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뇌졸중으로 타계한 이 여성을 향해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여성 정치인의 본보기"라 했고, 당시 영국 총리인 캐머런은 "위대한 지도자이자 위대한 총리"라는 말로 추모했다. 보수적인 영국 의회정치에 첫발을 들인 여성 정치인이자, 처칠보다 오랜 기간 총리로 재임하며 영국을 이끈 이 사람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철의 여인’이다. 냉철한 판단력과 강한 의지로 1979년 집권 당시 ‘영국병’에 과감하게 메스를 댄 그녀는 추락하던 영국 경제를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시켰다. 영국병이란 과도한 사회복지와 노조의 막강한 영향력이
1991년도에 개봉해 이제는 공포 스릴러의 고전으로 불리는 영화 ‘양들의 침묵’은 한니발 렉터라는 기념비적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영화 속 최고의 악당으로 손꼽히는 희대의 연쇄살인마 한니발 렉터의 섬뜩한 이미지는 명배우 안소니 홉킨스의 열연으로 가능했다. 2시간 중 단 15분만 등장했음에도 한니발 렉터의 장악력에서 벗어날 수 없을 만큼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잊지 못할 명연기를 선보였다. 그 뿐만 아니라 공포영화로서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무섭고 끔찍한 장면을 통해 불안을 극대화하는 장르적 특징에서 한 발
코로나 팬데믹으로 침체된 영화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1천만 관객 영화가 2022년 6월 등장했다. 나쁜 놈들을 싹 쓸어버린 ‘범죄영화2’가 그 주인공이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영화계 징크스를 깨고 1천200만 명이라는 놀라운 스코어로 역대 흥행 순위 14위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이는 코로나로 3년 가까이 쑥대밭이 된 극장가에 내린 시원한 단비였다. 힘든 시기를 거쳐 온 탓인지 관객이 몰리는 영화는 선명한 메시지와 시원시원한 볼거리로 채워졌는데, ‘범죄도시2’도 그런 취향을 저격한 작품이다. 오늘 소개하는 ‘범죄도시’는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했던가! 2022년이 채 석 달도 남지 않았다.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올 한 해를 돌아보며 ‘남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고 다짐해 본다. 꼼꼼한 시간 활용을 위해 계획표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일정을 관리하다 보면 일의 우선순위가 정해지기 마련이다. 상위권을 채우는 항목은 대체로 업무 관련 일정인 반면 가족, 친구, 취미 등은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이 쏟아질 땐 ‘시간아, 제발 천천히 흘러라!’라는 터무니없는 소원을 빌기도 한다. 2007년 개봉한 영화 ‘클릭’은 바로 이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사소한 일부터 앞으로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큰 결정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래서인지 "만약 그때 다른 결정을 내렸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미련이나 후회가 아닌, 가 보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니까. 2000년 개봉한 영화 ‘패밀리 맨’은 그런 상상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이다. 청춘 남녀 한 쌍이 공항에서 이별 중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 다짐해 보지만 연인을 떠나 보내기가 쉽지 않다. 영국의 대형 은행 인턴십에 선발된 잭
‘팩션(faction)’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의 합성어로 실존 인물이나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해 재창조한 장르를 말한다. 팩션은 실재한 역사를 가공했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유발한다. 다만, 가공의 상상력을 사실로 믿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에 역사 왜곡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역사적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창작이 이뤄져야 한다. 2012년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의 15대 왕인 ‘광해’의 양면성에 상상력을 덧댄 작품이다. 광해는 활동 시기에 따라 그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는 인물
추석 연휴 첫날인 9일 새벽,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소식이 전해졌다. 무려 70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생의 마지막까지 새 영국 총리를 임명하는 등 공적 책임을 다한 한결같은 근면함과 대중 친화적인 행보로 영연방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 온 여왕의 시대가 그렇게 저물었다. 여러 국내외 정세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잘 대처했던 여왕이지만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은 가족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아들인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 사이의 오랜 갈등과 그녀의 비극적인 죽음, 이에 대한 왕실의 무관심한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를 강타하면서 경제 판도가 달라졌다. 다량의 화폐가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면서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의 상승장이 열렸다. 당시 주식과 코인으로 큰 수익을 올렸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러한 시류에 합류하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받아 투자하는 ‘영끌’과 ‘빚투’가 등장했다. 부동산 가격 또한 폭등해 본인 소유의 집이 없는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거지가 됐다는 뜻의 ‘벼락 거지’라는 말도 등장했다. 이 신조어에는 상대적 박탈감이 진하게 배어 있다. 광풍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당시
1956년, 정식 데뷔와 함께 세상을 바꾼 인물이 등장한다. ‘Heartbreak Hotel’과 ‘Hound Dog’를 부르는 이 가수의 목소리, 몸짓, 리듬은 그간 들어온 익숙한 음악과는 달랐다. 곱상하게 생긴 백인 남성이 흑인 창법으로 흑인 음악인 리듬 앤드 블루스와 로큰롤을 부르며 다리를 털고 골반을 돌린다. 그 모습은 충격과 경악 자체였다. 어른들은 그를 보고 천박하다 말하지만 눈과 귀를 뗄 수 없는 퍼포먼스와 음악에 청년들은 열광했다. 아버지 세대의 음악인 프랭크 시나트라의 부드럽고 품위 있는 스탠더드 팝과 달리 그의 노래
변호사 아버지를 둔 부유층 출신의 16세 소년 홀든 콜필드는 성탄절 휴가 직전 명문 사립학교로부터 퇴학 통보를 받는다. 이유는 성적 불량이었다. 영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낙제 점수를 받은 홀든은 학교가 지긋지긋하다. 퇴학 통보도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홀든은 퇴학통지서가 집으로 배달되기 전, 3일 동안 뉴욕을 배회한다. 낯선 뒷골목을 떠돌며 그는 신뢰할 수 없는 기성세대를 만나고 오염된 현실을 직면하며 더 큰 상실감을 맛본다. 기성세대의 위선과 기만에 절망한 홀든은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를 지켜주는 사람, 호밀밭에서 뛰어노는 아
자신과 가까운 벗, 가족과 같이 친밀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우정으로 연을 맺은 사람을 우리는 친구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불행은 누가 친구가 아닌지를 보여 준다"고 했고, 인디언들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고 친구를 정의했다. 이와 같이 친구는 기쁘고 즐거울 때만이 아니라 어렵고 힘들 때에도 곁에서 힘이 돼 주는 벗을 말한다. 옛말에 "세 명의 진정한 친구를 만났다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세월이 더해갈수록 우정 어린 친구는 쉽게 만들 수도 없음을 절감한다. 미국의 전설적인 시트콤 ‘프렌즈’는 이름 그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최고의 밴드를 꼽으라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비틀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1969년 공식 해체 이후 53년이 지났지만 비틀스의 음악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18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록밴드’ 순위에서도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최고의 밴드라는 명성에 걸맞게 멤버 4인의 음악적 기량도 모두 훌륭하다. 팀에 가장 늦게 합류해 우리가 아는 ‘비틀스’를 완성한 링고 스타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 밴드 내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7월 하순을 지나 계절의 시계는 더욱 뜨거운 한여름을 향해 나아간다. 여름용 영화라면 시원한 바다가 펼쳐지거나 속이 뻥 뚫리는 호쾌한 액션 블록버스터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금발이 너무해’는 온통 핑크색으로 채워진 작품이다. 시각적으로는 여름용 영화에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유쾌하고 즐겁게 볼 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2001년 개봉한 이 영화는 배우 리즈 위더스푼의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으로 가득 찼다.대학 학부에서 패션을 전공한 우등생 엘 우즈는 학내 최고의 퀸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무탈하게 성장한
전 세계 75억 인구 중 똑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직업군이야 비슷할 수 있겠지만 모두 저마다의 사연과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에 정답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지향점은 있다. 행복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 행복으로 다가가는 과정은 또다시 여러 방향으로 나뉘겠지만 우리는 모두 행복을 추구한다. 2008년 개봉한 영화 ‘선샤인 클리닝’도 행복을 찾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 이들의 직업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그것은 바로 혈흔이 흥건한 범죄현장 정리
‘국민 밉상’, ‘희대의 악녀’와 같은 수식어로 미디어에서 자신을 언급한다고 생각해 보자.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집 앞에는 취재진이 가득하고, 자신과 아주 작은 인연이라도 있었던 사람들 모두를 찾아내어 과거의 잘못 하나하나를 들춰내 보도한다면 어떨까? 어지간한 정신력으로는 버티기 힘들 것이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잘못으로 마녀사냥을 당하는 거라면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이다. 1994년 폭력적인 사건에 연루돼 빙상연맹에서 영구 제명된 미국의 피겨스케이팅 선수 토냐 하딩이 그런 케이스다. 토냐는 미국 여자 선수 최초로
당대에 크게 인정을 받지 못한 작품들에 ‘시대를 앞선 영화’라는 표현이 붙는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시실리 2㎞’도 그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개봉 당시에도 적지 않은 관객들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영화 자체로는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 이 영화의 장르는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조폭이 주인공이지만 조폭영화는 아니고, 억울하게 죽은 처녀귀신이 비중 있게 등장하지만 공포영화도 아니다. 영화에서 귀신보다 무섭고 깡패보다 폭력적인 진짜 주인공은 바로 순진한 듯 평범해 보이는 시실리에 사는 마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
한여름이 되기도 전에 무더위가 찾아왔다. 전국 대부분이 30℃를 웃도는가 하면, 대구의 한낮 최고기온은 35℃를 넘어섰다. 때이른 폭염은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났다. 6월 평균기온이 27℃인 스페인 날씨는 40℃를 넘는가 하면, 이라크의 기온도 평년보다 7℃ 높은 50℃에 육박한다. 더위와 가뭄으로 바짝 말라 버린 지역과는 달리 또 다른 곳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도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두세 달 치 비가 사흘 동안 쏟아져 인근의 집이 떠내려가고 도로가 끊기는 등 많은 피해가 나타났다. 중국 광둥성에도 홍수와
권선징악이라는 선명한 구조를 바탕으로 시원시원한 액션과 화려한 볼거리로 가득한 오락 영화를 즐겨 보다가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를 찾게 되는 때가 있다. 지난주 막을 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는 후자에 해당하는 예술영화를 응원하고 발굴하는 유서 깊은 영화제다. 칸 영화제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미처 조망하지 못했던 삶의 다양한 모습을 비추는 작품에 주목하는데, 2018년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이 시대 청춘에 대한 논쟁적인 시사점을 던져줬다. 청춘의 초상을 담아낸 영화 ‘버닝’은 비록 아프지
지난 5월 5일,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 놀이동산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후 처음 맞이하는 어린이날이라 그야말로 구름인파가 몰렸다는 소식이 SNS와 뉴스로 전해졌다. ‘CG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들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한 모습에 ‘왔다 갔다 고생했겠다’는 생각도 잠시.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표정 그 하나만으로도 저날의 외출은 성공적이었다는 마음이 들었다. 돌아보면 그렇다.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피곤했는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놀러갔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농담을 진지하게 이해할 때 "왜 다큐로 받아들여?"라는 말을 쓴다. 그만큼 다큐멘터리 장르는 대중에게 재미보다는 진중한 작품이란 인식이 강하다. 허구가 아닌 사실의 기록인 다큐멘터리는 관찰과 기록의 미학을 보여 주기도 하지만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가 실재 속에 가려진 진실과 세상을 향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TV 다큐멘터리 연출자로 출발했다.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을 통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회의 불편한 곳을 정면으로 응시한 감독은 극영화로 전향한 후에도 세상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다각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