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가의 개그 소재 중에 인기를 끌고 있는 주제의 하나가 ‘의리’이다. 한때 영화인이 그런 캐릭터로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도 했는데 그걸 개그우먼이 ‘으리’라는 사투리 억양을 섞어 가며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궁금한 것은 왜 지금 새삼스럽게 ‘의리’라는 단어에 특히, 많은 젊은 사람
지난 9월 6일 저녁, 인천 동쪽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퇴근길을 재촉하며 시민이 휴대전화로 무지개를 촬영하자 신호 대기하던 승용차 운전자도 휴대전화를 차창 밖으로 꺼냈다. 무지개를 볼 때마다 가슴이 뛴다고 시를 쓴 영국의 워즈워드는 나이 들어 설레지 않게 된다면 차라리 죽은 게 낫다고 읊었다. 나이와 관계없이 무지개를 보면 가슴이 떨린다는 건데, 워즈워드
간호과 입시경쟁률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학생은 줄고 있는데 간호과 입시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고생스러워도 졸업하면 취업이 확실하다는 장점 때문인 듯하다. 예전에는 여성들만의 직업으로 인식됐는데 점차 남학생도 간호를 전공하는 수가 증가하고 있다. 요즘 같이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요원한 시대에 매력적인 전공이 아닐 수 없다. 간호대학을 다니면서 학생
정부는 2017년부터 한국사 과목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는데,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부터라도 국사가 고등학교 교과과정의 실제적 주 교과로 재등장한 것은 국가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차원에서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물론 시행의 과정에서 불거질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하겠지만, 후학들이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좀 더 많이 배움의
흔히들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고 한다. 계절의 순환은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자연스럽게 이제 우리 곁으로 왔다.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지난 여름의 갈등 열기를 이 삽상한 절기에 한번쯤 차분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는 과연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인가’라는 물음을 먼저 해 보기로 하자. 그런데 불행하게도 15년 전 미국 타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 나타나는 병적인 현상들을 보면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자식을 도외시하는 부모의 비정함이나 병들고 늙은 부모를 내치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자식들의 부도덕한 행태는 이 시대 우리에게 새삼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특히 사회지도층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각종 인맥에 치우친 불공정한 관행, 도덕성 부재, 뇌물 수
막바지 무더위로 곡식과 과일이 여물어 갈 계절인데, 예년에 몰랐던 가을장마가 길게 이어진다. 추석을 앞둔 농촌의 시름은 깊어질 테고, 조상님은 햇과일을 맛보기 어렵겠다. 가을장마가 식혀도 한낮은 여전히 걷기 부담스럽게 덥다. 일부러 몇 정거장을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곤 하는데, 땀에 젖은 옷차림이 민망하다. 여름이면 밤 시간에 동네를 걷지만 연이은 술 약속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 국민들은 군대를 불신하고 그 이전의 의문사까지도 일부러 밝히지 않았을 뿐 사실은 억울한 죽음이었을 것 같은 짐작을 하게 만들고 있다. 어릴 때부터 잔인하게 왕따를 시키고 자살할 때까지 폭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가 군대에 가면 결국은 함께 살인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하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런지 막막
1945년 8월 15일, 일제강점기 치하의 고단한 현실에서 맞이한 민족의 광복은 그야말로 모두에게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런 환희의 날이었다. 1941년 12월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이 1943년 들어 연합국의 우세가 확실해짐에 따라 연합국 측은 전후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카이로회담
기업에게 국가가 처한 사회·경제·환경 문제에 경제주체의 한 축으로서 도움을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인지도 모른다. 1960년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을 기업가 정신으로 강조해 기업이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명제를 내걸었다. 그러나 현재의 삼성은 GDP에서 차지하는 매출비중
기록은 남기는 것만큼이나 그 보존도 중요한 문제이다. 과거 선조들은 그 시대의 역사를 기록하고 이를 후대에 남기기 위해 여러 곳에 사고(史庫)를 두고 분산, 보관했다. ‘사고’(史庫)는 말 그대로 역사책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각(史閣)이라고도 한다. 실록을 사고에 보관하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부터였는데, 특히, 고려 후기에는 실록의 완전
며칠 동안 구름이 잔뜩 끼었어도 아파트인 집 안은 덥다. 태양의 입사광선 각도가 커진 만큼 철근시멘트 건물이 뜨거워지는 건 당연하지만, 올해는 좀 빠른 듯하다. 작년 이맘때에도 지금처럼 더웠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때 이른 더위에 비명을 지르는 이가 작년보다 늘어난 건 사실이다. 내년엔 어떨까.유럽의 가정에 보기 드물다는 커다란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쉼 없이
얼마 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의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일본은 자위대 진출에 대한 의회의결권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독일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군대를 가질 수 없었던 일본은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군대를 가질 수 있고, 군대를 스스로의 결정으로 파견할 수 있게 됐다.일본의 우경화 과정에서 이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며, 앞으로 어
세월호 참사로 인해 ‘해피아’란 용어가 등장하더니 이어 ‘관피아’가 나타나고, 급기야는 ‘국가개조’가 이 시대의 화두가 돼 버렸다. 참사가 가져온 충격이 너무나 엄청난 것이었고 또 그로부터 불거져 나온 일련의 사태들이 기존에 제시해 왔던 대책이나 개선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
기원전 3~4세기, 전국시대에는 중국 문화의 원류인 제자백가의 백가쟁명이 꽃을 피웠다. 동시대의 그리스에는 ‘현자’라고 불리는 소피스트들의 현학적인 수사학이 있었고 이들은 직업적인 교사로서 그리스어권 세계를 다니면서 수업료를 받고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가르쳤다. 어떻게 동서 학문이 이와 같은 집단지성의 형태로 동시다발적으로 발아될 수
2014년, 잔인했던 4월은 부모와 스승과 가족을 생각하게 하는 감사의 달 5월까지 엉겁결에 삼켜버렸다.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6월도 지방선거로 인해 이런저런 이유에서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말도 많고 변화도 많다. 여기에 월드컵 경기까지 겹치다 보니 정작 현충일과 6·25전쟁일을 맞아 숙연해야 할 6월의
독일 바이에른 주를 대표하는 뮌헨은 1972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도시다. 독일 도시들이 대개 그렇듯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뮌헨은 오랜 역사를 지녔고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아 이민 가고 싶은 도시의 윗자리로 선정되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뇌리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은 지역이기도 하다. 올림픽 기간에 이스라엘 올림픽 선수단을 인질로 팔레스타인 양심수 석방을
1960년대에 우리나라 외화벌이를 위해 서독의 인력으로 간호사와 광부가 파견된 적이 있었다. 아무리 독일이 안전에 대한 대책이 철저하다고 해도 광산은 광산인지라 깊이 들어가면 안전에 대한 보장이 없다. 그 당시 독일은 노동력이 모자라서 각국에서 인력을 모집했다. 터키와 한국, 유고슬라비아 등지에서 몰려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았다. 그들과 함께 근무했던 독일
1903년 4월 15일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군함의 효시라 일컫는 양무호(揚武號)가 시커먼 연기를 하늘로 내뿜으며 인천항에 들어오고 있었다. 3천400여t급 1천750마력으로 최대 속도 13.5노트를 내고 먼 바다에까지 항해할 수 있는 이 대형 선박은 전장 105m, 폭 12.5m에다 8㎝ 포 4문과 5㎝ 기관포 2문을 좌우에 각각 장착한, 그야말로 &l
봄은 왔으나 봄과 같지 않다(春來不似春)는 한시의 슬픈 구절이 있다. 봄이 불가항력적인 운명과 뒤엉키게 되면 봄날의 화창한 햇볕조차 바다 깊은 곳에서 울부짖는 꽃잎들에게 구조의 손길로 닿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남은 유가족들에게는 4월의 화사한 봄볕도 잔인한 대상이 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올 봄에는 이 땅의 모든 꽃들이 때 이르게 한꺼번에 흐드러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