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이 넘쳐난다. 그들의 출사표를 들으며 오랫동안 품었던 의문이 다시 일어난다. 언론에 보도되는 정치적 수사의 말을 듣지 말고 진정 대통령이 돼서 이루려는 꿈이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이다. 현 정부 반대편에 서 있거나 아니건 간에 뭔가 생선처럼 파닥파닥 살아 숨을 쉬는 듯한 꿈이 있어야 할 텐데 대부분 지극히 교과서적인 말씀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데서 궁금증은 실망으로 바뀌기도 한다. 비전이 없다, 막연하다, 현실 감각은 그런대로 괜찮다는 평이 고작인 신진 인사 말고, 사생활이 깨끗하지 않다, 과거 군사독재에 아부
지난 한미 정상회담과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그리고 최근 잇달아 열린 한미 외교 라인의 협력적 만남 이후 중국의 반응이 예전과는 상당히 달라졌다. ‘중국 견제’라고 여길 만한 내용의 공동성명이나 한국의 태도가 별 저항감 없이 미국 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모습에 대해 중국 측 태도가 온건해지고 적대적이 아닌 것이다. 물론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에 누적돼온 ‘중국 피로증’을 감안하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고, 자신의 입장을 거칠게 천명하는 이른바 중국의 ‘전랑(戰狼) 외교’를 겪어본 입장에서 다소 유연해졌다는 정도의 느낌일 수도
스마트폰의 전자지갑 앱으로 예금 인출과 송금, 결제하는 디지털 위안화가 본격화되면서 미국이 디지털 달러에 대한 논의를 통해 맞불 대응에 나섰고, 국내에서도 ‘디지털 지갑’ 서비스 경쟁이 시중은행 사이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의 경우, 디지털 위안화 속도는 작년 10월 대대적인 사용 실험 이후 고속도로에 진입한 차량에 비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올해 들어 기업 간 시범거래와 도시 간 연계 시험을 하고, 홍콩과 역외 테스트까지 마쳤다. 중국의 중앙은행(인민은행)은 중국 내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가 없어도 신분
세계 3대 대학 평가기관으로 꼽히는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지난주 공개한 ‘2021 아시아 대학 순위’에서 우리나라 대학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중국 대학들의 독주가 거셌다. 일본 대학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크게 후퇴했는데 홍콩·마카오·타이완 등 중화권에도 밀려 국제화 지표에서 사실상 낙제점에 가깝다는 게 문제의 핵심. 상위 100개 대학(중국 본토 31곳, 중화권 16곳, 한국 12곳, 일본 11곳)에서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해를 거듭할 수록 상위권에 합류하는 중국 대학은 약진하고 있으나 국내 대학은
원자력발전을 둘러싼 동북아 3국의 기상도가 심상치 않다. 우선 지난번에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 이후 ‘원전동맹’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한국의 원전사업에 있어 미국과의 공동보조와 협력이 강화되면서 관심은 크게 고조됐다. 정상의 공동성명과 함께 공개된 ‘팩트시트’에서 한미 양국은 원전 공급망을 함께 구성하고 해외 원전시장에 공동 참여하는 건 물론 공동 참여 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 의정서 가입 조건화를 채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통의 원전 강국인 미국이 근래 들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러시아·중국에 신규 수주 물량을 거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수반은 주석(主席)이라 부른다. 사드 배치 문제로 기분 나쁘다고 말석(末席)이라 부를 수는 없다. 타이완의 경우 장개석 이래 총통(總統)이라는 칭호는 자연스럽다. 때로 히틀러를 연상할 수 있다 해서 기피하는 경우도 있으나 별로 개의치 않는다. 일본도 해방 이후 오랫동안 천황(天皇)이라 불러왔으나 대략 1990년대부터 일왕(日王)이라고 매스컴에서 표기했다. 하지만 공식적인 칭호는 여전히 천황이다. 1868년 메이지유신이 발발했고 일본은 당시 조선에 신정부 승인을 요청하는 국서에 천황을 썼다가 거절당했다. 그 외교문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의 10배가 넘는 면적에서 계획되고 있는 이른바 강원도 춘천·홍천 일대의 ‘중국문화복합타운’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세계 최초의 중국문화복합타운이라는 화려한(?) 이름에 ‘일대일로’ 사업이란 단어가 언급되고, 한편에서는 차세대 ‘공자학원’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주장에 더해 또 다른 차이나타운 조성에 불과하다는 의견까지. 첫 번째, ‘일대일로’에 대한 언급은 최문순 강원지사가 사업 참여 기업 중 하나인 인민망 인터뷰를 통해 "이 사업을 문화 일대일로라 이름 붙였다"면서 "마음속에 까는 일대일로가 되겠다"는 각오를
세계 자동차산업의 지각 변동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동북아에서도 큰 변화가 예고됐다.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 자동차’의 한·중·일 삼국 경쟁이 곧 펼쳐질 것이란 사실이다. 지금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선두주자는 단연 일본의 도요타였고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추격 중이었다면 중국의 경우는 한참 후발주자였다. 그러나 ‘BAT(중국의 3대 기업, 바우두·알리바바·텐센트를 말함)’가 본격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로봇청소기를 만들던 기업에서부터 전자업체, 인터넷 서비스 회사, 택시 운영사에 이르기까지 상당수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그야말로 군웅할거
‘근조화환’의 의미는 여러 가지를 함축한다.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에서부터 죽음을 직시하고 생명과 인간에 대한 존중 의식을 기린다. 잔인한 달, 4월을 맞아 서울시교육청 앞에는 ‘근조화환’이 늘어섰다. ‘서울 교육은 죽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함께. 그 이유가 ‘제2기 학생인권 종합계획’에 성소수자 학생 지원과 보호가 담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혐오와 차별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고 특히 성별 정체성을 명시한 조례는 서울이 유일하다는데 이에 대해 죽음이라는 격렬한 표현을 사용하다니 어이가 없다. 이웃 나
4·7 보궐선거가 남긴 상흔은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에게도 적지 않다. 우리의 정치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가 하는 탄식과 차악을 선택해야만 하는 선거는 과연 여기서 끝낼 수 있을 수 있나 하는 한숨이 절로 나오기 때문이다. 정치 기술자들은 1년도 채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누가 유리하고 불리한지 열심히 계산하고 있으나 시민들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5년마다 치러지는 ‘성군(聖君) 대망론’의 유권자 의식도 갈수록 퇴색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 미래는 과연 어떤 것이지, 당면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근본
중국에서는 외국 영화 제목을 철저히 번역한다. 원래의 제목에 충실한 직역이 많으나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한 의역도 많다. ‘어벤저스’는 ‘복수자들’, ‘캡틴 아메리카’는 ‘미국 대장’, ‘헐크’는 ‘녹색 거인’, ‘토르’는 ‘뇌신’, ‘브레이브 하트’는 ‘용감한 마음’ 같은 식이다. ‘라이언킹’은 ‘사자왕’, ‘라푼젤’은 ‘장발 공주’다. 외래어를 사용하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중국의 어문 정책이기도 하지만 정치·경제 영역에 들어가면 전혀 그렇지 않다. 왜곡되거나 굴절되는 건 다반사고 심지어는 거꾸로 헤아려야 할 때가 대부분이다. 최근
지분 쪼개기, 차명 거래, 원정 투기, 셀프 보상 등등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투기를 둘러싼 각종 용어가 현기증 날 만큼 요란하다. 거액을 벌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큰돈을 투자한 이들의 행태는 마치 매승(枚乘 : 서한 시대)이 쓴 ‘칠발(七發)’이라는 글의 음식 이야기처럼 다채롭다. 푹 익힌 곰발바닥(雄掌), 표범의 태, 꿩고기, 송아지의 부드러운 살, 개고기탕, 잉어회, 난꽃으로 빚은 술 등등. 매승은 여기서 이런 요리들은 음식 맛이 달고 향기롭고 기름져서 ‘장부를 썩게 하는 독(毒)으로 변해 즐기는 사람을 해칠 수가 있다고
중국 서남재경대학의 간리 교수는 중국 경제 내수활성화 목표에 대해 "민생 개선 정책을 펴고 저소득자와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산주의 일당 독재국가에서 나오기 힘든 발언이기도 하려니와 의견의 가치가 진위 여부를 떠나 ‘좋아요’라는 SNS의 숫자로 매겨지는 오늘날 토양에서 보면 신선한 느낌마저 든다. 개혁·개방 이후 40여 년 중국의 청년 세대가 겪은 굴곡진 삶은 우리 한국의 경우와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개천에서 용이 될’ 수 있는 가성비 높
한국과 중국 모두 젊은이들의 낮은 출생률과 가파르게 느는 이혼율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젊은층 이혼율은 심상치 않다. 공자가 서른 살에 학문의 기초를 확립했다는 이른바 삼십이립(三十而立)에 빗대 삼십이리(三十而離 : 떠날 리를 써서 이혼의 유행을 말하는 것)가 흔히 쓰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 결혼은 줄어들고 이혼은 계속 늘어 올해부터는 ‘이혼조정기’를 대폭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젊은이들은 이에 개의치 않는 건 물론 오히려 조정 기간이 길어졌으니 서둘러 이혼 신청 예약을 서두르는 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저마다 화려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서울지역 조사 결과를 내놓았는데 시장 스타일에 대한 부분이 관심을 끌었다. 에니어그램의 9가지 기본 유형을 질문의 보기로 만들었는데 결과는 ‘실용성과 유능함을 추구하고 성공하는 스타일(28%)’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고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시련 속에서 단체장 역할이 자신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체감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하겠다. 문제는 이런 스타일이 선거 때 나타나는 변신이 아니라 지난 행적에서 면밀하게 검토돼야 한다
한국의 매일경제와 일본의 닛케이, 중국의 환구시보 세 매체가 최근 한중일 3국의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 상대로 ‘불안 요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선 한국의 경영자들은 ‘코로나19 파장과 과도한 규제, 정치·정책 불안’을 지적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영자들이 ‘중·미의 적대적 갈등과 분쟁 요인’을 꼽았고, 일본의 경영자들이 ‘코로나19에 따른 내수 시장 불안정과 수출 부진이 염려된다’고 했는데 비해 국내 정치·정책 불안을 꼽은 건 분명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는 사실이다.최근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나 이익공
일본군으로 중국 전선에 투입됐다가 패전 후 아메바성 이질에 걸려 사망한 아이 미쓰(1907~1946)의 작품 ‘눈(眼)이 있는 풍경’이 화제다. 그는 32세가 되던 해 이 그림을 그렸다. 노구교 폭파 사건과 남경대학살을 일으키고 중국 대륙을 집어삼키려는 야욕으로 국가총동원법을 제정한 바로 그해다. 벌써 80여 년이 흐른 지금 작품 중앙에 빛나는 눈은 마치 오늘의 참담한 세상과 허물어져 가는 미래를 응시하고 있는 것 같다는 평이 화제의 핵심이다. 일본 사회는 지금 총체적으로 붕괴 현상을 보인다. 연기된 올림픽이 무산될지 모른다는 위기
‘굿바이, 트럼프’ 하면서 생각나는 두 인물이 있다. 한 사람은 빌 디오데스라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그는 "트럼프는 다르다. 고액 기부자만 만나고 기득권을 대변하는 힐러리와 달리 트럼프는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경청했고 큰 도시가 아닌 작은 마을에도 신경을 썼다. 분명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다른 한 사람은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미국의 민주주의는 창문 밖으로 내던져질 것이다."그리고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는 아폴로 신의 저주를 받아 불길한 일들을 정확하게 예언하면서도
탈진실(脫眞實)의 시대에 지구촌을 강타한 세기적 역병이 연초를 맞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때 국내 확진자가 1천 명 선을 넘기까지 했다. 사실 이 수치는 오래전 미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가 예측했던 바다. 그들은 국내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 2021년 3월 중순에는 4천981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는데, 지난 9월 초 미국 상황에 대해서도 12월에는 하루 3천 명씩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고 이는 현실로 나타났다. IHME처럼 의료전문가들이 선제적으로 코로나19 진행을
정치를 ‘애정남’이라고 한다. ‘애매한 것을 정해 주는 남자’의 준말이다. 정치란 애매한 것들 사이에서 선택과 판단을 하는 것이란 뜻이지 정치를 남자만 해야 한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그렇다고 정치가 늘 무언가를 정하기만 해서는 문제가 많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세상에서 누군가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야 하고 누군가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결단)을 내려야 한다. 물론 이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 이게 정치다. 박근혜 정권 말기에 우리가 맞닥뜨린 진실은 너무나 불편한 것이었다. 경자년이 저물고 소의 해 신축년이 밝았어도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