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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승용차, 명품 가방.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가난해 보이면 ‘약자’, 비싼 물건들로 치장하면 ‘성공한 인생’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소득수준은 경제 발전과 더불어 크게 올랐다. 하지만 ‘마음의 곳간’은 어째서 메마른 걸까.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수천·수억 원에 달하는 자동차들을 흔히 본다. 하지만 이 중 자신과 맞는 ‘옷’을 입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원룸촌 수입차, 지하철 명품 가방들이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다. "나는 다른 사람 신경 안 써"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지만,
서해안
유지웅 기자
20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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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달에 한두 번 로또를 산다. 다들 복권을 사는 이유는 거기서 거기일 테지만, 대다수가 이번에는 당첨되리라는 기대 때문에 그 희망을 품고 사지 싶다.솔직히 800만분의 1이라는 확률은 길 가다 번개 맞을 정도 확률이라 내가 1등 될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게 된다. 아니면 그날 꿈자리가 좋았거나 운수가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면 으레 복권방에 들러 5천 원짜리 희망 한 장을 산다.당첨될 확률이 지극히 낮은데도 꾸역꾸역 사는 이유는 혹시나가 주는 기대감, 희망이 아닐까 한다.1등이 되면 빚 갚
서해안
김동현 기자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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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이방인」"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까닭으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젊은 느티나무」"‘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날개」"천하 대세는 나뉜 지 오래되면 합쳐지고, 합친 지 오래되면 반드시 나뉜다." 「삼국지연의」잊지 못할 ‘첫 문장’이다. 어느 기자는 에세이에서 안나 카레니나 같은 첫 문장을 쓰지 못해 기자가 됐다고 고백했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지만 기자 역시 한 번쯤 저런 힘 있는 문장을
서해안
정양지 기자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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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다른 지역이나 외국을 여행할 때 가장 먼저 관심을 두는 분야가 ‘거리 형태’다. 새로운 길을 걷고 또 걸으면서 현지를 온전히 느낀다. 언어 따윈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삶을 단편으로나마 만나려면 그저 천천히 산책하고 숨 쉬는 일이 최고의 방법이다.휴양지나 관광지에서 만나는 문화는 아무리 들어도 알아듣기 힘든 소리로 호객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대신 번화가 뒤편, 딱 한 블록만 더 들어가 보면 그들의 삶이 펼쳐진다. 후진국이니 선진국이니 거론할 필요가 없다. 그냥 그들의 문화를 느끼는 데 감사할 뿐이다.각양각색이라는 말이 가장
서해안
조한재 기자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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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무감사는 지방의회 의정활동의 꽃이자 ‘의회의 시간’이라고 한다.경기도의회 올해 행정사무감사는 상임위별로 10~23일 열흘간 진행하는데, 역대 최악의 행정사무감사라는 오명을 듣는다.제11대 도의회는 젊은 의원과 초선이 많아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이슈 생산은커녕 재탕·삼탕 질의만 이어갔고,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은 모습이 상임위 곳곳에서 드러난다. 도의회 사상 처음으로 행정사무감사를 거부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상임위 재배치’에 따른 국민의힘 집안싸움이 이어져 기획재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가 안개처럼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
서해안
박건 기자
20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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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경기북도가 될 테야." 세상 빛을 본 지 5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97년 서울에서 의정부로 이사를 했다. 거처를 옮긴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경기도 분도였다.경기도 분도론은 1987년 대통령선거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처음 제시했다. 그 뒤로 선거철 단골 공약으로 등장하면서 아버지 말을 뒷받침했다. 10여 년이 지난 뒤 양주시로 이사할 때도 아버지는 경기북도에 대한 기대를 꺾지 않았다.보수와 진보 따질 필요없이 내건 분도 공약은 선거가 끝난 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동안 중첩 규제로 발전에 발목 잡힌 경기북
서해안
이은채 기자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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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과 1994년 LG가 우승했을 당시는 직접 보지도 못했고 이야기만 들었다. 훗날 두 발로 걷고 방망이와 글러브를 움켜쥘 나이가 될 즈음 아버지 손을 잡고 LG를 응원하게 됐다.야구 규칙도 자세히 알지 못했고, 당시 LG가 우승했더라도 너무 어렸기에 우승 기쁨을 같이 느끼기는 어려웠을 테다. 해서 차츰 성장해 기쁨을 함께할 정도의 나이가 됐을 즈음 LG가 우승하길 바랐다.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LG는 암흑기에 접어들면서 시즌마다 하위권을 맴돌았고, 기자가 느끼고 싶은 순간들과는 동떨어진 모습만 보였다.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2
서해안
하민호 기자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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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울 정도로 안 풀리는 날이 있다. 같은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시작해도 처음부터 꼬이는 날. 그런 날은 하루가 안 풀리다 못해 얄밉기까지 하다. 또 그런 날은 어째서인지 눈을 뜨는 순간부터 문제가 생긴다. 잘 쓰던 고데기가 갑자기 안 된다든지, 어젯밤 놔둔 지갑이 안 보인다든지 하는 문제 말이다. 다급하게 나선 출근길에는 왜인지 신호도 안 따라 준다. 작은 일들로 예민해진 상태인데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갈등은 참 버겁게만 느껴진다.이런 날은 퇴근시간까지도 뜻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서해안
윤은혜 기자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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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예야, 넌 너무 자세하게 쓴다." 기사에 범행 방법을 너무 자세히 쓰지 말라는 취지로 국장이 넌지시 주의를 줬다.‘손도끼로 목 부위를 내려쳐 절단해 살해한 혐의’라고 쓰면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바늘로 허벅지 부위를 200여 차례 찔러 학대했다’는 문장은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는 식으로 수정을 거쳤다.부장 또한 "손도끼인지 바늘인지 상세히 쓰지 말라"고 조언했고, 대부분 범행 방법은 ‘흉기(둔기)를 휘둘렀다’는 말로 압축했다. 디테일을 생략하지 않는 서술법은 말하자면 버릇이었다.평소 가던 길 반대편으로 향하던 퇴근
서해안
윤소예 기자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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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다. 올해 3월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운영 규정이 신설되고 9월 2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구체적 인사청문회 절차와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조례로 정하도록 해 각 지방의회에서 입법화를 마쳤거나 준비 중이다.군포시의회도 11월 회기에서 이우천 의원이 대표발의한 ‘군포시의회 인사청문회 조례안’이 상임위를 통과하고 본회의 의결만 남겨 뒀다.새로 도입하는 인사청문회는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장 간 견제와 균형, 청문 대상 후보자 도덕성·자질 검증을 통한 기관 경영 전문성 강화와 시
서해안
임영근 기자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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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유기견 보호소를 검색하면 안락사 없는 보호소, 무료 동물보호센터, 동물보육원, 무료 분양 같은 키워드 유료 광고 링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대부분 보호소를 자칭하면서 동물을 사고파는 신종 펫숍이다. 좋은 마음으로 유기견을 입양하려고 찾은 사람들에게 어리고 예쁜 품종견의 입양을 권하고 정기후원금을 요구한다. 또 사정상 파양하거나 질병으로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보호소 입소를 원하는 보호자 죄책감을 이용해 큰돈을 요구하기도 한다.신종 펫숍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2~3년 전이지만 여전히 다양한 사이트가 이름을 바꿔
서해안
손민영 기자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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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이 아파트에 안 살잖아! 시끄럽게 하지 말고 당장 놀이터에서 나가! 거지 새끼들도 아니고…."2년 전 한창 떠들썩했던 인천 영종도 모 아파트 놀이터 사건이 아니다. 얼마 전 아들이 친구들과 동네에 새로 지은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들은 말이다. 아들 말로는 경비아저씨가 자신을 포함해 놀이터에서 놀던 친구들에게 소리를 질렀고, 가까이 있던 친구가 저렇게 들었단다.아들한테 전해 듣기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아 퇴근길에 당장 해당 아파트로 쫓아갔지만, 쉬는 시간이라 경비아저씨와 마주치지는 못했다. 욕설을 들었다는 아들 친구 말이
서해안
김동현 기자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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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매력 중 하나는 과학과 징크스 둘 다에 몰입하게끔 한다는 점이다. 팬들은 응원하는 팀 타자 타율부터 세이버메트릭스로 통계 낸 WAR까지 줄줄 외는 동시에 구장을 돌며 소금을 뿌린다. 어느 선수는 타격을 마치고 돌아간 덕아웃에서 헬멧과 장갑 따위 장비를 제단 쌓듯 차곡차곡 올리고, 감독은 16연승 내내 면도를 하지 않고 같은 옷을 입는다. 구단은 수십 년 전 내쫓은 염소 때문에 우승을 못한다며 구장 안으로 염소를 불러들인다.기자도 자잘한 징크스라면 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신문 볼 때 사용하는 색연필은 그날 가장 먼저 눈에 띈
서해안
정양지 기자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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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아니 대다수는 살면서 누군가를 비판하고 비난한다. 솔직히 말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누군가의 흠을 잡는다. 그런 상황에서도 인간관계는 이어간다. 그렇게 인간 세상이 돌아가는 일이 당연한 듯싶은데, 서로 물어 뜯으려고 혈안인 선거철이 도래하면서 심각한 악취가 뉴스를 장식한다.그런 면에서 농사는 왜 마음 편할까? 열악한 분야지만 비난의 대상이 자연이기 때문이다. 그리 복잡할 일도 없다. 자연에 대고 비난한대도 욕을 먹거나 소송을 당하지 않으니 마음이 편하다. 그렇게 다 받아주니 차츰 비난할 이유가 없어진다.그렇게 자연에 대한
서해안
조한재 기자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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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정 뒤편에서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던 이성 행정수석이 전면에 나설지 관심을 끈다.이 수석은 지난해 11월 29일 김동연 경기지사가 직접 러브콜을 보내 첫 수석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이 수석은 2010년 민선 구로구청장에 당선한 뒤 지난해까지 구로구 최초 3선 구청장을 역임한 행정전문가다. 선출직 4년 임기를 3번, 무려 12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냈다. 구청장 시절에 이 수석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12년 동안 구로구를 이끌어 보육·교육·일자리·지역개발·복지·안전 들 다양한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뤘
서해안
박건 기자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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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1년 휴학을 했다. 대학 시절 인턴을 비롯한 각종 대외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이를 눈여겨본 학교 선배가 여성지 인턴 자리를 추천했다. 고맙다며 거듭 마음을 전하고 회사를 찾아 면접을 봤다. 그리고 1년에서 한 달 빠지는 기간 일할 기회를 얻었고 넙죽 근로계약을 맺었다.휴학을 하려면 지도교수 서명을 신청서에 받아 학교에 내야 했다. ‘졸업 전 사회 경험’이라고 이유를 적은 신청서를 들고 만난 지도교수는 쉼 없이 쭉 학교를 다니다가 졸업하기를 바랐다. 하나, 휴학을 향한 굳은 의지에 교수는 "얼마나 대단한 경험
서해안
이은채 기자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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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차범근·박지성. 명실상부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 이름을 새긴 선수들이다. 축구 팬이라면 손차박 대전을 들어 봤을 테다. 손차박 대전은 이들 중 누가 대한민국 최고 축구선수인지 가리는 논쟁을 말한다. 시대 순으로는 차범근→박지성→손흥민 순이지만 부르기 쉽게 손차박이라고 한다.시대 배경과 포지션, 축구 환경을 생각하면 사실상 답이 없는 논쟁이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또는 풍미하는 대한민국 선수를 견주는 일은 축구 팬이라면 즐겁고 가슴 떨리는 일이다.차범근은 대한민국 축구 선구자, 박지성은 국가대표 시절 든든한 주장, 손흥민은
서해안
하민호 기자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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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요맘때 짧았던 인턴생활을 마치고 취업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대부분 취준 기간이 그러하듯 한가로우면서도 불안한 나날이 이어졌다. 불안함을 잠재우려고 부단히 노력했는데, 그중 집안일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 많은 생각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당시 일을 쉬고 계시던 엄마를 도와 같이 청소하고, 장보고, 요리하는 반복된 일상이 큰 버팀목이었다. 그중에서도 요리하기 전 재료를 다듬는 시간이 가장 좋았다. 재료를 다듬으며 시시콜콜하게 나누는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었다. 원래 맥락 없는 대화가 제일 알찬 법
서해안
기호일보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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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강남에서 친구를 만났다. 네온사인이 별처럼 반짝이는 거리를 지나 세련된 이자카야에 자리를 잡고 한 품목마다 3만 원을 웃도는 안주를 주문하니 새삼 서울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2시간은 떠들었을까. 둘은 담배를 피우고 하나는 화장실로 가면서 슬슬 2차로 자리를 옮기려는 듯 어수선한 때였다. 울리는 진동에 휴대전화를 꺼내 보니 엄마에게 온 전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묘하게 무겁고 떨렸다. "너 지금 어디니?" 짧게 머뭇거리다 뒷말이 이어졌다. "혹시 핼러윈 축제 가지는 않았지? 사람 많은 데
서해안
윤소예 기자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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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미국 사회초년생이 올린 짧은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외신을 탔다. 20대 미국인 여성 틱톡커 브리엘은 대학교를 갓 졸업한 뒤 처음 일자리를 갖게 됐다. 영상 속 브리엘은 출근을 하려고 오전 7시 30분 집을 나서고 퇴근하면 오후 6시 15분이 돼야 집에 도착하는데, 퇴근하면 힘들어 아무 일도 못한다는 하소연을 눈물 속에 담아 올린 내용이다.놀랍게도 영상을 본 미국 젊은이들은 대체로 브리엘 고충에 크게 공감하면서 응원을 보냈다. 반면 이를 보도한 국내 기사에 달린 댓글은 ‘배부른 소리 한다’는 비난이 대부분이다.업종과 규모에
서해안
임영근 기자
202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