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인류의 고전 「논어」에서는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君子不器)"라고 가르침을 전한다. 그렇다면 역으로 ‘군자는 그릇이다’라고 가정해보자. 이 말은 즉각적으로 군자가 항아리처럼 작은 충격에도 깨지기 쉬운(fragile) 연약한 이미지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말 사전에 정의된 것처럼 군자는 ‘행실이 점잖고 어질며 덕과 학식이 높은 사람’이다. 따라서 역의 명제는 군자의 고유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이질감으로 저항을 불러올 것이다.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 이 말은 일종의 휴머니즘(humanism)이 배어있는 문장이다. 보통
인류에게는 민족 또는 국가마다 독특한 인사 방식이 존재한다고 널리 알려졌다. 그 중 고대 로마에서는 "당신이 잘 있으면 나는 잘 있습니다"라는 인사법이 있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당신’은 나와 관계된 모든 존재를 일컫는다. 자녀 교육에 집중해 자식이 잘 되는 것을 보는 부모는 매우 기쁠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이 충만해 그가 무언가 성취했을 때 이를 지켜보는 연인의 마음 역시 그럴 것이다. 이는 교육적으로 무엇과 비유할 수 있을까? 제자가 일취월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스승은 청출어람의 보람을 만끽할 것이다. 이처럼 사람과
오늘날 우리 주변은 온통 폭력에 노출돼 있다. 언론 매체에서는 끔찍한 스토킹 폭력을 포함한 대면 폭력은 물론 사이버 폭력에 관한 사건·사고 뉴스가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을 정도다. "죽을 줄 모르고 때렸다." 최근 세 살배기 의붓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의 말이다. 그 뿐이랴. 아홉 살 아이를 여행 가방에 가두고 아이들과 함께 뛰어올라 밟은 계모도 있다. 참으로 멀쩡한 정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잔인한 폭력의 사례들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가혹한 폭력을 행사한 이들이 모두 훈육(訓育)을 위한 것이었으며, 고의가 아니라고
‘나는 누구인가?’, ‘온전한 나로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는 정체성 찾기에 관해 누구나 갖는 근본적인 물음이다.「정체성의 심리학」 저자인 박선웅 교수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자신의 길,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고민했던 정체성 연구의 전문가이자 심리학과 교수다. 그렇다면 그가 연구한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그는 정체성이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삶의 방향에 대해 결단을 내리는 정도’라고 정의한다. 이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지키고자 하는 삶의 원칙일 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휴(休)테크’ 문화의 독보적 전문가로 알려진 심리학자 김정운 박사는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유행어를 창조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인정받고 싶어하고 그렇게 인정받아야 하는 삶을 투쟁적으로 삽니다. 그런데 인정투쟁보다 더 쉬운 말이 있습니다. ‘남의 감탄’입니다. 인간은 감탄하고 감탄을 받으려고 살아요"라고 말했다.인정받고 싶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타인이 나에게 "와우~ 대단해요. 멋져요. 최고예요!"라고 말해 주길 바라는 심리다. 인간은 누구나 이런 인정투쟁 욕구를 소유하고 있다. 특히 ‘우리’라
근래 웃픈 이야기 하나가 교사들 사이에 회자(膾炙)됐다.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요", "얘야, 그런데 너는 선생님이잖니?"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정신분석학자이자 개인심리학의 창시자인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는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그만큼 인간관계는 중요하다. 그런데 학생 교육에 집중하기 위해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할 동료 교사, 그들 간의 갈등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 교사를 힘들게 한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학교 현장에서 동료 교사 간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남산에 소나무는 잡아주지 않아도 반듯하게 자라고, 그것을 잘라서 화살로 쓰면 물소의 가죽도 뚫을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본다면 꼭 학문이 필요하겠는지요?" "화살에 깃을 꽂고 앞쪽에는 촉을 갈아서 박는다면 그것이 얼마나 깊이 박히겠는가" 이는 2천500년 전 제자(자로)와 스승(공자)이 나눈 공부에 관한 대화다. 결국 무사였던 자로는 공부를 통해 화살을 더 잘 쏠 수 있는 실무 능력 향상법을 듣고서 그 필요성에 수긍해 제자가 됐고, 죽을 때까지 충직하게 학문을 닦는 삶을 살았다고 전해진다. 공부, 인생을 살면서 싫든 좋든
지난 대통령 선거, 이어진 지방선거 기간 동안 각 후보들은 부동산, 코로나로 어려운 소상공인 지원 대책, 그 외 각종 문제에 대한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작 국가 미래를 위한 교육 정책이나 비전은 그다지 보지 못했고, 그동안 활동하거나 활동 중인 정권 인수위원회에서도 교육 정책을 별로 볼 수 없었다. 오늘의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교육은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많다.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그동안 코로나19로 학교는 교실에서 제대로 된 학습지도를 할 수 없었다. 지난 6월 14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중
"내 삶이 곧 나의 메시지다." 인도의 성인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다. 그는 역사에서 인도의 비폭력주의를 이끈 상징으로 추앙되고, ‘간디는 비폭력이다’라는 동격의 이미지를 대변한다. 왜 그럴까? 간디 자체가 폭력과는 거리가 먼 인고(忍苦)의 절제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오랜 식민지배 폭정 아래서도 비폭력주의로 일관한 그의 저항의식은 인도의 정신문화를 선도한 위인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 속에서 흔히 누군가를 평가할 때 "그 사람이 곧 법이다"거나 "그 사람은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다"라고 표상으로 삼는다. 이 말은 그가 바
매년 고등학교는 ‘선행교육규제법’에 따라 학기별로 해당 학년의 교육과정 수준을 능가하는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교육청에 보고한다. 이를 위해 각급 학교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 및 학생에게 선행학습 금지에 따른 시행 사항을 공지하고, 더불어 가정에서의 협조를 요구한다. 학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교사들에게는 정기고사 문항 출제 시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이의 최종 준수 여부를 이원목적표에 서명해 제출하도록 한다. 고등학교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논·구술 시험에 고교교육과정을 뛰어넘는 문항을 출제해 고교교육
교사: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큰 후회를 합니다.학부모:알아요. 하지만 아이가 저렇게 원하는데 어떡해요? 교사:그래도 숙려제를 통해 계속해서 상담을 하고 이해를 시켜야지요.학부모:아니에요. 아이가 원하는 대로 기를 살려주겠어요.교사:나중에 흔들릴 때 왜 잡아주지 않았느냐고 아이가 원망해도 괜찮겠어요?학부모:할 수 없죠. 지금 아이에게 시달리는 것을 참을 수 없거든요(…). 이는 올해 초 숙려제도 없이 바로 자퇴를 하겠다는 고1 학부모와 담임교사가 나눈 대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학년 초부터 신입생의 자퇴가 빈번했다. 코로나
누군가 ‘왜, 우리는 태어나는가?’라고 묻는다면 무어라 답할 것인가? 만약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라고 대답한다면 이 말은 얼마나 우리에게 진실성과 마음의 울림이 있을까?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는 첫째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둘째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셋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다음과 같이 내놓았다. 첫째로 그는 충실한 신앙을 가지고 선하게 살아가는 이웃을 보고서 ‘사람의 마음속에는 하느님의 사랑이 있
평생 자연의 다양성을 연구한 한국이 낳은 석학 최재천 교수는 최근 대중을 대상으로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했다. 그에 따르면 이 표현은 원래 옥스퍼드대학 교수인 윌리엄 해밀톤이 자신의 문학적 취향을 반영해 역설한 것이라 한다. 여기서 ‘순수’라는 어휘는 ‘유전자의 다양성이 결여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결국 우리가 자연의 순수함을 줄이면 자연은 그 약한 부분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자연의 다양성’은 이제 누구든지 쉽게 접할 수 있는 인구에 회자되는 말이 됐다. 현재 우리가 장기간에 걸쳐 사투를 벌이
예로부터 ‘당근’과 ‘채찍’이란 말이 존재한다. 이는 성과주의에 대한 대표적인 행동기제다. 보상이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심리적 기제로 사람의 행동을 유도하는 의식의 발상이다. 성과주의는 성과에 대한 평가, 그 결과의 적용이 사람과 조직에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제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성과주의는 득(得)보다 해(害)가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인사관리(HR) 전문가인 팀 베이커는 글로벌 기업들의 평가제도 혁신 브랜드를 내세운 「평가제도를 버려라」에서 전통적인 성과평가 시스템은 군대를 모델로 삼고 있다고 규정했다.
학교현장에서 힘들게 학생을 지도하는 선생님과 일부 교육 관계자가 이제까지 줄기차게 제기해 온 뜻 있는 이야기는 교육현장에 자율성이 있고 정치에서 멀어져야 교육이 정상화된다는 말이다. 현재 대통령도 정치인, 교육부 장관도 정치인, 그리고 지역 교육현장의 각종 조례안과 중요한 교육정책을 다루는 시·도의원도 모두 정치인으로, 이들은 교육을 백년대계로 보지 않고 정권 유지 차원에서 5년을 위한 각종 교육 현안에만 답하고 있다. 학교와 학교구성원인 학부모, 학생 그리고 선생님은 국가 지침만 따르면 된다는 명령과 이를 이행해야 하는 복종 관행
우리는 변화가 무쌍한 디지털 문명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작은 지구는 우주에서 ‘창백한 푸른 점’이라 불리는 행성이다. 그 속에서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라 불리는 인류는 약 25만 년의 생명을 존속하고 있다. 이 지구와 인류의 삶에 변화를 주도하는 밑바탕에는 ‘엔트로피 법칙’이라는 원리가 작동한다. 이는 ‘무질서의 정도’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열역학 제2법칙’이라 불리기도 한다. 부연하면 에너지가 어느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거나 형태만 변할 뿐 우주를 이루는 에너지의 총합은 항상 일정하다는 ‘에
이창동 감독의 2018년 미스터리 영화 ‘버닝’에서 주인공 해미가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와서 두 가지 종류의 굶주림에 대해 말한다. 그러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있다. 이는 부시맨의 존재를 이 세상에 처음으로 알린 계기가 됐다. 작가이자 영국 찰스 왕세자의 멘토인 로렌스 반 데어 포스트는 "칼라하리사막의 부시맨들은 두 명의 굶주린 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레이트 헝거(great hunger)와 리틀 헝거(little hunger)다. 후자는 배를 채울 음식을 원하지만 전자는 모든 배고픈 자들의 으뜸으로 의미에 굶주려 있다.
대한민국의 커다란 불행은 갈수록 빈부격차에 의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1960년대 초만 해도 GDP 100달러 정도의 최극빈 국가에서 어엿한 산업화·정보화·디지털화를 이루면서 빈부격차 역시 크게 부각된 결과다. 문제는 경제 양극화에 의한 교육 양극화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히 압도적이다. 한국은 3년마다 실시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2012년 8%에서 2018년에는 15%로 급증했다. 이는 국내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마찬가지다. 2016년 고2 기초학력
요즘 학교에선 과거처럼 마음 놓고 가벼운 농담을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소위 ‘학생 인권’과 ‘교권’이 상반돼 대결의 양상을 띨 뿐만 아니라 ‘성인지 감수성’과 ‘아동학대’, ‘노동인권’ 등의 문제로 갈등이 비등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의 근본에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상호 간 ‘마음의 눈금’이 너무도 작기 때문이다. 예컨대 직장이든 학교든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 말을 1에서 10까지 척도를 매길 때 3정도로 예상하는 것이 9만큼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와는 반대로 8정도의 칭찬
존중(尊重)이란 스스로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것이다. 이는 특히 지도자에게 필요한 소중한 덕목 중 하나다. 존중에 관한 교훈과 가르침은 수많은 인류의 경전에서 전해져 온다. 예컨대 영원한 인류의 고전이자 자산인 「논어」는 ‘위정’편에서 "덕으로 정치를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북극성은 제자리에 있고 모든 별이 그를 받들어 따르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이 말은 사람을 얻고 싶으면 복종을 강요할 게 아니라 존중함으로써 자발성을 이끌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특히 청소년의 지도자인 교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교사는 과거처럼 권위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