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고통스러운 현재를 인내하고 불안한 미래를 견디는 효율적인 장치다. 기대나 바람은 절망과 고통을 이겨 내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하면 더 큰 좌절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치명적인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희랍신화에 등장하는 희망은 제우스가 인간에게 불의 사용법을 알려 준 프로메테우스를 골탕먹이기 위해 그의 동생인 에피메데우스에게 선물한 인류 최초의 여성인 판도라가 지상으로 내려오면서 가지고 온 상자 속에 들어 있었다. 그런데 절대로 들여다보면 안 되는 상자를 성질 급하고 허영심 충만한 애물덩어리 판도라가 기어코
축복이 내렸다. 얼마 전 함박눈이 온통 세상사 아픔들을 감싸 안고 내렸다. 바람도 멈춘 고요 속에 냉기마저 훈기로 점령되고 순간 아늑한 낙원이 펼쳐졌다. 몸과 마음이 다 꿈결 속에 떴다. 함박눈은 세모의 축복 전령이다.먹장구름 아래 어둑어둑하던 저녁 나절부터 시나브로 내리던 눈발은 밤이 되도록 그치기를 반복했다. 가로등 불빛에 비끼면서 하염없이 흩뿌려지는 눈꽃송이들은 녹청색 개똥쑥 이파리며 자잘한 씨알들 위로 켜켜이 쌓였다. 낭만이었다. 둘은 위아래에서 서로 미세한 떨림으로 교감했다. 자연물 사이의 순정한 앙상블 키스였다.지난 봄·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그해의 굵직굵직한 일들이 우리의 기억을 스쳐 지나갑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주택 가격 급등,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추진계획 발표 등….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수도권 서남부지역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미래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송도국제도시입니다. 부천시 면적(53.45㎢)만 한 송도국제도시(53.36㎢)는 이제 많은 사람이 살고 싶은 곳, 가 보고 싶은 곳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송도는 어떠한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 걸어갈 길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자 합니다.2000년대 초의
코로나19 확산이 미국과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되면서 우리나라도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지구촌의 각 국가들은 국민 생활과 경제적 어려움 등 여러 요인으로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고 있던 와중에 확산세가 두드러지면서 이 사태의 악화 방지를 위한 노력으로 곤혹스러운 현실에 놓여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위드 코로나로 정책을 전환하는 시점으로 돌아가 보면 이미 유럽과 미주지역에서 위드 코로나 정책 시행과 함께 확진자가 급증하는 현상을 보였기 때문에, 그리고 연이어 인도와 동남아, 남아메리카 등 전 지구촌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파만파의 악재가 되고 있다. 전파력이 강력한 바이러스로 인해 각국은 국경의 문을 닫고 시민들은 거리 두기가 일상이 돼 버렸다. 우리나라는 잘 발달된 통신기술을 활용해 확진자의 동선을 역학조사하고, 이를 거쳐 간 모든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내 코로나 감염 여부 검사를 안내하고 동선을 차단해 K-방역이란 이름을 남겼다. 다른 나라보다 발 빠른 대처, 사후 관리로 확산 기로를 차단하고 통제하는 방역체계는 백신주사도 남달랐다. 백신을 들여와 체계적인 전략으로 남다른 접종속도감을 자랑했다. 그
역경 속에서 피는 꽃은 더 아름답다. 꽃에게 겨울 추위는 역경이라 할 수 있다. 동백꽃처럼 겨울이 제격인 품종도 있지만 온대성 화훼가 추위를 극복하고 초겨울에까지 꽃을 피울 때는 그 숭고미가 남다르다. 요즘 ‘집콕, 방콕’ 생활로 늘어진 심신에 생기를 불어넣는 꽃이 있어 살펴본다. 비록 솔긴 하나 우리집 발코니는 온통 이들이 일군 오케스트라 꽃밭이다. 새벽별들처럼 연주들로 반짝인다. 연녹색 긴 꽃대궁을 미끈히 뽑아 올린 정수리마다 하늘을 우러러 뾰족이 내미는 박홍빛 꽃봉들이 돌올하다. 미리 핀 여러 송이 꽃들은 초겨울 추위도 아랑곳
지난 11월 4∼5일 인천 쉐라톤 그랜드 호텔에서 개최됐던 제13회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Asia Economic Community Forum:AECF)이 성황리에 종료됐다. 동북아는 미중 간 ‘신냉전’ 시대로의 진입, 북핵 위기의 지속을 비롯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위기 등 다양한 불확실성에 기인한 위기가 산적해 있다. ‘불확실성 시대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주제 하에 본 포럼은 이러한 불확실성이 갖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새로운 질서 확립 전망과 아시아 지역 통합에 갖는 함의를 논의했다. 개회식에서는 이주호 전 교과부 장관이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나누고 첫눈을 기다린다. 더 좋은 만남, 더 좋은 사연을 기다리면서 첫눈을 기다린다. 하지만 우리 마음과 같이 연인이 동시에 첫눈을 맞이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운 좋게 첫눈 오는 날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한다. 첫눈, 첫사랑, 첫 시험, 첫 면접, 첫 합격, 첫 직장, 첫……. 처음이라 서투르지만 설렘과 두려움, 기대와 희망을 거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팍팍한 삶이 송곳처럼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세상이지만 우리는 모두가 첫눈을 기다린다. 우리 모르게 첫눈이 온다.서울 첫눈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산업혁명 시기에 형성된 사회구조의 연장선상에 있다. 생산 관계가 산업혁명 이전 시기와 완전히 달라지면서 새로운 사회 형태를 구현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 잘사는 국가들은 이미 그때에도 선진국이었다.19세기가 네덜란드를 영국이 따라잡은 시대였다면 20세기는 그 영국을 미국이 앞지르는 시기였다. 하지만 그 미국을 21세기 들어서 과연 중국이 추월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19세기 초반 세계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분기의 영향으로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과 아시아·아프리카의 대
익히 알다시피 아인슈타인은 과학으로, 모차르트는 음악으로, 헤밍웨이는 문학으로 유명한 인물들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과 다른 타고난 재능을 살려 자신의 능력을 키웠다는 것입니다.도시도 사람처럼 저마다의 특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 특성을 살리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지리적이든 사회적이든 역사적이든 상관없습니다.해외 사례로 일본 고베는 사회적인 특성을 살린 경우입니다. 1868년 개항과 함께 고베에 서양 문화가 들어왔습니다. 많은 외국인이 이주해 오면서 도시의 이미지는 이국적인 분위기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일자리
올 겨울 시작을 알리는 입동이 지났다. 길거리 우수수 지는 낙엽을 밟고 지날 때면 새삼 덧없음이 속가슴을 때린다. 지구온난화로 좀 늦어지긴 하지만 김장철이 다가왔다. 이즈음은 산지에서 절임배추를 구해 손쉽게 김장을 담그기도 한다. 주변인 중에 주말농장이나 제 집 인근 산자락 텃밭에서 자급용 채소를 얼마간 재배하는 경우를 본다. 지난 9~10월 초 동안에는 연이어 비 내린 날이 많아서인지 배추 무름병이 많이 번졌다. 공들여 가꿔 싱싱하던 배추들이 문드러져 잎들이 뒤집어 쳐지는 모습에 한숨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결국은 아예 뽑아 버리
지난해 말 우리는 내년도 예산이 500조 원을 넘어선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1일부터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시작했는데 600조 원이 넘는 규모이다. 지난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예산보다 8.3% 증가했다. 슈퍼 예산이라고 일컬었던 올해 예산은 벌써 과거형이 됐고, 내년은 슈퍼를 넘어선 예산이다. 나라 빚은 1천조 원을 넘어선다. 더 커진 예산과 부채에 걱정의 목소리들이 넘쳐야 하는데 정치권에서는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새로 대권에 도전하는 주자들은 현금 살포 카드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역대급 부채와 예산으로 나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인류는 커다란 위기에 봉착,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참으로 오랜 시간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를 계속하면서 우리 생활을 지배했고, 많은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 인류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 및 백신·치료제를 긴급하게 개발했고,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코로나 극복을 위한 노력을 지금도 경주하고 있다.그러나 아직도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코로나 감염이 지속되고 있고, 백신의 불완전성으로 돌파감염 확산 및 백신의 신뢰 부족으로 인한 미접종으로 인해 접종 비율 증가가 정체
지금의 거리 두기에 모두가 지쳐 가고 있다. 지쳐 가는 세상에도 선행의 작은 울림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면접을 위해 깨끗한 옷이 필요한 실업자를 위해 드라이클리닝을 무료로 해 주는 이민자 바스퀘즈(미국 북동부 세탁소)씨는 자신이 받은 도움을, 자신의 영업장 세탁소에서 깨끗한 옷이 필요한 실업자를 위해 나눔봉사를 한다. 이 소식은 미국 전역으로 번져 가면서 미국 실업자들에게 따뜻한 희망이 되고 있다.고(故) 이수현(2001년 1월 26일 일본 유학생)군은 일본 JR지하철 역에서 철로로 떨어진 취객을 구하고 사고를 당한다. 이수현
느티나무는 향수의 상징이다. 고향이 그리워질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나무다. 이향민이라면 누구나 어릴 적 고향 정경을 가슴에 품고 산다. 그 가운데 오래도록 변치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느티나무다. 흔히 정자나무나 당산목으로 불린다. 서울 재동 백송, 대구 도동 측백나무 등의 천연기념물과는 격이 다르다. 쉬이 볼 수 있는 느티나무는 우리네 일상생활과 더 친연하다. 나는 매년 한가위 즈음 성묘 차 고향 선산에 벌초하러 간다. 그때마다 맨 먼저 반겨 주는 것이 고향마을 입구에 자리한 아름드리 느티나무다. 예나 이제나 변함없이 향리를 지켜
세계 공급망 충격이 실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다국적 기업들의 제조공장을 보유한 중국이 최근 전기가 부족해서 온전한 생산라인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전력 공급 제한 조치는 석탄 부족으로 전기를 만들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세계의 공급망은 충격을 입었고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급 부족으로 인해 원자재 공급이 차단되자 가격 상승과 더불어 생산공장의 가동 중단 사태까지 벌어진다. 주요 원자재는 물론 에너지, 식료품까지 공급에 차질을 일으키자 소비자의 실생활에
조선은 500여 년 동안 선비 정신으로 체제는 유지했지만 양반 정치로 나라는 패망했다. 그 과정에서 조선 중기 이후 경제는 도탄에 빠지고 백성들은 극단적인 고통에 시달렸다.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지만 잘못된 정치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약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조선은 정몽주를 필두로 길재, 김숙자, 김종직, 정여창, 김굉필, 조광조, 이언적, 이황 등 사림 세력이 지목한 기라성 같은 위대한 학자들을 배출했지만 이들이 다스렸던 나라의 대부분 백성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위태롭고 비참한 삶을 영위했다. 그런 왕조가 수백 년의 장구한 세월을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일정 비율의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이 완료되면 이후 방역체계를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은 고령자의 90%, 전체 성인의 80%에게 접종이 진행되면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전략을 사용하려고 한다. 한마디로 코로나19가 상존하는 일상을 살아간다는 말이다. 영국이나 싱가포르, 프랑스 등 주요 국가는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다. 일반적인 방역수칙을 지속하며 제한했던 일상생활을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일 1천500
요즘은 숲 천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은 물론이려니와 아파트마다 갖가지 푸나무로 울울창창 숲져 있다. 산소를 내뿜는 숲 속에 들 때의 삽상한 카타르시스는 열락의 순간이다. 잠시나마 삼계팔고를 잊는다. 반세기 이전만 해도 우리의 산하는 헐벗었다. 중국 도문 변경에서 보이는 두만강 건너편 북한 땅의 작금 모습과 다름없었다.초등학교 때 아카시아 씨앗을 따서 과제로 제출한 기억이 아슴푸레하다. 당시 춘궁기 배고픈 시절, 산기슭 어디쯤 쉬이 볼 수 있던 입간판 ‘산림녹화’를 위해서는 속성수가 보다 필요했던 걸로 안다. 이로 보면 남한의
우리 식단이 쌀에서 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쌀가게는 찾아보기 힘들어도 빵가게는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로마제국에 의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간 빵은 원래 포르투갈어의 팡(pao)에서 유래됐습니다. 하지만 빵의 모양과 종류는 나라마다 다릅니다. 길다란 바게트는 프랑스에서, 푹신한 찐빵은 중국에서, 그리고 달콤한 단팥빵은 일본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럼 우리나라의 단팥빵은 언제 어디서 들어왔을까요? 바로 일제강점기로, 최초로 군산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이처럼 나라마다 특색 있는 빵이 만들어졌듯이 전국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 빵집들이 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