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오래된 영화가 있다. 소피아 로렌,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등이 열연한 ‘해바라기’다. 이탈리아의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이 제작한 이탈리아·프랑스·소련의 합작영화로, 제2차 세계대전이 갈라놓은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영화에는 구소련의 우크라이나 지방에 펼쳐진 드넓은 해바라기 밭의 아름다운 정경이 나오는데, 주제음악 ‘사랑의 상실(loss of love)’의 애잔한 선율과 함께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짙은 인상을 남겨 준다. 전쟁 후 생사를 모르는 남편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분)를
1970년대 당시 문교부(지금의 교육부)에서 주관한 ‘전국자유교양대회’가 있었다. 전국의 학생들에게 고전 읽기를 장려하고 필기시험·독후감대회를 통해 우수 학생을 선발해 표창했는데, 지방에서 선발된 학생들에게는 표창식 참석차 생애 최초의 서울 구경 기회도 주어졌다. 다소 획일적인 독서 장려 방식이기는 하지만 그 덕에 많은 학생들이 삼국유사, 그리스·로마신화, 단테의 신곡 등 동서양의 다양한 고전을 접할 수 있었다. 요즘에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필독 권장도서’가 있지만, 영화·게임 등 각종 선택지가 넘치는 상황이라 학생들이 예전보다
지난달 27일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의 공사)에 우선적으로 시행됐다. 개인사업자나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의 공사)에 대해서는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인 2024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다.이 법은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해 1월 26일 제정됐고 1년의 유예기간을 지나 마침내 시행되기 시작했는데, 기업의 준비상황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해가 바뀌면 새해부터 달라지는 법령과 정책에 유념해야 한다. "바뀐지 몰랐다"는 변명은 받아들여지기 어렵기 때문이다.법조계에서는 검찰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제도(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12조)가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것을 큰 변화의 계기로 받아들인다.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7년 만에 형사사법 분야에 큰 변화가 생겨난 것인데, 이는 검찰 권력의 오·남용을 제한하기 위한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종래에는 특별한 하자가 없는 이상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지만, 올 1월 1일부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팬데믹으로 인해 침잠된 분위기에서 맞는 새해이기에 국민 모두에게 ‘희망찬 새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더욱 간절해진다. 국민 각자가 마음에 간직한 크고 작은 희망(소망)들이 잘 이뤄지길 빈다. ‘희망’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 할 수 있는데, 금년은 가히 ‘정치 풍년의 해’라고 할 수 있다. 3월 9일 대통령 선거, 6월 1일 지방선거 등 중요한 선거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어려움 속에 의기소침해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정치
인류의 최대 덕목은 ‘진실을 추구·옹호하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정의’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실을 추구·옹호하다가 큰 위험과 희생을 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언론인들이 더 위험해졌다"며 세계 언론 자유 수준에 우려를 표했다. 유네스코는 "2006~2020년 사이 전 세계에서 1천200명 이상의 언론인이 살해됐으며, 이들 사건 10건 중 9건이 사법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고 했다.2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가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주최로 지난 12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협동조합 정체성에 깊이를 더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는 1895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제1차 대회 이후 33번째 행사로, 한국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유럽 이외 지역 개최는 1992년 일본 이후 19년 만이다. 이번 대회는 ICA 창립 125주년(2020년 기준)과 1995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채택된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2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지닌다. 개회식에는 85
현대차와 기아차의 엔진 결함 문제를 내부 고발해 미국 정부기관으로부터 2천430만 달러(280여억 원)의 포상금을 받은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이 "우리나라에선 공익신고를 하지 말라"는 우울한 충고를 전했다고 한다. 한국에선 공익을 위해 비리를 신고해도 보상에 비해 개인의 희생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공익 제보를 했다가 개인적인 낭패를 본 사례들이 많은데, 이번에 보상을 받은 김 씨도 2016년 공익신고를 한 이후 사내 보안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고됐고,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되는 등 큰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현재
11월 11일은 제26회 농업인의날이다. 농업인의날은 농업이 국민 경제의 바탕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자부심을 키우며 그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종전의 ‘어민의 날’, ‘목초의 날’을 통합한 ‘권농의 날’이 ‘농어업인의 날’로 바뀌었다가 ‘농업인의날’로 바뀌었다.과거에는 일상생활에서나 법령에서나 공히 ‘농민’이란 용어를 사용했었는데, 정부(농림부)가 농업 관련 법령 안에 들어 있는 ‘농민’이란 용어를 ‘농업인’이란 용어로 바꿨다.예컨대 1994년 농업협동조합법 개정 시 제22조에 규정된 ‘농민’이란 용
우리 사회에 사기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부동산사기 등 수법도 다양하고 방식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피해 건수와 규모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과거엔 재산범죄의 다수가 절도·강도 등이었는데 사회가 발전하고 디지털화되면서 기상천외한 수법·방식의 사기범죄가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이스피싱의 경우 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범죄자들의 접근과 유혹을 한 번이라도 당해 보지 않은 국민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수사기관이나 자녀를 사칭한 보이스피싱은 가장 흔한 사례인데, 최근에는 "저금리 대출을 해 주겠다"는 식
오는 10월 21일은 제76주년 경찰의날이다. 1948년 처음으로 기념행사를 한 이후 1957년 11월 내무부 훈령에 따라 이날을 ‘경찰의날’로 지정했고, 1973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 주관 기념일로 확정돼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사회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을 ‘경찰행정’ 또는 ‘질서행정’이라고 하는데, 이는 국가의 핵심적인 기능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처럼 중요하고도 어려운 경찰행정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공무원들을 격려·위로하기 위해 ‘경찰의날’을 지정해 기념하는 것은 큰 의미
지난 8월 말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법관 임용에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기간을 ‘5년 이상’으로 단축하되, 고등법원 및 특허법원 법관의 경우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가진 법관을 보직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현행법상의 경력기준은 올해까지는 5년이고, 내년부터는 7년 이상, 2026년부터는 10년 이상인데, 법관 수급이 어렵다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경력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됐던 것이다. 대법원은 경력기준을 높일 경우 로펌·경찰 등에서 자리잡은 우수 인력이
2013년 중국 옌지시(延吉市)에 있는 옌볜대학교(延邊大學校)에서 교환교수로 체류한 적이 있다. 옌지시는 지린성(吉林省) 내 조선족자치주인 옌볜주(延邊州)의 주도(州都)인데 인구는 약 60만 명이다. 조선족이 차지하는 인구비율은 과거보다 많이 줄어서 약 30% 내외라고 하는데, 외부 유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18~19세기 우리의 조상인 당시 조선 사람들이 궁핍과 설움을 피하기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나 만주땅 간도(間島)로 불리던 이 지역으로 많이 이주했으며, 척박한 땅을 일구는 등 숱한 고난을 헤치면서 가까스로 정착했다. 옌지시와
지난 7월 2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임대차 3법 시행 1주년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대차 3법 시행 전 서울 100대 아파트 임대차계약 갱신율이 57.2%에서 시행 후 77.7%로 개선되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전셋값이 폭등한 건 쏙 뺀 채 갱신율만 내세워 효과를 과대 포장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금도 전셋값과 매매가가 상승세에 있어 많은 국민들이 허탈감과 분노를 보이며 정부·여당의 부동산정책과 조세정책을 크게 비판하고
"신분에서 계약으로(from status to contract)"라는 말은 영국의 법학자인 헨리 메인(Sir Henry James Sumner Maine·1822~1888)이 그의 저서 「고대법(Ancient Law)」에서 사용한 표현으로, 중세적 신분질서사회에서 근대적 계약질서사회로 역사 발전이 이뤄진 것을 매우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원래 유럽 중세의 경제는 장원(莊園)을 기초로 한 자급자족의 봉건경제체제였다. 그런데 도시와 상공업의 발달로 인해 자급자족의 장원경제가 붕괴되고 화폐경제가 확립되면서 지대(地代)를 부역(夫役)
지난해 2월 경기도 평택 내 중·고등학교가 있는 한 사학재단이 주관한 교사채용 과정이 부정하게 진행됐다는 뉴스가 최근 보도됐다. 경찰 수사결과 학교 측이 정교사직을 원하는 기간제 교사로부터 1명당 수천만 원씩 모두 18억8천여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자격 미달의 시간강사를 교수로 채용하는 대가로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수도권의 H대학교 전 이사장 등에 대해 수원고등법원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등의 형을 선고했다는 뉴스도 보도됐다.중·고등학교 교사,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이며 성실하게 준
지난 8일 대법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국정원장 3명에 대해 재상고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남재준 전 원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에게는 각각 징역 3년, 징역 3년6개월·자격정지 2년의 실형이 내려졌다. 전직 국정원장 3명은 자신들의 재임 시절 국정원장 앞으로 배정된 ‘특수활동비’ 중 각각 6억 원, 8억 원, 21억 원을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원(상납)해 국고 손실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정원장들이 자신들의 직무 수행을 위해 써야
지난 7월 1일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개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베이징 톈안먼(천안문) 광장에서 진행된 기념행사에서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모두가 풍족한 삶)을 실현했다"면서 "제2의 100년 목표를 향해 힘차게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공합작과 대장정, 국공 내전을 거쳐 1949년 신중국 성립을 선포한 중국공산당이 문화대혁명의 광기를 극복하고 개혁·개방으로 성장에 매진한 결과 오늘날 경제·군사·과학기술 등 여러 방면에서 세계적 초강대국으로 등장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인민들의 절대빈곤을
최근 군대 내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들을 뉴스로 접하면서 우리 국군의 문제점들에 대해 크게 염려하게 된다. 병사들의 부실한 식단, 성추행으로 인한 자살 등 반복적으로 전해지는 안타까운 소식들은 국민들을 크게 분노하게 만든다. 군대는 특수한 조직이다. 특히 ‘명령과 복종’을 강한 특징으로 삼는 조직이다. 물론 군인이 아닌 다른 공무원들이나 일반근로자들도 ‘명령(지시)과 복종’이라는 틀에서 복무하기는 하지만 특별히 군대 내에서 ‘명령과 복종’이 더욱 강조되는 것은 전쟁·전투라는 극한 상황에서 목숨마저 던져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6월이 됐다. 1년의 반이 지나는 셈이다. 축구로 치면 전반전이 끝나갈 무렵이다. 지난 반년을 돌아보면, 코로나 상황 속에서 국민 대다수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 우울한 일들이 주로 떠오르고 유쾌했던 기억은 별로 없다. 하반기에는 코로나 상황이 제발 진정되고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다시 피기를 기대해 본다. 어쨌든 이제 녹음이 짙어지기 시작할 테고 이윽고 여름을 맞게 될 것이다. 6월의 달력에 기재된 절기와 기념일들을 들여다보니, 지난 5일은 망종이자 환경의날이었고, 6일은 현충일이었다. 오늘은 6·10민주항쟁 제34주년 기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