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삼국 정상회담에서 한시(漢詩)와 고전(古典)을 인용하며 같은 한자문화권이라는 친근감을 나누고 함축적 메시지를 서로 교환했다고 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리커창 총리에게 한중 관계의 봄날을 만들자며 당나라 시인 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 구절을 인용했고, 청두가 삼국시대 촉한의 수도였음을 언급하며 양국 협력의 뜻을 비쳤다. 문 대통령은 "사람을 먼저 생각했던 유비의 정신처럼 3국 협력도 국민의 삶을 이롭게 하는 덕치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으며 리커창 총리도 "삼국연의에서 많이 언급되는 청두에서
지난주 옛 서대문형무소 인근에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작은집’이 마련됐다. 3년여 전 옥바라지 골목이 철거된 후 ‘기억투쟁’이 일어났고 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옥바라지 골목은 서대문형무소 맞은편 골목에서 투옥된 독립투사들의 어머니나 누이, 동생들이 온갖 고생을 하면서 번 돈으로 사식을 넣거나 하는 고된 역정을 담고 있는 곳이다. 인천 중구의 옛 감리서 옥에 갇혔던 김구 선생에게 어머니 곽낙원 역사는 식모살이를 하면서 따뜻한 밥 한 끼를 넣어주려 했던 것처럼 그곳에서는 곽낙원 여사는 아들을 위해 삯바느질을 4년간이나 했다(김
한·중·일 정상회의가 곧 열린다. 우리 대통령은 리커창 중국 총리와 일본의 아베 총리와 함께 3국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제도화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예정일을 앞두고 미국의 유력 인사들이 대거 서울로 몰려와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중국과 북한, 러시아만 기뻐한다.", "중국의 태도는 힘만 있으면 다 되고 모든 것이 옳다는 태도다." 등등 거침없이 중국을 겨냥했다. 이런 속에서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이 발표되자 이번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찾아왔다. 그는 우리를 향해서 "신뢰할 수 있는 장
세상 모든 건 변한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국제관계에서는 더 부연할 나위도 없다. 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우선 미국과의 관계에서 보자. 일본의 수출 통제와 지소미아 처리 과정에서의 편향적 태도, 주한미군 주둔 비용 6조 원 요구, 트럼프 대통령의 날선 언어가 몹시 낯설다. 이제 가치 동맹의 대상이 아니라 강압적으로 눌러서라도 복속시키려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미국에 대해 정당한 국익을 따져야 한다고 하면 미국을 버리고 중국 쪽에 붙자는 것이냐고 몰아가는 이도 많고, 한미 관계에서
홍콩의 범민주진영이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지난달 24일, 서울의 마포 홍대입구역에서 홍콩 민주화를 위한 목소리가 거세게 울렸다. 이날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 함께하는 한국 시민모임’은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서 다양한 국적, 다양한 인종의 시민들과 연대집회를 열었는데 홍콩 현지의 시위자들과 마찬가지로 노란 헬멧과 방독면을 쓰고 시위에 나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Free for HK’이라는 문구는 빗줄기 속에서 더욱 또렷하게 빛났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홍콩의 민주화, 물론 홍콩의 주민들은 홍콩기본법에 따라 자치와 민주주의를
홍콩의 시위, 한일 간 지소미아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이 엉뚱하게도 혐오의 동북아 시대를 부추기고 있다. 홍콩의 시위에 대해 세계 곳곳에서 강경대응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연대집회가 열리고, 한국에서도 청년과 대학생들의 광주민주화운동 시각에서 집회와 대자보 등으로 지지를 표했다.양비론도 만만치 않다. 유엔부터 그렇다. 지난달 하순 유엔의 인권최고대표실은 "홍콩 시위대 일부가 극단적인 폭력에 의존하고 있다. 매우 유감스럽고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외교부는 "경찰과 시위대 모두의 폭력적 행동을 비난한다"면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의 논의에 대해 다양한 주장과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주요 골자인데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고, 현행 300석에서 10% 범위를 확대하자는 발언에 이르러서는 고육지책이라고 하지만 국민 여론은 싸늘하며, 국회의원 세비(연봉)를 삭감해 국민 부담을 줄이자는 문제에 대해서 대의기관의 가치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국회가 일을 잘한다고 봤다면 이런저런 얘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좀 더 잘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면 누가 반대할까. 지역구 의원들이 전 국민
"부하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갖고 오지 않는 날이 바로 귀관들이 리더를 중단하는 날이다"라고 지적한 건 천 년도 넘고, 미국의 4성 장군 콜린 파월도 이 말을 즐겨 전했다. 일본 전국시대 병법의 신이라고까지 칭송 받았던 다께다 신켄은 ‘부하를 따뜻한 마음으로 대했고 소중히 여긴 장수’로도 유명하다. 심지어 전쟁터에서 병사를 배치할 때 미숙한 젊은 병사 뒤에는 노련한 노령자를 배치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젊은 병사는 혈기가 왕성하다. 이를 잘 다뤄 지나치게 저돌적인 행동 때문에 개죽음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동북아의 신(新)삼국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륙·한반도·섬의 3개 지역을 장악한 삼국의 경쟁과 갈등이 직간접적으로 서로 영향을 미치는 삼국 경쟁판이 2020년을 앞두고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전개는 서기 600년 후반에 벌어진 한반도의 신라와 대륙의 당나라가 연합해 백제와 섬의 왜국 동맹군을 깨뜨려 백제가 멸망한 일을 들 수 있다. 의자왕의 사치와 무능을 탓하기에 앞서 이 미묘한 국제관계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전개는 1200년대 후반 한반도의 고려를 복속시킨 대륙의 원나라가 연합군을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는 작금이다. 정치와 공적 직무 수행에서의 부정과 위선이 대결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사실 우리 정치에서 중요한 판단의 기준, 또는 편 가름의 표지가 되는 것은 좌나 우, 또는 진보라든가 보수라는 구분이다.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 역시 흔히 좌나 우, 진보 또는 보수라는 이름으로 딱지가 붙는다. ‘좌나 우’라는 말에는 우리 역사 또는 세계사적인 테두리에서 보면 연상되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 그것은 혁명이나 잔학한 유혈 투쟁까지도 연상하게 하는 정치 관용구
쿠르드족은 지구상에서 약소민족의 설움을 대변하는 상징이나 다름없다. 인구가 2천500만에서 3천500만 명을 헤아리고 독립된 언어와 문화·역사를 갖고 있지만 독립국가를 세우지 못한 채 터키와 시리아, 이라크, 이란 등에 걸쳐 살고 있는데다 그들의 처지는 거주하는 국가에 따라 크게 다르며, 국제적인 위상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라크에서는 강대국들의 배신을 여러 번 겪고 북부지역에서 자치권을 얻는 데 이르렀으나 터키와 시리아에서는 독립과 자치정부 수립을 위한 투쟁과 강력한 억압 정책으로 희생물이 되고 있다. 쿠르드인은 대부분 이슬람 수니
전국적으로 축제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인기 가수의 열창도, 현란한 춤사위도, 마음 곳곳의 특산물 전시도 내년(?)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탓에 행사를 취소해야 했던 곳에서는 다음 번에 두 배 이상 멋있게 하겠노라는 다짐도 있었다. 여기서 올해의 축제를 한 번쯤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축제는 단순히 즐기고 노는 것일까? 일상을 잊고 다시(Re) 창조적인(Creative) 놀이(Recreation)를 즐기다가 원 위치해 새로운 기분으로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수효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일상이 다시 시
‘구차(苟且)하다’는 말처럼 한·중·일 3국의 해석이 다른 말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한국어사전은 ‘살림살이가 몹시 가난하다’가 맨 앞줄에 있고, 중국어사전은 ‘그럭저럭 되는 대로 한다’고 돼 있다. 일본어사전은 ‘일시적이다’ 얼핏 생각하면 나름 서로 통하는 바가 있을 듯하기도 하다. 그러나 박지원이 병풍에 써놓은 여덟 자를 보면 그 차이가 보다 분명해진다. ―인순고식(因循姑息) 구차미봉(苟且彌縫), 풀이하자면 해오던 그대로 적당히 얼버무리고 임시변통하면서 문제를 어설프게 덮어두면 세상 모든 일이 무너진다고 경계했던 것이다.
계율상 자찬훼타(自讚毁他), 즉 자신을 높이기 위해 남의 잘못을 거론하는 걸 못하게 돼 있는 스님 한 분이 "국회의 도적떼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과격한 말씀(?)을 서슴지 않아 모였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평소 그 스님의 언행은 참으로 겸손하고 부드러웠기에 모임이 끝난 후에도 계속 화제가 됐다.과연 정치인 욕하기가 한국인의 취미생활인가? 아니 한국인은 최고의 오락으로 정치를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진보적 성향이 강한 쪽에서는 보수 정객들에게 온갖 험담을 퍼붓는 것이 거의 일상화된 지 오래고, 보수적 성향 쪽에서
머리를 깎는 형벌이 있다. 곤형(곤刑)이라 해서 혹형은 아니지만 상당한 중벌이었다고 전해진다. 「삼국지」에 보면 조조가 스스로 머리카락을 잘라 참수형을 대신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원정길에 나섰을 때였다. 바야흐로 보리가 익어가는 계절, 조조가 명했다. "보리밭을 훼손하는 자에게 군법을 적용해 엄벌하겠다." 그런데 조조가 탄 말이 산비둘기에 놀라 날뛰는 바람에 보리밭을 짓밟았고, 조조가 집법관을 불러 어떤 형벌이 적합하냐고 물었다. "참수형에 해당합니다." 이 말에 조조가 목을 베려 하자 주위에서 말렸는데 곽가라는 참모가 "춘추에 보
영웅담은 대부분 이상적인 인물들의 이야기이고, 동서양 공히 흥미진진한 작품이 소재가 된다. 그 영웅들은 공동체의 운명을 어깨에 지고 세상을 구원한다. 도덕과 용기, 뛰어난 능력으로 무장하고 명예와 영광을 위해 싸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 나관중이 쓰고 여러 차례 보완된 「삼국지연의」가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그들 영웅들의 활약상으로 가득 차 있는 건 하등 이상할 바 없다. 두 작품 모두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주는 쪽에 무게 중심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두 작품에서 반(反)영웅이 등장하는
부모의 ‘문화자본’과 ‘사회자본’이 자식의 ‘명문대 학력’과 사실상의 신분 세습으로 이어지게 하는 핵심적 메커니즘으로 명문대 학벌이 도마 위에 올랐다. 법적으로 사유재산인 고려대나 연세대 등 명문 사립대는 몰라도 적어도 국립대학인 서울대와 여타의 국립대학들을 평준화해 통합 네트워크로 운영하는 것이 현행 법률 체계상 충분히 가능하므로 실시하면 좋겠다는 의견에서부터 아예 서울대를 없애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다수의 서민들에게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 학력이 부모의 힘으로 ‘2세 사...
아베가 싫지만 고마워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우리가 일본과 아베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 그동안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후보자가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 왔다"고 말할 때 과연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하고 궁금했던 그것이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 문제에서 어느 정도 답을 얻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관악구의 임대아파트에서 40대 여성과 다섯 살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추정 사인(死因)은 ‘굶주림’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수도...
노령 인구 700만 명 시대. 줄어들기보다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을 위해 운영하는 여러 시설 가운데 하나가 경로당(敬老堂)인데 전국에 6만6천 곳 정도라고 한다. 인구 비율에 비춰 보면 그리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1곳에 100여 명 정도이니 충분하다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수효가 아니라 이용자가 나날이 줄어들거나 노령 인구 가운데 이용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우선 ‘젊은 노인들’이 들어오지 않고 있으며, ‘텃세를 부리는 노인’들이 더욱 고령화되고 그들의 권력(?)은 제어될 하등의...
영장류 학자 프란스 드 발은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에서 "동물은 감정적 존재"라고 했다. 그 내용 가운데 "침팬지 수컷은 권력과 섹스에 큰 관심을 쏟으며, 그것을 위해 무슨 짓이라도 불사할 준비가 돼 있다. 서열이 높으면 지도자 역할을 맡을 수 있는데 그러면 질서를 유지하고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세종서적·이충호 역)는 구절이 나온다. 아프리카 밀림의 고릴라 세계도 마찬가지다. 열 마리 남짓 무리를 이루고 사는데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 수컷 고릴라는 무리의 암컷들과 짝짓기하는 우선권을 갖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