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이라 제목을 끄집어낸 이유는 간단하다. 평소 별로 논하고 싶지 않던 분야인 탓이다.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관심도 크지 않다. 그런데 얼마 전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이마저도 그냥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본의 아니게 곱씹게 됐다. 차라리 한마디라도 하고 지나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어렸을 적, 정치라는 글자를 잘 못 알았다. 정치가 한자로 ‘正治’라 알고 있었다. 즉, 바르게 다스리는 게 정치라고 머릿속에 입력해 놨다. 이는 속내에 있던 그러한 바람과 글자 음의 유사성이 만난 오류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랬다...
"‘한 손에 가시 들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길 백발 막대로 치였더니/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춘산에 눈 녹인 바람 건 듯 불고 간데 없다/저근 덧 빌어다가 부리고자 머리 위에/귀 밑에 해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 고려 말 성리학의 기초를 닦은 우탁(禹倬)이 지은 시조 ‘歎老歌(탄로가)’다. 학문에 매진하다 어느덧 백발이 된 자신을 발견하고 인생의 덧없음과 늙음을 안타까워하며 읊은 시조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찾아오는 늙음을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간절한 소망과 안간힘을 엿볼 수...
떠나기 전 항상 설렘을 안긴다. 유럽 왕복 60만 원대의 항공료, 가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출장을 통해 한 번 경험한 나라. 아쉬움이 남아 있다. 그래서 결심했다. 또 스페인이다. 이번에는 딱 세 가지를 목표로 했다. 라리가 축구 경기 직관(직접 관람), 가보지 않았던 그라나다의 알함브라궁전 투어, 그리고 쇼핑이다. 국내에서도 잘 하지 않는 쇼핑을 굳이 하는 이유는 스페인 현지 브랜드가 워낙 한국보다 싸고 종류도 많기 때문이다. 먼저 라리가 축구 일정을 살폈다. 국내 포털사이트를 통해 확인했다. 어차피 레알마드리드 아니면 ...
작년 이맘때였다. 동화그룹이 인천시 서구 가좌동에 세계 최대 규모의 중고차매매단지를 준공했다. ‘엠파크 허브’였다. 지하 1층, 지상 9층에 총면적만 해도 9만4천938㎡에 달했다. 축구장 13개와 맞먹는 크기였다. 2011년 문을 연 엠파크 랜드와, 엠파크 타워를 합쳐 중고차 1만여 대를 동시에 전시할 수 있는 규모였다. 동화엠파크 측은 "믿고 거래하는 중고차 매매 문화를 뿌리 내리겠다"고 호언했다. 엠파크 측은 중고차 단지를 일자리 창출 요람으로 이끌겠다고 장담했다. 예비 딜러들을 가르쳐 중고차매매 산업의 일꾼으로 키운다는...
자치경찰제란 지방분권의 이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제도다. 국가 전체를 관할하는 국가경찰(중앙경찰)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국가 전체가 아닌 국가 내의 일부지역에 소속돼 그 지역과 주민의 치안과 복리를 위해 활동하는 경찰을 의미한다. 자치경찰은 생활안전, 지역교통, 지역경비 임무를 갖고 방범순찰, 사회적 약자보호, 기초질서 위반 단속, 교통관리, 지역행사 경비 등 지역주민을 위한 치안 서비스다.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자치경찰제 도입을 하나...
"2015년부터 파주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사업을 이제 와서 한강환경유역청의 협의 의견 때문에 중단한다면 그 비용적 측면뿐만 아니라 대외적 이미지 실추 및 행정의 신뢰도 저하 등 유무형 손해가 매우 큰 만큼 적극적인 법적 대응 검토와 함께 사업을 지속 추진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파주장단콩웰빙마루, 투자자, 농민단체와 함께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 9일 한강유역환경청이 ‘파주장단콩 웰빙마루 조성사업’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관련 ‘사업 추진 부적절’ 의견을 통보한데 대해 파주시가 사업시행자와 ...
화가 난다. 변기에서 볼 일을 봤으면 물을 내려야 하거늘, 둥둥 떠 있는 부유물을 확인하는 순간 누구인지 모를 앞 사람에게 욕을 하고 싶어진다. 이는 누가 먹인 것도 아니고, 본인이 먹고 싶어 먹은 음식물의 퇴로(退路)가 되어준 변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만인이 평등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에 대한 모독이다. 급한 일 해결했다고 자기 손 더럽히지 않겠다며 밸브조차 손 대지 않는 심보는 인생에 있어 반드시 스스로에게 되돌아 오리라. 저주(詛呪)까지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도 이 경우는 화만 날 뿐이다. 화...
선거를 앞둔 인천이 분주하다. 공치사를 앞세운 예비 후보들의 물밑 움직임은 당연하지만 내년 선거를 계기로 새롭게 변화될 인천의 모습을 상상하는 언론과 문화, 복지, 행정 등 각계도 내심 바쁘다. 선거가 중요한 것은 누가 시장이 되고, 누가 구청장에 선출되느냐가 아니다. 그들이 어떤 철학을 가졌고 그 철학을 어떻게 정책으로 녹아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이냐다. 그만큼 시민이 행사하는 한 표 한 표가 중요하다. 따라서 선거를 앞두고 추진하는 시의 정책은 더 신중해야 한다. 많은 사안이 있지만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인천복지재단...
한 운명이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이수영(75) OCI 회장이다. 고인의 발자취는 깊고 넓었다. 50년간 화학 한 우물 경영을 일군 대한민국 화학업계 대표 경영인, 재계 24위의 글로벌 기업,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세계 3위의 CEO. 태양광 및 화학 산업의 세계적 거목이었다. 두 달 보름 전 또 다른 한 삶이 운명했다. 윤차웅(94) 씨였다. 그 촌부의 생은 고달팠고 남루했다. 몇 푼 안 되는 노인연금으로 버텨온 옹색한 삶이었다. 그가 살았던 인천시 중구 용동 10여㎡의 하꼬방 집 슬레이트 지붕은 허물어져 빗물이...
취재기자로서의 삶은 고단하다. 수습시절, 한 선배와 밥을 먹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취재)기자는 3D 업종에 해당한다." 당시에는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몸소 체험하면서 알게 됐다. 어떤 사안을 알아가는 과정은 쉬울 리 없다. 공권력과 같은 강제권이 없기에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별의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때론 자존심을 버려야 하는 더러운(Dirty) 순간도 온다. 일은 무난한가. 쪽잠에 의지하며 몇 시간 자지 못한 채 새벽에 나오고, 휴일을 반납해야 하는 날이 일상일 정도로 힘들다(Difficult). 위험(Danger...
올 추석에도 어김없이 먹거리 안전은 뒷전이었다. 중국산 쌀을 국산으로 속여 만든 한과를 속이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두부, 묵 등을 판매하는 식품위해 사범이 예년과 같이 여전히 기승을 부려서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추석연휴에 앞선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명절 성수식품 제조·가공·판매업소와 중·대형마트 등 574개 업체를 대상으로 집중 단속을 벌여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총 85개 업소를 적발한 바 있다. 이를 유형별로 보면 유통기한 경과 원재료 사용 7곳, 원산지 거짓 표시 4곳, 작업일지 미작성 등 영업자 준수사항 위반 4...
"가장 훌륭하게 봉사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을 거두어 들인다.(He Propits most who serves Best)" 미국 시카고 로타리안인 아트 샐던이 처음으로 제창한 말이다. 그는 1910년 한 회합 연설에서 "동료들에게 가장 잘 봉사하는 자가 가장 많은 것을 거둬 들인다"고 했다. 이는 국제로타리클럽의 모토가 됐다. 1911년 8월 미국의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제2차 로타리대회’에서 이 모토는 승인됐다. 같은 시기에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 로타리클럽 회장인 밴 클린스는 로타리클럽을 조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프랑스 신고전주의 화가 자끄 루이 다비드의 대표작인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은 잔상이 머릿속에 오래 남는 작품이다. 1800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당시 전략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의 마렝고에서 승리를 거둔 것을 기념해 그린 작품이다. 포효하는 말 위에서 당당하고 기백 넘치는 모습으로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로 진군을 명령하는 나폴레옹의 모습은 그야말로 남자들의 로망이 담겨 있다. 그는 눈 덮인 알프스를 넘으며 ‘내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없다’고 외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휘관으로서 부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부영그룹의 송도 테마파크와 도시개발 사업에 묘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 인·허가권을 쥔 인천시와 연수구의 기세가 되레 꺾이는 양상이다. 시나 연수구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부영 측이 오히려 의기양양한 형국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부영이 옛 대우자동차판매㈜ 터 안 도시개발구역(53만8천952㎡)의 주거와 상업 용지의 확대를 운운하며 거드럭거리겠는가? 도시개발구역의 개발계획이나 실시계획 변경은 지금 거론할 단계도, 거론해서는 안 되는 지경이다. 도시개발 사업이 갈 거냐, 말 거냐는 온전히 테마파크(49만9천575㎡) 개발사업에 달렸다....
인천(송도6·8공구)이 일거에 마귀의 소굴로 빨려 들었다. 한순간 쓰레기들이 설치는 저속(低俗)의 세계로 떨어졌다. 정대유(2급)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이 사회적관계망(SNS)에 올린 글이 몰고 온 파장이다. 몇 줄 안 되는 그의 글 내용은 섬뜩했다. 돈독이 바짝 오른 개발업자들이 인천을 난도질하고 있다. 언론과 사정기관, 시민단체까지 희번덕거리며 탐욕 앞에서 개발업자들과 공생한다. 인구 300만 명으로 대한민국의 3대 도시 인천은 악(惡)의 구렁텅이 속으로 속절없이 흡수됐다. 그의 결기는 비장했다. 30여 년의 공직생활을...
부러움이 아주 없진 않다. 그보다는 배알이 꼴리고 울화가 치민다. 사촌이 땅을 사서 배어나는 졸렬한 질투의 감정 따위가 아니다. 구슬을 서 말이나 갖고도 꿰려고 들지 않는 부작위(不作爲)에 대한 분노다. 지난 5월 나흘 동안 아라뱃길 김포 아라마니라에서 ‘2017 경기국제보트쇼’가 열렸다. 올해로 10년째 접어든 이 해양레저 전문 전시회에 27개국 387개 사가 참가했다. 유럽 최대 빅바이어 네덜란드 ‘왓스키(Watski)’사도 전시회에 나타났다. 이 회사는 낚싯대 전문 제조사인 ㈜엔에스(인천 남동구 간석동)와 구매계약을 맺었...
‘인천 앞바다에 정녕 수산(水産)은 있는가?’ 해를 더할수록 점점 기승하는 의문 중의 하나다. ‘인천을 과연 해양도시라고 할 수 있을까?’ 시간이 쌓일수록 말꼬리가 흐려지는 답변 중 한 가지다. 2015년 9월 바다를 얘기하고, 해양을 논하기조차 창피한 일이 인천의 섬에서 터졌다. 인천 앞바다를 농락한 외지인들은 사법처리됐지만, 해양도시로 치장한 인천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수모였다. 옹진군 자월면 승봉도와 대이작, 소이작 등지의 키조개 양식장(마을 어장)을 3년간 통째로 빌린 외지인들이 실컷 키조개를 캔 뒤 시장에 내다 팔았...
지난해 인천을 시끄럽게 한 뉴스가 있었다. 중구 북성동 월미도 지구단위계획이었다. 골자는 건물 높이 제한을 현재 7~8층에서 16~17층으로 올리는 것이었다. 월미도 고도제한 기준 완화는 특혜논란으로 번졌다. 유정복 시장의 형과 김홍섭 중구청장의 땅 때문이었다. 유 시장 형과 김 청장 일가는 월미도에 각각 4천369.7㎡와 4천598.2㎡를 소유하고 있다. 고도제한이 풀리면 땅값이 오를 테고, 땅 주인들은 아주 손쉽게 재산을 부풀릴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인천시는 지난 연말 월미도 고도제한 완화를 보류했다. 특혜논란을 차...
세상이 하도 시끄럽고 어수선해서일까. 별의 별일을 겪다보니 기도 안차서일까. ‘사상 최악’이래야 대수롭지 않다는 투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사태가 그렇다. 역대 최악으로 재앙수준이다. 최단 시간에 최대 마릿수를 살처분했다. 그깟 닭, 오리쯤 사라진다고서야, 길 고양이 따위 몇 마리 죽어 나자빠진들… 그저 별스럽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무감각한 초기대응과 방역체계가 이런 모양새다. 관심단계에 긴급백신(항원뱅크)비축이나 공급체계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정부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건 구제역에 해당된 얘기이고, 관심단계의 ...
병신(丙申)년, 해가 저문다. "잘 살았다." 스스로 어깨를 토닥여 보지만 왠지 낯 뜨겁다. 지난 주말 모처럼 단출한 세 식구가 모여 외식을 한 적이 있다. 이제 고2가 되는 아들 녀석은 ‘꼰대’같은 잔소리를 예감한 듯 밥 한 술 뜨더니 약속이 있다며 서둘러 자리를 피한다. 아내는 시키지도 않은 음식 가격을 보고 "(가격이)많이 올랐네"하며 비죽거리더니 이내 "경제도 안 좋다는 데 회사는 어떻냐"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린다. 성탄 분위기라도 느껴볼까 해서 간만에 만든 자리인데 기분만 망치고 말았다. 차라리 자주 가던 대폿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