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4년 10월 11일 ; 임금의 탄일(誕日)이라 군신들이 헌수를 하니, 군신들에게 잔치를 베풀었다.(上誕日, 群臣上壽, 賜群臣宴)" "태조 4년 10월 14일 ; 좌정승 조준, 우정승 김사형, 판문하부사 권중화, 판삼사사 정도전에게 대나무[竹]로 만든 요여(腰輿 ; 작은 가마) 하나씩을 내려 주고, 기로제신(耆老諸臣)에게도 내려 주었는데, 대체로 홍영통(洪永通)이 말에서 떨어져 죽은 것을 경계한 것이었다.(賜左政丞 趙浚 右政丞 金士衡 判門下府事 權仲和 判三司事 鄭道傳 竹腰輿各一, 以及耆老諸臣 蓋以洪永通墜馬爲戒也)" 「조선...
제(齊)나라 사람 원고생(轅固生)은 정직하고 청렴했다. 나이가 들어 벼슬길에서 물러난 원고생을 황제가 다시 불렀다. 아첨하는 유학자들이 그를 헐뜯었다. 원고생이 초빙될 때 설(薛)사람 공손홍(公孫弘)도 초빙되었는데, 그는 원고생을 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옆으로 보았다. 원고생은 공손홍에게 "공손홍이여! 그대는 바른 학문에 힘쓰고 왜곡된 학문으로 세상에 아첨해서는 안되네(公孫子 務正學以言 無曲學以阿世)"라고 충고했다. 우리가 주지하고 있는 ‘곡학아세(曲學阿世)’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이처럼 배운 것을 올바르게 펴지 못한 채 왜...
오늘은 ‘유엔 데이’로 불리는 ‘국제연합일’이다. 유엔은 국제평화와 안전유지, 국가 간 선린관계 발전, 경제·사회·문화·인도적 문제 해결 및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존중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목적으로 출범한 국제 평화기구다. 나는 해마다 이날이 오면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본부 총회장으로 달려가곤 한다. 누구보다 감회가 새로운 나다. 잠시 4반세기가 넘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해인 지난 1991년 9월 24일, 당시 노태우 대한민국 대통령은 ‘평화로운 하나의 세계공동체를 향하여’라는 제하의 제...
스스로 생을 달리하는 자살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오늘은 생명의 존귀함과 날로 급증하고 있는 자살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공동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나서 정한 ‘세계자살예방의날’이다. 각 국가가 자살예방의날을 정하고 있다는 것은 대다수의 나라에서도 자살이 커다란 사회 문제화가 돼 있다는 얘기다. 우리도 지난 2003년 9월 10일을 ‘세계자살예방의날’로 제정해 놓고 해마다 기념식을 갖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갖가지 자살방지 프로그램을 마련, 자살예방 운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국가적 차원에서 귀중한...
‘갑질’이라는 우리 사회 부끄러운 속어가 영어 ‘Gapjil’로 둔갑돼 국제어가 된 지는 이미 오래라는 소식을 외신에서 접했다. 좀 지난 얘기지만 대한항공 일가가 보여준 한 알의 땅콩과 물 한 컵의 갑질에서 비롯된 행태들이 드러남에 따라 우리를 허탈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생산되고 있는 대추, 살구까지도 법망을 피해 수입해 먹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우리를 아연실색케 했다. 이 와중에 한술 더 뜬 또 다른 항공사, 아시아나 항공사 회장의 갑질 또한 할 말을 잃게 하고 있다. 말 그대로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
온통 사방이 비리로 얼룩진 우리 사회다. 도통 맑고 푸른 청정지역이라고는 단 한 곳도 보이질 않는다. 온 세상이 홍진으로 뒤덮혀 아무리 혼탁해진다 해도 사법권(司法權)을 행사하는 법원(法院)만은 독야청청하기를 바라는 국민들이다. 근자 들어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 공표 이후 국민들은 사법에 대한 불신으로 허탈감에 빠져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스스로가 담화문을 통해 "특별조사단이 발표한 참혹한 조사 결과로 심한 충격과 실망감을 느끼셨을 국민 여러분께, 사법행정권 남용이 자행된 시기에 법원에 몸담은...
얼마 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대학 로스쿨 정원에는 ‘正義의 鐘’이라는 문구가 양각된 종이 걸려 있었다. 세계적인 법학의 전당,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의 상징이라 한다. 회고컨대 이 나라 법조인을 대량 양산해 온 서울법대다. 과거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그 속에 곡학아세(曲學阿世)한 법조인들도 있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류 법대라면 배출한 법조인의 숫자보다 ‘참법조인’이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하다. 법원과 검찰 등 법조기관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두 눈이 안대로 가려진 채 한 손에는 형...
뉴스 보기가 역겹다. 신문 방송 가릴 것 없이 온통 성범죄 소식이다. 작금에 우리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성범죄자의 글이 실린 교과서에서 내용을 삭제하느니 마느니 하고 교육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한다. 좌고우면 (左顧右眄)할 일이 아니다. 학생들 대하기가 염치없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더러운 욕망을 지닌 작가가 썩은 먹물을 찍어 써 내려간 글은 이미 글이 아니다. 문장이 겉보기에 아무리 수려하다해도 그 글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순 없다. 마음의 재계(齋戒)없이 쓴 글이라면 옥고(玉稿)일리가 만무하다. 똑같은 물이라도 젖소가 마...
음력으로 정월이다. 설 명절 연휴도 끝났다. 모처럼 고향을 찾아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가족 친지와 회포도 풀었을게다. 예전에는 새해 정초(正初) 행사 중 하나로 가정마다 한 해 운수를 점쳐보는 사주풀이를 하는 풍습이 있었다. 정초에 점을 보는 풍습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나온다. 오행점(五行占)을 던져 새해의 신수(身數)를 점친다. 오행에는 각기 점사(占辭) 즉 점괘가 있다. 나무에 금(金)목(木)수(水)화(火)토(土)를 각각 새겨 장기알같이 만든다. 그것들을 일시에 던져 자빠지고 엎어진 상태를 보고 점괘를 얻는다는 내...
이룬 것도 없이 벌써 한 해의 끝자락까지 왔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만 가지고는 올 한 해 우리가 겪었던 일들을 온전히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것 같다. 예부터 세월의 빠름을 비유하는 말은 많다. 주지하고 있는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느니, ‘세월은 쏜 살 같이 흐른다’는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시간의 빠름을 표현한 문구 중 「장자(莊子)」 와 「사기(史記)」 에 나오는 ‘백구과극(白駒過隙)’이라는 성어(成語)가 단연 압권(壓卷)이라 생각한다. 이는 흰 망아지가 빠르게 내닫는 것을 문틈으로 본다는 뜻으로 세월과 ...
의식주(衣食住)라 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사람이 살아나가는데 필요한 옷과 음식,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평소 조용히 지내다가도 국정감사다 뭐다 해서 사회지도층들의 재산이 공개되곤 하면 일반 서민들은 그 너무 엄청난 재산 보유 실태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곤 한다. 공무원 윤리강령에 비추어 보든가 공직자 연봉 수준으로 보아 도저히 쌓을 수 없는 높은 가액의 재산들이다. 혹자는 "위화감만 조성한다, 차라리 공개하지 말라"고 까지 말한다. 특히 장관의 경우 청문회 등에서 정당하지 못한 방법에 의해 축재하고 탈세한 사실이 ...
남북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작금의 한반도 상황이다.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고 국제사회와 정면 대결에 나서고 있는 북한이다. 우리와 유엔은 그때마다 규탄성명 발표를 되풀이하곤 하는 것이 고작이다. 강력한 제재력을 지녔다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또한 중국과 러시아의 소극적 대응으로 북한의 미사일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있다. 전쟁 방지와 세계평화 유지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 유엔(UN), 그 속에서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평화에 대한 위협과 파괴 및 침략 행위의 방지·진압을 임무로 한다는 안보리(安保理)...
우리는 국회라는 국민의 대표기관을 두어 국회의 의사결정을 곧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결정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위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당연한 귀결로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이익과 그가 속한 정당의 이익이 대립될 경우에 소속 정당이 어느 정당인지를 막론하고 전체의 이익을 위해 판단하고 행동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제반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회가 최근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 구성을 앞두고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우리는 과연 민주주...
문재인 대통령이 초대 내각 구성에 한창 골몰하고 있다. 보궐선거로 치러진 대선이었기에 정권을 인수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때문에 당선된 지 3주가 다 돼가도록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 임명 절차를 밟고 있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위장전입, 세금문제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문재인 정부 제1기 내각 출범이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문 대통령이 혁신(革新)을 강조하며 그동안 쌓이고 쌓인 적폐(積弊) 청산 작업에 돌입했다. 이의 실천을 위한 새로운 내각 구성에 속도를 ...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참으로 우여곡절, 간난신고 끝에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으로 보궐선거를 통해 선출된 새 대통령이지만 우선 당선을 축하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의 출현을 목마르게 기다려 왔다.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니다. 필히 선거를, 투표를 해야만 했기에 필수라 여기고 선택을 한 것이다.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나라가 어렵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선거 기...
"우리에겐 헌법이 있습니다.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습니다." 미국의 닐 고서치(Neil Gorsuch) 연방대법관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간단명료한 그의 답변은 법의 존중, 법치(法治)였다. 이어 고서치는 지난 10일 취임사를 통해 "이 위대한 나라의 헌법과 법률의 충실한 종복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설파, 장황설 없이 오로지 ‘법에 의한 지배’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태평양 건너의 나라 소식을 비록 보도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이지만 타국의 한 법관의 이 한마...
절기 상 새봄을 알리는 입춘과 우수, 경칩이 다 지나 갔건만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봄이 와도 봄이 아니다(春來不似春). 우리는 어쩌다가 손수 뽑은 대통령을 탄핵 심판대에 세우고 개정(開廷) 시각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는지 한없이 부끄러운 춘삼월이다. 모두(冒頭)에 밝혀두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는 곧 내려질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대한 선고 결과가 인용이든 기각 또는 각하이든 간에 이를 존중해 받아들이고 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어느 쪽이든 불복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심판조차 부정한다면 우리에게 ...
1620년 9월 102명의 영국 순례자(Pilgrims)가 메이플라워호에 승선했다. 불행히도 폭풍우를 만난 배는 방향을 잃고 거의 한 달간 낯선 해안을 표류하다가 12월 21일 고단한 항해를 마치고 간신히 신대륙 플리머스에 도착했다. 그곳은 버지니아보다 훨씬 더 외진 곳이었고 그들은 이 지역에 대해 아무런 특허도 권리도 없었다. 그들은 플리머스 촌락을 건설했는데 초기 생활은 비참했다. 첫해 겨울은 이민자의 태반이 사망했고 병자 간호와 식사준비, 세탁을 할 만큼 기력이 있는 사람이 두세 명밖에 없던 때도 있었다. 그들은 옥수수 ...
우리는 지금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혼돈을 겪고 있다. 국민들은 허탈감에 빠졌고, 나라는 엉망진창이 됐다. 대한민국호는 방향타 고장으로 검푸른 노도(怒濤) 휘몰아치는 바다 위에서 표류하고 있는 형국이다. 또다시 대통령 선거의 해가 돌아왔다. 필자는 언젠가 한번 대선을 앞두고 ‘여보게 친구! 대통령 출마 안 하나?’라는 제하의 글에서 "대통령 출마는 아무나 하나?라는 물음에 ‘그렇다’가 답이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대통령 출마 선언이 잇따를 정도다. 하지만...
해마다 이맘때면 교수들이 교수신문을 통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 발표하고 있다. 교수신문이 택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필자의 예상대로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순자(荀子)」에 나오는 말이다. 원문은 ‘군자주야 서인자수야(君者舟也 庶人者水也), 수즉재주 수즉복주(水則載舟 水則覆舟)’다. 풀어보면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말할 것도 없이 대한민국호의 선장인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을 비롯해 국정 농단자들에 가려 나라를 온전히 이끌지 못하고 어지럽힌데 대한 책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