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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1년 휴학을 했다. 대학 시절 인턴을 비롯한 각종 대외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이를 눈여겨본 학교 선배가 여성지 인턴 자리를 추천했다. 고맙다며 거듭 마음을 전하고 회사를 찾아 면접을 봤다. 그리고 1년에서 한 달 빠지는 기간 일할 기회를 얻었고 넙죽 근로계약을 맺었다.휴학을 하려면 지도교수 서명을 신청서에 받아 학교에 내야 했다. ‘졸업 전 사회 경험’이라고 이유를 적은 신청서를 들고 만난 지도교수는 쉼 없이 쭉 학교를 다니다가 졸업하기를 바랐다. 하나, 휴학을 향한 굳은 의지에 교수는 "얼마나 대단한 경험
서해안
이은채 기자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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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차범근·박지성. 명실상부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 이름을 새긴 선수들이다. 축구 팬이라면 손차박 대전을 들어 봤을 테다. 손차박 대전은 이들 중 누가 대한민국 최고 축구선수인지 가리는 논쟁을 말한다. 시대 순으로는 차범근→박지성→손흥민 순이지만 부르기 쉽게 손차박이라고 한다.시대 배경과 포지션, 축구 환경을 생각하면 사실상 답이 없는 논쟁이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또는 풍미하는 대한민국 선수를 견주는 일은 축구 팬이라면 즐겁고 가슴 떨리는 일이다.차범근은 대한민국 축구 선구자, 박지성은 국가대표 시절 든든한 주장, 손흥민은
서해안
하민호 기자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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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요맘때 짧았던 인턴생활을 마치고 취업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대부분 취준 기간이 그러하듯 한가로우면서도 불안한 나날이 이어졌다. 불안함을 잠재우려고 부단히 노력했는데, 그중 집안일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 많은 생각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당시 일을 쉬고 계시던 엄마를 도와 같이 청소하고, 장보고, 요리하는 반복된 일상이 큰 버팀목이었다. 그중에서도 요리하기 전 재료를 다듬는 시간이 가장 좋았다. 재료를 다듬으며 시시콜콜하게 나누는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었다. 원래 맥락 없는 대화가 제일 알찬 법
서해안
기호일보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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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강남에서 친구를 만났다. 네온사인이 별처럼 반짝이는 거리를 지나 세련된 이자카야에 자리를 잡고 한 품목마다 3만 원을 웃도는 안주를 주문하니 새삼 서울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2시간은 떠들었을까. 둘은 담배를 피우고 하나는 화장실로 가면서 슬슬 2차로 자리를 옮기려는 듯 어수선한 때였다. 울리는 진동에 휴대전화를 꺼내 보니 엄마에게 온 전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묘하게 무겁고 떨렸다. "너 지금 어디니?" 짧게 머뭇거리다 뒷말이 이어졌다. "혹시 핼러윈 축제 가지는 않았지? 사람 많은 데
서해안
윤소예 기자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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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미국 사회초년생이 올린 짧은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외신을 탔다. 20대 미국인 여성 틱톡커 브리엘은 대학교를 갓 졸업한 뒤 처음 일자리를 갖게 됐다. 영상 속 브리엘은 출근을 하려고 오전 7시 30분 집을 나서고 퇴근하면 오후 6시 15분이 돼야 집에 도착하는데, 퇴근하면 힘들어 아무 일도 못한다는 하소연을 눈물 속에 담아 올린 내용이다.놀랍게도 영상을 본 미국 젊은이들은 대체로 브리엘 고충에 크게 공감하면서 응원을 보냈다. 반면 이를 보도한 국내 기사에 달린 댓글은 ‘배부른 소리 한다’는 비난이 대부분이다.업종과 규모에
서해안
임영근 기자
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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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복직을 앞둔 지인은 아이를 보낼 어린이집이 없어 전전긍긍한다. 1천4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에 국공립어린이집이 한 곳뿐이어서 ‘대기 번호표’를 뽑고선 자리가 나길 기다려야 한단다. 당장 보낼 곳을 찾아보면 다른 동에 민간어린이집이 있지만 차를 타고 이동하는 번거로움 탓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워킹맘은 출근 준비와 아이 등원 준비를 동시에 하기에 거리가 먼 어린이집은 애당초 생각지도 않았지만, 그녀는 어쩔 도리 없이 자는 시간을 줄여야 할 상황이라며 한숨만 내쉬었다.기자도 그 마음을 알기에 마음이 쓰였다. 왜 어린이집은 1
서해안
손민영 기자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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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로켓포 공격을 감행하면서 시작한 이·팔 전쟁은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22일 기준 팔레스타인 사망자만 4천300명을 넘어섰고, 이스라엘 사망자도 1천 명을 넘겼다.유대교와 이슬람은 기원전 같은 유일신(야훼=알라)을 믿는 아브라함 계통에서 출발한 종교지만, 제2차 세계대전부터 제4차 중동전쟁을 거치며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쌓인 깊은 종교 갈등이 이번 전쟁의 뿌리여서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외신에서는 주로 선제공격을 하마스가 했기에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정당방위로
서해안
김동현 기자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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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편하게 살고 싶었다. 예술하고 싶어서는 아니고, 공부 안 해도 되겠지 싶어 예대를 갔다. 듣기로 예술은 정한 답이 없단다. 진학하고서야 아차 싶었다. 저 말은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스스로 삶에 대한 질문과 답까지 구해야 한다는 뜻이었다.지식 쌓는 공부는 건너뛰고 냅다 사색부터 했다. 어쩐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졸업하는 데 남들보다 두 배 더 걸렸다. 고생 끝에 지성성까진 아니어도 지식인 흉내 좀 낼 즈음 누군가를 알게 됐다. 그도 학생이었는데, 듣기로 한참 방황하다가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단다. 몇 번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사람이
서해안
정양지 기자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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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 격차나 소득수준 양극 따위가 부각한 시기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이 상황을 초래한 핵심 원인을 한 가지만 고르라면 일부 부도덕한 상위 10%와 이를 비호하는 세력이 득세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 부도 사태’처럼 상류층이 쉽게 국가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만한 사고를 일으키는 까닭은 ‘국가’라는 든든한 뒷배경 때문이다. 사업이 잘 되면 호의호식은 그들 몫이겠지만, 그들이 실패하면 책임은 국민들이 나눠서 진다. 국가 경제를 우려한 정부가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공공자금’이라며 멋대로 투입한다. 부도덕한 그들에게 부과한 책
서해안
조한재 기자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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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은 핼러윈데이다. 핼러윈은 우리나라 고유 명절이 아니지만 마치 크리스마스처럼 우리 사회에서 대표 이벤트 또는 기념일로 자리매김했다. 이전에는 핼러윈데이가 다가오면 독특한 의상을 입고 사람들은 저마다 각종 행사를 쫓아다녔다. 너나 할 것 없이 튀는 옷과 소품을 준비하고 파티를 즐겼다. 전국 곳곳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해 서로 빠르게 공유하면서 다채로운 분위기를 만끽했다.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이른바 ‘10·29 참사’ 1주기를 앞뒀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서 1
서해안
박건 기자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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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 소리에 잠을 깬 남자가 전등불을 켜며 하루를 시작한다. 면도를 한 뒤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옷·가방·열쇠를 챙겨 집을 나선다. 평범한 아침 같지만 영상 속 집은 기괴하다. 사람이 전등·거울걸이·식탁·옷걸이 따위를 대신한다. 집 밖 상황도 마찬가지다. 출근길에 탄 택시, 신호등, 문, 사물함 속 가방걸이 모두 사람이다. 많은 사람을 도구로 쓰면서 도착한 사무실 문 앞에서 넥타이를 매만진다. 남자는 어떤 일을 할까, 궁금함도 잠시 문 앞에 눕는다. 이내 다른 이가 남자 등을 밟고 신발을 털어낸 뒤 문 안으로 들어간다.산티아고 보
서해안
이은채 기자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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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을 연고지로 둔 스포츠 구단이 좋은 성적을 거둬 시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SSG 랜더스는 지난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KBO 역사에 남을 우승을 기록했고, 인천 유나이티드는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서 16강에 안착해 우승을 향한 날갯짓을 한다. 여자 농구와 남녀 배구도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인천은 4대(야구·축구·농구·배구) 프로스포츠 연고팀이 있는 도시였지만 남자 농구 연고지를 대구로 옮기면서 상징성이 사라졌다. 마지막 남자 농구팀인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는 한국가스공사 본사가 있는 대구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서해안
하민호 기자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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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학교 빠지는 방법은 없을까?" 고등학교 교사인 친구가 기자를 만나면 늘 하는 물음이다. 이 말과 함께 학교에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도 풀어놓는데, 들을 때마다 귀를 의심하곤 한다. 학부모와 학생 모두 주말과 늦은 시간에 전화해 당연한 질문을 한다든지, 수업 중에도 큰소리로 욕을 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친구는 "선생님은 왜 욕을 참아야 하고, 학생은 왜 선생님한테 욕해도 돼? 둘 다 하든지, 둘 다 안 하든지!"라며 울분을 토했다. 학기 초, 꿈꾸던 선생님이 됐다며 빛나던 친구의 눈은 어디로 갔을까. 하루하루를
서해안
윤은혜 기자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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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연수구 한 대창구이 집. 익어 가는 돼지껍데기 너머로 맞은편에 앉은 선배 목에 벌겋게 핏대가 섰다. 이내 언성이 높아지고 침이 튄다. 옆에 앉은 부장은 선배 말을 가로막으며 침 튀기기에 동참한다.지난 주말 벌어진 무신론자와 기독교 신자 간 토론이다. 무교인 선배가 "자기 존잴 믿어야만 천국에 보내 준단 신의 논리는 도덕상 옳지 않다"는 취지로 서문을 열었다. 신실한 교인인 부장은 "믿음 없는 자를 왜 천국에 보내야 하느냐"는 반박으로 시작해 "신은 왜 무조건 도덕상 옳아야 하느냐"는 지점까지 나아갔다.튄 침방울을 맞으며 기자
서해안
윤소예 기자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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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5주년이 되는 해다. 은혼식이라고 하는데, 보통 결혼기념일보다 더 특별하게 여기는 이유는 부부로 함께한 시간이 더 많아지는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요즘같이 결혼 정년이 늦어지는 상황에는 맞지 않겠지만). 몇 년간 특별한 이벤트도 없고 반복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기념을 맞아 큰맘 먹고 동남아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당초 여행 취지를 생각해 부부 둘만 계획했으나, 비행기를 타고 떠난다는 이야기를 엿들은 아이들이 동참을 선언하는 바람에 가족여행이 됐다.공항 게이트 앞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탑승하라는 안내에 아내는 얼른 가서 줄
서해안
임영근 기자
20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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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천지하철 1호선을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계양역은 인천지하철 1호선 첫 정거장이어서 그런지 타려는 시민들이 많지 않았다.텅 빈 좌석은 어느새 몇 정거장을 지나치자 빈자리를 찾아보기가 힘들었지만, 역마다 승차한 시민들은 핑크색으로 색칠한 임산부석은 비워 둔 채 서서 갔다.지하철이 부평구청역에 정차하자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임산부 자리가 빈 모습을 보고는 바로 앉았다. 임산부석 주변에서 서서 가던 승객들의 따가운 시선이 모두 그에게 꽂혔지만 휴대전화 검색 삼매경에 빠진 터라 주변에서 쏘는 눈총은 의식하지 못했
서해안
강인희 기자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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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하는 가운데 10월 경로의 달을 맞아 노인 관련 복지 제도에 관심이 쏠린다.의왕시가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노인 버스 무료 승차 교통비 지원과 80세 이상 노인 중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기초연금수급자에게 제공하는 노인 건강생활 더하기 사업이 전국 노인들의 부러움을 산다.노인 버스 무료 승차 교통비 지원은 6월부터 분기별로 최대 5만 원씩 연간 실사용료 20만 원을 지원한다. 노인 건강생활 더하기는 관내 음식점·제과점·떡집·정육점을 비롯해 카드 사용 가맹점 900여 개 곳에서 사용하
서해안
이창현 기자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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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9월에만 여행을 세 번 다녀왔다. 모두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이었지만 짧은 일정 탓에 아쉬움이 남았다. 갈증을 해소하고 싶어 연휴 동안 지독한 여로형 소설을 연달아 읽었다.그 중 하나가 잭 케루악이 쓴 「길 위에서」(1957)였다. 그 시절 미국 청년문화를 주도한 ‘비트세대’ 교과서 같은 책이다. 기성세대에 저항해 방랑에 나섰던 비트족들은 이후 히피문화의 도화선이 됐다.주인공 ‘샐 파라다이스’와 ‘딘 모리아티’가 그들 친구나 애인과 함께 미 대륙을 횡단한다. 뉴욕에서 출발해 샌프란시스코로, 다시 동부로, 다시 서
서해안
정양지 기자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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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살림이야 궁핍하다는 얘기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만, 어째서인지 악화일로를 걷는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쉽게 가시질 않는다. 오죽하면 추가경정예산을 포기하고, 지방자치단체까지 예산 줄이기에 안간힘을 쓴다. 문제는 과연 세금이 덜 걷혔기 때문이라는 ‘세뇌’에 가까운 주장만 펼친다는 데 있다. 정말 세수만이 문제일까?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돈은 미래 세대의 부를 근거로 무작정 찍어내는 ‘공수표’에 지나지 않는다.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돈을 무한대로 찍어내는 일이 ‘양적완화’의 근간이다. 정부 예산 역시 미래 세대가 지불해야 할 세금을
서해안
조한재 기자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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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이 지난 자리에 여러 변화가 생겼다. 그 가운데 하나가 등산이다.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던 산에는 20∼30대가 늘었다. 기자도 코로나19가 유행한 뒤 취미를 묻는 질문에 등산이라고 답한다. 당시 모이는 사람 수를 제한했지만 주로 실내에서 만나다 보니 코로나19가 옮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에 탁 트인 야외에서 만나 운동이라도 하자는 취지로 등산을 시작했다.처음은 아는 사람과 시간을 맞춰 한 달에 한 번 정도 산에 올랐다. 각자 사정으로 차츰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지자 동창이 만든 산악회에 가입했다. 덕분에 함께 산 오를
서해안
이은채 기자
2023.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