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계절의 여왕에게 헌화하는, 오월을 예찬하는 시인이 많다. 지천으로 핀 꽃과 연초록의 잎사귀와 맑은 바람과 빛 고운 하늘이 오월의 자연이다. 칭송받을 만하다. 웅장보다는 감미로운 선율이 어울리고, 간질거리는 마음이 부푼다. 뭘 해도 좋은 계절이다.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부부의날이 들어 있다. 근로자의날과 유권자의 날, 바다의날도 오월이다. 석가탄신일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도, 24절기의 소만도 오월이다. 오월은 생성과 소멸 사이의 통과의례를 시작하고 피우고 성장해 가는 시간이다. 몸과 정신...
짧은 봄밤을 뒤척이다가 아침을 맞는다. 하루가 피곤하고 머리가 무겁다. 잠을 자 보려고 애쓰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권장하는 적정 수면시간이 8시간이라 지켜야 한다는 강박까지 생겨서 예민해진다. 수면 부족으로 생기는 질환이 염려가 되고, 몸도 마음도 무기력해지면서 불면 후유증이 더해져 갔다. 안대를 하고 귀마개를 하고 수면 유도를 도와준다는 뇌파 사운드를 내보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까지 다운받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수면제에 의존하는 친구가 처방을 받으라고 여러 번 조언을 했다. 무슨 오기인지 약으로 잠들기가 싫었다. 불...
‘가장 부드러운 것이 가장 강한 것이다’라는 자동차 광고 문구를 봤다. 대형 세단 승용차의 위용과 타는 사람의 소프트한 카리스마를 한 문구에 담은 카피다. 흔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 말에 꽂힌 것은 불현듯 그녀가 떠올라서다. 듣는 대로 이행하게 되는 나이, 거스르지 않고 도리에 따르는 나이라 해서 이순(耳順)이라 부르는 60세가 되면서 문득 든 생각이 모질게 살았구나, 싶더라고 했다. 철 난 거지 뒤늦게. 철은 철에 맞아야 기득권이 있는데 늦어도 한참 늦은 나이에 철이 들었으니 지난 일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네. 그래서...
몇 해 전이다. 지역사회에서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위인이 내 지인에게 성희롱을 한 일이 있었다. 모임에서 만나면 손버릇이 나빴고, 입김 뿜어내며 귓바퀴 가까이에 대고 은밀한 말들을 뱉어내곤 했다고 한다. 치욕스러워 속으로만 끙끙 앓다가 용기를 내 털어놓은 지인의 이야기에 모두 경악했다. 결정적인 증거는 그 사람이 보낸 문자다. 지인이 공개한 문자는 수치심을 자극할 내용이었고 보는 우리도 기분이 나빴다. 다혈질 모 씨는 당장 찾아가서 그 사람의 부인에게 사실을 알리고 공개 사과를 받아 내자고 했다. 일이 일파만파로 커지면 피해자...
러시아어 옆에 맞춤법 틀린 한글로 쓴 노랫말을 보는데 명치끝이 뭉클했다. 한국 노래도 러시아 노래도 북한 노래도, 노래를 부르는 그분들의 정서에 흐르는 흥이고 그리움이고 설움인 것이 보였다. 고단했던 세월 지나 살만 해진 노년을 즐기는 그분들은 19세기 말 이후에 극동 러시아로 이주한 한민족의 2세이거나 3세 혹은 4세 분들이다. 고려말을 잘 몰라서, 고려글을 몰라서 미안하다는 말에 왠지 우리 마음도 죄송하고 고마웠다. 가물가물 기억나는 옛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박수로 장단을 쳐 주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나 춤을 추며 아...
4시간째다. 그녀의 날 선 시댁 험담은 끝날 기미가 없다. 점심 모임으로 만나 앉자마자 시작된 시댁 사람들에 대한 푸념과 원성이다. 식사 끝나고 커피 마시는 이 시간까지 그녀의 시댁 사람들은 염치도 없고 심술과 시샘에 분란을 일으키는 악성 바이러스 같은 사람들이다.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려도 다시 회귀해 시댁 이야기로 돌아온다. 조금씩 자리가 불편해지면서 짜증이 난다. 그녀는 가족이나 사람들 사이의 갈등 해소를 상담하고 강의도 하는 직업이다. 독단적이고 냉철한 면이 있어서 상담의뢰인에게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아서 이성적 판단을...
새해가 되면 기대하는 마음이 있어서 설렌다. 기대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소망이면서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은 긍정의 힘이 들어있다. 해가 바뀌어 10여 일이 지났지만 새해는 여전히 유효한 기대를 품게 만든다. 요즘은 세상이 변하는 주기가 너무 빨라 전광석화 세상이라고 한다. 번개가 치거나 부싯돌이 부딪칠 때의 번쩍이는 빛만큼 아주 짧은 시간에 트렌드가 바뀌고 기술이 진보한다. 약간의 과장이 경각심을 일깨워 세상의 변화에 낙오되지 말고 주류를 타면서 살아가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글자를 모르는 문맹이 아닌 기계치 문맹이 남의 일...
요즘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화제다. 27년이나 지난 옛 시절을 떠올리면 아련하고 따뜻하고 때론 웃음이 터지기도 해 본방 사수를 위해 드라마 방영 요일과 시간대를 챙긴다. 골목의 이웃들과 군침 도는 간식과 감성을 적시는 노래까지 추억 종합선물세트를 선사받는 시간이라 기다려진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흘러가면 힘들었던 일도 걸러져 녹화된 영상은 추억이란 이름을 달고 잔잔하게 저장되는 것 같다. 지금보다 젊었고 지금보다 덜 가졌고 지금보다 미완성이라 불안정해서 변형이 쉬운 시절이었지만 용케 잘 지나온 것 같아 잘 커 준 아...
겨울이다. 겨울에게서 한 수 배운다. 옛 시인은 북풍한설이라고 했다. 바깥은 몰아치는 한파이지만 내면은 깊어지는 시간이 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싹 돋아 꽃 피어나는 봄이 명랑이라면 폭염과 장대비가 내리꽂히는 여름은 질풍노도의 강타이다. 부풀어 성숙하고 제 색깔을 내보이며 비울 때를 알아가는 가을은 안정화 시기이며 갈무리한 것들을 보듬어 지혜로워지는 겨울은 발효를 거쳐 숙성되어가는 시간이다. 지난 주말에 숙부님 팔순 생신이 있었다. 아버지 형제분은 3남 2녀이고 팔순을 맞은 숙부님은 아버지 바로 아래 아우님이다. 어려웠던 시절에...
기념, 문학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인천을 소재로 한 소설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공동 집필진 6명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한지라 지난 토요일 저녁에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출간 기념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개인이 아닌 공동 저자들의 작품을 모은 인천 배경 소설집은 처음이라 했다. 뒤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도시다. 글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근대 개항기의 다양한 역사와 흔적을 간직한 곳이면서 바다가 있고 섬들이 있어서 품은 이야기가 무진장이다. 『...
분필이 칠판을 긁는 소리가 나면 몸서리가 쳐지면서 신경이 날카로웠던 학창 시절의 기억이 있다. 누구나 싫어하는 기습적인 소음인데 유난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것도 트라우마에 속하는지 단단한 물체에 긁기는 소리가 들리면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 그래도 누구는 웬만큼 참을만한데 누구한테는 절대 참아지지 않는 일들이 있어서 ‘세상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1박 2일 봉사를 잘 마치고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다. 봉사를 받은 측에서 식사대접을 했다. 깔끔한 손맛으로 조촐하지만 정성껏 차린 음식이 맛있었다. 시골 된장으로 자박하게 끓인 쌈된...
건강 검진에서 신체질량지수(BMI : Body Mass Index)가 24.17로 나왔다. 과체중이다. 성인병 예방을 위해 운동요법과 식이요법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체중 조절은 중년 이후의 사람들에게 필수 항목이 된 지 오래지만 요요 현상 없이 정상 체중을 유지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BMI 수치가 18.5이하는 저체중, 18.5~23은 정상체중, 23~25는 과체중, 25~30은 경도비만, 30이상이면 고도 비만, 35를 넘으면 초고도비만이다. 내 체중이 비만까지는 아니어도 수치가 비만에 가까워 ...
세월 참 빠르다. 나이 들수록 백번 실감나는 시간 흐름이다. 체감하는 시간 흐름이 나이 들수록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가 호기심이 없어져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로운 것에 흥미가 없어지고 늘 익숙한 생활이 반복되면 그 시간 시간마다 머리 쓸 일이 줄어들어 찰나처럼 빠르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초행길이 돌아올 때 보다 멀게 느껴지는 이유가 납득이 간다. 눈에 익지 않은 초행길을 목적지에 실수 없이 도착하려면 바짝 신경 써서 살펴보고 정보를 파악해 분석해야 한다. 갔던 길을 돌아올 때는 이미 알고 있는 길이라 뇌의 자극이 줄어서 복합 ...
어제 9월 21일이 ‘치매 극복의 날’이었다. 고령화가 가속화 되고 있어서 앞으로 가장 문제 되는 노년 질병이 치매가 될 것이라 한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 638만 5천여 명 중 치매환자는 61만 2천여 명으로 치매유병률 9.6%라고 하는데 2024년이 되면 100만 명이 넘어선다는 예측이다. 이 수치는 보건당국의 관리대상자만 통계로 잡힌 것이라 집에서 혼자 또는 가족의 도움으로 생활하는 숨겨진 치매환자까지 포함하면 지금 수치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라 한다. 치매는 가족에게도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성공한 사람들의 시간 관리’ 등을 다룬 책들을 보면 성공한 사람들은 허투로 시간을 버리지 않는다. 정확한 판단 하에 예측하고 설정한 목표를 향해 자신의 시간을 올인 한다. 성공을 위해서 냉정하게 자신을 채찍질하며 담금질해서 성공을 거머쥔 그들을 세상은 우상으로 떠받든다. 우리 시대의 성공이란 곧 부를 상징하는 것이라 돈을 많이 벌면 당신은 무조건 성공한 사람이 된다. 거꾸로 뒤집어보면 성공하지 못한 서민 대다수 사람들은 게으르고 인내가 부족하여 시간을 가치 없이 낭비한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울컥하는 생각에 할 말이 많아진다....
2006년쯤인가 코미디 프로그램 에 ‘대화가 필요해’란 코너가 있었다. 거의 10년은 지났을 세월인데 오늘 문득, 이 코너가 생각났다. 대화가 부족한 한 가족의 식사 시간에 벌어지는 일을 다룬 코미디다. 집이나 가족에 대해 전혀 관심 없는 아버지와 상식이든 세상일이든 도무지 모르는 게 정상인 엉뚱한 엄마, 좀 소심하고 주눅 든 것 같은 고등학생 아들이 꾸며가는 이야기다. 보고 있으면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요즘말로 ‘웃픈’ 소재의 코미디다. 무표정의 가족 3명이 식탁에 앉아 말 없이 밥을 먹는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고 ...
소리 질러, 뛰어 올라, 춤도 춰 봐. 펜타포트 락 페스티발 현장은 열정의 핵폭발로 뜨겁다. 여름 가장 무더운 날, 3일 쯤은 체면의 정장을 벗어 던지고 땀에 흠뻑 젖어보는 것도 멋진 여름 나기다. 송도 국제업무단지 역의 기둥과 벽을 도배한 펜타포트 락 페스티발 포스트를 보면서 설렜다. 포스트에서 터져 나오는 광폭의 기운이 도도해 그 유혹에 홀려보고 싶어졌다. 몸으로 참여하는 열정을 경험하지 못한 조신의 1인자는 떠들썩이 어색해 구경꾼 노릇도 제대로 못했었다. 세월이 지나고 또 지나서 무릎 시큰거리는 나이가 되고 보니 못다 한...
비 오는 주말에 집 정리를 했다. 보던 책, 볼 책, 우편으로 보내 온 책들이 수북하다. 문인들은 자신의 창작품이 출간되면 안면이 있는 작가에게 보내준다. 설사 안면이 없다 해도 문인협회나 동인지 회원 명부를 보고 보내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살아보니 늘 분주하다. 문인으로 살든 전업주부로 살든 현대인의 생활은 어슷비슷하게 바쁘다. 그러다보니 핑계 같지만 받은 신간 창작집을 읽어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작품의 질을 떠나 혹은 내 취향을 떠나 한 권의 작품집을 내기까지 얼마나 긴 고뇌의 시간과 열정을 쏟았을 지 충분히 ...
TV를 켜면 요리사가 나오는 프로그램이 많다. 요리사 보다 왠지 세련되고 고급 져 보이는 ‘셰프’로 호칭되는 젊은 남자 요리사들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덩달아 요리하는 남자, ‘요섹남’이 대세다. 요리 잘 하는 남자가 섹시하다 해서 줄임말이 요섹남이다. 브라운관의 대세남 셰프들이 만들어 내는 요리는
‘하지, 24절기 중 열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 망종과 소서 사이에 들며 대체로 양력 6월 22일 무렵이다. 이 무렵 태양은 황도 상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하는데, 그 위치를 하지점(夏至點)이라고 한다.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태양의 남중고도(南中高度)가 가장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북위 37도 30분)에서 태양의 남중고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