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가을이면 넓은 잎사귀를 떨어뜨리며 늦은 시간 귀가하는 중년의 마음을 쓸쓸하게 맞아 주던 양버즘나무가 이맘때 전혀 그늘을 만들어 주지 못한다. 이번 여름은 얼마나 더울지 모르는데, 벌써 답답해진다. 초여름이면 가지마다 잎사귀를 무성하게 펼치며 여름철의 햇볕을 차단해 주던 도시의 오랜 가로수였는데, 줄기에 곰팡이를 달면서 맥을 추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작년 이맘때 닭발처럼 잔혹하게 가지를 잘라낸 ‘강전정’ 때문일까? 이러다 도로를 가로지르며 맥없이 쓰러지는 건 아닐까?연수구청 근처, 자동차 소음 심하던 아파트에 살다 2년 전
5월이 시작되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습니다. 햇수로 3년 만에 우리는 온전히 얼굴을 드러내고 서로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동안 우리는 표정에 담긴 이미지의 언어를 읽을 수 없어 의미 있는 소통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힘이 되는 환한 미소를 상대에게 보여줄 수 없었습니다. 마스크는 친밀한 교감을 방해하는 하나의 차폐물이었던 셈입니다. 따라서 마스크를 벗는다는 건 의미 있는 소통이 이제야 비로소 가능해졌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사실 코로나 시대의 마스크는 비단 우리의 코와 입만을 가린 게 아니었
우리나라가 경제적 성장을 하면서 외국에 나가서 자리를 잡은 교포에 대한 지원 정책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번 바뀌는 정부에서도 재외동포청이라는 조직을 설립해 외국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에 대한 지원을 현실화시키려고 하고 있다.전 세계로 뻗어나가서 그들이 타국에서 자리를 잡느라 고생하고 난 후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적 수준은 천지 차이라 외국에서 고생한 교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곤 한다. 그들이 외국으로 나갈 때의 우리나라 환경적 사회적 상황은 열악했다. 그들이 외국으로 나갈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외국에서 벌어들인 수입으로 가족
평생 권력을 탐하는 정치인들의 다양한 사건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2018년 10월 14일 영국 국회의사당 엘리베이터에서 강간 사건이 발생했다. 44살의 영국 이민국 장관 제임스가 28살의 여성 보좌관 올리비아를 강간하는 섹스 스캔들이 벌어졌다. 영국 총리의 절친이자 보수당 지지자의 절대적 신뢰를 받는 제임스 장관이 저지른 충동적 행동으로 영국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악용해 5개월 동안 불륜 관계를 유지했고, 원초적 욕망을 통제하지 못한 섹스 폭력에 영국인들이 분노했다. 이 섹스 스캔들은 넷플릭스가 2
봉투 없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고안된 가로 14.8㎝, 세로 10㎝ 크기의 두꺼운 종잇조각, 엽서다. 엽서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 물건만큼 근대의 모습이 축약된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편지를 대신하더니, 연하장을 거쳐 물품 주문서와 대금 영수증으로 쓸모가 늘어났다. 방송사는 청취자와의 소통을 위해, 신문사에서는 엽서를 이용해 호외를 발행했다. 엽서 가운데 한쪽에 그림이나 사진을 붙인 그림엽서는 집에 그림 한 장은 걸고 싶은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는 수단이었다. 엽서는 가 보지 못한 외국의 모습이 담긴 미디어 매체를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장"이라고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Karl von Clausewitz, 1780∼1831)는 그의 저서 「전쟁론」에서 주장했으나, 인류 역사에서의 수많은 전쟁은 반드시 그렇게 시작되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은 "자아가 이성적인 목적을 잊어버리고, 자존심이 모든 것을 지배하며, 감정이 우선하고, 본능이 절대자 노릇을 하는 자리이다"라는 존 키건(John Keegan, 1934∼2012)의 「세계 전쟁역사」에서의 설명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푸틴의 숨겨진 의도는 무엇일까? 저명
한 20년 전, 운 좋게 초청 프로그램에 선정돼 미국의 여러 도시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랜드캐니언의 장엄한 광경에 잠시 넋을 잃고, 장구한 세월 계곡을 깊숙이 침식한 콜로라도강의 하류를 1930년대에 가로막은 후버댐의 위용에 놀라웠으며, 댐이 만든 185㎞ 미드호의 담수가 라스베이거스와 애리조나주의 생명수가 됐다는 안내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라스베이거스가 확장되고 애리조나가 거침없이 개발되면서 미드호의 물이 모자란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들었다. 영어 의미 그대로 애리조나는 건조하다. 거친 사막에 커다란 선인장이 드문드문 서
프랑스 철학가 알랭(Alain)은 자신의 저서 「행복론」에서 "스스로 행복해지는 건 타인에 대한 의무이며, 행복해지려는 맹세보다 더 심오한 건 없다"라고 말하며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권태와 슬픔과 불행보다 더 극복하기 어려운 것은 없으며, 남녀를 막론하고 행복이란 가장 아름답고 기분 좋은 선물이라는 걸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알랭이 말하고자 한 것은 자기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 행복을 강조한 것은 절대 아닐 겁니다. 오히려 내가 행복해야 가족, 애인, 친구 등 내가(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강조
전 세계가 자신의 나라에 닥친 감염병 재난을 극복하느라고 정신이 없는데,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에 돌던 불안한 움직임이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전 세계 관심을 끌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크라이나 피해가 너무 심각하다. 무기는 점점 발달해 현대 무기를 사용하는 국가는 크게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도 상대 국가를 짧은 시간에 폐허를 만들어 내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반면 현대 무기와 전력의 우위가 순식간에 마음만 먹으면 상대를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도자와 국민의 의지가 손쉽게 강국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 주고 있다.
광풍처럼 달려온 20대 대선이 막을 내렸다. 대선 결과는 48.56%와 47.83% 초박빙의 놀라운 기록을 경신했다. 22일 동안 윤석열 후보의 유세는 96회에 달하고 이동 거리는 5천954㎞이다. 이재명 후보의 유세는 80회에 달하고 5천266㎞의 이동 거리를 기록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를 상징하는 어퍼컷이 마법을 부린 대선 결과다. 유권자 관점에서 초박빙의 20대 대선 과정을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첫째, 가짜 뉴스와 편향된 언론 보도가 넘쳐난 대선이었다. 사실로 드러난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팩트 검증에 혼란을 준 가짜 뉴
지난달 중순 언론매체는 인천시가 ‘인천형 근현대 문화유산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라는 뉴스를 쏟아냈다. 용역을 통해 근현대 문화유산의 유형별·시기별 보존 방안과 체계적 관리 방안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언론도 정작 중요한 논점은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인천시가 처음으로 근현대 문화유산 관리체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보도해 독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켰다. 인천시는 2018년 이미 비슷한 용역을 진행했다. 바로 ‘인천시 문화유산 중장기 5개년 종합발전계획’이다. 이 계획의 수립 목표는 ‘문화유산에 대한 미래 수요를
하늘에 태양이 하나이듯 인류사회를 혼돈과 혼란의 무질서로 인한 충돌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세계는 하나의 질서로 운영돼야 함이 순리이다. 그 질서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안전, 인권, 기본적 욕구와 정의가 행해지는 체제여야 한다. 현재의 자유주의적 세계질서란 2차 대전 종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자유무역, 시장경제, 자유로운 정치체제와 민주주의를 보편적 가치와 규범으로 설정해 이를 다자간 국제기구를 통해 합의·구축한 체제를 일컫는다. 이 질서체제의 근간은 국제 간 장벽을 감소시키면 민주주의 체제와 가치가 독재국가에까지 확산될 것으로 가정했
미국 뉴욕 맨해튼의 오랜 랜드마크,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102층이다. 아직 이름이 붙지 않았지만, 송도신도시의 랜드마크로 103층 빌딩이 6·8공구에 예정돼 있다. 1929년 시공해 2년 만에 완공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환갑, 진갑을 넘어 100년 역사도 넘길 텐데, 여전히 뉴욕 마천루에서 가장 유명하다.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무너진 쌍둥이 빌딩이 1970년대 초 완공된 뒤 50년 동안 최고 높이를 양보했지만, 회복했어도 예전 명성은 퇴색했다. 경제공황으로 공간이 꽤 비었고, ‘엠티스테이트빌딩’이라는 세간의 비아냥도
요즘 전 세계적으로 좀비가 등장하는 콘텐츠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애초 부두교 전설에서 유래한 좀비는 주술로 움직이는 시신을 뜻하는데, 영화에 좀비가 처음 등장한 건 1968년 조지 로메로 감독이 만든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이라는 작품이다. 당시 산 사람을 산 채로 뜯어먹고, 죽은 자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는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이전에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낯선 공포로 다가왔다. 이후 좀비 영화는 공포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모든 좀비 영화의 교과서로 평가받는 ‘새벽의 저주’가 나오면서 좀비 캐릭터는 한결 정교하
며칠 전 한국 경제의 국제신용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무디스, 에스앤피, 피치사 평가에서 모두 더블에이 이상을 받았다. 국제신용등급이 일본보다 두 등급 위의 신용으로 평가됐다. 대만이나 홍콩보다도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평가는 코로나19를 경험하기 전과 후로 한국에 대한 국제적 인식이 달라지는 것 같다.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선진국의 대응을 보면서 미숙함에 놀라고 우리나라의 대응에 자랑스러웠다. 우리가 상상했던 선진국이 정말 맞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코로나19는 한국을 세계에 제대로 알려준 기회가 된 것 같다. 동
코로나 변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3월까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오미크론에 한 번은 노출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예측도 있다. 끊임없이 변신하는 바이러스로 예측 불가능한 세상이 열리고 있다. 오미크론 수치가 정점을 찍고 있는 유럽에서는 카뮈의 「페스트」가 역주행하고 있다. 1947년 출간한 「페스트」를 다시 읽고 공감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 75년 전에 출간한 「페스트」에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염병으로 일상생활이 망가진 사회의 모습이 오늘날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러스 권력으로 국민의 일상을 통제하는 정치적
로마제국이 지배하던 1세기에 사도 바울은 로마시민임을 근거로 자기를 죽이려고 모함한 유대인의 법정이 아니라 로마 황제의 법정에 서도록 상소한 이야기가 성서에 나온다. 이는 로마인들이 지역과는 무관하게 로마법에 따라 법적 사건을 판결받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로마시민권 제도는 공화정 시절부터 정치의 중심이자 충성스러운 복속자(服屬者)들을 제국 안으로 끌어들이는 수단이었고, 혜택이 많아 이 특권을 얻으려고 라틴인들은 싸우기까지 했던 지위였다. 이 같은 시민권은 시민으로서의 행동, 사상, 재산,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고 정치에 참여
2022년 현재, 지구 가장자리 지층은 안전한가? 2021년은 ‘홀로세’라는 지층의 이름을 ‘인류세(anthropocene)’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던 네덜란드 화학자, 1995년 오존층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뤼천이 세상을 떠난 해다. 2000년 세계층서위원회에 모여 홀로세 지층의 위기를 걱정하던 중 무뚝뚝하게 "인류세"로 변경하자고 제안한 그는 20년이 지나도 회복될 기미가 없자 자신의 삶을 홀연히 마감했다.대유행의 규모를 4차례 키운 2021년 코로나19 파고를 이어받은 2022년은 감염병 파고에서 벗어나려나? 세계를
근대 개항기 인천에 정착한 외국인들은 본국에서 유행하는 건축물을 지었다. 중국인과 서양인은 벽돌조, 일본인은 목조 건축을 선호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건자재 공급체계가 부족해 대부분은 자국에서 수입한 자재로 건물을 세웠다. 1920년대 중반 이후 공공건축을 중심으로 벽돌조 또는 벽돌조와 철근콘크리조를 혼합한 건축물이 증가하면서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춘 벽돌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이때 세워진 벽돌공장은 양질의 흙과 풍부한 수량을 갖춘 도시 외곽 지역에 입지했다. 1932년 숭의동(당시 명칭은 부천군 다주면 장의리) 314번지에 설립
손가락으로 달을 보라 가리켰더니 보라는 달은 안(못) 보고 손가락만 본다는 말인 ‘견지망월’, 능엄경에서 유래한 말입니다.여기서 달은 본질, 손가락은 형식이나 지엽적인 것을 말합니다. 진리는 저 하늘의 달과 같고, 말이나 글과 같은 형식들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다는 의미겠지요. 후에 많은 고승대덕도 이 말을 인용해 숨은 본질은 놓치고 드러난 형식에만 집중하는 본말전도의 어리석음을 경계하기도 했습니다.서로 다른 말들이 부딪쳐 정치도 현실도 숨 가쁜 요즘입니다. 국민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감당하기 쉽지 않은 피로감을 호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