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개항기 인천에 정착한 외국인들은 본국에서 유행하는 건축물을 지었다. 중국인과 서양인은 벽돌조, 일본인은 목조 건축을 선호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건자재 공급체계가 부족해 대부분은 자국에서 수입한 자재로 건물을 세웠다. 1920년대 중반 이후 공공건축을 중심으로 벽돌조 또는 벽돌조와 철근콘크리조를 혼합한 건축물이 증가하면서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춘 벽돌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이때 세워진 벽돌공장은 양질의 흙과 풍부한 수량을 갖춘 도시 외곽 지역에 입지했다. 1932년 숭의동(당시 명칭은 부천군 다주면 장의리) 314번지에 설립
손가락으로 달을 보라 가리켰더니 보라는 달은 안(못) 보고 손가락만 본다는 말인 ‘견지망월’, 능엄경에서 유래한 말입니다.여기서 달은 본질, 손가락은 형식이나 지엽적인 것을 말합니다. 진리는 저 하늘의 달과 같고, 말이나 글과 같은 형식들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다는 의미겠지요. 후에 많은 고승대덕도 이 말을 인용해 숨은 본질은 놓치고 드러난 형식에만 집중하는 본말전도의 어리석음을 경계하기도 했습니다.서로 다른 말들이 부딪쳐 정치도 현실도 숨 가쁜 요즘입니다. 국민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감당하기 쉽지 않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는 과학의 영역이다. 역사가 오래돼 경험이 많이 생긴 감염병에 대한 관리는 정치적 개입이 어렵지만, 지금과 같이 새로 발생한 감염병인 경우에는 과학적인 사실보다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부정적인 언론이나 정치적 발언들이 힘을 받게 된다.일반적으로 불확실성이 클수록 불신과 불안으로 유언비어가 극성을 부리게 된다. 그래서 신종 감염병 초기에는 말도 안 되는 괴담이 돌아다니게 된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는 오래 지속되면서 초기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여전히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즉, 감
세상에서 말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남을 설득하는 기술인 수사학과 소통의 코드를 연구한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일 것이다. 7개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세상을 이해하는 해석 모델을 제시한 그의 강연에 유럽인들은 열광했다. 1980년 출간한 그의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는 43개 언어로 번역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중세시대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추적한 탐정 소설이지만, 주인공 윌리엄 수도사의 수사학적 논리로 중세시대 종교적 담론이 생성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는 중세시대 수도
최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가 저명의 전문가들에게 실시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적대적이었는지?’의 관한 물음에 응답자 68명 중 32명이 동의하지 않거나 강력히 동의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미국은 중국에 공격적 자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런 위기감을 무서울 정도로 파헤친 중국 전문가 로버트 스팔딩(Robert Spalding)은 그의 저서 「은밀한 전쟁(Stealth War, 2019, 우리말 번역 ‘중국은 괴물이다’)」에서 "중국은 미국 정·재계에 결정적 영향력을
수능이 끝날 시간에 안과 가려고 택시 탔더니 라디오에서 퀴즈가 나온다. 수능 마친 아이는 무엇을 먹고 싶을지 묻는데, 짜장면? 예전이라면 몰라도 요즘 고등학생이 짜장면을 찾을 리 없단다. 탕수육도 아니란다. 치킨으로 정정한 진행자는 수능 종료 전 주문하라고 조언한다. 너나 없이 주문할 테니 한두 시간 기다리는 건 보통이란다. 집안에 수능 치를 아이가 없어 관심이 없었는데, 안과에서 나오니 도로가 답답하게 막혔다. 어디나 마찬가지라는데, 수능 마친 학생은 치킨집을 찾았을까? 치킨 가격이 오른다는 뉴스가 나온다. 인기가 큰 프랜차이즈
오늘부터 열흘 전인 11월 9일은 소방의날이었다. 대개의 기념일이 역사적 사건에 유래를 두는 것과 달리 소방의날은 화재신고 전화번호 119에서 비롯된다. 이날이 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20년 전인 1991년이다. 당초에는 11월 1일이었다. 정부 수립 후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1일에 화재 예방캠페인, 소방유공자 표창과 같은 행사를 벌여 오다가 1963년부터 정식 기념일이 됐고, 1991년 이를 바꾼 것이다.재난 대비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갖춰야 할 기본 인프라이다. 그렇다면 인천이 근대도시로 자리를 잡아가던 때 화재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는 여전히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고 코로나19와 공존하겠다며 방역의 변화를 선언했지요. 좀처럼 사윌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에 마침내 투항한 걸로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물리적으로는 쉽게 이길 수 없어 결국 적과의 동반을 결정했으니 말입니다. 사실 민생의 피폐는 임계점을 넘은 지 이미 오래입니다. 방역 초기 국민은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거리 두기의 불편함을 감당했지요. 그러나 당시 모두가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조만간’ 그 고통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제하면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서 얼굴을 보고 소통하던 즐거움을 다시 찾는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다시 예전처럼 영화를 보고 콘서트를 즐기며 여행을 계획하던 일들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는 것을 코로나가 알려 주고 있다. 예전의 일상이 이제는 더 이상 일상이 아닌, 혜택이 되고 희망이 되고 있다. 벌써 2년째 학생이 없는 조용한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학생이 없다고 해도 비대면을 준비하면서 대면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함께 준비해야 하므로 의도치 않게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역대 흥행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단 28일 동안 1억4천200만 명이 아홉 편짜리 시리즈를 감상하면서 94개국에서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2020년 8천200만을 기록했던 영국 드라마 ‘브리저튼’을 넘어서는 신기록이다. 세계 문화콘텐츠산업 7위인 한국형 콘텐츠가 3위인 영국 콘텐츠를 압도하는 문화코드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한편, 한국형 콘텐츠 ‘오징어 게임’의 성공에 악의적 질투를 하는 유럽과 일본의 비평가도 등장하고 있다. 그들은 ‘오징어 게임’의 폭력적 장면만을 부
길이란 무엇인가? 길은 바깥 세계로 나가는 통로이고, 만남을 이어줘 소통을 가능케 하는 채널이 된다. 또한 추상적으로는 생활 양식(Modus Vivendi), 운영방식(Modus Operandi)이기도 하다. 이 뿐 아니라 길(道)은 진리와 깨달음 자체이자 깨달음을 위한 구도자의 길이기도 하며, 편한 길인 왕도(Royal Road)나 지름길(Short Cut), 첩경(Short Way)이나 돌아가는 길(Detour)이 될 수 있다.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많은 길을 만들었다. 길은 인간의 역사이고 문명이었다. 로마인들은 모든 길이 로마로
얼마 전 6차 보고서를 펴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탄소중립 시기를 10년 이상 앞당기라고 각국 정부에 요구했다. 수많은 연구를 바탕으로 위기를 보수적으로 진단하는 까닭에 IPCC의 요구는 의미가 큰데, 우리는 상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5월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 중 2가지는 대통령이 약속한 2050년 탄소중립에 미달한다. 화력발전소를 전부 퇴출하는 방안만이 유효한데, 우리 석탄화력발전소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IPCC 요구보다 느긋한 우리 정부의 목표 시한도 얼마 남지
인천 중구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청년 김구 역사거리 조성사업’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두 번이나 옥살이를 했던 인천감리서 터 주변을 정비하고, 신포로에 인도와 공공조형물을 설치해 이 일대를 테마거리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여기에는 신포문화의거리 로터리를 광장으로 만들어 방문객과 주민의 쉼터로 활용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우리 민족의 스승인 김구 선생을 기리자는 데 딴지를 걸 사람은 없다. 오히려 두 차례나 인천에서 옥고를 치른 김구 선생의 결기와 자주독립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널리 알리는 사업에 박수를 보낸다
"나라가 어찌 하루에 생기겠으며, 민족이 어찌 한순간에 태어나겠느냐"라는 성서의 말씀을 증거하듯 모레가 개천절이다. 그 건국이념은 놀랍게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세상의 모든 만물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이화세계((理化世界)이다. 이 숭고한 이념은 오늘날 세계의 중심국가가 지향해야 하는 인류평화와 경제적 번영, 쾌적한 지구환경의 전범(典範)으로 여겨진다. 역사적 전환기나 격동기에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의 역할론이 대두된다. 이럴 때 국가는 그 운명을 결정지을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그 비전을
지난해 여름 전북 진안으로 낙향한 후배 하나가 볼일 있어 서울 왔다며 밤늦어 전화했다. 며칠 전 페북에 올린 내 글을 봤다는 그는, 자신을 그토록 감성적인 인간으로 기억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 글은 단골집에서 술 한잔할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듣고 마음이 격동해 쓴 글이었다. 후배는 술자리에서 가끔 내가 구겨진 휴지처럼 방치돼 있을 때면 그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그날 휴대전화로 올린 예의 그 글은, 솔직한 내 마음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지만 적당한 취기와 가을밤의 정취, 아련한 기억과
과학의 발전으로 인류는 현재 최첨단의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다. 예전에 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 현실에서 일상처럼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휴대전화, 스피커 등이 말을 하면 알아듣고 그대로 이행해 준다. 심지어 청소기와 같은 가전제품도 지시사항을 알아듣는다. 자동차도 차간거리를 인식하고 장거리 운전은 자동차에게 위임을 하는 크루즈 기능이 있어 운전의 피로를 덜어주기도 한다. 점점 더 위험에서 안전을 지켜주는 기능이 보완되고 있다. 기계가 편리함, 안전성, 즐거움을 더욱더 보장해 주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강의실에
기억이 맞는다면 2008년은 더위가 유난히 길었다. 가을이 무르익을 계절로 이어진 무더위는 겨울 철새가 찾아오는 11월 중순까지 계속됐다. 먹이가 풍부한 아무르 일원에서 여름을 지낸 철새들이 혹한의 겨울이 다가오기 전 무리로 날아와 내려앉는 곳은 우리 갯벌이다. 소금기가 있으니 웬만한 추위에 물이 얼지 않을 뿐 아니라 먹이도 풍부해 우리 갯벌은 세계 주요 철새의 이동 통로와 도래지로 명성이 높다. 인천도 중요한 철새도래지가 분명하지만 광활했던 갯벌이 거의 사라진 현재, 명성은 퇴색됐다. 맹렬하게 갯벌이 매립되던 2008년, 기억을
근대건축유산을 둘러싼 문제가 2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근대건축유산을 활용한 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른 근대문화유산을 철거하는 어이없는 일이 반복된다. 그럴 때마다 전문가와 언론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늘 뒷북이다.멸실·철거되는 문화유산은 대부분 비지정 문화재라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근대문화유산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하려는 의지는 부족하다. 인천시는 2015년 11월 비지정 건축유산 관리를 위해 ‘인천광역시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철거를 막는
인류는 왜 이상향이라는 공동체를 추구했을까? 현실 세계, 즉 국가라는 공동체가 그들을 만족시켜 주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고통과 불행을 안겨 주는 대상이 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국가는 이익집단이 아니어서 국가에 불행한 일이 일어나도 개인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그 체제를 이탈하지 않는 한 개인은 그 안에서 운명공동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15일은 이 나라의 ‘해방기념일’이기도 하고 ‘독립기념일’, 즉 ‘건국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광복절이라고 불러왔다. 그 뜻은 ‘무엇으로부터 영광스럽게(光) 되
전 세계 글로벌 도시 500개를 선정해 혁신도시 이미지를 비교 평가한 2021년 세계 혁신도시 랭킹(Innovation Cities™ Index)에서 인천이 168위를 차지했다. 인천보다 순위가 앞선 한국의 도시는 서울 7위, 부산 96위, 울산 133위, 대구 162위로 순위 리스트에 올라왔다. 세계 혁신도시는 디지털 기술과 스마트 도시 그리고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비교 평가한 것이다. 인천은 최근 몇 년 평균 순위 137위에서 168위로 31계단 추락했다. 300만 도시 인천이 다른 도시와 비교해 순위가 떨어진 원인이 무엇인지 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