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교수들이 교수신문을 통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 발표하고 있다. 교수신문이 택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필자의 예상대로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순자(荀子)」에 나오는 말이다. 원문은 ‘군자주야 서인자수야(君者舟也 庶人者水也), 수즉재주 수즉복주(水則載舟 水則覆舟)’다. 풀어보면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말할 것도 없이 대한민국호의 선장인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을 비롯해 국정 농단자들에 가려 나라를 온전히 이끌지 못하고 어지럽힌데 대한 책임을...
썩은 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손질할 수 없다 했다. 그렇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망가졌을 줄이야. 차라리 전쟁과 지진에 의해 무너지고 깨어진 것이라면 모두가 나서 재건이라도 서두를 수 있으련만. 작금에 드러나는 현 정부의 부패와 무능은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던 추잡하고 더러운 작태들이었기에 필설로 표현하기조차 꺼려진다. 곡학아세(曲學阿世)하던 나라의 벼슬아치들은 저지른 갖가지 비리가 드러나 줄줄이 감옥으로 들어가고 있다. 목도하고 있는 상황을 쓰고 그리려니 지필묵까지 더럽히는 것 같아 붓이 나아가질 않...
"옛날의 시장(市場)이란 자기에게 있는 물건과 없는 물건을 서로 교환하던 물물교환의 장소였다. 유사(有司)들은 다만 이것을 다스리는 일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못난 사나이가 있어 남을 물리치고 자기를 유리하게 할 수 있는 우뚝 높이 솟은 언덕(壟)을 찾아 올라가 여기저기를 둘러보아 시장의 이익을 독점했다. 이에 사람들은 그를 천박하게 여겼다. 유사도 그에게 세금을 물렸다. 장삿군에게 세금을 물리게 된 것은 이 천박한 사나이로부터 시작됐다(古之爲市者 以其所有로 易其所無者어든 有司者治之耳러니 有賤丈夫焉하니 必求龍斷而登之하야...
필자는 해마다 10월 24일 유엔의 날을 맞으면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가 떠오른다. 1991년 9월 25일, 대한민국이 유엔 가입을 신청한 이후 42년 8개월 만에 가입돼 회원국으로서는 처음 맞는 유엔총회 대통령 연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해는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해다. 당시 우리는 회원국 국가원수로서 대한민국 노태우 대통령이 기조연설 차 수행기자단과 함께 유엔본부를 방문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남북한이 각각 다른 의석으로 유엔에 가입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며, 불완전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우...
부정부패 만연으로 혼탁한 사회를 청렴사회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입법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 청탁금지법 )’이다. 본 법이 시행된 지도 오늘로 20일을 맞았다. 하지만 여전히 명쾌한 법령 해석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다. 소통을 강조하지만 소통은커녕 공직자들이 청탁금지법의 저촉을 들어 대민접촉을 꺼리고 있는 정황이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공직자들이 복지부동하거나 무사안일 태도로 일관, 꽉 막힌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일...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헌법 제 10조 내용이다. 헌법은 생명권(生命權)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문화하지 않고 있으나 헌법 해석상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생명권은 굳이 천부불가양(天賦不可讓)의 권리 운운하기에 앞서 기본권(基本權) 중의 기본권이라 하겠다. 생명의 무게를 저울로 달 수는 없다. 생명의 무게에 대한 한 이야기가 있다. 산속에서 독수리가 비둘기 한 마리를 잡아먹으려고 하고 ...
한반도가 펄펄 끓고 있다. 더위를 먹었다. 절기로는 가을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폭염이 물러가지 않고 있다. 춘하추동(春夏秋冬) 사계의 순환 질서가 깨지고 있는 요즘이다. 절기상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立秋)가 지난 지도 보름이 됐다. 내일이면 더위를 처단하고 본격 가을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처서(處暑)다. 처서는 입추와 백로(白露)사이에 드는 절기다. 이 무렵이면 입추까지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한풀 꺾이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고 한다. 처서에는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등 전해오는 이야기도 많다...
며칠 전부터 아침마다 집 앞 소나무에서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잠을 깨곤 한다. 언젠가 경복궁을 다녀와 써 보았던 ‘매미 오덕(五德)’이라는 제하의 글이 떠오른다. 당시의 글 내용 일부를 인용해본다. - 매미는 수년간을 땅 속에서 지내다가 세상에 나와 여름 한 철 울고 가는 곤충이다. 매미는 집이 없다. 먹이도 많이 먹지 않는다. 그저 아침 이슬 몇 방울이면 족하다. 그러니 재물을 모을 필요도 없다. 매미는 이렇듯 청빈한 삶을 살다가 간다. 옛 사람들은 매미에게 5덕(德)이 있다 했다. 그것은 문(文), 청(淸), 염(廉), 검(...
「장자(莊子)」에 ‘목계지덕(木鷄之德)’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 주(周)나라에 기성자라는 싸움닭을 전문으로 훈련시키는 조련사가 있었다. 투계(鬪鷄)를 몹시 좋아하는 왕이 이 이야기를 듣고 싸움닭을 기르도록 했다. 열흘 만에 왕이 묻기를 "싸울 만한 닭이 되었는가?"하므로 조련사는 대답하기를 "아직 멀었습니다. 지금 건성으로 사나운 척하며 제 기운만 믿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물으므로 "아직도 멀었습니다. 다른 닭의 소리만 듣거나 모양만 보아도 덤비려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또다시 열흘이 지나...
인천차이나타운에 가면 붉은 글씨로 새겨진 ‘海內存知己, 天涯若比隣(해내존지기,천애약비린)’이라는 기념석이 있다. ‘한국인천시화교협회’ 이름으로 세워진 이 기념석의 문장을 새겨보면 아마도 고국을 떠나 있는 화교들의 향수(鄕愁)가 담겨져 있는 듯하다. 초당사걸(初唐四傑) 중 한 사람인 천재 시인 왕발(王勃)이 친구와 헤어지면서 지은 ‘送杜少府之任蜀州(송두소부임촉주)’라는 증별시(贈別詩)에 나온다. 문장이 명문 중의 명문으로 꼽혀 오늘날까지 널리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시문이기에 인용해 본다. "삼진(三秦)을 거느린 성궐(城...
파주에 가면 율곡수목원이 있다. 파주시는 지난 주말 파평면 율곡수목원에서 수험생과 학부모 1천여 명이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율곡 이이 구도장원길 걷기 행사’를 가졌다. 행사가 진행된 곳은 율곡수목원 내 도토리길 5㎞ 구간이다. 도토리길은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584)가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갈 때 걸어가던 길이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교생들과 학부모들이 마음의 위안을 삼으려고 무더운 날씨 속에도 땀을 흘리며 걸었다. 율곡이 걸었던 구도장원로를 따라 걸은 수험생들이 율곡의 ‘올바른 기(氣)’를 받아 수능 대박을...
필자는 지난 4월 25일 ‘법의날’에 게재된 본란의 글에서 ‘법조인에게도 과연 윤리관이 있는가?’라는 제하에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오늘 하루만이라도 ‘법의 정신’을 되새겨봤으면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마음 한구석이 꺼림칙하고 편치 못했다. 제목이 좀 지나쳤나 싶기도 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법정에서 단 한 사람의 억울한 시민이 없도록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신중히 재판에 임하고 있는 다수의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은 곧 사라졌다.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운...
오늘은 국민의 준법정신을 높이고 법의 존엄성을 강조하기 위해 국가가 제정한 ‘법(法)의날’이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대학생 10명 중 8명꼴은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사회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한다. 법률소비자연맹이 법의날을 앞두고 실시한 법의식 설문조사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동의한다는 답변이 83.54%를 차지했다는 조사 결과다. 재판의 공정성에는 ‘불공정하다’와 ‘매우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33.42%였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도 ‘불공정하다’와 ‘매우 불공정하다’는 답변이...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는 모든 국민이 주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내용이다. 헌법은 40조에서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라고 해 국회에 입법권을 부여하고, 41조에서 "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라고 명문화하고 있다. 이틀 후면 주권자인 국민이 제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일이다. 다급해진 각 정당의 선거캠프들이다. 한 정당은 선거일이 임박해 오자 유권자들에게 ‘반성과 사과’를 선거운동...
창과 방패, 모순(矛盾)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때 한 사람이 시장에서 방패를 팔고 있었다. "자! 보십시오. 이 방패로 말하자면 명장이 만든 것으로 견고함은 당해낼 창이 없지요. 아무리 강하고 예리한 창도 결코 뚫지 못합니다." 조금 후에 그는 방패를 내려놓고 창을 팔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큰소리로 말했다. "이 창을 보세요. 이 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습니다." 한 노인이 장사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갖고 있는 창과 방패는 훌륭한 것 같소. 그러...
"언뜻 개었다가 다시 비가 오고 비가 오다가 다시 개이나니, 하늘의 도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인간 세상 인정에 있어서랴. 나를 기리다가 문득 돌이켜 나를 헐뜯고 공명을 피하더니 도리어 스스로 공명을 구함이라.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譽我便是還毁我(예아변시환훼아),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조선 초기 문인이며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이 지은 ‘사청사우(乍晴乍雨)’라는 시문 중 일부다. 정치의 계절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
한반도는 최근 잇따른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거기에 개성공단의 폐쇄가 겹쳐 나라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하겠다.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찾아온 정치의 계절이다. 정치는 배신의 역사인가. 이합집산으로 우왕좌왕 분주한 정치권이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난을 극복하는 데 여야가 힘을 모아도 부족한데 정치권은 어제도 오늘도 정쟁을 멈출 줄 모르고 있다. 배반의 정치이기에 이들에게서 인간의 정리(情理)를 운운한다는 자체가 의미가 없을 게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인...
재판에 임한 일부 법관들의 도를 넘는 전횡(專橫)이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린 지는 이미 오래다. 전해들은 이야기에 대해 설마했다. 재판을 받고 나온 필자의 지인 한두 명에게 "판사가 막말을 하고 피고인을 윽박지르고 할 때에는 법관에게도 수사권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를 접하고는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일부 검사 또한 마찬가지다. 피의자에게 막말을 하거나 고압적인 행동으로 공정한 수사를 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등 신뢰를 저버린 검사가 한둘이 아니라 한다. 이는 변호사협회가 지난주 발표한 법관과 검사에 대한 평가 결과에서...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이 또다시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우리 군(軍)은 이에 대응하는 1차 조치로 지난 8일 정오를 기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지난해 8·25합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지 136일 만이다. 유엔도 우려를 표명하며 즉각 조치에 나섰다. 주지하다시피 유엔은 인류를 전쟁의 참화로부터 구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며, 또한 보다 큰 자유 속에서 사회적 진보와 생활수준 향상을 이루기 위해 창설됐다. 우리도 유엔 회원국으로서 유엔의 주요 활동 분야인 세계 평화 유지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는 헌법 제1조에서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천명하고 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인데도 올 한 해 특정 부류들이 국정과 사회를 농단했으니 2015년 대한민국은 불법공화국이었다. 국회는 입법기관이다. 어느 기관보다 법을 준수하고 바른 정치를 해야 하는 기관이다. 그러한 국회가 앞장서서 법을 우습게 여기고 어기기를 여반장(如反掌)으로 한다면 어느 누가 법을 지킬 것인가. 필자는 일전에 ‘국해(國害)의원과 금배지’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국회(國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