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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입고 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요새 드라마 뭐 봐?"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줬다. 월화 또는 수목, 주말 드라마를 보려고 오후 10시께 텔레비전 앞에 성실하게 자리잡았다. 지금처럼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영상 플랫폼이 활발하지 않아서 본 방송을 보지 못하면 재방송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텔레비전 속에 들어가겠다고 걱정어린 말을 하는 부모님께는 인기 많은 드라마를 챙겨 보지 않으면 학교 친구들과 나눌 이야기가 없다고 둘러댔다. 하나 솔직하자면 이유가 뭐든 극 속 주인공 사정에 푹 빠지는 일을 즐겼다.본인 일처럼 다음 화
서해안
이은채 기자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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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부터 앓은 감기가 계속돼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병원에 두 번이나 방문해 주사를 맞고 약을 지어 먹어도 떨어지지 않아 주변에서 걱정하는 말을 건넨다. 그럴 때마다 괜찮다고 답하지만, 계속된 감기에 몸도 마음도 축 처진다.10대와 20대만 해도 병원에 가지 않아도 일주일 정도면 아무렇지 않았고, 감기에 걸렸어도 코만 훌쩍대고 기침만 날 뿐 처지거나 기운이 없진 않았다. 그래서 밖에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다가 부모님께 혼난 적도 많았다.점점 한두 살 먹어 가면서 잠도 많아지고, 퇴근해서나 주말이면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시간을
서해안
하민호 기자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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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런저런 모임이 참 많이도 생겨난다.많은 자리 중 가장 반가운 자리를 꼽으라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자리가 아닐까 싶다. 각자의 바쁜 일상을 탓하며 차일피일 미루던 만남이다. 다른 어떤 모임보다 들뜨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준비한다.이런 모습에 누군가는 "이렇게 기대하고 설렌다면 미루지 않고 만나면 되지 않는가"라고 질문하기도 했다.여전히 이유는 바쁜 일상 탓이다. 정신없이 몇 달을 보내고 친구들과 만나면 다른 문제들은 다 잊는다. 새로운 세상에 들어간 느낌이다.친구가 모두에게 그런 존재는 아니겠지만,
서해안
윤은혜 기자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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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한 나날이다. 간 줄 알았던 가을은 아직 나무 끝에 위태로이 남았고, 오래 머물기 바란 이는 인사도 못 하고 밀리듯 떠났다.그보다도 커다란 공허는 믿음이 사라진 자리서 자라난다. 사람과 사람 간 마땅히 기대하는 최소한의 믿음이 좌절된 자리. 움푹 패인 구덩이 속으로 팔을 뻗어 보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마침내 텅 비었다. 내가 아니라도 기사 쓸 사람은 많고, 내가 사라져도 세상은 잘 굴러가겠지. 아무도 읽지 않을 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꾸역꾸역 타자를 친다.그러나 종이와 잉크를 낭비한단 점 말고 이 활자들이 무슨 의미를 가질까
서해안
윤소예 기자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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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보행자를 치거나 치명적 사고를 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른다.최근 새벽 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성 3명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82세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또 얼마 전에는 78세 운전자가 차량을 몰고 버스정류장으로 돌진해 16세 여고생이 숨진 사건도 있었다.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이 내는 교통사고는 매년 증가세다. 나이가 들면 신체감각과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눈도 침침해진다. 야간 운전과 주차가 힘들어지고 가속·정지페달 구분도 헷갈린다.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
서해안
임영근 기자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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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승용차, 명품 가방.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가난해 보이면 ‘약자’, 비싼 물건들로 치장하면 ‘성공한 인생’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소득수준은 경제 발전과 더불어 크게 올랐다. 하지만 ‘마음의 곳간’은 어째서 메마른 걸까.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수천·수억 원에 달하는 자동차들을 흔히 본다. 하지만 이 중 자신과 맞는 ‘옷’을 입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원룸촌 수입차, 지하철 명품 가방들이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다. "나는 다른 사람 신경 안 써"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지만,
서해안
유지웅 기자
20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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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달에 한두 번 로또를 산다. 다들 복권을 사는 이유는 거기서 거기일 테지만, 대다수가 이번에는 당첨되리라는 기대 때문에 그 희망을 품고 사지 싶다.솔직히 800만분의 1이라는 확률은 길 가다 번개 맞을 정도 확률이라 내가 1등 될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게 된다. 아니면 그날 꿈자리가 좋았거나 운수가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면 으레 복권방에 들러 5천 원짜리 희망 한 장을 산다.당첨될 확률이 지극히 낮은데도 꾸역꾸역 사는 이유는 혹시나가 주는 기대감, 희망이 아닐까 한다.1등이 되면 빚 갚
서해안
김동현 기자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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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이방인」"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까닭으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젊은 느티나무」"‘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날개」"천하 대세는 나뉜 지 오래되면 합쳐지고, 합친 지 오래되면 반드시 나뉜다." 「삼국지연의」잊지 못할 ‘첫 문장’이다. 어느 기자는 에세이에서 안나 카레니나 같은 첫 문장을 쓰지 못해 기자가 됐다고 고백했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지만 기자 역시 한 번쯤 저런 힘 있는 문장을
서해안
정양지 기자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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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다른 지역이나 외국을 여행할 때 가장 먼저 관심을 두는 분야가 ‘거리 형태’다. 새로운 길을 걷고 또 걸으면서 현지를 온전히 느낀다. 언어 따윈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삶을 단편으로나마 만나려면 그저 천천히 산책하고 숨 쉬는 일이 최고의 방법이다.휴양지나 관광지에서 만나는 문화는 아무리 들어도 알아듣기 힘든 소리로 호객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대신 번화가 뒤편, 딱 한 블록만 더 들어가 보면 그들의 삶이 펼쳐진다. 후진국이니 선진국이니 거론할 필요가 없다. 그냥 그들의 문화를 느끼는 데 감사할 뿐이다.각양각색이라는 말이 가장
서해안
조한재 기자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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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무감사는 지방의회 의정활동의 꽃이자 ‘의회의 시간’이라고 한다.경기도의회 올해 행정사무감사는 상임위별로 10~23일 열흘간 진행하는데, 역대 최악의 행정사무감사라는 오명을 듣는다.제11대 도의회는 젊은 의원과 초선이 많아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이슈 생산은커녕 재탕·삼탕 질의만 이어갔고,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은 모습이 상임위 곳곳에서 드러난다. 도의회 사상 처음으로 행정사무감사를 거부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상임위 재배치’에 따른 국민의힘 집안싸움이 이어져 기획재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가 안개처럼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
서해안
박건 기자
20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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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경기북도가 될 테야." 세상 빛을 본 지 5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97년 서울에서 의정부로 이사를 했다. 거처를 옮긴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경기도 분도였다.경기도 분도론은 1987년 대통령선거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처음 제시했다. 그 뒤로 선거철 단골 공약으로 등장하면서 아버지 말을 뒷받침했다. 10여 년이 지난 뒤 양주시로 이사할 때도 아버지는 경기북도에 대한 기대를 꺾지 않았다.보수와 진보 따질 필요없이 내건 분도 공약은 선거가 끝난 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동안 중첩 규제로 발전에 발목 잡힌 경기북
서해안
이은채 기자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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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과 1994년 LG가 우승했을 당시는 직접 보지도 못했고 이야기만 들었다. 훗날 두 발로 걷고 방망이와 글러브를 움켜쥘 나이가 될 즈음 아버지 손을 잡고 LG를 응원하게 됐다.야구 규칙도 자세히 알지 못했고, 당시 LG가 우승했더라도 너무 어렸기에 우승 기쁨을 같이 느끼기는 어려웠을 테다. 해서 차츰 성장해 기쁨을 함께할 정도의 나이가 됐을 즈음 LG가 우승하길 바랐다.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LG는 암흑기에 접어들면서 시즌마다 하위권을 맴돌았고, 기자가 느끼고 싶은 순간들과는 동떨어진 모습만 보였다.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2
서해안
하민호 기자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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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울 정도로 안 풀리는 날이 있다. 같은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시작해도 처음부터 꼬이는 날. 그런 날은 하루가 안 풀리다 못해 얄밉기까지 하다. 또 그런 날은 어째서인지 눈을 뜨는 순간부터 문제가 생긴다. 잘 쓰던 고데기가 갑자기 안 된다든지, 어젯밤 놔둔 지갑이 안 보인다든지 하는 문제 말이다. 다급하게 나선 출근길에는 왜인지 신호도 안 따라 준다. 작은 일들로 예민해진 상태인데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갈등은 참 버겁게만 느껴진다.이런 날은 퇴근시간까지도 뜻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서해안
윤은혜 기자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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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예야, 넌 너무 자세하게 쓴다." 기사에 범행 방법을 너무 자세히 쓰지 말라는 취지로 국장이 넌지시 주의를 줬다.‘손도끼로 목 부위를 내려쳐 절단해 살해한 혐의’라고 쓰면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바늘로 허벅지 부위를 200여 차례 찔러 학대했다’는 문장은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는 식으로 수정을 거쳤다.부장 또한 "손도끼인지 바늘인지 상세히 쓰지 말라"고 조언했고, 대부분 범행 방법은 ‘흉기(둔기)를 휘둘렀다’는 말로 압축했다. 디테일을 생략하지 않는 서술법은 말하자면 버릇이었다.평소 가던 길 반대편으로 향하던 퇴근
서해안
윤소예 기자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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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다. 올해 3월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운영 규정이 신설되고 9월 2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구체적 인사청문회 절차와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조례로 정하도록 해 각 지방의회에서 입법화를 마쳤거나 준비 중이다.군포시의회도 11월 회기에서 이우천 의원이 대표발의한 ‘군포시의회 인사청문회 조례안’이 상임위를 통과하고 본회의 의결만 남겨 뒀다.새로 도입하는 인사청문회는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장 간 견제와 균형, 청문 대상 후보자 도덕성·자질 검증을 통한 기관 경영 전문성 강화와 시
서해안
임영근 기자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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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유기견 보호소를 검색하면 안락사 없는 보호소, 무료 동물보호센터, 동물보육원, 무료 분양 같은 키워드 유료 광고 링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대부분 보호소를 자칭하면서 동물을 사고파는 신종 펫숍이다. 좋은 마음으로 유기견을 입양하려고 찾은 사람들에게 어리고 예쁜 품종견의 입양을 권하고 정기후원금을 요구한다. 또 사정상 파양하거나 질병으로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보호소 입소를 원하는 보호자 죄책감을 이용해 큰돈을 요구하기도 한다.신종 펫숍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2~3년 전이지만 여전히 다양한 사이트가 이름을 바꿔
서해안
손민영 기자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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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이 아파트에 안 살잖아! 시끄럽게 하지 말고 당장 놀이터에서 나가! 거지 새끼들도 아니고…."2년 전 한창 떠들썩했던 인천 영종도 모 아파트 놀이터 사건이 아니다. 얼마 전 아들이 친구들과 동네에 새로 지은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들은 말이다. 아들 말로는 경비아저씨가 자신을 포함해 놀이터에서 놀던 친구들에게 소리를 질렀고, 가까이 있던 친구가 저렇게 들었단다.아들한테 전해 듣기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아 퇴근길에 당장 해당 아파트로 쫓아갔지만, 쉬는 시간이라 경비아저씨와 마주치지는 못했다. 욕설을 들었다는 아들 친구 말이
서해안
김동현 기자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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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매력 중 하나는 과학과 징크스 둘 다에 몰입하게끔 한다는 점이다. 팬들은 응원하는 팀 타자 타율부터 세이버메트릭스로 통계 낸 WAR까지 줄줄 외는 동시에 구장을 돌며 소금을 뿌린다. 어느 선수는 타격을 마치고 돌아간 덕아웃에서 헬멧과 장갑 따위 장비를 제단 쌓듯 차곡차곡 올리고, 감독은 16연승 내내 면도를 하지 않고 같은 옷을 입는다. 구단은 수십 년 전 내쫓은 염소 때문에 우승을 못한다며 구장 안으로 염소를 불러들인다.기자도 자잘한 징크스라면 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신문 볼 때 사용하는 색연필은 그날 가장 먼저 눈에 띈
서해안
정양지 기자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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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아니 대다수는 살면서 누군가를 비판하고 비난한다. 솔직히 말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누군가의 흠을 잡는다. 그런 상황에서도 인간관계는 이어간다. 그렇게 인간 세상이 돌아가는 일이 당연한 듯싶은데, 서로 물어 뜯으려고 혈안인 선거철이 도래하면서 심각한 악취가 뉴스를 장식한다.그런 면에서 농사는 왜 마음 편할까? 열악한 분야지만 비난의 대상이 자연이기 때문이다. 그리 복잡할 일도 없다. 자연에 대고 비난한대도 욕을 먹거나 소송을 당하지 않으니 마음이 편하다. 그렇게 다 받아주니 차츰 비난할 이유가 없어진다.그렇게 자연에 대한
서해안
조한재 기자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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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정 뒤편에서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던 이성 행정수석이 전면에 나설지 관심을 끈다.이 수석은 지난해 11월 29일 김동연 경기지사가 직접 러브콜을 보내 첫 수석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이 수석은 2010년 민선 구로구청장에 당선한 뒤 지난해까지 구로구 최초 3선 구청장을 역임한 행정전문가다. 선출직 4년 임기를 3번, 무려 12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냈다. 구청장 시절에 이 수석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12년 동안 구로구를 이끌어 보육·교육·일자리·지역개발·복지·안전 들 다양한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뤘
서해안
박건 기자
2023.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