 어느 순간부터 보편 현상이 된 양 오르내린다. 서이초 교사 사건으로 학생과 학부모한테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노출된다.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당하는 폭력 사례를 보면 너무나 놀랍다. 교사를 직업으로 연금 받을 때까지 유지하겠나 싶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간섭하고, 교사가 교실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 까닭을 학생인권조례에서 찾는 의견이 있다. 반면 다른 의견도 만만찮다.다수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 폭행에 시달리지는 않지만 많은 학
역사는 영광의 역사와 치욕의 역사로 구분할 수 있다. 8·15 광복절은 영광의 역사이고, 8·29 경술국치일은 치욕의 역사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영광의 역사는 비교적 잘 기억하고 기리는데 비해 치욕의 역사는 가급적 빨리 잊으려 한다. 2023년 8월 29일은 경술국치일 113주년이 되는 아주 치욕스럽고 슬픈 날이다. 해방 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매년 8월 29일이 되면 선언서를 발표하거나 기념식을 열었다. 국가의 치욕을 자랑스럽게 여겼기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1910년 8월 22일 매국노 이완용과
얼마 전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초임 교사가 일부 학부모들의 도 넘은 갑질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 선택을 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사건이 발생하자 일부 보수 세력들은 기다렸다는 듯 ‘학생인권조례 책임론(폐지론)’이라는 희한한 프레임을 유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작금의 비극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한몫한 전(前) 정권 그리고 그들과 뇌동한 진보 교육감들 때문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진보 교육감들이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교사의 인격과 권리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무슨 황당한 견강부회란 말인가? 학생인권조례
사회문화적 이슈와 현상을 분석하고 비평하는 ‘문화학의 이해’라는 교양 교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사회문화적 이슈를 담은 주제를 비평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사고의 지평을 확장하는 교양 수업이다.2023년 1학기 MZ세대 학생들이 선정한 사회문화적 이슈는 타인의 취향이다.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취향을 잣대로 타인의 호감도를 평가하고, 인간관계의 호불호를 결정한다. 특히 사랑의 감정을 표출하고, 연애의 상대를 평가하고 선택하는 기준점이 취향의 궁합이다. 취향이 잘 맞는 사람, 취향이 궁금한 사람, 취향이 일치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지난 8일 주한 중국 대사는 야당 대표와의 만남에서 미·중 패권 경쟁과 관련해 "현재 중국의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언급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9일 외교부는 중국 대사를 초치, ‘외교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이라는 이유로 ‘엄중 경고’를 했고, 연이어 중국 외교부는 주중 한국 대사에게 한국 측이 주한 중국 대사에 보인 부당한 반응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했다고’ 한다. 이러한 중국 대사의 파문은 한·미·일 안보·기술 동맹을 중시하는 우리 정부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며칠 전 어두워지니 아파트 단지 사이에 대포 소리가 터졌다. 5년 만이라는 해변축제의 폭죽인가? 송도신도시 해변의 하늘을 번쩍번쩍 수놓는데, 해변축제가 있었는지 몰랐다. 예나 지금이나 바다와 구름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로 인천 앞바다는 명소다. 송도신도시가 해변을 독차지한 요즘은 다가가기 어렵다. 주변에 살지 않으면 접근이 성가신 장소에서 축제가 열렸나 보다.축포가 터진 장소에서 멀지 않은 송도 6·8공구는 하늘을 더 높게 찌를 초고층 빌딩이 해변을 수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인천의 아낙들이 오랜 세월 조개를 캐 온 갯벌이던 송도신도시
오랜 기간동안 준비해 왔던 간호법이 수면에 올라왔다가 이번 국회 본회의 재투표에서 부결해 논란이다.간호사를 위한 간호법이 아니고 누군가 돌봄이 필요할 때 간호한다는 간호법인데, 간호사 직능을 위한 간호법으로 이해하고 보도됐다.우리나라 인구구조와 질병구조가 빠르게 변화는 상황에서 간호법은 시대적 소명을 반영한다. OECD국가 모두 간호법이 단독법으로 존재하는데 우리나라만 안 될 법을 만드는 듯 반응하는 걸까?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사회 변화 속도를 자동차 속도에 비유했다. 기업이나 사업체가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데,
우리는 좋은 나라에서 살 권리가 있고, 그 권리의 무게만큼 나쁜 정부를 미워할 권리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요즘 뉴스 보기가 겁나지 않은가요?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는 정부, 그들과 뇌동(雷同)하는 정치인, 그 한심한 정치인을 닮고 싶어 안달이 난 종교인, 법조인, 언론인, 곡학아세하는 학자들, 그들의 도를 넘은 허튼짓을 볼 자신이 있습니까? 브레이크가 파열된 기관차처럼 파멸을 향해 가는 후안무치한 권력의 민낯을 볼 자신이 있습니까?통(統)이 나서서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고, 통이 나서서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을 배제하고, 통이
MZ세대 사이에서 1인당 10만 원이 넘는 오마카세 열풍이 분다. ‘맡긴다’는 일본어 오마카세(おまかせ)는 요리를 주방장에게 맡긴다는 의미가 있다. 메뉴에 정해진 음식이 아니라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에 따라 주방장 재량으로 제공하는 음식이다. MZ세대는 자신의 음식 선호도와 취향에 따라 초밥 요리를 제공하는 맞춤형 오마카세에 빠졌다.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들의 특별한 날을 기억하고 공유하는 추억의 장소로 비싼 가격의 초밥을 거침없이 선택하는 소비 현상이다.일부 언론은 MZ세대의 소비를 SNS에 보여 주기 위한 허영의 과소비라고 평가절하
역사상 인간의 지혜로 만든 지고의 시스템도 지속가능한 건 없었다. 자유무역도 그러하다.19세기 프랑스의 저명한 자유무역과 시장경제 옹호 경제학자였던 프레데리크 바스티아는 "상품이 국경을 건너지 않으면 군대가 넘을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즉, 국제 간 갈등을 감소시킬 자유무역이 평화 유지 수단으로도 작동 가능하다는 주장이다.이러한 자유무역의 추진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 수립을 위한 브레턴우즈 회담 결과의 하나인 1947년의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창설 이후 본격화했다. 그 후 1980년
굴 계절이 벌써 마감됐다. 굴 넣은 김장김치도 바닥을 드러낸다. 냉동 덕분에 굴국밥마저 자취를 감춘 건 아니지만, 단골 주점에서 생굴을 만나려면 늦은 가을까지 기다려야 한다. 덕적도와 백령도 해안에서 따는 ‘석화’는 메뉴에서 이미 사라졌다. 영어 명칭에 알파벳 알(R)자 있는 달에 굴을 먹을 수 있는데, 포기하란다. 온난화로 바다가 얼마나 따뜻해졌는지, 굴에 독성이 감지된다며 손사래다.유럽과 미국인 대부분도 생굴을 좋아하는데, 여간 비싼 게 아니란다. 채취해 식당까지 신선하게 옮기기 어렵기 때문이라는데, 우리에게 생굴은 쉽게 먹을
지난 2월 코로나로 미뤘던 중동 여행을 했다. 우리가 아는 아랍은 아라비안나이트 소설이나 천일야화, 영화 따위를 통해 아는 정보들이다.영화나 소설은 아랍에 대한 신비로움을 제공했다. 날아다니는 양탄자,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가 나오는 호리병, 남성들의 터반, 여성들의 히잡, 사막 등이 아랍을 연상시키는 것들이다.두바이 도하 아부다비와 같은 도시는 현대건축과 토목기술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를 보여 주는 대표적 도시다. 사람이 살 만한 장소를 찾아서 물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아라비아반도에서는 바다를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핵심 가치다. 특히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한몸이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예술 창작은 존립할 수 없다. 자유를 억눌린 채 강요된 이념을 표현한 것은 예술이 아니라 생경한 선동이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이념과 세계관을 예술적 표현으로 일관되게 구현하는 것은 선동이 아니라 예술적 실천이다. 따라서 예술 표현은 예술가의 수만큼 다양한 경향이 있을 수 있다. 이때 각각의 경향은 서로 다른 상대의 경향을 비판할 수 있지만 비난해서는 안 된다.한 작품의 미덕을 평가하는 데
유난히 더웠던 지난해 여름, 프랑스 피쟉(Figeac)시의 ‘상폴리옹 세계문자박물관’을 탐방했다. 프랑스에서 기호학을 전공하던 학생 시절인 1990년 박물관을 처음 방문한 이후 30년 만에 찾아가는 설레는 여행이다. 프랑스 중부에 자리잡은 피쟉시는 중세 도시의 숨겨진 보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산과 숲에 숨겨진 중세의 도시가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 계기는 1986년 ‘상폴리옹 세계문자박물관’을 개관하면서다. 인구 9천 명의 작은 마을에 중세 건축양식과 세계 문자를 체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이 매년 5만 명을 넘어서 문자 콘텐츠로
역사상 제국은 흥망성쇠를 반복했다. 그러나 유라시아 대륙에서 한때 문명과 제국을 이뤘던 중국·이란·러시아는 과거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주변 국가와 국제질서를 불안하게 만든다. 러시아가 과거 소련 위성국들이 서방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에 분노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그 불행한 예다. 전쟁이 푸틴이 예상한 대로 굴러가지 않자 시진핑과 이란은 지금 계산이 복잡하다.세계의 군사지정학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이후 다음 전쟁을 중국의 타이완 침략으로 본다.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는 지난 1월 12개 분야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분
2016년 7월 30일 인천도시철도 2호선이 개통했다. 서구 검단 일원에서 주안과 인천시를 거쳐 인천대공원을 지나는 29㎞ 구간은 경전철이다. 출퇴근시간이 아니면 6분에서 10분 이내 도착하는 열차는 두 량으로 움직이지만, 출퇴근시간을 피하면 그리 혼잡하지 않다. 2호선이 개통된 이후 서구 주민의 이동이 원활해졌을 텐데 무엇보다 인천대공원 이용자가 늘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코로나19로 닫혔던 인천대공원이 열리자 시민이 예전처럼 모여든다. 주차장이 넓어도 주말이 아니라면 꽉 차지 않는다. 평일 인천대공원을 찾는 시민은 대부분 지하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크게 바꿔 놓았다. 학생들은 등·하교를, 직장인은 출퇴근을 매일 하는 게 당연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으며 집단으로 생활했다.하지만 코로나19는 집단으로 모이는 것을 의도적·비의도적으로 금지했다. 사람을 보고 싶어도, 또래를 만나고 싶어도 혼자서 해결해야 했다. 비대면 교육에서 대면 교육으로 전환되면서 등교를 결정하고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왔을 때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어색해하는 학생들도 많았다.예전에는 학생들이 한 공간에 모이면 바로 친해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얼마 전 모 출판사에서 신간 시집을 내며 문단에 복귀한 한 원로 시인을 시민사회와 문인 상당수가 강하게 비판한다. 해당 시인은 몇 년 전 후배 여성 시인에게 미투 대상으로 지목된 후 한동안 칩거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자주 거론됐던 원로 시인에게는 치명적인 추문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의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나 이렇게까지 마녀사냥하듯 소중한 문단의 자산을 매장해 버리는 건 아까운 일이다"라는 견해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피해자들의 일상이 안전해질 때까지 그의 죄는 잊힐 수 없다"는 의견이 훨씬 강하다. 그러거
상대성 이론의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정형화된 학교교육에서 호기심이 만들어지기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며 학교교육을 비판했다. 또한 학교교육의 가치는 많은 사실을 배우는 게 아니라, 사고하는 정신을 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학교교육이 아니라, 인류가 당면한 크고 작은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사고 역량을 배우는 것이 학교교육의 진정한 가치라고 주장했다. 최근 행정고시를 패스한 MZ세대 사무관들이 철밥통의 공무원 자리를 과감하게 버린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자발적으로 퇴직한 MZ세대 공무원 수
흔히 제국의 성립은 혼란과 혼돈에서부터 시작되고 제국의 멸망은 또 다른 혼돈과 혼란을 남긴다고 한다. 이러한 교훈은 인류 역사가 증명한다. 지난 소비에트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푸틴의 야망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면초가에 갇혀 고립무원의 지경에 빠졌다. 한편 시진핑은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전개하려는 담대한 시도인 ‘중국몽’을 통해 새로운 중화제국을 실현하려는 야심을 가졌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중국의 경제력에서 나왔다. 즉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서구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경제적 부를 축적해 미국 다음의 경제 대국을 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