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의 느낌은 다양하다. 얼마 전 내린 봄비는 달콤했다. 잎보다 먼저 핀 꽃 세상을 연초록 잎 세상으로 바꿀 만큼 황홀했다. 이내 가슴에 젖어 있다. 보이지 않는 신의 손길이 작용한 듯 신비롭다. 당분간 흐드러진 꽃 세상과 잎 세상이 서로 앞다퉈 새봄 한마당 잔치를 벌일 기세다. 보통 ‘봄비’는 봄철에 가늘면서 소리 없이 내리는 비를 말한다. 이슬비·가랑비·는개비·보슬비 같은 시적인 이름들이 봄비에 보다 잘 어울린다. 봄비는 뭇사람들이 좋아할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창작 제재로도 손꼽힌다. 시인, 작곡가, 화가, 삽화가, 사진사,
4월 들어 건조한 대기로 산불이 잇달아 발생했다. 서울 인왕산은 축구장 21개 면적이 단번에 타 버렸다. 산림청은 4월 1일까지 지난 세 달간 발생한 산불이 380건으로, 최근 10년보다 53.5% 높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은 대표 격 재난으로 진압이 쉽지 않다. 산불이 일어나면 해당 지역 생물들이 모두 죽어 다시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열돔 현상으로 지구 온도가 높아져 산불, 가뭄, 홍수, 폭풍으로 기상이변이 재난에 가까워졌다. 더 빈번하고 더 광범위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멈출 수 없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갯벌을 막아 아파트 짓고 다리 놓은 일을 막을 수 없다면 가능한 최소화해야 한다. 탄소중립이 세계의 화두가 되면서 우리도 준비 없는 탄소중립 선언에 뛰어든 지도 몇 년이 지났다. 경유차를 줄이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대체에너지 연구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무 심기 못지않게 갯벌의 정화 작용과 보호 작용은 그동안 노력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갯벌은 지구의 모든 생물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지구의 허파이며, 지구 산소의 70% 이상은 숲이 아닌 바다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식물플랑크톤이 바다
요즘 한국은 롤러코스터 사회라 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극명한 우열(優劣) 상황이 번갈아 돋보이기 때문이다. 10대 선진국 진입, 한류문화 확산, 초고속 인터넷 보급, 편리한 대중교통은 나은 점이다. 반면 최저 출산율, 최고 자살률, 최하위권 삶의 질은 못한 점이다. 심한 기복이 함께한다. 문제는 일반 국민이 얼마나 나은 점들을 향유하고, 못한 점들을 극복하느냐에 있다. 여기 ‘일반 국민’은 우리나라 전체 국민 중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민층을 말한다. 제목의 ‘봉’은 알다시피 이용해 먹기 좋은 사람을 이른다. 예부터 ‘민심은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발표했다. 개정되는 부분은 근로시간 계산 단위가 주단위에서 월·분기·반년·연으로 단위를 다르게 해 노사가 합의로 선택하게 한 것이 핵심이다. 노사 합의에 따라 해당 기간에 평균 근로시간을 맞춰 일할 수 있게 되니 최저임금 제도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확정한 것은 근로자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러나 분야별 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제도라며 반발이 컸다. 특히 영세한 현장에서는 기업도, 근로자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야간수당 등 시간외
러시아가 전쟁으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급격히 하락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치열한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세계 무역 규모에서 1위와 2위를 다투는 국가 간의 경제패권 전쟁으로, 세계경제 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미국은 세계 무역 규모에서 지속적으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2017년 연간 무역 규모가 3조8천억 달러로 연간 4조2천억 달러를 달성한 중국에 뒤처지게 됐다. 이것은 미국을 긴장하게 만들었고,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더욱 심해졌다. 중국은 이에 대응하면서 양국의 대립
지구상의 도시는 시끄럽습니다. 자동차 소음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없는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Venezia)입니다. 이 도시에서는 보트가 승용차 구실을 합니다.세계적인 ‘물의 도시’라 일컬어지는 베네치아는 5세기께 만들어졌습니다. 북유럽에서 밀려 들어온 이민족(고트족)에게 쫓기던 피난민(라틴족)들이 만든 인간의 작품입니다. 육지에 발을 붙일 수 없었던 그들이 석호(모래와 갯벌로 된 바다 호수) 위에 말뚝을 박아 세운 도시, 이곳을 전 세계인이 즐겨 찾습니다.우리나라에도 이런 갯벌 위에서 탄생한 도시가 있습
요즘 한국인의 문해력이 곧잘 사회적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문해력(文解力, Literacy)’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심심한 사과, 익일, 사흘, 이지적, 사서, 이 모, 무운을 빈다’라는 말들이 본래 뜻과 달리 풀이돼 이야깃거리로 나돈다.지난해 10월 어느 대학신문에 ‘청년층 문해력 저하 원인과 해결책’이 실렸다. 학생들은 독서량의 부족과 한자를 모르는 것이 원인이라 했다. 오죽하면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대학글쓰기’ 과목을 설정해 가르치나 싶다.1940년대에 나온 이태준의 「문장강화」가 재출간되는 까닭이다.
얼었던 날씨가 풀리면서 사람들이 들썩인다. 국회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위해 입지를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여소야대 현 정국에서 다시 정권의 키를 잡기 위한 물밑 작업의 시작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연이은 패배를 만회하기 위한 행보가 주목된다. 제1야당으로 의석 수만큼 파워를 발휘하려 하지만 좀처럼 지지 기반을 만들지 못한다. 줄곧 지지부진하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도 오르고, 기세를 올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균열은 예사롭지 않다.여당을 빼앗긴 이후 민주당의 행보가 지난 20여 년의 막강했던 응집력을 흔든다. 2022
‘시조’는 우리나라 전통의 고유한 정형시다. 한국시조문학진흥회를 비롯한 일부 시조단체에서는 시조의 범국민 문학화와 세계화에 힘써 왔다. 2016년 12월에는 ‘시조 명칭과 형식 통일안’을 제정·선포했고,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했으나 별 진척이 없었다.그동안 나는 그 원인과 대안을 발표했다. 그 중 초·중·고 학생에 대한 교육당국의 시조교육 정책은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시조교육 상황은 통일되지 못한 시조 창작 방식의 혼선이 하나의 장본(張本)이라 할 수 있다. 시조의 현대화란 명목으로 지나치게 형식을 깨면서
세상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뿐더러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지향하지도 않는다. 만일 아무 노력 없이 마음먹은 대로 삶이 영위되거나 그렇다고 믿는다면 누구라도 조만간 안일의 덫과 교만의 늪에 빠져 종래에는 힘들고 난처한 결과를 맞이하기 십상이다. 비관은 슬퍼하거나 실망하는 감정 외에 인생은 괴로우며 악뿐이고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혐의를 견지하는 태도를 일컫는다. 하지만 인생이 고통뿐이라는 염세관은 그렇다고 쳐도 바랄 것이 없다는 태도는 배신에 직면하고 자괴감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기대 이상의 위안과 격려가 되기도 한
숲은 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인간은 그런 나무를 매일 잘라내면서 지구온난화를 걱정만 한다.인간은 10년마다 프랑스 면적에 해당하는 숲을 지구에서 사라지게 했다. 지난 10년간 잘려 나간 나무는 500억 그루가 넘는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이유다. 기온 상승은 생태계뿐만 아니라 물, 토양까지도 변화를 시키고, 뜨거워진 기온으로 물이 기화하면서 수소는 대기권 상층부로, 무거운 산소는 대기권 하층부 지구 표면 가까이 모인다. 그 결과로 산불이 지구 곳곳에서 발생, 적지 않은 숲이 사라지고 다시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고
올 첫날 새해맞이는 ‘해돋이(日出)’로부터였다. 해가 막 솟아오르는 모습은 벅찬 기쁨 그 자체다. 세세연년 빛나는 해돋이는 하루아침의 시작이요, 한 주 한 달 한 해의 시작이다. 살아가는 나달마다 해 뜨는 날이 아니 없으니 늘 새로움의 연속이다. 해돋이는 ‘새로움’이다. 늘 새롭다는 것은 반대로 평상시 하루하루가 같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네 평상시 일상생활이 같은 게 없다는 현상, 이는 곧 ‘무상(無常)’이다. 흔히 이 무상을 종교적 의미로 상주(常住)할 수 없다고 해 ‘덧없음’이라 새겨왔다. 늘 시시각각 새로운 상황을 미처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여섯 번째를 차지했다. 미국의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USNWR)는 전 세계 85개국 1만7천 명에게 설문을 해 정치, 경제, 군사력 등을 평가해 매년 순위를 발표하는데, 미국·중국·러시아·독일·영국·한국 순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의 순위가 나왔다. 우리나라에 대해 1960년대 이후 꾸준한 성장으로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하나가 됐고, 세계 최대 규모의 국민총저축과 외국인 투자보유고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했다. 세계 6위는 전년도 8위보다 2단계 앞당긴 순위다. 조사 기반이 되는 정치와 경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으로 가슴앓이한 기억이 있습니다. 필자에게 청소년 시절, 미모로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배우를 꼽으라면 ‘올리비아 핫세(Olivia Hussey)’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가냘프면서도 청순함이 가득한 그녀가 첫사랑처럼 기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시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한 그녀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이처럼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배경으로 유명해진 도시가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Verona)입니다. 베로나는 밀라노와 베네치아 중간쯤에 있는 인구 26만 명의 작은 도시입니다. 그런데
인간에게 지나간 시간은 흔적과 자취를 남기기 마련이며, 미련이나 책망으로 자신을 괴롭히기 십상이다. 특히 과도한 후회는 잘못을 뉘우치는 과정에서 깊은 마음의 상처를 유발하거나 순결한 영혼을 훼손할 수 있다.삶의 중요한 생존 조건 가운데 하나인 후회는 주체적인 삶의 결과다. 그런데 애초 자신의 선택과 결정이 옳았다면 후회는 발생하지 않는다. 주도적인 삶에는 권리와 책임이 수반되고 더불어 후회라는 부작용도 뒤따른다. 보통의 인간에게 후회는 불가피하며 마음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감정이다. 우리의 면역 세포가 외부로부터 주입되는 각
‘사학(史學)’, 즉 ‘역사학’은 역사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그 중 ‘국사학’은 그 나라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흔히 고조선에서 현대까지 우리나라 역사를 ‘한국사’(약칭 ‘국사’)라 한다. 이 국사를 연구·강의·주장하는 관점이나 직역 혹은 단체에 따라 사학의 명칭이 달리 불린다. 강단사학 대 재야사학, 식민(사대)사학 대 민족사학, 정통사학 대 유사(사이비)사학 등이 그 사례다. 이 중 마지막 ‘정통사학 대 유사(사이비)사학’에서 뒤의 명칭은 악의적·은폐적 주장으로 보인다. 이른바 우리나라 주류 강단사학계에서 자신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열강들의 독주가 시작됐다. 자국의 경제를 위해 세계가 합의한 협정도 뛰어넘어 패권을 흔들고, 극이기주의를 펼치며 산업과 기업의 판도를 바꾼다. 자유민주주의가 한발 물러서고 이권 앞에서 국가들은 발톱을 숨긴다. 이러한 혼란에서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는가.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떠나 해외에 생산기지를 세우고 해당 국가에 엄청난 일자리 창출과 부가가치를 기약하고 있다. 국내는 수출이 줄어들고 수입재는 늘어나고 무역수지 적자는 점점 커지며 어둠이 가시지 않는다.꽁꽁 언 땅에서는 싹이 나오지 않는다. 본이
선생님으로 정년을 맞이한다는 것은 행복이다. 교육자 스승은 사라지고 교사만 있는 세상, 극한 직업, 삶의 체험 현장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학교 선생님을 표현한다.NPO 단체의 총괄책임자로 서울의 초등학교에서 경제교육과 세계문화에 대해 수업할 기회로 초등학교 현장을 제대로 경험했다. 우리 단체 활동가들과 초등학교에서 세계 어린이들과 우리는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어려움을 해결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체험(?) 시간이었다.내가 경험한 초등학교 교육 현장은 전쟁터였으며, 그 전쟁터를 지키는 사람은 선생님이었다. 24명 정도의 인원을 온몸으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서방의 무기 공급과 다양한 지원으로 러시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동부 돈바스 지역과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우크라이나는 공세를 지속하면서 러시아는 후퇴를 거듭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까지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전쟁의 과정에서 동서 진영은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치열한 신이데올로기적인 극한 대립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각 진영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과 안보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 실타래와 같이 얽히고설킨 국제관계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