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이 보급되면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감소하는 듯 하더니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자가 증가하면서 다시 검사하는 기관의 업무량이 많아지고, 경증감염자를 보호하고 치료하는 생활치료시설과 병원 침상이 여유가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다.감염자가 증가하면 그만큼 역학조사자도 많아진다. 같은 질문을 수십 번씩 하는 것은 보기에는 단순하고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많은 감염자들의 감염경로가 유흥을 즐기다가 감염되는 사례가 많을 수록 감염경로를 찾으려는 역학자들이나 최일선 담당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커진다
문화재청이 경복궁 복원에 몰두하고 있다. 벌써 30년이 넘었다. 근정전과 경회루를 제외한 건물 대부분을 허물어 석조건물과 가건물, 그리고 프랑스 정원을 멋대로 만든 일제의 흔적을 지워나가자 곳곳에서 참혹한 상흔이 드러난다. 조선총독부는 통치 5년 만에 근대화 성과를 과시하려고 하필 경복궁 한가운데에 박람회를 개최해 민족의 역사를 파괴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문화재청은 100년이 훌쩍 지났어도 경복궁을 되살리려 한다. 무슨 이유일까?저명한 역사학자 에드워드 H. 카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로 해석했다. 일제의 천박한 흔적을 제
‘억강부약(抑强扶弱)’이란 한자성어가 있다. 이는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돕는다"는 말인데, 최근 차기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정 핵심 목표로 내세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대한민국을 "모든 사람이 함께 어울려 평등하게 살아가는 ‘대동세상(大同世上)’"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 중 억강부약을 최선으로 생각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임금이나 지식인 가운데 억강부약을 치세 철학으로 삼은 이가 적잖다. 대표적으로 조선 영조 임금은 힘없는 백성들이 권력자에게 집과 땅을 빼앗기는 세태를 보고 ‘억강부약’ 네 글자를
동인천역의 역사는 1899년 9월 경인철도 개통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 역명은 축현역이었다. 이후 상인천역으로 바뀌었다가 해방 후 축현역을 거쳐 1955년 동인천역이 됐다. 경인선 이용 승객은 주로 동인천역을 이용했고, 인천역은 승객보다는 인천항을 오가는 화물 중심역으로 작동했다. 동인천역이 인천을 상징하는 대표 역이라는 위상과 달리 역 건물은 자료 부족으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다. 개통 당시 모습은 물론 그 이후에 세워진 건물도 그렇다. 역의 위치도 지금과 달랐다. 동인천역 공영주차장 일대가 그곳이다. 해안선을 따
조너선 스위프트의 유명한 풍자소설 「걸리버 여행기」에는 ‘발니바르비’라는 나라의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국가 운영방식을 일체 부정하고, 새로운 기반 위에 나라를 세우려 했다. 도시 곳곳에 학사원을 설립해 거의 모든 생활영역에서 획기적인 시도와 개발에 몰두했다. 그러나 그들이 손댄 어느 것 하나 성공적으로 완성된 것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 나라는 비참하리만치 황폐해졌으나,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이다. 이런 ‘환상의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이 불편한 사실이다.
자고 일어났는데 하루아침에 정치적 스타가 됐다. 30대에 야당 대표로 선출된 MZ세대의 실제 이야기이다.따릉이로 출근하는 30대 야당 대표가 선출되면서 MZ세대의 정체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소셜미디어로 24시간 소통하고, 덕후와 팬덤의 문화적 취향으로 명품 소비를 주도하는 MZ세대는 누구인가? 인구의 32%를 차지하는 M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첫째, MZ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실존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실존적 가치는 타인의 존재에서 생성되는 가치이다. 상대방의 나이, 출신, 연공 서열 규칙과 코드를 준
현재 인천은 인구 300만 도시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그에 따라 원도심과 신도심의 교육격차도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10개 군·구의 고른 발전을 위해 교육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인천교육청은 지난 3월 ‘인천교육, 인천을 디자인하다’라는 주제 아래 원도심 활성화 프로젝트를 제출했다. 그리고 그 구상 실현을 위한 첫 단추로 인천 중구의 제물포고등학교(제고) 이전과 교육 복합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예상했던 대로 해당 프로젝트가 제출된 이후 다양한 의견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해 2020년 1년간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교에 학생이 없는 캠퍼스를 경험하는 것도 벌써 1년이 지나고 1학기가 또 지나가고 있다. 한적한 캠퍼스에 학생이 없이 운영되고 있는 학교도 많은 것들이 변화했고 변화되고 있다. 영상과 줌으로 수업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학생과 교수도 비대면 상황이 지속되면서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도 적어지는 것 같다. 교수는 집에서 컴퓨터만 있으면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다. 직원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결재를 올리고 업무를 처리한다. 예전에는 얼굴을 보지 않으면 근무를
플라타너스는 무던하기도 하다. 교통량 많은 도시의 가로수로 선발돼 넓은 잎사귀로 대기오염을 줄여주지만, 혹독한 가지치기로 몰골이 거듭 처참해져도 묵묵히 자신의 본령을 다한다. 생명력이 모진 걸까? 뭉턱 잘린 줄기에서 간신히 뻗은 잔가지가 서너 해 만에 두꺼워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나타난 인부들이 가지들을 모조리 베어낸다. 닭다리를 연상케 하는 도시의 플라타너스. 은행나무보다 대기오염 정화 능력이 빼어나다며 잎사귀 펼칠 기회를 차단한다. 저럴 거면 왜 심었나?금단의 지역이던 부평 캠프마켓을 얼마 전 다녀왔다. 몇 걸음 들자마자 눈에 띄
한국사에서 18세기는 ‘영·정조 시대’라 특정하기도 한다. 조선 왕조의 제21대 영조(재위 1724~1776)와 제22대 정조(재위 1776~1800) 임금이 재위했던 시대로, 두 임금의 치적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특히 실학자들이 왕성하게 활약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이때 활약한 실학자 가운데 한 명이 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년 출생~1805년 사망)이다. 청나라의 문물을 견문하고 돌아와 저술한 「열하일기」와 당시 조선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한 「양반전」, 「허생전」 등의 소설로 우리에게 그 이름이 친근한 인물이다. 특
서점이 보이지 않는다. 동네마다 한 곳은 있었던 동네서점이 자취를 감춘 지역서점 절벽시대이다. 2020년 한국출판연감에는 서점이 한 곳도 없는 서점소멸지역 5개 군이 수록돼 있다. 수도권 기초자치단체 중에는 딱 한 곳 옹진군이 서점소멸지역이다. 인천시는 2016년 12월에 제정한 ‘인천광역시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지역서점 진흥정책을 이어오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한 채 만 5년이 지났다. 독서인구가 매년 줄어들고, 독서인구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도 감소하는 추세에서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도
2020년 7월 23일 닉슨 기념도서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부 장관이 행한 "만일 자유 세계가 중국을 변화시키지 못하면 중국이 우리를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라는 연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간 이끌어온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됨을 천명하는 확고한 선언이었다. 지난 대선 이후 새 행정부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의 관계는 섣불리 해소될 것 같지 않다. 그만큼 미국민들의 대중국 불신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미국 보수성향의 시사잡지 ‘내셔널 리뷰’(National Review)에서 중국 인민대학
벚꽃이 만발하는 4월은 자연과 소통하는 계절이다. 반면에 각 대학에서는 갓 들어온 신입생들과 만나는 면담의 계절이다. 그래서 4월이 되면 교수들은 작은 고민에 빠진다. 자아가 강하고 개성이 재기발랄한 20대들과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코드가 무엇인지 탐색해야 한다.첫 만남에서 꼰대 문화에 젖은 답답하고 고루한 교수라는 인상을 주는 순간 대화는 단절되고, 면담은 형식적 절차로 추락한다. 꼰대는 프랑스어로 백작을 의미하는 콩테(comte)의 어원을 갖고 있다. 백작인 꼰대 캐릭터는 권위적이고 말이 안 통하고, 본인만이 옳다고 믿는 사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울감을 느끼거나 분노를 느끼고 끝내는 절망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얼마 전 정부에서는 국민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상담과 치료를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5년간 2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는 발표를 했다. 이 사업 명칭은 ‘정신건강서비스’. 하지만 국민의 정신은 코로나만 잡는다고 건강해질 수 있는 게 아니다.코로나 확산은 어쩌면 내연하고 있던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표층으로 끌어낸 계기라고 할 수 있다. 빈부격차, 노동, 안전 시스템, 교육, 환경, 종교, 언론 등 이미 심각할 대로 심각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1년 안에 백신을 개발해 대규모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1년 2월 2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처음 시작하고 다음 날 2월 27일 화이자를 접종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3월 24일까지 70만3천612명이 코로나 19 예방접종을 했다. 먼저 의료기관, 요양시설 종사자와 입소자부터 접종하기 시작해 백신 접종 후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백신 구입이 다른 나라보다 늦어진다는 소식이 들릴 때에는 정부가 비난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백신이 들어오면 거의 모든 국민들이 접종을 하지 못해서 아
우리나라의 어패류 평균 소비량이 일본보다 많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봤다. 아마 인터넷일 것이다. 책자가 아니라 휴대전화로 스치듯 읽는 내용은 세세하게 기억하기 어려운데, 생선문화가 전통적으로 다채로운 일본보다 우리의 어패류 소비가 진정 많을까? 그럴지 모른다. 커다란 섬으로 구성된 일본보다 어업 관련 인원과 투자가 적더라도 우리는 세계에 유례가 드문 갯벌을 가졌다. 플랑크톤부터 크고 작은 어패류의 산란장이고 터전인 갯벌은 다양한 어패류는 물론이고 독특한 해양문화를 선사한다. 우리나라에 어패류 소비가 많은 건 당연하다. 인천이라 그런가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뜻을 가진 ‘춘래불사춘’은 당(唐)나라 때 시인 동방규(東方규)가 한(漢)나라 때의 고사(古史)를 바탕으로 하여 쓴 ‘소군원(昭君怨)’이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시의 제목을 풀면 ‘소군(昭君)의 원망’ 정도가 되겠는데, 일단 시의 내용을 음미해 보자. 『한나라의 국운이 처음에는 융성했으니 조정에는 무신(武臣)도 넉넉했다네. 어찌 꼭 박명한 여인이 괴로움을 겪으며 먼 곳까지 화친하러 가야 했던가. …… 오랑캐 땅엔 꽃도 풀도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옷에 맨 허리끈이 저절로 느슨해지
쓰레기 처리는 도시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천이 근대도시로 태동하던 개항기에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했을까.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지만, 쓰레기 문제를 상세히 다룬 자료는 찾기 어렵다. 한두 문장 정도 언급한 내용을 모아 추론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도시기반시설인 쓰레기 소각장이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진 이유는 더러워 피하고 싶고, 하찮게 취급한 것이 아닌가 한다. 개항기 인천에 설치된 각 조계는 조계별로 쓰레기 소각장을 운영했다. 제물포 각국조계지 회의록(Foreign Settlement, Che
새해 들어 신규 주식계좌는 매일 10만 개씩 늘어났고, 증권사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는 20조 원을 돌파했다. 여유 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새해 들어 개인 투자자의 신용융자가 1조1천억 원이 늘고 마이너스통장은 나흘 동안 7천411개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연말부터 브레이크 없이 치솟던 코스피도 최근 이틀 연속 큰 변동 폭을 보이다가 하락했다. ‘동학개미’들이 지난 11일 4조4천921억, 12일 2조3천139억 원을 사들였지만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매도 물량을 받
지혜서는 이 땅에서 새로운 것이 없으며, 영구히 지속 가능한 것도 없다고 한다. 그러할지라도 인류가 고안한 제도 중에서 민주주의란 그 보편적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 정의, 진실, 시장을 구현할 수 있는 차선(次善)의 시스템으로 작동해왔다. 이러한 민주주의와 다원성이 계속 공격받고 있다. 2019년의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의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자유와 전 세계 민주주의가 14년째 연속적으로 쇠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양상은 주로 전체주의 국가의 인종, 종교와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으로 나타